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04
116화-
“저기가 어디라고요?”
믿기지 않는 심정으로 묻자, 샤를 레앙이 답했다.
“디엘 영지.”
벌써 세 번이나 오고간 문답에 결 국 재상이 끼어들었다.
“저, 근데 영애, 그건 왜 그렇게 물으십니까?”
묘하게 쩔쩔매는 기색이었다.
저건 이 일행 중 유난히 지쳤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건가.
아니면 그냥 나 때문에 그런 거…… 겠구나.
‘내가 도끼병을 시전하고 수습하 지 않아서 그런가 본데?’
나는 샤를레앙에게도 보이지 않는 재상의 모습을 안쓰럽게 일별하고 서 답했다.
“그냥 불길해서요.”
“ 예‘?”
“불길하다고?”
내 연애에 적신호가 켜진 것 같거 든요!
나는 시무룩하게 여기로 오게 된 경위를 찬찬히 떠올렸다.
일곱만 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짓쳐들던 수많은 마물들.
그것들은 우리를 어딘가로 몰아가 려고 했는데.
‘몰아가는 방향이 아무래도 전쟁 구역 쪽인 것 같았지. 그래서.’
조심하자는 의미로 억지로 마물들 을 헤치고 가장 가까운 영지로 방 향을 잡은 것이기는 했는데.
‘하필 그 영지가 디엘 영지일 건 뭐람!’
이런 게 운명이라는 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날 뭐, 그런? 하지만 왜 굳이 지금?
아직 원작 시작할 시기는 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가는 길에 내 매력을 보여 주려 고도 했었는데. 매력은 무슨, 마물 피 냄새만 잔뜩 묻었고.’
흑마법사가 무슨 원작 여주를 지 원 사격이라도 하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물론, 그게 진실이었을 줄은, 이때 의 나는 알 수 없었다.
“누님, 불길하다뇨?”
전보다도 한층 공손해진 목소리로 글렌이 물었다.
고개도 갸웃하며 눈을 도로록 굴 리는 모양이 참 귀여웠다.
하지만 네가 귀여워도 답할 수 없 는 건 없는 거지. 흑흑.
“그냥……?
그 머리를 쑤석거려 주자 글렌이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나는 글렌이 아닌 샤를레앙을 보 며 답했다.
“이, 이중함정?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 이중함정?”
내가 널 꼬시기 전에 원작 커플을 성사시키려는 원작의 함정 말이에 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전쟁터로 몰아가려는 움직임 이 너무 노골적이었잖아요.”
“너무 노골적이었다라.”
샤를레앙이 멈칫했다.
나는 대강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렸다.
“상대는 흑마법사, 그것도 이렇게 장기간 강력한 술수를 부릴 수 있 는 흑마법사라는 말인데.”
“그렇지.”
“그런 자라면 이쪽에 대해서도 알 고 있지 않겠어요?”
말하다 보니 어라,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란 듯이 뻥 뚫
린 길을 보여 주다니.”
너무 대놓고 전쟁 구역 쪽으로 길 을 내줬단 말이지?
“그게 수상해서 이쪽으로 오기는 했는데, 여기로 오는 길을 뚫을 때 마주한 마물들을 떠올려 보세요.”
“ 아.”
그때 1호가 작게 신음했다.
무언가 알아챈 모습이었다.
동시에 나도 심각해졌다.
“하나도 새롭지 않았잖아요. 쉽게 상대했던 마물들이라고요. 그런 마
물들이 있는 방향을 우리가 택하기 는 했지만, 우리가 그럴 거라는 걸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쉬운 마물들만 모인 곳을 뚫다보 니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오기는 했 죠.”
“ 맞아요.”
더 가까웠던 영지도 있었는데, 그 곳은 자연스럽게 지나쳐 버렸다.
“……머리를 썼군.”
“확실한 건 아니지만요.”
조금 찝찝하긴 했다.
“ 흠.”
샤를레앙이 글렌의 머리에 올라가 있던 내 손을 지그시 보면서 침음 을 흘렸다.
내 손을 노려보는 것 같은 모습이 어서 뭔가 했지만.
설마. 고민 중인 거겠지?
나한테 머리가 잡혀 있는 글렌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만……오
“일단 여기서 멈추도록 하지.”
디엘 영지를 코앞에 두고서 잠시 멈춰선 것은 그래서였다.
“ 예.”
“넵!”
재상만 빼고 다들 팔팔해서, 야영 을 할 준비는 금세 되었다.
“아이고……
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무참히 박살난 재상이 골골대며 천막 안으 로 향했다.
“누, 누님.”
“ 응‘?”
그때까지도 글렌의 머리에 올라가 있던 손은 내려놓지 못했다.
그게, 너무 부드러운걸……?
또 살며시 간질이며 방긋 웃어 주 자, 글렌이 눈을 크게 뜨고 날 빤 히 보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머리 쓰다듬는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불편해?”
“아뇨! 좋……
“ 좋아?”
내가 웃음을 터뜨리며 묻자 얼굴 이 발개졌다.
간지럼 고문 이후로 날 더 조심스
럽게 대하는 것과는 별개로, 얘가 내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물론 연애 감정 같은 것과는 거 리가 멀지만.’
얘가 나랑 동갑이라고 했던 것 같 은데……오
자기도 그걸 잊은 거 같아서 웃겼 다.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좋다면야, 계속 이러고 있어야지. 복슬복슬해서 만지면 마음이 안정 되는 것 같거든.”
진짜로 어린 동생이 생긴 기분이 라서 재밌단 말이지.
“안정이 된다고요?”
요 0 ” 흐.
글렌이 내 말에 고민스러운 기색 을 보였다.
“……그, 그래도…… 아니……으 죽 일, ……설마……”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
하지만 끙끙대는 게 진짜 강아지 같았다.
가만히 보고 있는데, 고민을 마친
글렌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돌려서, 나를 강렬한 눈빛으로 힐끔 보았다!
손이라도 뿌리치려나?
흥미롭게 지켜보는데 글렌이 주춤 주춤, 몸을 내 쪽으로 완전히 돌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 음‘?”
제자리에서 몸만 180도 돌렸단 얘기다.
때문에 아직도 생각에 잠긴 채 내 손을 노려보고 있는 샤를레앙과 나 사이에서, 글렌은 샤를레앙이 아닌
내 쪽을 마주 보는 상태가 되었다.
“글렌?”
“맘껏 쓰다듬으세요, 누님.”
눈도 안 맞추면서 입술만 오물거 리는 게 보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 짝 벌렸다.
얘, 얘 뭐야……?
“아, 어…… 고맙다.”
배싯 하고 슬쩍 올라가는 글렌의 입꼬리가 보였다.
분명히 난전을 겪는 중인데도, 얘
머리에는 먼지 한 톨 안 묻어 있었 다.
하긴 지금 꼴이 꾀죄죄한 건 엄살 고수 재상뿐이긴 했지만.
내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맺히던 순간.
“……영애.”
생각에 잠겨 있던 샤를레앙이 나 를 불렀다.
“네, 폐하. 생각은 다 끝났어요?”
“생각……?”
“생각 중이신 거 같았는데……
그가 내 손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유려한 미소를 그렸다.
“……그래, 생각. 끝났지.”
“아, 네.”
글렌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잊고 그 유려한 미소를 멍하니 보면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이었어요? 고민스러워 보이던데.”
더 솔직히 말하면 좀 화가 나 보 이기도 했었다.
맹하니 묻자, 그가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 였다.
“저 영지에 대한 것 말고, 고민이 있어서.”
“고민이요?”
의아하게 묻자 그가 작게 웃음소 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글렌 공자도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 저 말입니까?”
응……?
“아, 그럼 글렌 내 옆으로 와.”
“……네에, 누님.”
글렌이 조금 시무룩하게 터덜터덜 내 옆에 섰다.
당연히 그의 머리에 올라가 있던 손은 자연히 내려갔다.
샤를레앙이 더 짙게 미소 지으며 한 손을 들었다.
“어, 이건.”
샤를레앙이 아주 큰 동작으로 들 어 올린 손에는 내가 그에게 책 속 에서 찾아서 주었던 신물이 끼워져
있었다.
‘반지’ 형태의 그, 달의 신의 신물 말이다.
“……반지?”
글렌이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소리 가 들렸다.
샤를레앙이 여상스런 어조로 설명 했다.
“움직임이 묘하게 더 가벼워졌는 데, 착각이 아니었어. 이것의 영향 이었던 것 같다.”
“빛나고 있잖아요?”
줄곧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 던 신물이 말이다!
“그래, 마물을 벨 때만 그러더니, 이제는 계속 빛이 나는군.”
“좋은 거겠죠?”
바바가 그랬었다.
신물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꽤 유용하다고.
“아마도.”
“몸도 가벼워졌다고 했잖아요! 좋 은 걸 거예요.”
반지를 낀 그의 손을 꼬옥 쥐고
는, 그를 올려다보며 활짝 웃었다.
이걸 은근히 신경 쓰던 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도 기쁜 것인지 만족스러운 미 소를 지으며 답했다.
“확실히 좋은 거면, 저한테 고맙 다고 해야 해요! 제가 준 거니까?”
“당연하지.”
굉장히 부드럽고 다정하게 그가 긍정했다.
훗, 뿌듯하군.
그 모양이 반지라는 것도 내심 마 음에 들었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글렌이 끼 어들었다.
“그 반지를 누님이 주셨나요?”
아주 여린 목소리로.
“ 응‘?”
내가 그 애를 돌아보며 손을 놓 자, 스치듯이 보인 샤를레앙의 표 정이 흐려졌다.
“응, 내가 찾아 준 거야. 아주 특 별한 반지지.”
“특, 특별.”
빛났다는 둥 하는 말을 글렌도 들 었을 테니, 특별하다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텐데.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글렌이 경 악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상한 거라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반지가 신물이라는 것까지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 굉장히…… 음, 중요한 의미가 담긴 반지야. 좀 모양이 단 순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쁘지?”
무려 신물이니, 의미가 담긴 물건 이라고 표현하면 되겠지.
거짓은 아니니까.
“……네, 예쁘네요. 빛도 나고.”
글렌이 눈을 피하며 답했다.
우물우물 말하는 모양이, 삐진 아 기 고양이 같았다.
“왜, 왜 그래?”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며 묻자 누가 내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응? 샤를레앙?
그때 그를 돌아보려던 나에게 글
렌이 급하게 말했다.
“저도 선물!”
“……뭐‘?”
샤를레앙에게 손목을 쥐여 준 채 로 멍하니 글렌에게 물었다.
“선물, 주세요. ……아, 아무거나 요.”
“헉”
악, 얘 뭐야!
미친 귀여움……! 그러니까 왜 나 만 선물 안 줬냐고 삐진 거란 말인 가!
미치겠다.
나는 방방 뛰고 싶은 것을 가까스 로 참으며 글렌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 알았어. 누나가 선물 을, 큼.”
아주 침착하게.
“줘, 줘야지, 그럼!”
으득, 하고 머리 위에서 이를 가 는 소리가 들렸다.
글렌의 표정이 환해졌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샤를레앙을 의식하자, 무언가가
문득 떠올랐다.
“정말요? 그럼 저도 반,”
“당연히 정말이지!”
나는 앞부분만 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여 준 뒤, 샤를레앙을 한 번 보고서 글렌에게 말했다.
“그럼, 글렌. 난 우리 샤를레 폐하 랑 따로 이야기하고 돌아갈 테니, 먼저 천막에 들어가 있을래?”
아무거나 된다고 했으니, 일단 요 정들이 뽀뽀해 준 과일을 주는 걸 로.
한창 먹을 거라면 사족을 못 쓸
나이는 아니지만 그렇게 보이 니까!
“네에……?
아냐, 성격도 어린 것 같으니 좋 아할 것 같다.
나는 글렌에게 팔랑팔랑 손을 흔 들어 준 뒤, 생긋 웃으며 샤를레앙 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게 지금도 빛난다고 요‘?”
마물들 벨 때만 빛나던 게, 지금 도?
“코앞에 디엘 영지를 둔 지금?”
아무 말이나 주어 섬긴 것이었지 만, 내가 영 헛짚은 것은 아닌 모 양이었다.
난 천잰가?
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마주하며, 샤를레앙이 다시 천천히 미소를 그 렸다.
뿌듯하게 웃는 나를 보던 그가 반 지를 낀 손으로 내 손을 쥐어 손등 에 스치듯 입을 맞췄다.
“그래.”
한 박자 늦은 답을 흘리며.
은근하게 휘어지는 보랏빛 눈은 흑빛에 가깝게 짙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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