10 Million Past Life Actors RAW novel - Chapter 120
Chapter54. OST(1)
데일리 토픽이 낸 기사는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협회에서 정식으로 기사 내용을 반박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영화를 바라보고 있으며 무조건적인 비판을 지양한다는 내용이었다.
어줍지 않게 나섰던 데일리 토픽은 온갖 비난에 휩싸인 채 기사를 내려야 했다.
비판 기사를 냈던 언론은 수십이었지만 결국 맞는 건 튀어나온 돌이었다.
“정정보도도 했네.”
“덕분에 비판 여론은 쏙 들어갔어요. 덕 좀 봤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애초에 저들이 들쑤시던 거였으니까. 안 된다 싶으면 후딱 접는 것도 일이지.”
여론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애초에 언론이 기 싸움 느낌으로 끌고 가던 가십이라 한 쪽이 꺾이니 힘이 빠졌다.
“이제야 맘 편이 촬영 들어가겠네요. 감독님이랑 다들 얼마나 걱정을 하든지.”
“그 양반들이야 소규모 작업만 해 왔지 않냐. 이렇게 큰 소동에 휩싸이는 건 처음이지.”
“괜히 미안하네요.”
“그런 생각은 그만 두고 가서 촬영이나 잘 해.”
남은 수습은 최현석이 맡았다.
기자들도 상당수 우호적으로 돌아섰으니 큰 장애물은 없었다.
결국 모든 건 결과물이 정해 줄 뿐이다.
“그건 제 전문이죠.”
진호가 불끈 쥔 주먹으로 답을 대신했다.
#
촬영은 강원도 산지에서 진행되었다.
최소한의 스텝과 장비가 동원되었다.
일전에 있던 영화 촬영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다들 자리 잡고 세팅해. 20분 후에 바로 촬영 들어간다.”
“카메라! 메인 앵글 제대로 잡으라고!”
“잡음 들어온다. 오디오 체크해.”
“반사판 관리 어떻게 한 거야? 다시 가지고 와.”
하지만 사람 수가 적다고 엉망인 건 아니었다.
각자 맡은 바를 척척 해 냈다.
“메이크업 수정할게요. 얼굴에 흙을 조금 묻혀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이번 씬이 흙바닥 이후인가요?”
“네. 진호 씨 얼굴을 건드리고 싶진 않은데 감독님이 고집하셔서. 해도 될까요?”
“하하. 그럼요. 씬을 살리려고 분장하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
진호도 이런 분위기에 녹아 들어갔다.
마음먹으면 개인 트레일러를 끌고 와서 개별 세팅하는 것이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영화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 도드라지는 건 분위기에도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수영 씨도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케이. 메이크업 체크하고, 의상 준비부터 해.”
그 사이, 누나 역을 맡은 전수영이 도착했다.
주말극 등에서 가끔 얼굴을 드러내던 배우였는데 감독이 콕 집어서 캐스팅했다.
진호도 그녀의 연기를 쭉 살펴보고는 대번에 수긍했다.
수수한 외모에 강렬한 이미지는 없지만 생활 연기가 굉장히 강했다.
진짜로 있을 법 한 누나의 이미지라고 할까.
배역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
“이쪽이에요, 수영 누나.”
“어머. 내가 진호보다 늦게 온 거니?”
“저도 방금 왔어요. 근데 어제 늦게 잤나 봐요? 살짝 피곤해 보이는데.”
“세상에. 나 많이 피곤해 보여? 어제 긴장 돼서 잠을 제대로 못 잤잖아.”
진호는 그녀와 대본 리딩 때부터 성격이 잘 맞아 편하게 지내고 있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슈퍼스타인 진호를 대함에도 딱딱함이 없었고.
“살짝 피곤한 게 더 잘 어울리네요. 굿 잡.”
“얘는. 나도 처음은 좀 예쁘게 나오고 싶단 말이야.”
“그건 곤란하죠. 누나랑 나랑 남매인데. 누나만 예쁘면 나는 뭐가 돼요?”
“서울 가서 뜯어 고친 걸로 하자.”
“푸하! 그게 뭐에요. 감독님 들으면 한 소리 하시겠다. 후딱 메이크업이나 하고 와요.”
낄낄 거리며 전수영이 물러났다.
은근히 입심이 좋아서 감독님들하고 걸쭉한 말싸움을 해도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오죽하며 서덕찬 감독이 ‘이거 주막 이모가 딱인데.’ 감탄했을 정도.
“촬영 오 분 전! 다들 준비해 주세요!”
떠들던 사이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첫 촬영은 진호의 단독 씬.
메이크업이 끝난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고는 일어났다.
준비는 다 끝나 있었다.
#
“저리 가라고! 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전수영이 소리쳤다.
눈 밑의 다크써클과 퍼석한 피부가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밥. 밥 먹으래. 맛있는 거 많이 했다. 잡채도 있다. 누나 좋아하는 거라고 했어.”
“그게 언제 적인데? 나 이제 잡채 싫어해.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잡채 맛있는데. 고기도 있는데. 누가 먹으면 좋아 할 거라고 그랬는데.”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빽, 소리치는 전수영에 진호가 움찔 하고 물러났다.
손에는 주방에서 들고 온 듯 한 잡채가 들려 있었다.
우물쭈물 한 참을 바라보다 풀이 죽은 모습으로 몸을 돌렸다.
“야! 있어 봐.”
“응?”
“그거 그렇게 들고 가면 다 식잖아. 밥 먹으라면서 그건 또 왜 따로 들고 온 건데?”
“누, 누나 먼저 먹여주고 싶어서. 헤헤.”
“하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사정이 있어서 잠깐 머무르고 있는 거뿐이니까.”
“그럼 잡채 안 먹어?”
“······어휴. 이 답답한 놈아.”
짜증나는 동생에 전수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래도 들고 온 잡채를 버리라고는 하지 않았다.
못이기는 척 받아서 한 입 했다.
짭짤한 것이 어릴 적 좋아하던 그 맛 그대로였다.
‘에이 씨. 왜 맛있고 지랄이야.’
속으로 뱉은 투덜거림이 코끝 주름으로 나타났다.
“오케이! 컷!!”
그리고 그 장면을 끝으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서덕찬 감독이 연신 손을 휘두르며 ‘좋아! 좋아!’를 반복했다.
“수고했어, 진호야. 연기 끝내주더라.”
“누나도 수고했어요. 나보다 누나 연기가 낫지. 난 진짜 화내는 줄 알았다니까?”
“어머 애가 아부 할 줄도 아네. 잡채라도 좀 줄까?”
“맛있으면.”
“맛있더라. 이 집 손맛이 참 좋아요.”
말하며 진짜로 잡채를 건넸다.
진호도 마다하지 않고 손으로 잡채를 한 줌 떠 입으로 가져갔다.
말마따나 맛이 꽤 괜찮았다.
“가요, 촬영본 확인하게.”
“그래.”
후다닥 잡채를 해치우고 촬영본을 체크했다.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내려도 배우가 마음에 안 들면 재촬영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진호와 전수영은 신중한 눈으로 촬영본을 검토했다.
“괜찮네. 넌 어때?”
“나도 좋은 거 같아요. 소리도 잘 잡힌 거 같고. 잡채 때깔도 좋고. 화면 전환 될 때 잔잔한 배경음 하나만 예쁘게 깔리면 딱일 거 같은데.”
“어. 나도 딱 그 생각했는데.”
진호와 전수영의 의견이 일치했다.
영화의 맛을 살리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배경 노래 만 한 것은 없다.
흔히 말하는 OST.
“안 그래도 음향 작업은 따로 작업 중이야. 꽤 큰 돈 들여서 유명하신 분들을 섭외해 뒀으니 기대해 볼 만 할 거다.”
“그래요?”
서덕찬 감독의 호언장담에 진호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제작비가 타이트하다는 건 그도 알고 있는 바.
이렇게 장담 할 만 한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었다.
“운이 좋았다고. 하하.”
운까지.
진호의 호기심이 더욱 깊어졌다.
#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진호는 OST작업에 들어간 팀이 누구인지를 알아냈다.
음향 작업을 맡긴 외주 팀을 제외하고 메인 OST를 담당한 건 꽤 유명한 가수였다.
팀 보이스 소속의 하명주라는 인물이었다.
여러 가지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얼굴을 알리고 최근에는 차트 역주행도 하는 라이징 스타였다.
“와우!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홍 진호라고 해요.”
“저야 말로 반갑죠. 하명주입니다.”
직접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건 한 가지 제의 때문.
“OST작업에 저도 참여했으면 한다고요?”
“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쭉 느낀 건데, 진호 씨 목소리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짧게라도 작업에 참여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전 노래에는 재능이 없는 편인데······”
“괜찮아요, 괜찮아요. 요즘은 보정 기술이 워낙 좋아서 대충 흉내만 내도 좋게 만질 수 있어요.”
하명주의 제안에 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악기도 다루고 무술도 가능한 진호였지만 노래만큼은 쉽지 않았다.
전생에 가수가 없는 건 아니나 그걸 구현해야 할 진호의 재능이 처참했다.
대금을 한 번에 불고 무술의 틀을 단번에 흉내 낸 것만 봐도 얼마나 재능이 없는지가 드러난다.
“정 걱정되시면 짧게 녹음 해 보고 결정해도 돼요. 어차피 실제 목소리가 들어 갈 분량은 얼마 안 되니까 부담도 없죠.”
“끄응.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권하시니 한 번 해볼게요.”
“오케이. 하하. 이거 작업이 재밌게 됐네요. 선아야, 유선아. 와서 세팅 좀 해.”
하명주는 크게 웃으며 누군가를 불렀다.
머리를 지저분하게 기른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뿔테 안경에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세팅은 이 친구가 할 테니까 우린 잠깐 나가 있죠. 곡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할 겸.”
“아······그럴까요?”
하명주가 직접 안 하는 걸까.
진호는 잠시 의문을 품었지만 어차피 이쪽은 문외한이었다.
그의 말을 따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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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을 들고 휴게실에 몸을 실었다.
“촬영이 많이 힘들죠?”
“뭐, 일이니 참고 해야죠.”
“하하. 역시 프로의식이 남다릅니다.”
하명주는 꽤 밝은 어조로 말을 이끌어냈다.
커피의 달콤함보다 그의 말투가 더 달콤했다.
“제가 진호 씨 열성 팬이거든요. 영화도 전부 다 봤고 드라마도 싹 다 정주행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까? 이거 고맙네요.”
“참 보면 진호 씨 연기는 뭔가 남달라요. 살아있다고 해야 할까? 다른 배우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힘이 있어요.”
“하하. 과분한 칭찬이네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크으. 이런 겸손함까지. 이래서 사람들이 진호 씨를 좋아하나 봅니다.”
지나친 달콤함이었지만 팬 중에 이런 부류는 꽤 많았다.
굳이 그걸 지적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감탄한 건 일본에서 있었던 공연입니다.”
“공연 말입니까? 꽤 성대하게 하긴 했죠.”
“진짜 보면서 전율이 온 몸을 타고 흐른 거 있죠? 사람이 어떻게 이런 걸 기획 할 수 있을까 소름이 돋았다 이 말입니다.”
“어디 뭐 저 혼자 한 일일까요. 많은 분들이 도와 준 결과입니다.”
홀짝이던 커피도 다 마셨다.
슬슬 일어나고 싶은 마음에 진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근데 사실 좀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어요.”
“음? 어떤 부분 말인가요?”
“그때 그 공연에서 만약 제가 무대에 섰다면 조금 더 화려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 무대 말입니까.”
당시에 초대된 가수들도 어느 하나 빼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명주보다는 전부 급 높은 이들이었다.
“하하. 제가 괜히 하는 소리는 아닙니다. 이래 봐도 실력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다른 누구보다 진호 씨 부대를 잘 살릴 수 있다 이거죠.”
“그런가요. 아직 실력을 못 봐서 제대로 감이 안 오는군요.”
“보면 딱 알 겁니다. 전 진호 씨가 그 정도 안목은 있다고 믿거든요.”
하명주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정말로 그 정도의 실력이 있든지, 아니면 허언 뿐인 사람이든지.
진호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세팅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부담스러운 자리에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왔다.
유선아라고 불린 여성이었다.
‘목소리가 굉장히 좋네?’
신기할 정도로 머리에 콱 박히는 그런 목소리였다.
“저 분도 OST작업에 참여하나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질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