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11
123화-
-빌어먹을 년!
체를라 디엘은 오늘따라 오래 깨 어 있는 신의 목소리를 언제나처럼 무시했다.
-그만, 그만해!
미혹의 신이겠지.
그녀는 이 신을 굉장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야.
‘힘이 있는데 그걸 왜 마음대로 쓰지 말아야 하는 거지?’
이제 내 힘인데.
체를라 디엘은 흑마법사로서도 비 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물 을 가지게 되면서 더욱 범접할 수 없는 최면사가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힘을 흑마 법사들의 대의를 위해 쓰는 데에 거침이 없었다.
최면의 힘은 상대가 경계를 강하 게 하는 만큼 위력이 약화되는 단 점은 있었지만, 이렇게……오
“누님.”
한번 최면으로 지배했던 자라면.
“기억났습니다. 저 사람, 제가 아 는 사람이에요.”
어지간하면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 어날 수 없었다.
파리하게 질린 체를라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맺혔다 사라졌다.
그 모습을 샤를레앙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기억이 났다고?”
스칼렛 아르만이 물었다.
가까이에서 직접 마주한 스칼렛 아르만은 꽤나 아름다웠다.
그녀는 빛으로 된 파랑새와 요정 둘을 안은 채, 샤를레앙에게 거의 안겨 있었다.
그 작태가 참으로 우스웠다.
곧 체를라 자신과 자리가 뒤바뀌 게 될 것을 생각하면!
체를라는 자신이 있었다.
‘폭군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 자신 이.’
욕망에 젖어 그녀의 발끝에 입 맞
추게 만들 자신이 말이다.
“제 약혼녀…… 였어요.”
“ 뭐?”
기가 막힌다는 듯 샤를레앙과 스 칼렛 주위를 지키고 있던 이들이 코웃음을 쳤다.
움직이는 기척이 없는 것을 보니 그 유명한 샤를레앙의 그림자들인 것 같은데.
체를라는 그들에게도 최면을 걸까 하다가, 잠시 뒤로 미루었다.
“예. 제가 어릴 때……/
“하지만 아까는.”
글렌 마시아르만으로도 이 상황을 바꾸기엔 충분했으니까.
당황스러워하던 스칼렛의 어깨를 샤를레앙 황제가 가볍게 감싸 안았 다.
샤를레앙의 눈이 체를라를 보며 가늘어졌지만, 체를라는 그 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알아채지 못했 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네요.”
입술을 한 번 못마땅하게 짓씹은 뒤, 체를라가 말했다.
“어릴 적 제게 약혼자가 있었다 고……오 태중 약혼이라고 했던가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요.”
얼굴이 바뀌었으니, 본 적은 없는 것으로 해두자.
그리 생각하자 글렌이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그가 고개를 끄덕였 다.
“영애는 묻지 않는군.”
그때 샤를레앙 황제가 툭 말했다.
체를라는 내심 반기며 뒤늦게 샤 를레앙을 마주 보았다.
아주 순수하고 가녀린 몸짓을 동 반하여.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꼬맹이의 나이에 대해서.”
“마시아르의 도련님이라면 들은 바가 있으니까요.”
가련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 온다.
실로 체를라의 취향에 맞지 않는 성격이지만, 스칼렛 아르만과 정반 대의 매력을 보이기 위해서는 이런 연기도 필요했다.
바람을 또 불어오게 하고, 풍성하 게 흩날리는 붉은 머리채로 그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래서 당황하지도 않았단 말이 지. 생전 처음 본 약혼자를 보고.”
“예……오 놀라는 것은 실례이기도 하니까요.”
샤를레앙이 가볍게 웃었다.
실웃음 한 번에도 황제의 얼굴은 미려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체를라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다면.”
샤를레앙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잠시 후 말했다.
“마시아르 공자는 레티 영애의 동 생이나 다름없는 자이니, 영애도 동생이라고 봐도 되겠어.”
“……예, 그렇게 되겠군요.”
무언가 찝찝했지만, 알아서 가까 워져 주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 었다.
‘일단 안으로 들이기만 한다면.’
그때부터는 다른 의미로 가까운 관계가 되는 것도 간단한 일일 테 니.
“아, 그렇다면, 폐하.”
체를라가 소박한 얼굴에 요염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을 이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저희 성에 초 대 드려도 괜찮을는지요.”
“괜찮지.”
샤를레앙 황제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아름답다. 역시, 탐나는 자였다.
체를라는 부러 스칼렛 쪽은 보지 도 않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 얼굴로 지을 수 있는 가장 아
름다운 웃음을.
스칼렛 아르만의 얼굴이 굳는 것 이 보였다.
‘그럴 수밖에.’
샤를레앙 황제의 보라색 눈에 한 가득 그녀가 담겨 있으니까 말이 다.
‘이렇게 가벼운 도발이 먹히다니, 재밌어.’
“폐하, 그러면 저는 먼저 돌아가 가주님께 폐하께서 오실 것을 알리 겠습니다.”
“그러도록 해.”
빙그레 웃으며 답하는 황제는 일 견 그녀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거 둔 것처럼 보였다.
체를라는 자신의 매력을 맹신하는 자였으므로, 황제의 그 이상한 변 화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이제야 내 힘이 통하는가 보군.’
하긴. 이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냥 흑마법사일 때의 힘이라면 몰라도, 신물까지 더해진 최면의 힘이라면.
‘칼리오르라도 이겨 낼 수 없지.’
체를라는 금세 상처받았던 자존심 을 회복했다.
“저는 이만.”
“기대하지.”
“예, 폐하.”
체를라가 일반인인 척을 하며 성 안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면서, 나는 우 울해지는 기분을 막지 못했다.
힐끔 샤를레앙을 보자, 나와 눈을 맞추긴커녕 흥미로운 시선으로 체 를라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가 난 것도 아니니까, 이건 아 무래도.
‘아주 넋이 빠졌네.’
역시 그런 거겠지.
‘왜지‘?’
이상형도 아니면서.
오히려 지금 그의 이상형에 가까 운 건 나인데!
‘저 사람은 정반대인데도 저렇게
넋이 빠져서는.’
하긴, 원래 취향도 뛰어넘는 게 사랑이라는 것이니.
연애를 글로 배운 자라 해도 그 정도는 알았다.
난 원작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 황 제의 독백을 떠올려 보았다.
‘인생의 중심추가 그 순간 저 사 람에게로 옮겨 간 것 같았다고 했 었지.’
그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라면….
여전히 내 어깨를 감싼 손길은 다 정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그냥
친구를 향한 다정함에 불과했다.
그는 사랑에 빠지면 맹목적이 되 는 사람이니까.
“이제 확실히 알겠네.”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 영애?”
“……네.”
한 박자 늦게 그에게 반응하며 새 와 요정들을 더 꼭 끌어안았다.
삐이?
[레티! 헤헤.]
[꺄하하! 좋아!]
[우웅……』
새와 요정들이 좋아라 했다.
샤를레앙과는 눈도 맞추지 않고 있다가, 나는 생각했다.
‘아, 진짜 싫다.’
이건 명백한 질투다.
속이 갉아 먹히는 기분.
희망 없는 사랑이란 거 생각보다 힘들구나.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마음을 털어 버리기로 다짐했다.
‘일단 저 여자의 수상한 점을 알 아내기는 해야 하지만, 그거랑 이 건 별개니까.’
사랑에 미친 폭군을 자극하지는 말아야겠지……오
처음 빙의했을 때로 돌아간 기분 이었다.
“뭐 해요. 얼른 갈 준비 하지 않 고.”
나는 시무룩해진 기분을 감추며 샤를레앙에게 말했다.
“……왜 그랬는지 묻지 않아?”
“뭘 물어요. 가고 싶으면 가야지.”
“ 아니……/
“영애가 기다린다잖아요. 얼른얼 른. 천막도 다 치우고 해야죠.”
“ 흐음.”
샤를레앙이 나를 묘한 눈으로 보 다가 답했다.
“내가 할 일은 없는데.”
“저도 뭐.”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던 그림 자들이 쌩 하고 사라졌다.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내가 툭 물었다.
“어땠어요?”
좋아, 난 친구다. 그건 아직 그대 로야!
‘뭐, 인생에 사랑이 전부인 것도 아니고.’
깔끔하게 포기하자.
나는 최대한 밝게 굴기로 다짐했 다.
“음?”
“디엘 영애 말이에요, 폐하.” 그가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에이, 관심 없는 척하기는. 첫눈에 반했다고 써 있었는데. 내가 다 봤는데.
“ 있잖아요.”
흐흥, 웃으며 그의 팔뚝을 손가락 으로 한 번 콕 찔렀다.
“혹시라도 달리 좋아하는 사람 생 기면 꼭 말해 주세요.”
“왜? 죽이게?”
에이, 내가 자긴 줄 아나. 죽이긴 왜 죽여!
나는 그에게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답해 주었다.
“그야, 적당히 타이밍 봐서 파혼 해 드린다는,”
“ 영애.”
그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
나는 어쩐지 이글거리는 그의 눈
빛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친구는 되었겠다, 나중에 연애 상담은 해주려고 했는데.
‘체를라 디엘이 흑마법사면 그야 말로 고민거리가 배로 늘어나는 거 잖아?’
뭣하면 저 여자 기절시켜서라도 흑마법사 무리에서 나오게 하고 뭔 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신물로 도 와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말 이다.
그래서 한 말인데.
그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나를 빤히 보던 그가 조금 허스키 한 목소리로 작게 웃더니, 가라앉 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농담은 하지 마.”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떼어내는 손길이 자못 은밀했다.
“그러다 내가 돌면 어쩌려고 그 래.”
……거기서 왜 당신이 돌아 버리 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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