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40
7화-
[레티!]
뿅 하고 나타난 노란 머리의 넬 이 외쳤다.
[보고 싶었어! 어디 갔었어!]
붉은 머리의 벨도, 푸른 머리의 델도 질세라 ‘레티’를 외치며 달려 들었다.
“지, 진짜 요정이다.”
어린 소년들의 모습을 한 요정
들을 보고서 아네스는 넋을 잃었 다.
상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것이라 고는 날개가 있다는 것 정도였다.
그 외의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이 었다.
요정들은 꼭 이것이 내 색깔이 다!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것 같 았다.
머리와 눈 색이 다 같았는데, 그 색과 어울리는 표정을 하고 있었 고, 입술 색도 그 색에 맞춰 약간 씩 다른 것 같았다.
‘좋아하는 색에 맞춰서 입술 색 까지 바꾼 건 아니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정답에 닿았던 아네스가 눈을 정신없이 깜박였 다.
[응? 누구야?]
넬이라는 노랑 요정왕이 고개를 갸웃하며 아네스를 보았다.
마주친 눈은 호박을 박아넣은 듯 오묘한 빛깔로 반짝이고 있었 다.
넬의 금발은 황금보다는 호박을 녹여 만든 것 같았다.
그것이 더 꿀처럼 달콤해 보였 기 때문에, 눈이 살짝 처진 넬의 첫인상은 아주 사랑스러웠다.
“내 새로운 친구야.”
……친구라니.
렛의 말에 아네스가 헛웃음을 뱉자, 넬이 입을 삐죽였다.
[쟤 레티 친구 아니야!]
[응응! 맞아! 아니라고 말하잖 아!]
내가 언제……?
아닌 건 맞지만 굳이 부정한 적
도 없었기에 아네스가 얼떨떨한 표정을 했다.
“그게 아니라, 아직 몰라서 그 래.”
[자기가 레티 친구인 걸 몰라?]
“응!”
저기요.
그러나 무어라 딴지를 걸 여유 가 없었다.
눈앞에 진짜 요정들이 빛가루를 허공에 흩뿌리며 등장해서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신비로움으로 무 장한 채 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신화의 재림이었다.
[몽총이 네!]
[히히히, 맞아! 멍청이!]
“그런 말 쓰는 거 아니야. 못써.”
알았어. 레티가 쓰는 말만 쓸 게.]
[바보!]
바보라는 말을 애들, 아니 요정 왕들 앞에서 한 적이 있는지, 이 번에는 뭐라 하지 못하고 렛이 끙 끙거렸다.
신화의 재림인데 뭔가 상상과
너무 달랐다.
아네스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 졌다.
일단 그녀는 여러모로 신화의 신비로움을 거부하는 요정왕들의 행색을 살폈다.
요정왕들은 일단 옷을 거의 입 지 않고 있었다.
재질을 알수 없는 하얀 천이 성화에 나오는 소년 신의 옷처럼 바람에 가볍게 나풀거렸는데, 그 것 자체는 신비로웠지만……오
그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
아서……,
‘이 대륙에는 어울리는 복색이기 는 하지만.’
아네스의 나라의 신화 속에서 요정왕은 적어도 화려한 옷으로 빈틈없이 다 가리고 있었는데 말 이다.
날개가 없었다면 우다다다 달려 와서 안겼을 것 같은 분위기로 ‘렛’을 끌어안고 볼을 문대는 것도 너무 친숙해서 당황스러웠다.
외모 자체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신비롭고 아름
다운 외모였다.
홍옥을 녹인 머리카락과 루비 같은 눈동자의 벨.
청명한 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 머리카락이 흩날릴 때마다 하늘의 조각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을 주 는 델.
진주 빛깔의 피부에 그런 색들 이 더해지니, 그 색 대비만으로도 요정왕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바보네!]
그러나 이 꼬맹이들, 아니 요정 왕들은 정말이지 하는 짓이……오
“아이 참……!”
“렛, 포기하자. 나쁜 말도 아니 고.”
“나쁜 말이죠! 아네스는 바보가 아닌걸요.”
“그럼 누구에게는 바보라고 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렛님?”
“클로버가 집까지 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길에서 웅크리고 잘 때 는 바보라는 말을 들어도 되죠.”
“……직접 침낭까지 만들어주셨 으면서 그러시깁니까!”
“일단 바보짓이기는 해도 말릴 입 장은 아니니까 얼어 죽지는 말라고 준 거잖아요!”
“크윽.”
[바보, 바보! 저기 바보다!]
[우헤헤헤!]
역시 저거 어디서 많이 보던 광 경이란 말이지.
‘그래, 엄마랑 떨어지기 싫다고 떼를 쓰던 여느 집 망아지 같은 꼬맹이들을 떠올리게 하는군.’
아카데미에 있을 적, 그런 어린
애들을 많이 보았었다.
갓 들어온 신입생들이 바로 그 랬으니까.
‘아주 징글징글한 사고뭉치들이 었지.’
그래도 그놈들은 이번 반역 사 건에 휩쓸리지 않고 무사해서 다 행이지만.
잠시, 조금 친근했던 후배 놈들 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아네스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을 털어 냈다.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 었다.
“그러니까, 이분들이 그……
“아, 아네스. 맞아요. 우리 애기 들이에요!”
“애기들……
애기들이라기에는 좀, 아무리 낮 게 잡아도 열두 살은 되어 보이는 데 말이다.
잠시 말을 흐렸던 아네스가 침 을 꿀꺽 삼키고 꾸역꾸역 인사를 했다.
“요정왕님들을 뵙습니다.”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버리면서.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 겠어서 그렇게 했는데, 하자마자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우리한테 인사했어! 레티!]
[이상해! 이상하게 인사해!]
[안녀 엉!]
십대 초반 소년들인데 웃는 건 애기들처럼 웃었다.
‘요정들은 순수하구나.’
그리 생각하며 눈치를 보는 아 네스에게 렛이 웃음을 꾹 참는 얼 굴로 말했다.
“그, 그렇게 인사하지 않아도 되 는데요. 일어나요.”
“맞습니다. 저분들은 그저 정원에 서 꽃을 키우는 사고뭉치들일 뿐……/’
구석에서 중얼거리는 클로버 쪽 을 힐끔 보자, 그 바로 옆에서 눈 을 반짝이며 황홀한 표정을 하고 있는 플레타 영애가 눈에 들어왔 다.
“요정……, 진짜 요정이다. 아름 다워!”
광기가 느껴졌다.
놀란…… 거겠지?
그때 지켜보던 샤를이 툭 말했 다.
“허리에 이것들이 탑을 쌓으며 앉기 전에 일어나는 게 좋을 거 다.”
아네스는 자신만큼 놀란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 으며 재빨리 허리를 폈다.
“일단 움직일까, 멧?”
“그래요.”
아네스는 무어라 더 설명을 하 거나 부탁할 필요가 없었다.
대충 통성명까지 끝내고 나자, 곧바로 수도로 움직였기 때문이 다.
“저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관 문이 저기에……
우르릉.
“와, 영애. 어떻게 된 거예요! 잘 다루잖아요!”
“아뇨, 문만 무너뜨리려고 했는 데 관문이 다 무너졌는걸요.”
……요정왕이 남겼다는 관문의 입구를 설명할 필요도, 그 관문이 어떤 것들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 었다.
한밤중에 기습을 감행한 일행들 은 방음 마법을 펼치고 하나하나 관문들을 말 그대로 부수고 있었 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괴력이었다.
게다가 플레타 영애의 괴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흠, 이거 달빛에 녹네요? 오, 달의 신이 오랜만에 보는 힘이라
고 해요. 진짜 요정왕의 흔적이 맞긴 한가 봐요.”
“그렇군.”
“이게 진짜 요정왕의 힘이라면 그 엘프 행색이었다는 요정왕은 무엇의 요정왕이었을까요?”
클로버의 물음에 다들 곰곰이 생각하다 자기 생각을 말했다.
“집순이……? 아니면 집돌이의 수호신이라든가.”
그, 그게 뭐지?
도움을 주기 위해 빼 들었던 검을 슬그머니 집어넣다가 아네스가 믿
을 수 없다는 눈으로 렛을 보았다.
“이렇게 보호 관문을 여러 개 한 걸 보니까 안에 틀어박히기 좋아하 는 성격인 거 같아서요. 우리 애기 들도 속한 성질에 따라서 성격이 다르더라고요.”
“ 흐음.”
믿을 수 없게도, 렛의 말도 안 되는 말에 샤를이 고개를 끄덕였 다.
“일리 있군.”
“일리가 있기는 뭐가 있습니까!”
클로버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외
쳤다.
“은둔자의 요정왕이라. 그럴 수 도 있는 거 아닌가요?”
괴력의 플레타 영애가 은둔자로 말을 고치자, 집순이, 집돌이보다 는 어감이 듣기가 괜찮았다.
“오오, 은둔자! 그거네요!”
아니야……!
아네스는 결국 듣다못해 끼어들 었다.
“바람의 요정왕이라고 하지 않았 습니까?”
“그랬나. 은둔자가 더 폼이 나기 는 하는군요.”
클로버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 네스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 다.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채로 아네스가 그들과 조금 더 가까이 서 걷고 있을 때였다.
-대체 뭘 데리고 온 거야! 너! 당장 거기서 도망쳐라!
-젠장, 도움 안 되는 그릇 같으 니라고.
귀에서 전에 들렸던 환청이 들
리기 시작했다.
딱 관문을 다섯 개 깨부수고 녹 이고 날려버리고 구경까지 천천히 하고 지나왔을 때의 일이었다.
-하필 동료를 구해도 저것들에 게!
-듣고 있느냐? 제발 반응을 좀 보여라. 자꾸 이러면 나도 폭주를 해버리는 수가 있다.
‘폭주?’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그마저 반가웠는지 환청이 화답했다.
-그래! 지금 저 여자의 신물,
아니 신이 하고있는 것처럼! …… 근데 저 녀석은 왜 저렇게 기가 죽어 있지?
“ 흐음.”
플레타 영애 쪽을 힐끔 보고서 아네스 던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그녀가 최근에 얻었던 힘이 이 환청의 주인인 것 같았으 니까.
‘힘이 말을 하다니.’
아니지, 방금 신물이라고 했던 것 같다.
물건에 깃든…… 힘?
“에고 소드……?”
떠오르는 것이 그것뿐이라 중얼 거리는데, 앞서 가던 샤를이 뒤를 힐끔 돌아봤다.
그리고 답했다.
“정확히 말하면 네게 있는 것은 에고가 아니라 신이 들어있는 물건 이다.”
“보아하니 환청이 들리나 보네 요?”
샤를과 렛의 말에 얼결에 고개 를 끄덕인 아네스는, 두 사람이 아주 똑같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
고 흠칫했다.
“아주 똑같이 과격한 것들이 만 나서……, 또 뭘 하려고, 어휴.”
옆에서 클로버가 중얼거렸다.
평생 누구에게 기죽어본 적 없 던 아네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일단 하라는 대로 다 하자고.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