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illion Past Life Actors RAW novel - Chapter 125
Chapter56. 이런 전생은 처음이야(1)
고소는 확실하게 진행했다.
이런 일로 고소냐고 펄펄 뛰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회사에서 선임한 변호사들이 일을 처리했다.
중범죄로 처리 될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 동안 밤 잠 설칠 정도는 되었다.
“언론에서는 귀신같이 냄새를 맡았네.”
“괜찮을까요?”
“신경 꺼. 어차피 우리에게 불리 할 게 없는 일이야.”
어떻게 알았는지 고소 사실이 언론으로 흘러 들어갔다.
몇 곳에서는 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를 다루었다.
하지만 이내 내막이 알려지자 여론은 한 쪽 방향을 흘렀다.
애초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경우였으니까.
“제 이름이 실검에 올랐어요.”
되레 덕을 봤다.
가십거리로 입방아에 오르다보니 실검에 이름이 오른 것이다.
안 그래도 OST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으니 검색 숫자가 늘어나는 건 당연했다.
“정식으로 음원이 등록되면 한 동안은 인기몰이 할 거다. 근데, 그렇다고 이 분위기에 취하지는 마.”
“그, 그런가요?”
“인기는 있다가도 없는 거야. 한때 분위기에 취하면 금방 실망하고 말아. 중요한 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 오직 그 하나에만 집중해.”
“네. 그렇게 할게요.”
진호는 고삐를 단단하게 조여 맸다.
라이징 스타가 할 수 있는 흔한 실수를 미연에 방비 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사부터 하자.”
더불어 현실적인 조언까지.
“부동산. 갈까요?”
선아도 더 이상은 미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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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요즘 선아라는 어린 애랑 분위기 좋다 이거지?”
“너랑 한두 살 차이일 텐데?”
“시끄럽고.”
연극무대를 끝내고 은서가 회사를 찾아왔다.
한 동안 스케줄이 바빠서 못 만났던 터라 밀린 이야기가 많았다.
“나 바쁘다고 바람피우고 그런 건 아니지?”
“사람을 어떻게 보고. 세미 때처럼 재능이 있어서 키우고 있을 뿐이야.”
“쓰읍. 난 자선사업 반대인데.”
“누가 자선사업이래. 이번에는 나도 투자했다고.”
소파에 어깨를 기대고 앉아 도란도란 주고받았다.
질투심을 드러낸 은서였지만 다독이는 손길에 금방 풀렸다.
애초에 바람피울 인간이었으면 기회는 차고 넘쳤다.
“그렇게 재능이 확실 한 거야?”
“내가 보기로는. 성공이 꼭 재능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도움만 주면 확실히 가능성은 높을 거야.”
“오빠가 밀어주는 거면 따 놓은 당상이겠네.”
“내가 무슨 보증수표냐? 그리고 돕는 건 엘빈이 와서 하기로 했어.”
“엘빈도 와?”
“내일이 시사회잖아.”
‘벌써 그렇게 됐나.’ 조용히 중얼거리던 은서가 갑자기 진호를 꽉 안았다.
믿는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예쁜 여자가 너무 많았다.
“나도 시사회 갈래.”
“오는 건 상관없지만 회사에서 뭐라고 하지 않겠냐?”
“이미 나 포기했잖아. 방임이야, 방임.”
“대표님이 해탈하셨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은서는 회사의 핵심 인력이었다.
아이돌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한 인물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있기 때문.
이제는 그녀를 아이돌보다는 배우로 인정한다.
연극 무대에서 보인 탄탄한 연기력도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했다.
“시사회장에서 연애 공개하면 승천하지 않으려나?”
“그러다가 대표님 쓰러진다.”
“그래도 가끔은 도장 찍고 싶긴 한데. 주변에서 치근대는 여자애들 많지?”
“너야말로 남자 배우들이 대시하고 그러지 않아?”
“하긴 하는데, 오빠만큼 멋있는 사람이 없더라고.”
말을 하며 은서가 진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손가락 한 마디 들어 갈 틈도 없이 꽉 붙었다.
“그건 나랑 같네. 나도 너만큼 예쁜 사람이 없더라.”
“헤에. 많이 느셨네, 우리 배우님.”
“학습의 동물이잖아. 인터넷에서 배운 것도 있는데. 그것도 보여줄까?”
“응? 인터······꺅.”
두 사람이 뒤엉켰다.
“인터넷, 어때?”
“굉장하네. 인터넷.”
계속해서 뒤엉켰다.
20 중반을 훌쩍 넘은 여자와 30이 코앞인 남자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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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는 많은 이들이 초대되었다.
영화 관계자들을 포함해서 진호가 체험했던 시설의 장애 아동들. 관련 부처 사람들이나 이에 관심 있는 유명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저예산 영화 치고는 상당한 숫자의 사람이 모인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요?”
“나름 정석적인 포석이지. 한 템포 쉬어가면서 의미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
“길게 본 선택이라 이거죠?”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는 거지.”
둘러앉은 영화 관계자들은 진호를 평가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배우가 저예산 영화에 출연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몇 없었다.
“언론하고도 한 바탕 했는데 이 정도 사람이네요. 확실히 난 인물은 난 인물이에요.”
“가는 곳마다 폭풍우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니까. 솔직히 이번에는 언론마저 꺾었잖아.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그 파급력을 무시하기는 어렵지.”
“관은 얼마 못 받았다고 하던데.”
“어차피 손익분기점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번 영화로 얻는 건 수익이 아니지. 인식이야.”
꽤 깊은 이야기들까지 흘러나왔다.
진호의 행보는 단순히 배우 하나의 움직임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큰 면이 있었다.
일본에서의 공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셀럽 이상의 셀럽 그 자체였다.
“한 사람이 주최한 공연으로 정치적 방향을 바꿔 놓았잖아. 이 정도까지 영향력을 가진 배우가 우리나라에 있었나?”
“없었죠. 한 번도.”
“그래.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 큰 걸음 뒤에 작은 걸음을 걷는 거야. 사람들은 당연히 이유를 찾게 되지.”
“사회봉사? 이런 식으로 말인가요?”
“그것도 포함되어 있지. 자본에 구애받지 않는 연기력, 사회에 대한 공헌, 신념에 따른 행보 등. 자칫 비대해지기 쉬운 유명세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어.”
평단에서도 진호에 대한 평은 여러 가지로 갈렸다.
운 좋게 성공한 반짝 스타라는 평이 있는 반면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기재라는 평도 있다.
워낙 행보가 거침없고 정형화 되지 않은 터라 쉽게 평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이거군요.”
“그래. 이제 평단도 그를 자세히 볼 수 있겠지. 10억불 스타, 평화를 가지고 온 배우. 이런 수식어를 떼고서.”
“이걸 다 계산하고 영화를 고른 거라고 생각하세요?”
“글쎄. 전부는 아니겠지. 아니, 잘 모르겠다. 만약 전부를 고려하고 선택한 거라면 진호라는 인물은 훨씬 더 무서운 사람일 거다. 우리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거니까.”
평론가의 시선이 무대 위로 향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영화 관계자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중앙에 서는 건 역시 주연 배우인 진호.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할 거다. 한 차례 발을 디뎠으니 다음은 어디로 갈 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높이 뛴다는 거군요.”
“아주 높이 뛰겠지. 아니, 어쩌면 옆으로 뛸지도.”
“옆으로요?”
“어찌 알겠나.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그 어떤 배우와도 다른 인물이니까.”
진호가 무대 위에서 손을 흔들고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평론가들도 더 이상의 첨언은 멈추고 박수에 동참했다.
날던 뛰든 기던, 지금은 걷고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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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정식으로 개봉했다.
관수는 적었지만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
지금까지와 다른 진호의 연기에 ‘연기 변신!’이라며 연신 찬사를 쏟아냈다.
“일단 뭐, 영화 자체는 성공이네.”
“대표님 표정은 썩 좋아보이지가 않네요.”
“영화 개봉하고 발 뺀 광고업체가 몇 곳인지 알고 있냐?”
하지만 최현석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미지 때문에요?”
“그래. 연기 변신은 좋은데, 아무래도 상품과는 매치가 안 된다는 거야. 다행히 장기 계약 맺은 곳들은 이미지 고정에 대한 계약 조건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광고는 그냥 있으면 좋은 거고 없으면 마는 거죠. 크게 봅시다, 대표님.”
“그래, 인마. 아주 큰 사람 납셨어.”
단기적으로는 손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다.
최현석도 최대한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선아는 잘 나가고 있잖아요.”
“빠진 건 선아가 다 메우고 있지. 이번에 차트 1위 찍어서 공중파 데뷔도 결정됐다.”
“오, 공중파. 긴장 좀 하고 있겠네요.”
정식 음원이 발표되고 순식간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영화 응원하는 진호의 팬덤이 힘을 쓴 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았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말인데. 너 엘빈하고 많이 친하지?”
“친하죠. 이래저래 일 외의 얘기도 많이 하는 편이고.”
“그럼 그쪽에서 작곡가 소개를 받을 수는 없겠냐? 아니면 엘빈이 직접 도와주면 더 좋고.”
“곡을 벌써요?”
“선아가 써 둔 곡들이 있더라고.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고,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진호도 선아가 써 둔 곡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흠. 곡이 괜찮다고 해도 벌써 앨범 작업을 들어가는 건 빠르지 않을까요?”
“탄력 받았을 때 움직여야지. 우리가 음악 쪽으로도 사람을 모은다고는 하지만 간판이 없잖아. 선아가 그 역할을 해 줬으면 해.”
“간판이라. 아직은 부담스러울 텐데.”
이제 막 노래를 하기 시작한 아이다.
갑자기 부서 간판을 하라고 그러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건 알지만 우리가 파트를 신설 한 이상 결과물은 있어야지. 네가 한 번 물어봐라. 아직은 나보다 네가 더 편할 테니까.”
“흐음. 물어 볼게요. 근데 힘들다고 하면 강요하지는 마세요.”
“그건 약속하마.”
그나마 선은 있었다.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
마침 선아는 2사옥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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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2사옥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세미 등이 사용하는 연습실과는 다른 장소였다.
급하게 들여 놓은 기타와 피아노 등, 음악 작업이 가능한 공간이었다.
“연습 중인가.”
근처에 도착하니 노래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다만 OST에 사용한 노래가 아닌, 처음 듣는 노래였다.
‘나쁘지 않네.’
대충 듣기로도 괜찮았다.
— 쯧쯧. 코드 쓰는 법이 저렇게 조악해서는
“응?”
— 아이고, 플렛났네. 조금만 손보면 괜찮아 질 수 있는데, 뭘 모르네. 몰라.
“······이거 뭐야. 지금 선아 노래에 반응하는 거냐?”
— 응? 뭐냐. 너 지금 내 말이 들리는 거냐?
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앞의 있는 존재를 바라봤다. 뿌연 안개 같은 형체에 은은한 푸른빛을 두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귀신같은 모습이었다.
“이런 전생은 한 번도 없었는데. 대화가 되는 전생이라고?”
— 오! 너, 정말로 내 목소리가 들리나 보구나. 무당이냐? 아니면 비슷한 거라도 되는 거냐?
“허. 내 말에 반응도 하잖아.”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전생 반응이었다.
아무리 대단한 전생이라 하여도 직접 진호와 소통 한 적은 없었다.
하물며 대화는 생각조차 한 적 없다.
‘그나마 비슷했던 건······’
엘빈의 경우.
— 하하! 날 알아보겠지? 나 송준찬이다! 송준찬!
“천재 작곡가 송준찬?”
그의 이름이라면 진호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한국이 낳은 천재 작곡가라는 이름으로 워낙 유명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달 전에 죽은, 그 송준찬이라고?”
그의 사망 소식이 한 달 전, 매스컴을 가득 메웠었기 때문.
— 그래! 그게 나 송준찬이다!
진호는 갓 죽은 전생.
아니, 어쩌면 귀신이라 부르는 것이 좋은 존재와 맞닥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