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1
143화-
“ 권속?”
“마물이라고 불리는 것들이지. 그 리 불리기엔 아름다운 존재들이지 만.”
우아하게 이어지는 말에 샤를레앙 이 더 묻지 않고 성검 오페르를 겨 누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끔찍한 학 살을 막아야 했다.
요정들이 갔으니 시간은 벌어 주 겠지.
‘루만 백작도 가만히 있을 리 없 고.’
샤를레앙이 책 속에서의 1년으로 바뀌지 않았다 해도, 지금 같은 상 황은 막으려 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의 적은 언제나 무고한 사람들이 아니라 흑마법사들이었으 니까.
“ 호오.”
그때, 그가 지니고 있던 수정구가 파창 하고 부서졌다.
“귀찮은 물건을 가지고 있군….”
저 귀찮은 물건이라는 것은 통신 구와 오페르를 전부 가리키는 것이 리라.
오페르는 부술 수 없겠지만.
상관없다.
이미 루만 백작이 상황을 파악했 올 테니.
새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삐이! 하고 존재감도 없이 붙어 있던 파랑새가 울었다.
강림체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
고 관찰만 하고 있었던 스칼렛이 새소리에 돌연 미소 지었다.
신기하게도 아군에게 바바가 한 일이 새소리와 함께 머릿속에 떠올 랐다.
곧 바바도 합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게다가.
‘영상이 또 보여.’
저 마신이 잡아먹은 흑마법사들.
마지막으로 체를라 디엘이 먹히는 광경까지.
그래, 남은 적은 저것 하나뿐인 것이다.
‘간단해서 좋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스칼렛은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 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신기하다. 꼴에 대화를 하려고 하네?”
오페르를 지그시 보고 있던 마신 의 황금안이 그녀에게로 고정되었 다.
오페르의 울림을 억누르며 샤를레
앙이 스칼렛의 가까이에 섰다.
“신을 대하는 공경심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구나. 스칼렛 아르만.”
하지만 강림체는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지만.”
흥미로워하는 기색에 샤를레앙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때 였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로부터 힘이 흘러 들어온 것은.
그리고.
“샤를, 이거 좀 잡아 봐요.”
“ 0 99
’〒
마신 쪽에는 눈길도 한 번 주지 않으며, 스칼렛이 신물이 든 책을 건넸다.
“내 제안할 것이 있는데.”
샤를레앙이 그것을 남은 한 손으 로 단단히 붙들었다.
“신의 아이들인 너희라면 들을 가 치가 있는 말이지. 어떠냐. 들어 보 겠나.”
솨아앙, 하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요정들이 와아 하고 환호성을 질렀 다.
“……쯧. 그건 모닥불의 신의 힘 인가. 전투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 는 힘이지. 어째서 그것이 대신인 지 이해할 수 없어.”
받아 주지 않아도 강림체는 주절 주절 말을 이었다.
사실 강림체로서는 아주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그의 마물들이 인간들을 학살하고 생명을 흡수하고 나면, 압도적으로 저 신의 아이들을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것은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 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편안한 상황인 것은 아니었다.
두 목소리가 기묘하게 섞인 그것 의 말소리는 그 자체로 섬뜩해서 그림자들은 절로 몸이 긴장되고 있 었다.
하지만 스칼렛과 샤를레앙은 그렇 지 않은 모양이었다.
요정들 또한.
요정들의 신기해하는 눈초리를 받
으며, 스칼렛이 속으로 외쳤다.
‘더, 더! 아이, 참. 이것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 그게! 이 정도로 힘을 쏟아 본 적이 없단다.]
‘아니, 대신이라면서요!’
[치유의 힘인 데다, 나그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 주는 정도의 역할 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게 온힘을 다할 일이 아니잖니.]
신이 시무룩해했지만 스칼렛은 아 랑곳하지 않았다.
‘방금 저 소리 못 들으셨어요?’
모닥불의 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지금 우리 모닥불의 신님의 능력을 공격력이라고는 쥐뿔도 없 는 하찮은 힘이라고, 왜 당신이 대 신인지 모르겠다고 막 욕했잖아요!’
[쥐, 쥐뿔도 없다고 하지는 않았 는,]
‘아무튼요! 내가 우리 신님 속상 하실까 봐 대꾸도 안 했는데!’
[그랬느냐……?1
어쩌면. 착하기도 하지.
안타까움과 감격이 가득 밴 신의
목소리에 스칼렛이 다시금 재촉했 다.
‘그러니까 다신 저런 소리 안 들 리게 팍팍!’
당근을 주었으니 채찍을 맞아야 지.
뭔가 이상한 논리를 앞세우며, 스 칼렛은 아예 소리까지 내며 외쳤 다.
“팍팍! 좀!”
[그, 그래! 까짓 거 자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 팍 팍……!1
……은근히 순진한 신이다.
어쨌거나 모닥불의 신이 그리 순 진해 주신 덕분에, 힘은 눈이 부실 정도로 폭발했다.
그 눈부심이 신전 밖 수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저, 저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어느새 합류한 바바가 설마 하는 눈초리로 스칼렛을 바라보았다.
“저러면 신물들이!”
신들이 강제로 다 깨어나 버릴 것 이다!
바바는 알았다.
저 정도면 신이 직접 허락해 준 힘이라 몸이 상하지도 않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다 스칼렛의 소유가 되어 버린다 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르만이니 까.
그것도 라샤헬과 섞인 아이!
‘보통 사람이라면 빨려 들어가 신 물만 지닌 채 죽거나 신을 하나도 깨우지 못하겠지만.’
너는 다른데.
무려 두 신의 아이인 스칼렛이니, 그 그릇 때문에 백퍼센트 모든 신 이 깨어날 것이었다.
마신도 그걸 알고 있을 테지만, 두고만 보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왜? 어쩌려고 저래?”
결국 쓸 수 있는 힘은 몇 안 될 테니까.
이건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니고, 신들 사이의 상성 때문이었다.
달의 신성력과 태양의 신성력을
함께 쓰면 몸이 망가지고.
모닥불의 신성력과 겨울바람의 신 성력을 함께 쓰면 몸이 부서지는 등의 원리였다.
무식하게 다 가진다고 좋은 게 아 니란 말이다.
저 힘을 다 가져서 어쩌려고?
‘내가 왜 저걸 다 보관하고 다녔 겠냐고!’
바바는 다가가려고 했지만, 모닥 불의 신의 힘이 쓸데없이 강대하여 다가갈 수도 없었다.
결국 그는 검과 책을 들고 있는
샤를레앙에게 소리를 쳤다.
“야! 좀 말려 봐!”
하지만 샤를레앙은 어째 미동이 없었다.
그의 신물인 반지를 가끔 힐끔거 렸을 뿐.
‘반지가 이 빛에 반응하고 있다.’
달의 신의 힘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은근하게 모 닥불의 신성력 쪽으로 향하고 있었 다.
밤의 이정표인 달과 모닥불이자 나그네의 신은 상성이 상당히 좋은 신…… 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울리 고 있었다.
오페르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그가 가만히 있는 것이다.
“히히!”
……스칼렛이 아주 즐거워하고 있 기도 했고.
다만 둘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상 태에서는 스칼렛이 온힘을 다해 헛 짓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어리석구나.”
마신이 그 행태를 우아하게 비웃 으며 그 기묘한 목소리로 말을 이 었다.
“더는 헛짓하지 말고 들어 보라. 너희, 이 허무하고 하찮은 세상을 나와 함께……7
꾀어내서, 저 둘의 인생을 가지고 놀아 보아야지.
지루한 게임의 끝에 이르렀으니, 이런 유희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는 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강림체는
순간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했 다.
투두둑 떨어지는 책의 낱장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크고 작 은 신기들 때문에.
“ 흠.”
강림체의 눈에 비웃음이 떠올랐 다.
그를 함정에 빠뜨리려다 되레 자 신들이 묶여 버렸던 어리석은 신들 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아주 우스운 몰골들로.
신물이란 보기에나 물건으로 보일 뿐, 잠든 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 다.
‘그 집이 이리 작은 것을 보니, 아무래도 힘들도 약해진 모양이지.’
인간을 해하지도 못하는 신들이니 아마 회복하는 데에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다.
이 게임은 그의 승리였다.
그가 그리 히죽대고 있는 사이, 불길한 공기와 신성한 모닥불의 신 성력 폭풍우를 뚫고서, 그중 몇 개 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몇은 요정들과 그림자들에게로.
또 몇은 신전 밖으로.
그러고도 다수가 남아 있었기에 스칼렛과 샤를레앙, 요정들을 뺀 누구도 그것들이 사라진 것을 알아 채지 못했다.
가루 형태로 다가온 신물들에 신 전 안팎에 있던 요정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다가 플레타 영애 와 함께 발이 묶여 버린 이자르 아 르만도.
괴력을 주체하지 못해서 울면서
다니다 이자르를 만나 함께 고립된 플레타 영애도.
황궁의 루만 백작과 재상, 기사단 장과 이자르의 뒤를 따라 나가던 원로들 넷, 그리고 아르만 저택의 공작 부인까지.
그중에는 지하 감옥의 예언자도 끼어 있었다.
스칼렛과 샤를레앙과 많이 부대껴 서 그 영향으로 그릇이 넓어진 이 들을 중심으로, 신물들이 하나씩 날아가 닿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힘이 되었다.
그 후, 신성한 빛이 할 일을 다 하고 잦아들기 시작했고, 남은 신 물들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 냈다.
스칼렛은 그 모든 신물들을 그러 모았다.
샤를레앙이 함께 들고자 하자, 고 개를 저으며 눈짓을 했다.
그리고 열심히 속말로 막 깨어난 신들을 비웃던 마신의 강림체에게 말했다.
“내가 쓴다고? 참 나. 누가 그 래?”
그러고는 신물들에게 다정하게 뭐 라 속삭였다. 그러자마자 신물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화들짝 놀란 것처럼.
마신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쓰지 않을 것이라면 뭐 하러 깨 운 것이지? 역시 흥미로운 인간이 야.”
그리고 다음 순간.
“네가 저 신들보다 더 재미있구 나.”
강림체의 고목 같이 단단해 보이
던 몸에 금이 갔다.
“그러니. 하찮은 인간인 너희에게, 어?”
금 사이로 시퍼런 핏물이 비쳤다.
어느새 샤를레앙이 강림체의 어깨 너머에 있었다.
오페르가 흥분하여 외쳤다.
-신의 말을 끊어 먹다니!
당황한 목소리였지만, 분명 신나 있었다.
-이보게, 악당의 말은 자고로 다 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니었소? 나는
늘 그걸 철칙처럼 지키고 있었는 데! 이런, 이런……!
오페르가 두려움과 황홀감이 뒤섞 인 비명을 지르며 검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통쾌할 데가 있나! 으하 하하!
숨 두 번 쉴 만큼의 시간이 흐르 고.
마신이 제 핏물을 멍하니 바라보 다 움찔한 순간.
샤를레앙은 다시금 마신에게 짓쳐
들었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 144화一
조금 전 내가 신물들에게 속삭인 것은.
“죽은 신, 거울 너머 세상, 잠든 신, 강림한 신. 이런 것을 조합해 볼 때, 아무리 봐도 당신들은 담길 육체가 없으면 안 되는가 봐.”
이런 것이었다.
“육체만이 아니라 세상이라고 해 야 할까?”
정확히는 그릇이 필요해 보였다.
아까 나에게 희생을 말하면서 언 뜻 그릇을 언급했던 것 같은데.
“그럼 이건 신물일까, 신일까?”
그 말에 정곡을 찔린 것처럼 반응 하던 신물들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나는 확신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나뿐이라는 건 죽을 수 없는 신들과 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건데, 그건 그 릇뿐이었다.
즉, 신성력이 어딘가에 담겼을 때 만 신은 신성력을 쓸 수 있는 것이 다. 그리고 그런 신만을 깨어 있는 신이라고 부르고, 죽을 수도 있게 되는 거지.
‘마신도 봉인된 상태에서 이것저 것 했는데, 강림한 직후에야 죽이 려고 한 것을 보니까.’
그건 아무리 강한 신이라도 마찬 가지인 것 같았다.
거울 너머의 가짜 세상에서는 아 마 신들이 깨어났어도 죽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신은 그걸 노렸겠지.’
신이 죽어야 또 다른 신을 죽일 수 있는 거라면 말이다.
‘그러면 아무리 신들이 다 깨어나 더라도 마신은 완전히 죽을 수 없 게 될 테니.’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다른 걸 마신도 알겠지.’
진짜 세상에 신물들이 다 쏟아져 버렸으니, 긴장하고 있지 않을까?
“ 흠.”
하지만 마신에게서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깨어나더라도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럼 신 이 죽기 위해서 필요한 게 따로 있 다는 것인데.’
그래서 샤를레앙에게 부탁한 것이 다.
‘시간을 끌어 달라고.’
나는 샤를 쪽에서 눈을 떼지 않으 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게 뭘까.
신물이 저렇게 다 깨어났어도 마 신이 긴장하지 않는 이유.
뭐가 더 필요하기에.
‘신물을 다 깨워야 하는데.’
그래야, 하려고 한 일을 해버릴 수 있는데 말이다.
그때 였다.
[어……? 이거 머지?]
[꺄하하!]
가루가 된 신물이 날아갔던 쪽.
글렌과 길이 얼굴에 홍조를 띠며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이, 이샤해요!]
글렌의 그 소리와 함께, 그들의 몸이 커졌다.
“긋!”
샤를의 짧은 신음과 강림체가 이 를 가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없는 와중에 두 요정의 모습이 변했다.
이제는 나의 절반이 되는 키의 어 린 소년의 모습이 된 것이다.
[아……』
[우와! 이거지!]
인간 소년의 크기로 변한 둘은 눈
을 깜박이더니, 탄성을 질렀다.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더 니 내게 눈을 찡긋했다.
걱정 말라는 듯이.
그리고 그들이 샤를 쪽으로 순식 간에 이동했다.
샤를과 요정들이 함께 강림체를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강림체가 처 음으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크흑!”
처음으로 터져 나온 강림체의 신 음.
하지만 몇 번의 공방이 이어진 뒤, 놀랍게도 강림체는 더욱 진해 진 황금색 눈을 번뜩이며 점차 공 간을 기이한 검은 안개로 채우기 시작했다.
‘독!’
닿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그 안개에 닿는 모든 것이 검게 썩어 버리기 시작했으니까!
“영애, 이쪽으로!”
모닥불의 신의 신물로 일단 나와 신물들을 보호한 순간, 어쩐지 무 언가를 꾹 참고 있던 1호가 나를
끌어당겼다.
돌아보니 그림자들 모두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왜 그래요!”
“이것 때문에요.”
짧게 답하면서 1호가 입술을 짓씹 었다.
이것?
그가 힘겹게 보인 것을 보자, 팔 에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3호에게는 붉은 루비 귀걸이가, 그리고 2호에게는 장갑이 더해져
있었다.
“설마, 신물……?”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고개만 살 짝 끄덕인 1호가 늘 웃고 있는 입 꼬리를 파들 떨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뒤 힘겹게 말했다.
“……이거, 나쁘진 않은데, 아주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애.”
“ 아.”
요정들은 쉽게 받아들였지만 인간 들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왜?
그때 자기 쪽으로 날아온 신물 하 나와 눈싸움을 하고 있던 바바가 말했다.
“영혼의 힘이 다르니까 그래. 인 간의 그릇은 요정의 그릇과 다르거 든. 그래도 저런 상태로 이미 힘을 쓰고 있는 걸 보니까 대단한데? ……다만 저 요정들은.”
그가 나와 요정들을 힐끔 보고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저것들 전부 요정왕인 것 같은데. ……글렌 마시아르까지
요정왕의 자질이 있을 줄은 몰랐지 만.”
“요정…… 왕?”
우리 애기들이 왕이야?
“요정들의 근원이지, 아 진짜, 싫 다니까요? 난 하나도 벅차다고! 시 끄러워 죽겠네.”
뭐라 말하던 바바가 짜증과 긴장 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랑 대화를 하는 거야?”
“이 신물이 자꾸 자기도 받아 달 라고 하잖아. 상성도 안 좋은데. 내 가 미쳤나?”
“너는 인간의 영혼이…… 아, 그 래, 아닐 것 같긴 하다.”
내 말에 바바가 움찔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서 나는 답을 얻었다.
“……인간 맞지만 좀 특이한 인간 일 뿐이야. 그래 봤자 너만 하겠냐 만. 솔직히 영혼 그릇만 따지면 저 신물들이 네 곁에 왜 얌전하게 남 아 있는지 알 것 같거든.”
그래 봤자 상성 때문에 다 쓰일 수도 없을 텐데 말이야……오
뒷말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였지
만, 다 들렸다.
나는 샤를과 요정들이 부딪히고 있는 쪽을 보고서 결론을 내렸다.
무엇을 희생해야 할 것인지를.
씨익 웃자, 그림자들과 바바가 불 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아이야.]
그때, 모닥불의 신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신물들이 힘을 빌려준다는구나. 조금만 더 밀어붙인 뒤, 바깥의 마 신의 권속들까지 해결하는 순간에, 네가 달려들면 될 거야……』
‘제가 죽을 타이밍을 알려 준다는 거군요?’
[그렇지……, 하아. 착한 아이야, 미안하구나.]
당연히 미안해야지.
미안하면 대가도 치러야 하고!
그런 속내를 감추고서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럼 그 희생물이 필요한 순간을 기다릴게요.’
(……그래.]
‘아 참.’
신물들을 보니, 다 내 몸에 지닐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신에, 머리핀, 꽃, 나무인형 등.
전부 내 몸에 주렁주렁 달면서 내 가 물었다.
‘이러면 모닥불의 신님처럼 이분 들도 깨어나실 수 있는 거죠?’
전부 팔 하나에 적당히 몰아서 달 았다.
언제든지 털어 낼 수 있도록 느슨 하게.
[그래……오 네 영혼이 둘로 나뉘
어 있어서, 사라져 가는 영혼을 사 용하기로 했단다. 네 쪽을 사용하 면 네가 저쪽으로 달려갈 힘까지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말이야.]
수고를 덜어 주네!
내가 먼저 제안하려고 했는데 그 럴 필요가 없어졌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 많던 신물들 의 힘이 스미기 시작했다.
동시에 요란스럽게 신들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고맙다는 둥, 이제 한시름 놓겠다 는 둥오
나는 가만히 그걸 들으면서 눈앞 의 싸움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모닥불의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거의 다 되었어. 밖의 인간들이 아주 유능하구나.]
……정말로 이곳이 진짜 세상이었 어.
플레타 영애가 비명을 질렀다.
“꺄악! 이게 뭐야! 징그러워! 저 리 가!”
얼떨결에 대화 한번 해보지 않은 영애와 팀을 짜게 된 이자르가 저 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마물들의 그륵거리는 소리가 묻힐 정도로 플레타의 목소리가 우렁찼 기 때문이다.
‘뭐 하던 영애지?’
아까 잠깐 듣기로는 그녀가 가진 신물이 가장 가능성 있는 잠재력을 폭발시켜 준다고 했다던데.
‘왜 주먹이?’
목소리만 왕창 커질 거라고 하면 서 울먹였던 조금 전의 플레타 영 애를 떠올리며 이자르가 당혹스러 운 식은땀을 흘렸다.
‘잠재력이 괴력이었다니.’
아주 멀찍이서 다른 무리를 보호 하고 있던 원로들도 이쪽을 보고 입을 벌리는 것이 보였다.
스치면 죽겠어.
이자르는 그쪽을 애써 외면하며 자신의 무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플레타 영애의 가까이에서 허공을 휘젓는 청금색 채찍으로 사 람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그 채찍은 그래도 보기 흉한 광경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애의 쪽은.
“으헝! 악! 캬악!”
퍽퍽퍽!
그들을 중심으로 보호받고 있던 사람들은 이자르와 한마음으로 생 각했다.
‘……마물보다 더 센 것 같아.’
‘저기 있는 기사님의 채찍보다 저 영애의 주먹이 더 무섭다……/
‘어우, 터지는 소리가, 헉.’
무섭다고 비명을 지르는 플레타 영애의 주위로 마물들이 허공을 날 았다.
마물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 고 터져나갔다.
아주 든든하다 못해 모공이 송연 해지는 장면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장면은 아르만 저
택에서도, 황궁에서도 벌어지고 있 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은 수도 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마신의 강림체는 수도를 시작으로 점차 생명력을 더 많이 흡수할 작 정이었으니까.
바바가 해준 말이었다.
-그런 것 같다고 통신구로 연락 을 받았습니다.
통신구로 루만 백작이 곳곳에 그 걸 알려 주었다.
다 죽여야 한다고.
-범위가 넓어지기 전에 끝장을 봐야 합니다.
이자르는 그나마 몸을 직접 움직 일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여기 며 다시 집중했다.
그들은 몰랐지만, 나오자마자 수 도 밖으로 튀어나간 신물들은 일단 인간들을 지키고 보자는 축의 신들 이었다.
아르만의 희생에 대해서는 의견을 보태지 않고 일단 자기들이 이 진 짜 세상에 머무를 토대부터 잡은 이들.
그들은 여차하면 자신들이 희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르만과 칼리오르의 영향 권에 있던 이들의 영혼이 둘에게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 았다.
[다들 그릇들이 탄탄하군.]
몇몇은 그림자들처럼 힘겨워하기 는 했지만 그래도.
[어찌 된 일인지 마물이 더 튀어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들이 다 처리할 수 있겠어.]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신물들의 속삭임대로, 수도에 풀 어졌던 초반 마물들은 깔끔하게 처 리되 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모닥불의 신이 외쳤고.
[지금이다, 아이야! 다시 마물을 풀 여유가 생기기 전에 심장으로 달려들어!]
그게 너를 찌를 거야.
[찌르는 순간에 내 힘을 터뜨리면
마신은 죽어 가기 시작할 거다.]
자폭하라는 거구나. 흐흐.
두고 봐라.
스칼렛이 튀어나가 마신의 강림체 에게 달려들었다.
[완전히 그가 죽을 때까지 버텨. 네 영혼은 둘로 나뉘어 있으니 두 번을 찔릴 때까지 버텨야 한다. 그 것이 너를 삼킬 때까지.]
그리고 눈을 크게 뜨는 샤를과 눈 을 맞추며 강림체의 심장 부근으로 뛰어들었다.
강림체가 순간적으로 위기를 강하
게 느끼고 손을 휘두른 순간.
“ 멧!”
“그아악!”
스칼렛은 그 손에 한 번을 찔린 뒤, 마지막으로 입을 쩍 벌려 그녀 를 삼키려 드는 마신의 입에.
[아, 아이야?]
한 팔에 주렁주렁 달려 있던 신물 들을 전부 처박아 버렸다.
[이게 무슨!]
[왜, 아악!]
누군가의 소유가 된 것들 몇을 제
외한 모든 신물, 아니, 신들이.
마신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 간, 모닥불의 신의 힘이 터져 나왔 다.
그것은 닿은 모든 신성을 불태워 버리며, 상성이 맞지 않았던 다른 것들로 인해 더 무섭게 타올랐다.
소리 없이, 집어삼킨다.
오로지 인간만 빼고서.
터지는 빛 너머, 샤를레앙과 스칼 렛이 비슷하게 씨익 미소 지었다.
……그들의 승리였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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