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43
10화-
관문이 다 부서졌다는 소문이 채 다 퍼지기도 전에, 그 일은 벌 어 졌다.
“종이, 울린다.”
일라비아는 비척대며 걸어 저택 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리고 종소리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처음 듣는 것이지만 알 수 있었
다.
요정왕의 축복을 받은 자들.
그 나라의 사람들은 오랜 시간 대를 이어오며 이 터에 뿌리를 내 렸다.
‘그래, 이 소리를 나는 알고 있 어.’
들어본 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 다.
그저 많이 그리워했던 것 같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주 오랜 시 간 동안.
이 땅의 사람들의 피가 저 소리 를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본능적 으로 알아챈 것뿐.
“아……
주륵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감격의 시간은 길지 않 았다.
“일라비아!”
“라브!”
“야! 너 왜 나와 있어!”
존경하던 선배들이 한 사람만 남고 전부 죽어버린 뒤로 생기를
잃어버렸던 그녀의 동기들이 달려 오고 있었으니까.
일라비아의 눈이 커졌다.
“너희가 어떻게. 아카데미에 있 지 않고……!”
“너 떠나자마자 따라왔지.”
마차를 타고 온 듯, 뒤에 멀어지 고 있는 마차가 보였다.
어느새 가까이 온 동기들이 그 녀를 둘러쌌다.
“너랑 아네스 선배까지 잃을 수 는 없으니까.”
늘 차분하던 친구가 하는 말은 너무나 평소 같지 않았다.
“그래서 왔는데, ……종이.”
고요하지만 격앙되어있는 친구 의 눈을 들여다보며, 일라비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다.
“응. 종이 울렸어.”
그들은 마력을 다루는 이들이었 으므로, 금세 이 소리가 가진 힘 이 무엇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살펴봤어. 이거, 우 리만 그런 거 아니야.”
“ 맞아.”
“그리고 지금 대치 상태에서 자 유로운 건 우리뿐이지.”
다들 무언가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일라비아 도 알 것 같았다.
“전하를 찾아야 해.”
“어떻게든 저들보다 먼저 찾아 서, 도와야지.”
“선배들이 편히 눈 감을 수 있도 록.”
비장한 침묵 사이로, 종소리가 스며들었다.
‘왕을 찾아야 해.’
종소리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의 마력을 묶었다.
잘못하면 야만적인 전투가 시작 될 수도 있었고, 그렇게 되면 민 간인은 더 많이 죽게 될 것이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전하께서 저 종소리와 함께 왕위를 되찾으 셔야 한다.
‘저것이 있으니, 이제 괜찮아.’
전하만 돌아오신다면.
그리고 어쩐지 그 종소리가 조 금 느려진다고 생각하던 차.
댕댕댕댕 댕댕댕, 댕댕댕댕
댕……!
어딘가 리듬감 있는 소리가 이 어지기 시작했다.
멈칫했던 이들은 다시 왕과 아 네스 경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곳 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뒤를 검은 그림자 가 따랐다.
水 氷 米
빛이 돌아온 눈으로 아네스 던 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말했다.
“이곳을,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 까.”
뜬금없지만 어딘가 비장해 보이 는 그녀에 플레타 영애와 클로버
재상이 눈만 끔벅이고 있을 때, 바바가 휘휘 손짓했다.
“내려가 보려는 건가? 가봐요. 이제 그 힘도 안정되었을 테니.”
유 | 99
영애와 재상이 이번에는 놀란 눈으로 바바를 바라보았다.
안정되었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그 역심을 품은 신물의 폭주를 염 려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였으 니까.
플레타 영애가 재빨리 자기 힘
을 확인해 보았다.
굳이 뭔가를 부수지 않고도 자 신이 그 힘을 지배하고 있는지 아 닌지는 가늠할 수 있었다.
이윽고 영애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조절이 됩니다.”
“ 영애……!”
“재상님!”
신분을 감추는 것도 잊고 환호 성을 지르며 둘은 서로 부둥켜 안 았다.
그리고 재빨리 떨어지는 그들을
식은 눈으로 흘겨보며 바바가 아 네스에게 말했다.
“가을밤의 신은 썩게 하는 힘. 이제 마음대로 쓸 수 있을 테니 잘 활용해보시죠. 그 어린 왕이 다시 밖으로 나오는 데에도 요긴 하게 쓰일 겁니다.”
아네스는 진중한 눈으로 민망해 하며 떨어져서 서로 반대를 보고 있는 영애와 재상, 그리고 바바를 바라보았다.
“아하하하! 샤를, 아름답죠!”
“그대는 언제나 아름답지.”
그리고 이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서 오로지 렛만을 눈에 담고 있는 ‘서대륙 황제’와 신나게 춤추 며 종소리로 캐논을 연주하고 있 는 ‘서대륙 황후’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쓸쓸하던 아네스의 눈에 잠시 희미한 웃음이 스쳤다.
이윽고 그녀가 다시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왕을 찾으러 간다.
그리고 모든 것을 돌려놓을 것 이다.
그러고 나면.
‘그리운 그들에게로.’
그러나 어째서일까.
종소리를 들으며 한바탕 울었기 때문일까.
겨우 그 정도로, 이렇게 마음의 색이 달라지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소중한 친우들은, 그 녀가 그들에게로 급히 돌아가는 것을 반기지 않으리라는.
‘우선은 왕에게로 가자.’
홀로 가두어 보호했던 어린 왕.
제 친우들이 귀한 목숨들을 모 조리 걸었던 그 작은 왕에게로.
“다녀와요!”
지칠 줄 모르고 종을 치면서 렛 이 건네는 말에, 아네스가 픽 웃 었다.
“예. 후에 뵙겠습니다.”
무언가 떨쳐낸 듯 개운한 표정 으로, 아네스가 돌아섰다.
그리고 순식간에 유물의 밖으로 향했다.
그녀가 일라비아와 후배들을 마 주친 것은, 왕이 있는 곳으로 향 한 지 고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서의 일이었다.
“너희,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 지?”
급한 중에도 멈춰 서서 묻는 아 네스에 후배 넷은 그저 말없이 서 있다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눈물을 닦아낸 뒤-아네스가 절대로 자기들 옷에 는 닦지 않는 그들을 보며 헛웃음 을 지었다.- 외쳤다.
“회장님이 가르쳐주셔서
“ 회장……?”
아네스가 후배들을 뒤로 물리며 그들이 가리킨 곳에 서 있는 인영 을 경계했다.
“……영애.”
로브를 벗으며 드러난 얼굴에 아네스가 차갑게 웃었다.
“무슨 꿍꿍이이실까, 우리 회장 님께서?”
당신은 저들의 편이 아니었나.
반역도들과 뜻을 함께하지 않았
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아 네스를 보다가, 남자가 말했다.
“회장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줬 으면 좋겠소.”
“그럼, 공작 영식이라 부를까?”
“ 아덴.”
순간 아네스가 할 말을 잊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남자가 허탈 한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점차 울 듯한 얼굴로 그 녀에게 말했다.
“전에 그런 말을 했었지. 꼭대기 에서 군림해온 내가 영애, 아니, 아네스 너와 함께 하고 싶다면.”
“전부 버리고 오라고.”
그는 서글프면서도 후련한 표정 을 하고 있었다.
그 후련함은 두 사람이 어딘가 닮아 있었다.
“너무 늦었소?”
아네스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리고 답을 피했다.
“일단, 전하부터.”
“……그래.”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던 후배들 까지 함께, 그들은 왕이 있는 곳 으로 향했다.
아네스의 신물의 힘이 그들이 가는 길의 모든 것을 소리 없이 썩히며 길을 텄다.
그리고 먼저 도착한 적 측의 몇 을 등을 맞대고 처리한 뒤, 왕이 보호를 위해 들어갔다는 입구 앞 에 섰다.
“나무를 썩혀서 길을 알아볼 수
없게 했으니, 시간은 벌었어.”
“아네스 선배. 그 힘은……
“이건 나중에.”
일라비아의 눈빛이 경이로 빛났 다.
“이곳까지도 종소리가 또렷하게 들립니다.”
굳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는 않았으나, 그 경망스러운 종소 리가 그들에게 힘을 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을 슬픔에 젖게 하 지 않고, 생각하게 하고, 움직이
게 하고 있었다.
그들의 왕을 위하여.
찌걱……,
오래전 요정왕이 남겼다던 유물 하나가 빠르게 나이가 들고 있었 다.
그것은 썩을 수 없어 홀로 시간 을 먹었다.
그리고.
나이테와 함께 찌그러진 입구가 열리고, 훤칠한 청년이 안에서 걸
어 나왔다.
어린 청년의 머리색과 눈색을 보고서야 그가 어린 왕임을 알 수 있었다.
확신이 필요하여, 아네스는 검을 뽑았다.
“아네스, 던.”
그러나 이내 집어넣었다.
완전히 달라진 목소리인데도, 그 것이 왕의 목소리임을 아네스는 알아챌 수 있었다.
“던 경.”
“……전하를 뵈옵니다.”
“전, 전하를 뵙습니다.”
“왕이시여.”
아네스가 무릎을 꿇는 것을 시 작으로 그 자리의 모두가 예를 올 렸다.
청년과 소년 사이의 나이로 보 이는 왕이 창백한 손을 들어 그들 에게 화답했다.
그리고 심유한 눈빛으로 왕궁과 관문이 자리한 곳을 바라보다가.
댕댕댕……오 댕……오
로맨틱한 리듬으로 울리는 종소 리에 눈을 가만히 감았다.
얼마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로 가자. 그것이 먼저 다.”
내 알려줄 것이 있으니.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외전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