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illion Past Life Actors RAW novel - Chapter 165
Chapter74. 변화하는 정세(2)
왕호룽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피습을 당했다.
범인은 바로 잡혔지만 정신이상과 피해망상 증세를 호소하며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었다.
왕호룽의 행적은 어디까지나 극비.
그걸 미리 파악하고 취약한 동선에 매복.
경호원들의 경호를 따돌리며 피습을 가한 행적은 계획된 범죄임을 증명했다.
“상태가 어떻습니까?”
“······심각한 것 같다. 지금은 기계에 의지해서 숨만 붙어있는 상황인가 봐.”
즉사는 면했지만 위태로운 상황.
애초에 나이도 있고 건강도 썩 좋지 않은 왕호룽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의 전망을 암울하게 내다보았다.
“제가 직접 보고 오겠습니다.”
“참아라. 지금 그쪽 분위기가 흉흉해. 네가 가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어째서요? 저와 형님이 친분을 나누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런 개인사로 해결하기에는 주변 상황이 썩 좋지 않아.”
최현석이 중국 발 신문을 보여 주었다.
마찬가지로 왕호룽의 피습을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다만, 그 내용을 보자면 괴상했다.
“······하나 된 중국을 버리고 망상을 취하던 사업가가 쓰러지다?”
“제 일보에서 이런 식으로 싣고 있어. 후속 기사도 이를 따르고 있지.”
“홍콩 시위 건으로 물고 늘어지는 겁니까?”
“아무래도. 저번에 일이 틀어지며 황천에서도 의견이 갈린 걸로 알아. 당과의 관계는 더 말 할 것도 없지. 죽이기로 나선 대상이 쓰러지자 이렇게 조롱하는 거다.”
진호가 어금니를 소리 나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국민이 자국 땅에서 피습 당한 사건이다.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지나친 일 아닌가.
“설마 범인도 중국에서 고용한 걸까요?”
“글쎄다. 나도 백방으로 알아보고는 있지만 중국 아니냐. 한계가 있어.”
“······대체 뭘 위해 이러는 걸까요. 사상과 이상향은 다르더라도 형님의 생각은 진짜였어요. 자국을 위한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겁니다. 근데 그런 사람을 이렇게 다루다니. 저 나라가 진짜로 대국이라 불릴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천인천색이라.
땅이 넓고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생각이 많다.
그렇기에 미친 사람도 많고 정신 나간 생각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거대한 광기.
전체가 작은 것을 찍어 눌러 그 권력에 취하니 더 이상은 일부라 칭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아. 큰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또 있습니까?”
“왕호룽이 쓰러지면서 황천의 권력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했어. 황천은 어디까지나 그를 중심으로 한 왕조. 왕이 무너지면 그 아래 귀족들이 날뛰는 법이지.”
“······아직 안 죽지 않았습니까.”
“그걸 낙관적으로 보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이미 노선을 달리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했어. 홍콩 시위를 비난하고 중국의 힘을 업어야 한다는 부류지.”
너무 당연해서 화 낼 힘도 없다.
애초에 중국에 기반을 둔 회사이니 이런 반응이 안 나오는 것도 이상했다.
“J.H의 상황은 어떤가요?”
“뒤숭숭하지. 핵심은 황천이었으니, 대부분의 활동도 정지된 상태야. 일본이나 동남아야 규모가 작게 잡혀 있으니 개별적으로 움직인다고 쳐도······”
“촬영이 문제겠군요.”
“그래. 지원이 전면 중지 된 기로에 처했어.”
촬영 불허에 지원 중단.
블루 아이와 진호의 역량이 좋다고는 하지만 무리하게 끌고 갈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영화가 실패하면 더 이상은 돌아갈 길 조차 없어 질 수 있으니까.
“일단은 상황을 좀 지켜보자. 왕호룽이 깨어날 수도 있으니까.”
“······네.”
상황은 그저 암담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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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습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여전히 왕호룽을 중심에 둔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되레 심각한 분열과 다툼만이 이어졌다.
황천은 완전히 찢겨진 채 아귀다툼으로 빠져들었다.
더 이상 J.H를 이어갈 힘도 의지도 없었다.
“스텝들도 귀국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촬영을 이어가기가 힘들어요.”
“대관 기간도 영원하진 않고. 다른 직원들도 걱정하고 있으니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때다.”
“제작 중단 말이군요.”
진호도 기로에 섰다.
명목 상 이번 영화의 총 책임자는 그다.
제작을 중단해야 한다면 그 선택 역시 그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가혹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선택은 빨리 하는 편이 좋을 거 같다. 아무래도 여론도 썩 좋지가 않아.”
“국내 여론까지 말인가요?”
“그래. 왕호룽이 쓰러지면서 황천의 노선이 달라졌잖아. 친중국 발언도 심심치 않게 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도 중국 돈 받아서 영화 제작하는 놈들로 묶이고 있어.”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요.”
“그때와 지금은 주변 상황이 다르잖아. 매일같이 홍콩 시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의 침묵은 동조로 받아들여지는 거지.”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아시아 통합이라는 명문을 들이밀어도 정세가 이래서야 먹힐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상황이 진호를 압박하고 있었다.
“······한 번. 한 번 왕 형님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비슷한 이야기?”
“네. 형님께서는 정쟁을 겪고 난 이후로 중국의 자정작용을 믿지 않았어요. 모든 활동이 중국의 간섭으로 망가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셨죠.”
“가능한 이야기지. 중국이라면.”
“그래서 말하기를 만약 황천과 J.H가 초기 의도대로 흘러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연대를 포기하라고 하셨어요.”
왕호룽은 이것을 위와 대적하는 촉과 오의 이야기로 비유했었다.
서구라는 강대한 위나라에 대적하려면 촉과 오가 손을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 오의 주군이 망종을 부린다면 단절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였다.
손권의 이야기라며 쓸쓸하게 웃던 얼굴도 기억났다.
“허면 황천과의 관계를 완전히 절단하고 단독으로 움직이겠다는 거냐?”
“네.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에요.”
“······가능은 하냐? 자본은 둘째 치고 전문가들은 전부 황천과 계약해서 온 거라고.”
“그건 앞으로 해결해야죠.”
진호는 왕호룽이 깨어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최악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
“저, 중국에 한 번 다녀올게요.”
위험하더라도 이번에는 직접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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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호룽이 입원한 병원은 그야말로 철통 보안 상태였다. 완전 무장한 경비가 주변을 에워싸고 실시간으로 감시를 했다.
CCTV의 숫자나 높은 철창은 말 할 필요도 없다.
긴 복도를 지나 병실가지 가는 진호는 긴장을 지우지 못했다.
“면회 시간은 30분입니다. 준수해주세요.”
한국말에 능한 의사를 스쳐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도 무장한 경비와 황천 소속 직원들이 두루 상주하고 있었다.
“······형님.”
그리고 병원 침대에 누워, 기계로 연명하고 있는 왕호룽. 창백한 안색과 깡마른 몸은 시체라고 해도 이상함을 못 느낄 정도였다.
진호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느꼈다.
죽어라 발버둥 치던 남자의 말로가 이런 것인가.
쓸쓸한 연민이었다.
“이대로 포기할 형님이 아닌 걸 압니다. 제 목소리가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들린다면 이딴 기계 따위는 그만 끄고 일어나세요. 아직 형님에게 기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처럼 일어나 중국몽을 떠드는 것도 좋다.
망상이라고 해도 그의 신념 자체는 순수했으니까.
이렇게 날개가 꺾인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중국은 이대로 안 됩니다. 서구권의 배척에 대항하여 하나 된 아시아를 만들자던 꿈도 끝나고 말 겁니다. 패악함만 남을 것이고 주변을 모두 적으로 만들고 말 겁니다.”
경비와 직원들이 움찔했다.
이들 역시 한국말에 능통한 거였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일 터.
“반드시 형님께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곳에는, 그리고 제게는 형님이 필요합니다.”
향후 행방을 캐내기 위해서 배치한 것이다.
최현석이 위험하다고 말 한 건 아마도 이런 것.
중국이라는 나라는 상식을 넘어서 무엇을 할 지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형님께서 이대로 일어나지 못하신다고 해도 전 끝가지 갈 겁니다. 우리가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서. 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할 말 숨기고 모른 척 하긴 싫었다.
“지켜봐 주세요, 형님.”
앙상하게 마른 왕호룽의 얼굴을 매만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비와 직원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따라 올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협력의 의미가 없다.
진호는 왕호룽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살피고 자리를 떴다.
병실에는 차가운 기계음만이 계속 흘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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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병원을 빠져나와 곧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줄기차게 따라오는 경비나 황천 직원과 엮이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잠시 만요, 진호 님.”
그렇게 무사히 나왔다고 생각할 즈음.
공항 화장실에서 후드티를 쓴 남자와 맞닥뜨렸다.
평범한 여행객 차림을 하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회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응? 회장님이라면?”
“왕 호룽, 회장님 말입니다.”
그것도 이상한 이야기를 들고서.
“형님은 병원에 누워있지 않습니까.”
“만약의 경우, 무슨 일이 생기면 제게 진호님을 찾아가라고 전언하셨습니다.”
“미리 안배해 둔 일이라는 겁니까?”
“네. 몇 가지 경우를 상정하여 그에 맞는 안배를 해 두셨습니다. 결국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게 됐지만.”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진호님이 그러실 이유가 없죠. 그보다 시간이 없을 텐데, 용건만 빠르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는 더 이상의 설명 없이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흔히 볼 수 있는 선물용 상자였다.
“가지고 가세요. 회장님께서 남기신 겁니다.”
“그냥 선물은 아니겠죠?”
“내용물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만약의 경우 황천과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면 필요할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셨구나.”
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받았다.
“그럼 전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부디 회장님의 유지를 이어주시기를.”
“살펴가세요.”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짧은 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그대로 흩어졌다.
화장실 밖, 경호원이나 황천 직원이 진호와 남자를 연달아 맞닥뜨렸지만 별 다른 행동은 없었다.
“고생들 하시네요.”
이내,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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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하고 계약 내역이라.”
진호는 왕호룽이 남긴 선물을 확인했다.
황천에서 그가 개별적으로 유동 할 수 있는 자금과 잔여 계약에 대한 권리증서였다.
이를 전부 진호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도 동봉되어 있었다.
만약의 경우 모든 걸 진호에게 맡길 계획이었던 것이다.
“······한국과 중국. 나라는 달라도 그 의기에 마음을 투합했다. 네가 이 편지를 읽는다면 일신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부디 마음에 족쇄를 걸지 말고 이를 유용하게 사용하여 첫 의기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내 조국에게도 더 나은 길이 될 테니까.”
남긴 편지도 있었다.
끝까지 조국을 생각한 그런 사람이었다.
많은 것이 다른 사람이었지만 진호는 그 마음만큼은 존경 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황천이 가고 나서야 창천이 오듯. 부디 맑은 하늘 아래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편지의 마지막을 곱씹으며.
진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