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15
127화-
약 다섯 시간 전.
“아르만 영애와 재상님, 그리고 다른 분의 방은 다른 곳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체를라 디엘은 다소 냉랭하게 말 했다.
누가 봐도 그녀는 황제에게 호감 이 있어서 황제의 약혼자를 적대시 하는 영애로 보였다.
‘정말 그게 전부라면 이렇게 경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나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렇군요. 그럼 안내해 주세요.”
아주 잠시, 샤를레앙과 함께 있겠 다고 할까 했지만.
어쨌든 목적은 체를라의 수상한 점을 발견하는 것이니까 이번은 순 순히 따라 주기로 했다.
체를라가 앞장을 섰다.
하여 그 뒤를 따르려는데, 걸어도 몸이 나아가지 않았다.
폐하?”
“샤를.”
“네, 샤를. 이거 놔야 가죠.”
“어딜 가.”
나는 눈으로 열심히 말을 걸었지 만, ‘눈으로 말해요’는 역시 현실에 서는 무리였다.
“약혼 관계인데, 떨어질 필요가 없지. 둘만 안내하도록 해, 디엘 영 애.”
나를 향하고 있는 은은한 미소는 상당히 달달한 것이었지만.
목소리는 겨울바람처럼 서늘했다.
뭐야, 같이 있고 싶은가 봐.
나는 퍼뜩 든 생각에 입꼬리를 진 정시키느라 입을 꾹 다물었다.
이쪽을 식은 눈으로 응시하는 재 상과 1호-그는 수행원인 척하고 있다—를 애써 무시하며, 나는 도 도한 표정을 지었다.
슬쩍, 샤를레앙 쪽으로 한 걸음 붙으면서.
“영애께 필요한 것을 갖춰 두지 못했는데……/
파르르 떨리는 체를라 디엘의 목 소리.
“그러니 서둘러야겠지.”
샤를레앙은 그걸 단칼에 자르며 나를 더 자기 곁으로 가까이 끌어 당겼다.
“그게 뭐 오래 걸린다고. 그렇지 않나?”
“……예.”
마지못한 답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런 체를라 디엘을 티 나지 않게 살폈다.
‘역시, 조금 이상해.’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
저 여자가 혹마법사라면?
그것도 글렌을 납치했었다는 고위 흑마법사라면.
‘저렇게 하찮을 리가 없는데.’
하는 짓이 너무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조금 전부터 이상하게 익숙한 느 낌이 든단 말이지?’
아주 희미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가 안내하는 방에 갈 생각이었는데.
‘뭐,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더군다나 샤를레앙이 원하지 않는 다면야.
나는 그의 손을 살며시 잡고서, 체를라 디엘이 가장 좋은 방이라고 한 곳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천천히 멀어지는 체를라 디엘과 1호를 보면서 외쳤다.
“참, 영애! 그 둘도 아주 깊은 사 이니까, 한 방으로 주세요!”
이왕이면 무력이 떨어지는 재상과 1호를 붙여 두는 게 안전하겠지?
걸어가던 셋이 멈칫했다.
그리고 돌아보는데……오
“영애!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 니까!”
“제, 제가 이 멀대랑 깊은…… 우 웩.”
그럼 어린애들 표현하듯이 아주 친한 사이라고 할까?
그건 좀.
너무 장난스럽게 들리지 않아?
나는 이번에도 내 마음이 눈으로 전해지기를 바라며 의미심장한 표 정으로 말했다.
“맞잖아요. 아주 깊은 사이.”
재상과 1호가 똑같은 포즈로 뒷목 을 잡았다.
역시, 친하네.
투닥대는 꼬맹이들처럼 친해 보였 다.
‘아니, 척하면 안전하게 붙여 놓는 줄 눈치챌 것이지, 왜 저런담?’
샤를레앙이 나를 빤히 보았다.
“왜요? 맞는데.”
“맞지.”
착각일까.
그가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는 건 인사말이라도 그 냥 막 좋죠?”
“ 응?”
“이해해요. 나도 그렇거든요. 어 우, 이래서 연애를 하나. ……아무 튼! 디엘 영애, 아셨죠? 부탁드릴게
요!”
체를라 디엘이 묘한 눈으로 재상 과 1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답할 정신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를 유심히 보다가, 샤를 레앙과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탁. 하고 문이 닫혔고.
“샤를. 저녁 식사 전에 뭐 이상한 거 있는지/
내가 소곤거리며 샤를레앙을 향해 몸을 돌렸을 때였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샤를레앙
의 얼굴이 무언가 이상했다.
“살펴야 하는데……『
그가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내 의 사를 가만히 물었다.
‘이럴 땐 눈으로 말해요가 통하는 구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나는 턱을 조금 들어 그에게 답했다.
삼킬 것처럼, 그가 내게 입을 맞 추었다.
적진의 한가운데에서.
요정들은 생각했다.
‘레티가 또 쪽쪽해.’
그들끼리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 도 대화가 통했다.
심지어 이들의 대화는 시간의 구 애도 덜 받았다.
무슨 말이냐면, 짧은 시간에도 많 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요정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쓸
수 있었다.
선배 요정이 없어서 그게 구체적 으로 어떤 현상인지는 알지 못했지 만.
피 냄새를 풍기는 가지 요정들이 꽃향기 나는 세 아가들에게 뭘 말 해 줄 리도 없었고.
뭐, 그들은 몰라서 해줄 말이 없 었겠지만 말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건, 그 들을 놀려대던 황궁의 가지 요정들 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으니까.
‘쪽쪽. 안 들려도 다 알아.’
길이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시 무룩하게 중얼거리자, 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쪽쪽 아니고 쪼옥쪼옥이야.’
‘응, 쪼옥쪼옥.’
‘레티가 그 말 하지 말랬는데!’
델이 활기차게 외쳤다.
‘그럼 뭐라고 해?’
넬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델이 또 씩씩하게 답했다.
‘그냥 듣지 말랬어!’
사실 이럴 때는 다른 데로 가 있
으라고 했었고, 그걸 델만 들은 것 도 아니었지만.
‘그러면, 우리 계속 이렇게 귀 막 아야 해?’
‘웅. 그러라고 했어. 레티가 그랬 어!’
길의 시무룩한 말에도 씩씩하게 답해 주었다.
델은 지금 즐거웠다.
그리고 사실 그건 길과 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티, 즐거워한다!’
저 은색 머리의 인간과 있을 때 레티는 유난히 기뻐했다.
단순한 기쁨이 아니다.
레티의 마음도, 생각도, 전부 몽실 몽실한 빛을 띠기 시작하는 것이 다.
그것은 영혼의 기쁨이었다.
나이가 좀 있는 요정들이었다면 단숨에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겠 지만, 아직 어린 그들은 느끼기만 할 뿐 정체를 확실히 알지는 못했 다.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좋은 거지만.
‘빨리 끝나면 좋겠다.’
‘응. 응.’
‘심심해……/
……귀 막고 있는 건 좀 심심했 다.
잠시 조용히 있다가, 빛 계열 요 정인 넬이 툭 말했다.
‘근데 여기, 이상해.’
‘그치?’
물 계열의 길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디엘 영지라는 곳에 들어오자 마자, 요정들은 이상을 감지했다.
기분 나쁜 마력의 흐름을.
물론 이상한 것은 들어오기 전부 터도 있었지만 말이다.
‘걔, 걔도 이상해.’
라샤헬의 아이, 글렌 마시아르.
백금빛 머리에 핏빛 눈동자를 가 진 예쁜 아이였다.
레티가 최고지만, 그 애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다.
아니, 오히려.
‘썩어 버렸어!’
‘썩은 과일은 못 먹는데…… 그래 서 땅에 주는데……?
‘걔는 과일이 아니야.’
‘그럼 인간은 썩으면 어떻게 해?’
순수한 목소리들이 살벌한 소리들 을 뱉기 시작했다.
‘인간도 썩으면 땅에 주는 거야.’
넬이 다정하게 말하자, 길이 식겁 했다.
‘레, 레티도?’
‘레티는 안 썩었어! 안 썩어!’
델이 울상이 되어 외쳤다.
‘레티는 썩어도 땅에게 안 줄 거 야.’
‘맞아. 맞아!’
‘애초에 썩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거야.’
‘근데, 썩은 거랑 닿으면 썩잖 아……/
‘안 닿게 하면 되지!’
형제들의 단호한 말에 소심한 길
이 포옥 한숨을 쉬며 안도했다.
소년 요정들은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땅이 원하지 않으면, 우리가 갖고 있지 뭐.’
‘응응. 빨아서 말리면 깨끗해지겠 지……/
‘응응. 영혼만이면 그렇게 할 수 있지! 혹시 레티가 갖고 싶다고 하 면 준다고 하자!’
‘좋아!’
‘좋아……!’
그리고 그 시각.
체를라 디엘은 서늘한 미소를 머 금고서 결정했다.
글렌 마시아르.
보호하려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그들 사이에 깊게 녹아들어 있는 것 같은데.
‘얼마 보지도 않은 사이라서 이용 해도 얼마나 이용할 수 있을까 고 민이었는데.’
잘되었어.
살살 그녀의 신경을 긁던 재상과 그림자들. 그리고 그녀의 미혹에는 털끝만큼도 반응하지 않던 폭군 과……으
‘스칼렛 아르만.’
미혹의 신물의 신이 또 잠들자마 자, 스칼렛 아르만을 향해 기분 나 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스칼렛이 제 속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는 것 같은 그런……으
‘여유가, 없어졌어.’
즐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이라니.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오
‘내 신이 잠든 것이 그 계집과 무 슨 상관이 있다고?’
이해할 수 없다.
그녀는 몰랐다.
지난 날 폭군에게 한 팔이 잘리던 날.
스치듯 그녀를 보았던 스칼렛이 자신의 신성력의 일부를 그녀에게 심어 두었었다는 것을.
하여, 그녀는 이 이상한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해, 글렌 마시아르 를 예정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죽 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어차피 제물로 필요했으니, 그들 의 제물을 되찾고 나서 상대해 주 도록 하자.’
그들에게 꽤 아낌을 받는 것 같으 니 이용하기도 좋겠지.
그리 생각하며, 그녀는 천천히 만 찬장으로 향했다.
만찬의 시간이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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