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Million Past Life Actors RAW novel - Chapter 36
Chapter16. 다시 일터로(1)
휴가에서 돌아온 진호는 최현석 대표와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몇 가지 부분에서는 놀라고 몇 가지 부분에서는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진호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배우란 뚝심이 있어야 해. 이리저리 휘둘리면 안 된다고.”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냥 짧고 즐거운 휴가 정도로만 에둘러 표현했다.
“그럼, 푹 쉬었으니 다시 일을 해 봐야겠네요. 스케줄. 들어 온 거 있죠?”
“있다 뿐일까.”
이미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주연 배우인 진호에 대한 러브콜은 비처럼 쏟아졌다.
최현석이 휴가 중인 그를 배려해서 전부 사전에 커트해 두었을 뿐.
“일단 사진부터 좀 찍자.”
다시 일상으로.
진호는 휴가가 끝났음을 실감했다.
#
영화는 추가 촬영본 없이 편집 과정을 마쳤다.
감독인 박종찬이 말하기를 ‘좋은 장면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엄선한 씬들로만 한 시간 반가량의 영화를 완성했다는 말이다.
“경찰서 분들도 초대할까 싶은데. 괜찮나요?”
“그럼. 당연하지. 신세를 졌는데.”
시사회 날짜가 잡혔다.
진호는 진세 진 경찰관들부터 몇 몇 친한 사람들을 초대했다.
동아리의 아영이나 은서.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서훈도 불렀다.
“이거 꽤 긴장되는 일이네요.”
“긴장 풀어. 감독님이 잘 나왔다고 확신했으니까.”
“하하. 걱정 반 설렘 반이에요.”
시사회는 말 그대로 완성된 결과물을 보는 시간이다.
진호도 아직 자신의 연기가 어떻게 조립되었는지를 확인 하지 못했다.
드라마처럼 결과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과 달리 영화는 그야말로 한 방.
떨림은 훨씬 더했다.
“진호, 오빠!”
“여어. 완전히 멋 냈는데?”
“와. 슈트 차림! 완전 멋있어요!”
시사회에 들어가지 전.
초대받은 사람들부터 먼저 찾아갔다.
꾸미고 온 은서 등이 웃으며 반겼다.
스케줄에 치이다 보니 이렇게 보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다들 와 줘서 고마워. 서훈 형도.”
“안 올 수야 있나. 우리 방송국에서 난리라고. 결과가 어떤지 꼭 눈으로 보고 오라는 거야.”
“가서 스포일러 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자식아, 내가 애냐?”
농담 섞인 말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었다.
연기의 시작점과 같이 한 이들이라 그런지 다른 누구보다 편했다.
진호의 얼굴이 한 결 편해졌다.
“어이고, 홍 형사님. 아니, 홍 배우님인가?”
“아. 팀장님. 다들 오셨군요.”
그리고 경찰서 사람들도 자리를 찾아 들어왔다.
하나씩 악수를 나누고 안부를 주고받았다.
‘와. 이게 시사회여?’ 덩치 큰 양반들이 연신 두리번거리는 꼴이 꽤나 재밌었다.
“저기, 진호 오빠. 시작 전에 잠깐 얘기 가능할까?”
“응? 무슨 일인데?”
“그냥. 잠깐이면 되는데.”
그렇게 대충 인사를 끝냈을 때.
은서가 옷자락을 당기며 은근하게 속삭였다.
남 앞에서는 못 할 말인가 싶어서 진호가 대기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뭔 일 있어?”
“오빠, 휴가 갔을 때. 혹시 라스베가스 갔었어?”
“어. 그건 어떻게 알았어?”
“아, 맞네. 찌라시치고는 뭔가 자세하다 싶더니.”
“찌라시?”
은서가 폰을 들어 스크립한 기사를 보여 주었다.
범람하는 인터넷 기사 중 하나에 불과했는데 내용이 제법 자세했다.
“배우 홍 모씨 중국 부호와 초호화 휴가.”
“이거 오빠 얘기 맞지?”
“응. 맞아.”
“······괜찮아? 이런 얘기 돌면 안 좋은데.”
“다른 얘기는 더 없어?”
“그냥 어디에서 놀았고, 어떻게 이동했다. 뭐, 이런 내용이 주류야.”
파파라치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전용기를 타고 이동해서 프라이빗 파티를 열었는데도 어떻게 사진이 찍힌 모양이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진짜? 기자들이 알면 또 하이에나처럼 달려 들 텐데.”
“그 하이에나가 혹등고래도 커?”
“응? 그건 또 뭔 소리야?”
“있어 그런 거. 좀 물어뜯어도 괜찮다는 이야기.”
백지수표를 들고 흔드는 혹등고래도 뿌리치고 왔다.
자잘한 하이에나들에게 흔들릴 진호가 아니었다.
“시사회 잘 보고. 어땠는지 평가해 줘.”
“으, 응.”
“그럼 들어가자.”
“어. 근데, 오빠. 어째 전하고 뭔가 좀 달라진 거 같다.”
“내가? 달라졌어?”
은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의 진호지만 뭔가 느낌이 달랐다.
어딘가 성숙한.
조금 더 깊어진 느낌이었다.
그것이 약간은 생소하지만 나쁜 건 또 아니었다.
‘더 멋있어 졌을지도?’
괜한 생각에 얼굴만 화끈했다.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
힐끔. 힐끔.
계속 얼굴을 살피는 건 멈출 수 없었다.
#
시사회 상영이 끝났다.
꺼졌던 불이 다시 켜졌다.
상영관 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뭔가 기이할 정도의 침묵이었다.
“와······와아아아!”
그러다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며 박수를 쳤다.
그제야 얼었던 얼음이 녹듯이 전원이 침묵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환호성을 내지르고 휘파람을 부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브라보! 브라보!”
“미쳤어! 이 영화는 미쳤다고! 이게 진짜 국산 영화라고?”
“결말에서 그 표정은 대체 뭐야!? 누가 악당이냐고!? 아직도 소름이 안 멎어!”
“연출부터 연기까지. 완벽하게 맞아 들어갔어.”
쏟아지는 반응은 칭찬 일색이었다.
시사회니 좋은 말을 해 주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건 꾸며서 나오는 반응이 아니었다.
그만큼 영화가 훌륭했다.
진호의 압도적인 연기력도 좋았고, 이걸 잘 살려서 편집한 감독의 역량 또한 대단했다.
합이 잘 맞은 연기라고 해야 할까.
1+1이 100이 되는 결과물이었다.
“배우님들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어느 정도 열기가 가라앉았을 때, 사회자가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을 무대 위로 불렀다.
“굉장한 반응이네요. 저도 보다가 오금이 저려서 발을 동동 굴렀지 뭡니까.”
“하하하.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졌나 봅니다.”
“뭐, 반응 보면 두 말 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럼 간단하게 감독님과 배우님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시사회에는 언론사나 영화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엄청난 양의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 편집 의도가 무엇인가, 연기는 어떤 식으로 한 것인가.
특히 감독인 박종찬과 진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전 그냥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연기를 한 것뿐이죠. 워낙 편집을 잘 해 주셔서, 저도 보면서 깜짝 놀랐다니까요.”
“그럼 작중 연기에 애드리브는 없었던 건가요?”
“아이고. 그건 제가 답을 대신 할게요. 애드리브요? 없겠습니까? 저 연기를 보세요. 아주 날 것 같아서 펄떡펄떡 뛰죠? 진호 씨랑 촬영을 하다보면 그 날 그날이 전쟁이에요. 어떨 때는 씬 자체가 애드리브로 점철 될 때도 있다니까요?”
“감독님. 그럼 제가 뭐가 됩니까?”
“뭐긴 뭐야. 엄청난 배우지.”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화 반응이 좋다보니 무슨 말을 해도 다 괜찮은 분위기였다.
“저기, 진호 배우님. 한 가지 영화 외적으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오 나의 뉴스’라는 곳에서 나온 기자였다.
진호의 시선이 닿자 냉큼 질문부터 던졌다.
“듣기로 휴가 중에 라스베가스를 갔다고 하던데. 이거 사실인가요?”
웃고 박수치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식었다.
이런 질문은 시사회에서 건넬 만 한 것이 아니었다.
주변 기자들마저 좋지 않은 눈으로 흘겨봤다.
“아, 저. 기자님? 그런 질문은 다른 자리에서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은데요?”
“답 하지 못할 질문인가요?”
“그건······”
“괜찮습니다. 답할게요. 어려운 질문도 아니고.”
만류하는 사회자를 대신해서 진호가 나섰다.
은서가 경고 한 것처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제법 있는 것 같았다.
“휴가 때 베가스 같습니다. 지인 분이 초대를 해 주셔서 잘 쉬다가 왔죠.”
“소문에 의하면 그 지인 분이 중국계 부호라던데. 맞습니까?”
“그건 사적인 내용이라 밝히기 꺼려지네요. 근데, 부호든 아니든 상관없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영화 개봉도 전에 중국 부호와 방탕하게 놀다 온 것이 사실이라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썩 좋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만.”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전 벌써 방탕하게 논 사람이 됐군요. 그 내용은 기자님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
“그냥 가정일 뿐입니다.”
“사실만 전해야 하는 기자분이 그러면 쓰나요. 전할 거면 제 입에서 나온 말만 똑바로 쓰세요.”
기자가 움찔했다.
평범한 어투였음에도 진호에게서 묘한 박력이 느껴졌다.
“여기서 확실하게 못 박을게요. 전 휴가 때 아는 분의 호의로 베가스를 비롯해서 분에 넘치는 휴양지를 돌고 왔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법을 위반하거나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찍은 영화, 연기 인생을 걸고 확답합니다.”
“아, 아니 뭐 그렇게까지 말 할 필요는······”
“기사를 낼 거면 정확하게 끝까지. 한 말은 모두 실어서 해 주세요. 전 한 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기자는 우물쭈물 거리다 뒤로 물러났다.
무어라 더 꼬아서 묻기에는 진호의 기백이 너무 강했다.
‘뭐야. 신인 배우 아니었나.’
도무지 저 모습은 신인의 것이 아니었다.
훨씬 더 많은 삶을 살아온 베테랑.
아니, 그보다도 더한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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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후기가 올라왔다.
표현은 달랐지만 맥락은 모두 같았다.
영화가 엄청나게 잘 뽑혔다는 것.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찬 일색의 후일담만 줄을 이었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도 올라왔다.
기본적으로는 영화 내적인 인터뷰.
하지만 한 기자가 던진 불쾌한 질문도 은근슬쩍 섞여 있었다.
중국 부화와 함께 호화 휴가를 다녀온 배우 홍 씨.
이름만 적당히 가렸을 뿐 진호에 대한 저격이었다.
“우리나라 기자들 가십이라면 참 좋아해.”
당연히 이런 기사는 손과 손을 타서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일부는 전문을 곡해해서 조회수를 빨아먹으려 했다.
악질적인 인터넷 가십 기사들이었다.
악플이 달리고 이를 방어하려는 팬들이 난투극을 벌렸다.
“괜찮냐? 말들이 많은데.”
“신경 안 써요. 이런 가십에 악플 다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 뻔 하죠. 그냥 남 꼬투리 잡고 싶을 뿐이에요. 심하다 싶은 기사만 골라서 고소하고 나머지는 그냥 두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진호는 회사 SNS를 빌려서 입장 표현을 했다.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고 고의로 이를 악용하려는 자들은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약간의 반발은 있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애초에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날 파리들이었다.
“예능 하나 하자.”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모든 사람이 SNS 소명문을 보는가?
전혀 아니다.
이제 영화가 개봉 할 텐데 좋지 않은 소문으로 사전에 초칠 필요는 없다.
이런 분위기 환기에 가장 좋은 거라면 예능.
홍보도 하고 소문도 잠재우는.
일거양득의 기회였다.
“진호야, 너 체력 좋냐?”
요즘은 야외 예능이 대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