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4
1화-
하늘이 높고 공기가 가벼운 어느 날
요정 글렌은 공중을 동동 떠다 니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뭐해?]
[막내 울어? 간지러? 자?]
까르르 웃으며 아무 질문이나 막 던지는 형들을 보며 글렌이 고
개를 저었다.
글렌이 한숨을 폭 쉬었다.
이제 열다섯쯤은 되어 보이는 그 들의 모습을 보니 새삼 시간이 빨 리 흘렀다는 걸 실감한 것이다.
[무슨 일 있어?]
그나마 좀 말이 통하는 넬이 고 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글렌은 입술을 조금 불퉁하게 내민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선물 골라야 합니다.]
[레티 선물?]
척하면 척이었다.
그야 이맘때쯤이면 늘 하는 고 민이니까 말이다.
다른 형님들도 요호호호 하고 웃고 떠들면서 이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글렌이 시무룩하게 입을 열었다.
[줄 게 없어요.]
스칼렛 누님은 이제 황후인데다 아르만의 가주였으니, 세상에 못 가질 것이 거의 없었다.
[선물 나도 줄 거야. 같이 고민
해.]
글렌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계를 주자!]
붉은 머리의 벨이 외쳤다.
요즘 발명품에 관심이 많은 터라 마법 시계가 몹시 탐났던 것이다.
[아니면 오르골! 사과잼! 잼 만드 는 거도 있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외치다 보니 더욱 흥분했다.
벨이 즐겁게 웃으며 허공을 정신 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걸 식은 눈으로 보다가 글렌 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그건 다 있을 겁니다.]
[그럼, 그럼……오 요정만 만들 수 있는 거로 주자!]
넬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만 만들 수 있는 거요?]
글렌의 눈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요정석……0
[그건 이미 주고 있잖아요.] 넬이 시무룩해졌다.
[아냐, 아냐! 우리 요정석 말고 딴 거도 만들어!]
그때 흥미진진한 눈으로 이쪽을 구경하던 델이 파란 머리를 파르 르 떨며 외쳤다.
세 요정의 시선이 델에게로 모 였다.
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기를 만들 수 있어!]
(……아기!]
I……!1
넬과 벨이 깨달은 것 같은 표정
을 했다.
글렌만이 이상한 표정으로 고개 를 갸웃했을 뿐이었다.
[아기라됴?]
[막내는 모르지? 아기는 나무에 서 태어나는 거야.]
[네……?1
[아냐!]
글렌이 되묻기도 전에 넬이 열 정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인간의 아기는 새가 가져다주 는 거랬어!]
[어, 그럼 열매는 뭐야?]
[그건 우리 같은 요정이겠지! 우 리도 꽃에서 태어났잖아.]
넬이 어른스러운 척을 하며 타 이르듯 말했다.
[저기.]
[무슨 새가 가져다주는데?]
글렌의 눈이 정처 없이 흔들렸 다.
그는 넬이 할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랑나무의 새가 하늘에서 아
기를 받아서 인간들에게 주는 거 래.]
아니야……,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왜 저런 말이 나온 건지 는 알 것 같았다.
‘요즘 이들이 인간 세상의 문명 에 관심이 부쩍 많아지기는 했는 데……,’
그런데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좋아하고, 또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흡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 아기에 대한 것은 이들이 보는 매체 중 동화책에서만 나오는 종류였고.
당연히 동화책에서는 아기를 새 가 물어다 준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가 되려고 합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기가 정말로 어떻게 생기는지 알려줄 수는 없 는 노릇이었으므로, 글렌이 뚱하 게 물었다.
[저는 변신은 아직 할 줄 몰라 요.]
그렇게 난 못하니까 다른 걸 생
각해보자고 하려던 차.
넬이 또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타일렀다.
[막내는 아직 아가니까 변신 안 해도 돼.]
I……?1
순간 불길해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 해줘요.]
[아가는 아가니까, 아가를 해.]
[맞아 맞아! 그러면 되겠다!]
웅웅,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벨 까지.
글렌이 공포스런 눈으로 그들을 빤히 보았다.
그리고 델이 신난 어조로 외치 는 순간에, 그는 불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새는 우리가 할게!]
[뭐라고요……윽.]
힘의 크기를 근거로 글렌을 아 가, 막내로 취급하는 형들이 오동 통한 손들로 일제히 허공을 가볍 게 그었다.
그러나 글렌의 눈이 서서히 감 기기 시작했다.
[움움. 우리 막내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가가 아니게 되겠다.]
[그러게. 바로 안 잔다!]
[착해! 예뻐! 기특하다!]
어휘력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이런 일에서 날 기특하다고 하지 는 말았으면.
그 생각을 끝으로, 글렌은 깊은 잠에 빠졌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
자, 꽃밭에 모로 누워 잠이 든 글 렌을 둘러싸고서 세 요정이 서로 눈짓했다.
그렇잖아도 그들도 레티의 생일에 줄 선물이 궁했었는데, 마침 잘 되 었다, 싶었다.
[근데 레티가 아직 아기는 이르 다고 했었어.]
[아기가 일러? 그게 뭔 말이 야?]
[아기는 오래 기다려야 오는 거 라서 아직은 만나려면 멀었다는 뜻이겠지.]
넬이 또 끼어들어 말하자 델과 벨이 감탄스러운 눈으로 넬을 보 았다.
넬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외쳤 다.
[가까이에 아기가 있어서 다행 이야!]
[응! 막내가 최고!]
[맞아 맞아!]
세 요정은 요정의 꽃들을 잔뜩 모으기 시작했다.
꺾지는 않았고, 뿌리까지 뽑아서
막내 주변에 심기도 했다.
아직 선물의 개념도 제대로 잡 혀 있지 않아서 벌어진 참사였다.
글렌은 강제로 잠든 채로 오랜 만에 꿀 같은 낮잠을 즐기게 되었 다.
얼굴에 꽃그림이 그려지는 줄도 모르고서.
어쩐지 세 요정의 얼굴에 그려 진 미소가 사악하게 보였다.
半 氷 半
플레타 영애는 지난번에 흑마법 사들의 수도 침공 사건에서 얻은 힘을 조절하려 훈련을 하던 중이 었다.
적어도 악수를 하다가 상대의 손을 으스러뜨리는 일은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 다시는.
그 말은 이미 한 번 그런 적이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콰과과과과!
플레타 영애와 함께 싸웠던 동 지로서, 그리고 손이 으스러졌던 장본인으로서 함께 이 자리에 있 었던 재상이 침묵했다.
그는 방금 플레타 영애의 가벼 운 주먹질 한 번으로 날아간 작은 창고-가 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보다가, 하늘을 보았다.
“ 하아.”
미간을 문지르다가, 조심스럽게 한 걸음 옆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플레타 영애에게 말했다.
“그, 폐하께서 그때 힘을 얻은 이들을 기사로 임명하신다고 하시 기는 했습니다만, 영애. 너무 무 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리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플레타 영애가 떨떠름하게 대꾸 했다.
“무리는 정말로 아니에요. 다만.”
“다음에는 사람 손이 아니라 머리
라도 으스러뜨릴까 봐, ……재상 님?”
“끄윽……, 아닙니다.”
이 영애는 보면 볼수록 과격했 다.
‘말도 그렇고 하필 가지게 된 능 력도 그렇고!’
지금 그 손이 으스러졌던 당사 자 앞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건가?
저건 어쩌면 힘 조절 못하는 광경 을 본 자신을 협박하는 것 아닐까?
‘다음엔 머리를 으스러뜨린다
고!’
젠장.
재상은 원래 이곳에 오기로 했 던 정보부장을 속으로 욕하며 떨 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말했다.
“그, 조급하실 것 없다는 것이지 요, 제 말은.”
“……힘 조절을 하게 될 때까지는 여기서 나가지도 못하는걸요. 이러 다 평생 못 나가면 어떡합니까.”
“괜한 걱정이십니다. 지금도 처 음에 비하면 큼, 조, 좋아지지 않 았습니까.”
“정말로 좋아졌나요?”
둘은 잠시 말없이 창고가 있던 자리를 응시했다.
“……전보다 흔적이 더 깨끗해졌 지 않습니까!”
“……더 확실하게 없애버린 게 좋은 방향일까요?”
“그……오 물론이지요.”
철혈재상이라는 이명이 울고 갈 만큼, 재상의 얼굴에 비굴함이 흘 러넘 쳤다.
“그러니 급하게 하지 마시고, 조 금만 더 집중하시면서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일이 바쁜 사람들 불러서 검 증받으려고 하지 말고 말이다!
그때 유물의 선택을 받았던 일 이후 이능이 생긴 이들이 몇 있었 다.
그들을 폐하께서 최우선으로 관 리하라고 하시기는 했지만……오
‘이틀에 한 번은 너무한 것 아닌 가?’
이 영애는 이제 거의 재상의 전담 이 되어버려서 더욱 난감했다.
같이 싸웠던 게 뭐라고!
그때 아르만 가의 원로들도 같 이 있었는데!
“그럼 저는 이만.”
“네, 살펴 가세요.”
병기나 다름없어진 괴력의 영애 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로 돌아서서 연습을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과!
굉음을 뒤로하며, 재상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집무실로 복귀했 다.
그리고 잠깐 마주친 스칼렛 황 후에게 ‘다크써클이 목까지 내려 왔어요!’라는 놀림을 당했다.
“제길. 제길!”
결혼식, 아니, 그가 부케를 받은 지 3개월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 점의 일이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