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0
142화-
“왜?”
그의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굳어진 얼굴을 풀기 도 했다.
잔잔한 미소마저 걸치고서 날 바 라보는 얼굴에는 편히 말하라는 무 언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날 사랑하는구나.’
어쩌면 그저 지나가 버릴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 사랑에 대하여 나는 그리 믿 는 편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의 지속성에 대하여.
‘난 그의 이상형도 아니니까 지속 성은 더 짧지 않겠어?’
아니,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을지 도.
하지만 상관없었다.
‘세상에 영원한 감정이 어디 있다 고.’
물론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강렬 하며 깊은 감정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내게 그런 감정을 가졌는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꼭 그런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 행복하면 충분한 거 아니야?
‘연애가 그런 거지 뭐.’
모쏠이라도 그런 건 안다.
그래서 상관없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유를 들으면 파혼해 줄 거예 요‘?”
이유를 말하기 전, 되게 치사한 질문을 하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사람의 마음은 내 생각보다 더 깊고, 오래갈지도 모른다고.
그가 나른하게 눈웃음을 지었다.
“글쎄.”
그러고는 소름끼치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아마 안 될 것 같은데.”
“일단 들어 보자 이거였군요.”
“……그대가 나를 싫어하게 되어 도.”
그의 미소는 늘 내게만 다정했다.
그 미소가 다소 일그러지고, 줄곧 내가 찬란하다고 찬사를 보냈던 보 랏빛 눈이 탁하게 가라앉았다.
“놓을 수 없을걸.”
내 뺨에 닿는 손길에서 진득한 무 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그래, 멧.”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움직임에 애정이 어려 있어서.
그가 조금 더 아파지기 전에 나는 조금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휴. 그거 참 신기하네요. 난 샤 를에게 미움 받는 거 엄청 무섭던 데.”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해?”
“음, 그러게요. ……지금 나 미워 졌죠? 이해해요.”
그가 의아하게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는 한 차례 작게 웃더니 내 뒤를 검으로 그어 버렸다.
“큭, 커헉!”
대신관의 목소리였는데. 그리 생 각함과 동시에 피 냄새가 훅 끼쳤 다.
갑자기 무슨.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나를 저지하 며, 샤를이 말했다.
“그래서, 이유는?”
“그게요.”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의 귀에 아
주 작게 속삭였다.
“우리 약혼 계약서가 이번 싸움에 방해가 된대요. 그러니까 일단 깨 고, 싸움 끝나면 결혼하죠.”
귓속말을 하느라 나와 얼굴을 반 쯤 겹치고 있던 그가 휙 나를 떨어 뜨렸다.
그러고는 내 어깨를 잡고서 날 뚫 어져라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
저렇게 당황하고, 화가 나고, 황홀 해 보일 수도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크홍, 하고 웃자 그
의 눈에 불길이 일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모닥불의 신 이 목이 메인 목소리로 내게 속삭 였다.
[다정한 아이야. 그래, 그렇게 하 면 저 아이도 싸움에 집중할 수 있 겠구나. 약혼을 파기하면 저 아이 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하였는데. 참으로 다정하고 현명하다.]
재수 없는 신들 같으니라고.
뒤통수 맞을 준비해라.
희생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 지.
‘내가 생각도 조심하고 있어야 해 서 샤를에게도 말을 다 못 했지만.’
내게 몰래 파랑새를 붙여서 책만 넘기고는 어느새 자리를 비운 바바 를 포함해서, 아무도 희생하지 않 게 할 것이다.
신만 빼고.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나 를 부둥켜안는 샤를의 등에 마주 손을 올렸다.
“뭐야. 왜 답 안 해요?”
불퉁하게 묻자 그가 막혔던 숨을 토해 내듯 웃었다.
그리고 내 옆머리와 이마, 코에 차례로 입술이 내려앉았다.
“벅차서. ……사랑해, 스칼렛.”
“으흐흥.”
웃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뭐야, 사랑한대! 꺅! 으하하하!
헤죽 웃고 있는 내 입술에 그의 열기가 가볍게 내려앉았다.
“아, 너무 완벽한 답이네요.”
그리고 점차 깊게, 키스가 이어졌 다.
대신관이 칼을 맞고 죽어 가는 참
사의 현장에서.
“그대는?”
“흐음, 저도요.”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약속했 다.
“사랑해요.”
재상은 자신을 툭툭 치는 미약한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끝. 났. 어.
사람일 때는 영 미덥지 못했던 글
렌 요정님이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칼질하다가 키스질을 하고 있는 그의 주군이 모종의 거사를 끝내셨다는 것이다.
클로버 재상은 안도하며 귀를 가 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사랑해, 스칼렛.”
“사랑해요.”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염장 소리 를 듣고 말았다.
허망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재상을
보며, 글렌 요정이 비웃었다.
요정은 귀를 막아도 다 들린단 말 이다!
짜증나는 상황이 온다면 다 같이 겪어야지.
어딜 혼자 빠지려고.
그 바르샤 브로켈이라는 놈은 아 주 소리 소문 없이 다른 곳으로 도 망쳤지만.
‘친구들의 저런 장면을 보는 건 고문이라고 했으니까, 그쪽은 놓아 주지.’
글렌은 그를 멀뚱멀뚱 구경하고
있는 세 요정들에게로 동동 떠서 돌아갔다.
[크로버 아파?]
[화내? 왜?]
[운다!]
뿌듯하군.
글렌은 빵실빵실한 궁둥이를 들썩 이며 작은 기쁨을 표했다.
이어지는 키스의 현장에 그림자들 이 숙덕거렸다.
“서쪽 정리했냐?”
“0 ”
“ 동쪽도?”
“응. 근데 아직도 안 끝났네……
“어머, 어머!”
연이어지는 키스 광경에 3호만이 좋아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1호와 2호는 최대한 열심히 신전 을 정리해 버렸지만……으
신관들을 다 가두고 죄질이 끔찍 한 이들을 따로 격리하여 재판에 회부 신청서까지 올린 뒤에도.
도무지 키스가 안 끝난다!
아주 자기들 세상이었다.
물론 잔챙이들을 정리하는 게 그 들의 의무이기는 했고, 이제 저 안 으로 들어가면 저 두 사람이 가장 위험할 것 같기는 했지만.
그나저나.
“……저기, 대신관 죽어 가는데 요‘?”
“루만 백작에게 연락해 둬야 하 나. 이거 죽지 않고 황실 재판에 회부해야 우리 폐하 악명이 사라질 텐데.”
“제가 다녀올까요?”
“우린 여기 있어야 해. 요정님들
도 자리를 비우지 말아야 하고.”
“가장 도움이 안 되는 건 나이니, 내가 그걸 황궁에 갖다 두고 오겠 네.”
재상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 사람도 아니고 그것이라고.
거리낌 없어진 지칭에 킬킬거리며 1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잖아도 빨리 돌아가라고 할 생각이었습니다. 자.”
반시체가 되어 피를 쏟고 있는 대 신관이 재상의 등에 업혔다.
평소라면 비명을 질렀을 상황이었 지만, 재상은 군소리 없이 발을 놀 렸다.
“제길! 제길!”
한이 맺힌 추임새가 멀어졌다.
1호는 다 끝나면 필히 재상을 사 랑으로 구박해 줄 사람을 소개시켜 주자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 사이에서 빛무리가 새어 나왔다가 사라지고, 마법 계약이 파기되었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윽고, 문이 열렸다.
세 요정과 세 그림자.
그리고 스칼렛과 샤를레앙이 걸음 을 옮겼다.
마지막 남은 흑마법人)’, 아니 마신 의 강림체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 로.
바바는 터덜터덜 걷다가 멈췄다.
파랑새를 통해 연락할 수 있으니, 친구들의 애정 행각이 끝나면 어련 히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을 공유할 작정이다.
따로 빠져 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태양신.
그리고 뒷문.
“이 문을 잠가 두면 퇴로가 사라 지는 거 확실한 거죠?”
스칼렛과 샤를레앙이 향한 장소를 그새 파악한 태양신이 답했다.
[그래. 적어도 이 신전 밖으로는
본체가 나갈 수 없게 될 거다.]
“ 흐음.”
[지금은 이렇게 마신의 권속들에 게 먹혀 버렸다고 해도, 이 건물 자체는 신전이다. 아주 오랫동안 신관들의 터전이었던 곳이지. 개조 가 많이 되기는 했어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중요한 기관들이 있다.]
그중에는 마신도 어찌할 수 없는 ‘섭리’와 얽힌 것도 존재했다.
“그게 이거고요? 이번엔 확실하 죠?”
바바가 몽롱한 어조로 꽤나 싸늘
하게 물었다.
신도 몰랐다고는 해도, 이쪽이 가 짜 세상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아 온 바바로서는 곱게 말이 나갈 수 가 없었다.
[그렇대도. 내 뭐든 돕는다고 하 지 않았느냐. 믿어 보아라.]
“이번에도 뭔가 아니다 싶으면, 저 다시는 안 부릅니다. 죽어도 신 없는 셈 치고 살 거예요.”
너무나 살벌한 협박이었다.
태양신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다……』
바바가 태양신의 신성력으로 그 공간의 유일한 퇴로를 막았다.
잠시 후, 바바는 빠르게 친구들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평범한 신전의 내부 같은 공간.
“늦었군.”
홀로 세상의 온갖 기이함을 끌어 모은 것 같은 검은 존재가 거기 서 있었다.
오로지 눈만이 황금빛이었고, 그 외 모든 부분이 새카맸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또한 그 이상 으로 끔찍하다.
검은 나무처럼 보이기도 했고, 지 옥이 현신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 다.
그것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기다리다 하도 지루해서 내 권속 들을 수도에 조금 풀어 두었는데. 보았나?”
샤를레앙이 지니고 있는 통신구 너머에서 루만 백작이 당황하고 있
었다.
그걸 알아챌 방도는 없었지만, 예 상할 수는 있었다.
스칼렛은 가만가만 요정들에게 부 탁했다.
날아가는 넬과 델을 보면서, 길과 글렌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소용없을 것이다. 어린 요정들 정도로는.”
“흠. 과일에 또 입술 닳도록 뽀뽀 해야겠네.”
역사상 가장 허망하고 빠르게 끝 난 전쟁의 시작이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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