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38
5화-
아네스 던.
그녀는 동대륙 어느 왕국 공작가 의 사생아였다.
사막이 많은 동대륙에서 몇 안 되 는 초목의 땅 위에 세워진 그녀의 조국은 아름다웠다.
관광과 무역, 황금의 나라.
사계절이 존재하는 축복받은 왕 국,〈노아드〉.
먼 옛날 대지의 요정왕이 잠들어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기이할 정도 로 풍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 했던가.
그러나 그렇게 축복받은 땅 위에 세워진 나라는 한 시도 바람 잘 날 이 없었다.
문화와 문명이 발전하며 동대륙의 중심지로 발돋움한 것도 다 옛말이 었다.
그나마 아카데미는 순수함을 유지 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정말로 그 나마일 뿐.
사회 각 층이 썩었고, 쓸만한 인 재라면 하루라도 빨리 타국의 신분 을 얻어 나가는 것이 나은 세상이 되어 있었다.
아네스는 그런 썩은 풍요의 국가 에서, 무려 공작가의 사생아로 태 어 났다.
“눈에 띄면 안 된다.”
어머니는 죽어 가는 중에도 그 말 을 했다.
아네스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공작가에서 사람이 왔을 때도.
그를 따라 공작가로 들어갔다가 공작가 직계들의 등쌀을 못 견뎌 돌아왔을 때도.
할 줄 아는 것이 검을 쥐는 것밖 에 없어서, 그토록 질색하던 공작 가의 후원을 받아들여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에도.
“그들에게 너를 보여 주지 마.”
어머니는 늘 무서워했다.
그들이 그녀의 하나 남은 가족을 앗아갈까 봐.
하지만 아네스는 그들 공작가를 두려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 줌 거리도 되지 않는 이들이 었으니까요.”
자로 잰 듯 완벽한 타이밍에 나타 난 이들의 앞에서 아네스가 중얼거 렸다.
그들이 세운 벽 밖에서 온갖 소리 를 쏟아내던 추격자들은 페리도트 플레타라는 영애의 주먹맛을 보고
도망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린 왕을 저기에 가두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10년의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감수 하는 것보단 그 무력한 꼬마를 데 리고 타국으로 망명하는 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니까.
‘아니지. 이들의 무엇을 믿고.’
너무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나.
또 다른 추격자일 수도 있는 일이 었다.
그러나 그러한 경계심과 달리, 아 네스는 어느새 술술 제 과거를 불 고 있었다.
“음? 아, 내 능력이에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모닥불에 놀라기도 잠시.
모닥불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일 까.
아니면 그 위로 올린 솥 안 수프 의 향이 천상의 그것이기 때문일 까.
‘그도 아니면.’
수프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모닥불이 타닥타닥 작은 소리로 타는 소리.
온기와 평화로운 말소리. 서로를 보는 눈에 깊은 애정이 어려 있는-한 커플만 이랬지만 말이다- 사람 들.
‘이들은 아무리 봐도 추격자 같지 않아.’
생존을 향해 벼려져 온 감각이 외 치고 있었다.
이들은 저의 상황과는 완전히 동 떨어져 있는 외지인이라고.
‘그것도 아주 강한.’
아네스의 눈이 일행의 면면을 티 나지 않게 살폈다.
샤를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일단 그 화려한 외양은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강한 자로 느껴지고 있었다.
아네스는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내가 이길 수 있나부터 살피고는 했는데, 저 사람은 그 강함이 가늠 이 되지도 않았다.
‘스승님을 뵈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가 들고 있는 검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가끔 웅웅거리는 것은 소름이 돋 았다.
‘ 에고소드?’
에이. 그래도 그렇지, 소문으로만 들었던 에고소드일 리가……
‘……없을까?’
있고도 남아 보였다.
그만큼 남자의 기세는 소름이 돋 았다. 날카롭지도 않고 정제된 살 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그저 제 연인을 보며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웃고 있을 뿐인데도.
‘……인간이 아닌 느낌.’
잠시의 흘깃거림조차 조심스러워 서, 아네스는 눈을 돌렸다.
다음으로 본 것은 가장 호의적으 로 편하게 대해주는 여자였다.
‘렛이 이름인가.’
아니, 애칭이겠지.
레티아? 칼렛? 아니면.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어서 그런 가.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무작정 벽을 세우고 그 안쪽으로
들어와서 아네스를 사이에 낀 채로 캠핑을 시작한 무리였으니까 말이 다.
‘아니, 이름이 무엇이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저 렛이라는 여자도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았다.
그 연인인 남자처럼 어딘가 인간 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연인은 닮는다더니.
‘아니면 애초에 똑같은 사람들이 만난 건지도 모르지.’
확실한 건 저 두 사람만으로도 아
네스가 여기서 마음대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세 사람은 더 볼 것 도 없었지만, 살펴보기는 했다.
클로버라고 불리는 남자는 그 잘 난 외양보다도 다크써클이 더 눈에 들어오는 남자였다.
그는 플레타 영애를 볼 때마다 흠 칫거리며 질색하는 표정을 하고 있 었는데, 그러면서도 플레타 영애가 무리한 행동을 하려고 하거나 조언 할 점이 보이면 툭툭 잘도 말을 걸 었다.
‘무서워하는 건가? 꺼려하는 건 가? 아니면 그냥 저렇게 사귀는 건 가?’
연애에는 문외한인 아네스가 보기 에도 둘의 기류는 고개를 갸웃하게 지점이 있었다.
한 걸음 인상 쓰며 물러났다가 말 을 걸 때는 두 걸음 다가가서 말하 는 클로버라든가.
다가오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면서 도 무슨 일이 있으면 클로버부터 찾는 플레타 영애라든가.
둘의 강함에 대해서는 뭐……,
일단 클로버라는 남자는 그리 강 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만만하지도 않았다.
건드리면 대대손손 망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느낌이 들 때는 그냥 멀리하 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리고 저 플레타 영애는.
‘무언가 친숙하다.’
아직은 신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네스는 그 정도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친숙함을 느낀 것이 아 네스만이 아니라는 것이었지만 말 이다.
– 찾았다!
어디선가 어린애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물론 아네스는 환청이라고 생각하 고 무시해버렸다.
-……내 동료를 찾았, 왜 이리 반 응이 없느냐!
계속 귓가에서 앵알대는 어린애의 소리가 들렸지만, 어린 왕 때문에 소중한 이들을 다 잃은 뒤로 어린
애라면 학을 떼고 보는 아네스에게 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귀신이 세상에 있기는 한가 보 군.’
왜 이 순간에.
하필 이들 사이에 있을 때 귀신의 소리를 듣게 되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어릴 때 죽는 자도 있으니 어린애 귀신도 있을 테지. 하고 넘 어갔을 뿐.
-아악! 키아악! 빌어먹을!
입이 건 귀신이로군.
죽기 전 인생이 고달팠거나, 태생 이 성질이 안 좋거나.
머릿속을 스치고 다시 빠져나가는 생각을 흘려버리며, 아네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가문에서 절 가문의 기사로 삼기 위해 꽤 공을 들였었죠.”
“우와. 그랬군요.”
그러니까, 그녀의 사정을 궁금해 하는 그들에게 이리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고 있는 이유는, 결국 단순 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기 때문이
다.
은혜를 입기도 했고.
“가문의 말을 전부 야생으로 놓아 준 뒤로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 지만 말입니다.”
“우와아……『’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의미의 감탄 이 돌아왔다.
강함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여 자, 렛이었다.
호응이 좋으니 말할 맛이 났다.
‘사랑스럽네.’
아네스는 약간이나마 여유를 되찾 고 미소를 보냈다.
수도 아카데미의 여러 여학우들이 언니님이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 녔던 원인이 되었던 미소였다.
“……우, 우와.”
세 번째 감탄사를 듣고 ‘샤를’이 아네스를 힐끔 돌아보았다.
무감정한 눈빛이었지만, 어쩐지 무형의 경고를 들은 기분이라……오
아네스는 흠칫하며 미소를 거두었 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뒤, 말을 이 었다.
“……이 노아드 국의 왕권은 예전 부터 위태롭기는 했는데, 하필 그 아슬아슬하던 것이 이번 대에 터져 버렸지요.”
그것이 모든 불행의 발단이었고 말이다.
아네스의 목소리가 말을 이을수록 가라앉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을 것이나, 아네스는 살 면서 그런 식으로 울어본 적이 없
었으니까.
떠난 이들은 아무리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제 어머니가 그랬듯이.
아네스는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 었다.
‘그래서 내가 뒤따라갈 생각이었 건만.’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은 아네스 가 말을 이었다.
“이번 대에 이 왕국의 왕족은 단 한 명만 남았습니다.”
“아, 그럼.”
그것도 보았나.
소년 왕이 빨려 들어간 뒤 막혀버 린 구멍을 바라보는 ‘렛’을 보며 아 네스가 침음을 삼켰다.
지켜보다가 끼어든 것이었구나.
그건 그럴 수 있었다.
차라리 충동적으로 끼어든 것이 아니라서 더 자연스러웠고 말이다.
그래도 저 구멍을 들킨 것은 약간 은 당혹스러워서.
당혹감을 감추며 아네스가 침착하
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오래전 노아드라는 땅의 요정왕이 남긴 곳입니다.”
정확히는 그곳으로 이어지는 곳이 었다.
“ 노아드라.”
“땅의 요정왕……
“요정이란 말이지.”
아네스는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 다.
예상과 달리 별로 놀라지 않는 반 응들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다는 것뿐……,
‘요정왕이라는 걸 진짜로 받아들 이는 반응이라니.’
뭐지?
아네스가 얼떨떨하게 눈을 깜박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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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