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144
11화-
어린 왕이 그곳에 머문 것은 잠 시였다.
그러나 유물과 함께 순식간에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는 진실의 파편을 접했다.
〈차원을 이동한 자는 세상의 배 척을 받거나 이전의 속성을 버리 고 섞여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은
차원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었 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나는 먼 곳에서 온바, 이곳 의 균열은 신이 끼치는 영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신 들은 그 균열을 이용했다.〉
너무나 아득하게 먼 옛날의 이 야기여서 말로만 들으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말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감 있게 진 실로 받아들이게 된 어린 왕은 달 랐다.
유물은 기억창고였다.
도대체 정령왕이란 어떤 존재들 인 건지.
또한 어떻게 이런 기억을 고스 란히 물려줄 수 있는 것인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 았고, 동시에 너무 급하게 흘러버 렸기 때문이다.
몸의 성장도 완전하지 못해서, 한동안은 어린아이의 모습과 지금 의 모습을 오고 갈 것 같았다.
그러니 다시 아이의 모습이 되 기 전에.
“아네스 경?”
자신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이름 을 부르는 여인을 보며 어린 왕은 심호흡을 했다.
짧고도 긴 시간이 왕을 아이도, 어른도 아니게 만들어버린 덕분 에, 순간 솟은 서글픔을 삭힐 수 있었다.
아네스, 아니, ‘던 경’은 그를 증 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위해 목숨을 걸 고 기어코 그를 지켜낸, 그의 기 사였다.
‘나의 기사.’
그 말을 두어 번 되뇐 뒤, 은인 들이 있는 곳까지 자신을 안내한 아네스 던을 한 번 보았다.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지금도 날 미워하는구나. 그렇 겠지.’
어린 왕은 다시금 정신을 차리 고서, 눈앞의 귀인들을 바라보았 다.
“종을 울려주셔서, 우리를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우리도 필요에 의해 한 일인 것을요.”
귀인 일행 중 대표로 말하는 여 성의 눈길이 아네스 던을 잠시 향 했다.
그것을 기민하게 눈치챈 왕은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래도 그것은 잠시뿐.
몇 번의 감사와 사양의 인사가 오고 간 뒤, 그가 조심스럽게 입 을 열었다.
“실은 은인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저가 황제라는 것을 감출 생각 이 없는 ‘샤를’이 물었다.
어린 왕은 이미 오는 길에 이 일행의 정체에 대해 아네스에게 들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는 왕 대접 자체 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오르자마자 쫓겼으니까.
또한 이들의 정체보다 더 거대 한 진실을 접했기 때문에, 저쪽에 서 이 일행을 보며 어려워하고 있 는 아카데미 학생들과 공작 영식과
는 반응이 달랐다.
어린 왕이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있던 곳은 기억 창고였습니 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고대로부 터의 기억이 담긴 곳이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어린 왕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을 놀라게 했 다.
“이 나라의 시조가 우리 쪽의 엘 프 종족이었다는 말씀이에요?”
“정확히는 엘프라는 종족의 시조 이자 차원을 이동해 건너온 초대 엘프가 이곳에 와 세운 나라가 이
나라인 겁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초대 엘프 는 이종족인 동시에 요정왕이었다 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했더 니 오로지 그 엘프만 가능했다고.
이유는 그가 차원이동한 자였기 때문이고……오
“본래도 엘프였기 때문에 엘프의 시조가 되셨지만, 차원이동을 하 셨기에 전혀 다른 존재도 되셨던 겁니다.”
본래라면 차원이동한 자는 이종
족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그는 이종족이었기 때문에 더 별개의 존재야 되었다고.
그게 요정왕이었단다.
“요정왕은 만물의 비틀린 것과 정리된 것들의 기둥들이기 때문입 니다.”
그자, 첸 크라이스트는 비틀린 자로서 요정왕이 되었다.
“그리고 저분들은.”
“우리 애들은 정리된 것들의 기 둥들이 겠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알려
야 했던 이유는, 당신들에게 남긴 그분의 유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기억에서 기억으로만 전 해 내려오는 말 한마디.
결국 이 왕국의 요정왕은 둘이 아니라 두 가지 능력을 가진 비틀 림의 기둥 요정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요정왕은 이 말을 남 겼다.
“ 뭔데요?”
“요정의 돌을 삼켜라. 그것을 삼 키면 세상은 비로소 온전해진다.”
한쪽은 엄숙하고 한쪽은 어리둥
절한 침묵이 흘렀다.
왕은 아주 진지하게 전언의 끝 까지 알렸다.
“그 돌은 반드시 검붉은색이어야 한다고……
그러자 한바탕 종을 치며 운동 을 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던 ‘렛’ 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팔랑이며 말했다.
“저기, 우리는 온전한데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상태 지.”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는
‘샤를’까지.
나름대로 왕위를 되찾는 과정마 저 잠시 미루고 달려왔던 왕은 약 간 당황했다.
“은인분들이 온전하지 않은 분들 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요정왕, 비틀림의 요정왕이 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다행히 제대로 들어준 이가 있 기는 했다.
분홍 머리의 맹해 보이는 남자, 바바였다.
하지만 바바가 한 답은 더 당황
스러웠다.
“비틀림의 요정왕이라면 목적은 비틀림일 텐데. 심지어 균열을 통 해 이리로 온 자인 데다, 지금 제 가 제 신께 듣기로 아주 미친놈이 었다고 하더군요.”
“미, 미친놈……?”
정령이라는 걸 다루었던 그 첸 이라는 엘프 요정왕이 얼마나 많 은 기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바 바가 들은 대로 줄줄 늘어놓기 시 작했다.
그 말을 들으며 왕국 쪽 사람들
의 얼굴이 얼빠진 상태가 되는 것 을 구경한 뒤.
시큰둥해 보이는 저희 쪽 일행 들을 보면서 바바가 말을 맺었다.
“그가 한 가장 미친 짓은 다시 그 균열을 만드는 시도를 끊임없 이 했다는 것이고요.”
이번에는 양쪽 모두에 동일한 성격의 침묵이 흘렀다.
“미친놈이네요. 그러니까, 그의 말대로라면 그 검붉은 요정석을
먹으면……오 차원을 이동하는 균열 이 열린다는 거고. 그게 열리게 하려면 정확히 말해서 샤를과 렛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네요.”
신물의 선택을 받은 데다 신의 핏줄이기까지 한 자들 말이다.
냉랭한 표정으로 혼잣말로 중얼 거리는 클로버 재상의 말에 침묵 이 깨졌다.
그리고 그 순간.
“ 전하!”
어린 왕의 몸이 작아지기 시작 했다.
재빨리 달려가 어린 왕을 안아 드 는 아네스에 클로버 재상이 순간 안타까운 눈길을 보냈다.
왕을 모시는데 그 왕이 애일 경 우, 얼마나 골치가 아플 것인가 생각하면서.
물론, 잠시 후 샤를의 말을 들으 며 정신을 차렸지만 말이다.
“균열이 열리면 열어버린 주체가 안전했을 리 없고. 어린놈이 은혜 를 원수로 갚는군.”
……어린 왕이 더 나을지도 모르 겠다고.
“그러게요. 아무리 우리가 필요 해서 한 일이라지만 너무하네요.”
똑같이 돌아버린 얼굴로 하는 말에, 결코 그런 의도가 아니었던 어린 왕의 일행이 당황하기 시작 했다.
“여기서 외교 문제를 만들어서 뭐 하시려고요! 절 말려 죽이시려고! 두 분 모두 고정하십시오!”
황제와 황후를 뜯어말리는 그를 보다가 페리도트 영애도 황후 쪽 으로 달려들었다.
“고정하십시오!”
그리고 조절 가능해진 힘을 마 음껏 발휘하며 황후마마를 뜯어말 렸다.
이제 힘도 조절하게 되어서 재 상의 감시를 받을 수 없게 되었 다.
그러니 이제는 전처럼 자주 보 려면 그녀가 찾아가야 하는 것이 다.
‘갈 때마다 일에 치여 있으면 곤 란하지.’
말이라도 섞을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페리도트의 조그마한 애원 소리에 렛의 얼굴이 웃음을 참는 표정으로 바뀐 줄도 모르고, 영애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고정하세요, 폐하!”
영애의 외침으로 적당히 모른 척하고 있던 정체를 대놓고 드러 내게 되는 바람에, 그들의 귀가는 조금 더 빨라졌다.
“조금 진심으로 혼내주고 싶기는 했지만 나중엔 두 사람이 매달리 는 게 재밌어서 더 그런 거거든 요? 뭐, 사과의 표시로 아네스 경 이 그쪽 일 마치자마자 우리 쪽에 사절로 와서 눌러앉기로 했으니까 우리가 헛짓을 한 건 아니죠?”
“……그렇긴 합니다만.”
이로부터 얼마 후, 아네스 던은 아예 가문과 직위를 모조리 버린 남편을 데리고 제국으로 왔다.
그리고 이후 동대륙과 서대륙 간의 교류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하여간, 참 걱정도 많다니까요? 아무렴, 여기서 우리가 다른 나라 왕을 패겠어요?”
그녀의 주머니에 특제설사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클로 버 재상은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황후 뒤에 서 있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사실 패는 게 아니라 죽이는 걸 걱정했거든요?’
역시나, 스칼렛의 머리카락에 입 을 맞추던 황제의 입꼬리가 의미 심장하게 올라가 있었다.
‘진짜로 그 왕을 죽일 생각이었 어.’
말리길 잘했다.
망할 내 인생. 사표가 어딨더라?
“그나저나 우리 글렌은 왜 이렇 게 오래 깨어나질 않지? 얘 왜 이 런 거야? 너희가 너무 세게 때린 거 아니야? 동생을 때리다니.”
[아냐! 아니야!]
“그래서 왜 그랬는데?”
[우리 막내, 돌려보낼게!]
“어어? 너희 지금 답을 피했어? 어디서 그런 앙큼한 짓을 배웠 어!”
[앙큼! 앙큼해? 우리? 모오르겠 는데에……』
[비밀이야……』
[비밀이라고도 하면 안 돼. 델 이 바보야.]
“ 에휴.”
새근새근 잠이 든 글렌 요정왕
은 형들에게 돌아가면서 안기면서 도 깨지 않더니, 그대로 그들에게 안긴 채로 사라졌다.
그리고 며칠 뒤, 스칼렛의 생일 당일.
“……응?”
[선물! 으헤헤헤헤!]
[우리 선물이야, 레티!]
“그러니까, 어, 미안하지만 다시 말해줄래?”
[아기 선물이야!]
예쁜 꽃모양 턱받이에 젖병까지
입에 물고 있는 글렌이 꽃바구니 에 담겨 건네졌다.
그날 요정왕들은 처음으로 스칼렛 에게 온종일 혼이 났고, 결국 제국 의 어린 황족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황실의 딱딱한 예절 교육을 먼저 받게 되었다.
〈외전 1부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