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50
57화-
아직 저쪽 세계에도 익숙해지지 못했던 나는 또 다시 허겁지겁 이 쪽 세계에 적응해야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얘, 스칼렛! 또 거기 들어가 있 니‘?”
“어, 가요!”
그러기를 벌써 한 달.
나는 여기서 나가지 못하고 있었
다.
도무지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가 없는데, 이 인형 같고 삐걱대는 몸 이 죽는 날이 코앞에 와 있었다.
거기에 한 가지 기대를 걸고 있었 다.
저 책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죽는 건.
……두렵다.
더더욱 영문을 모르기 때문인지, 지난번 폭군에게 죽게 될지도 모른 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더욱.
언제나처럼 서늘한 창고 안에서 근심과 걱정을 짊어지고 끙끙대던 나는, 밖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 리에 일단 나가기로 했다.
“왜 자꾸 거기 들어가는 거니?”
“사색을 즐기기에는 이 동네가 너 무 평화롭거든요.”
가든 남작 부인의 눈이 가늘어졌 다.
무슨 멍멍이 소리냐는 소리를 들 은 기분.
“쉰 소리 말고. 거기 먼지도 많은 데, 차라리 다락방으로 가렴. 서늘
하니 생각하기 좋을 거란다.”
“오, 다락방. 좋네요. 그럼 거기 서……/
거기서 생존 고민을 할게요……오
나는 그냥 찡긋 웃으며 말을 얼버 무리고는 그녀의 말대로 다락방으 로 향했다.
“아니, 할 말이 있어서 불렀더니, 얘!”
지금 밥이 문젠가요.
당장 내일이 이 세계의 미친 왕이 여행하다가 이 동네에 들리는 날인 데.
아마 그녀가 지금 하려고 한 말도 그 이야기였을 거다.
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 우울하게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머리를 대차게 굴리기 시 작했다.
맨처음 봤던 영상에 따르면 이 스 칼렛은 말에 타고 있는 미친 왕에 게 죽임당한다.
그렇다면 왕이 말을 탔을 때만 피 하면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왕이 스칼렛의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죽인 거였으니까.”
나중에 나왔던 이유였다.
그런데, 이 영지를 다스리는 남작 가의 영애가 친히 왕림한 왕을 아 예 안 볼 수도 없었다.
인사 정도는 해야 하잖아? 그러면 목소리가 들리겠지!
목소리를 들으면? 말이든 뭐든 동 원해서 죽이고 떠날 거고.
“감기 걸렸다고 하고, 최대한 피 해 봐야 하나.”
이건 뭐, 이런 거 외엔 방법이 없 었다.
감기 걸렸다고 하고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아마 왕은 괘씸하다고 죽 이거나, 애초에 관심이 없어서 묻 지도 않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부디 후자이기를 바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에휴. 내 팔자야.”
목소리 때문이라는 정보는 정말 스치듯이 나온 누군가의 말소리였 다.
하도 소소하고 작게 지나간 거라
서 늦게 발견을 했다.
그러니까, 그 작은 목소리가 그때 또 뭐라고 했더라?
“아, 왕이 어디에서 신물을 구했 는지를 말하고 있었지? ……어?”
신물?
이거 뭐야?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굳어졌 다.
그 부활도 하게 해주고 치유력도 갖게 해준다고 했던 그?
“뒷부분 발암의 주범이었던 그 빌
어먹을 신물이 이 동네에 있다고?”
심지어, 줄을 잇듯이 갑자기 그 장소도 생각나기 시작했다.
“가든 남작가의 정원, 조막만 한 샘물이 있던 자리.”
그 하찮은 샘물에 반지를 빠뜨렸 다고 했던가.
반지를 찾겠다고 무의식적으로 손 을 집어넣었더니, 황금색 고리가 잡혔고 또.
“허허.”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다락방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이야, 이제 해피엔딩이겠네.” 나는 불사의 몸이 되었다.
氷 氷 半
원작은 아름다운 로맨스를 위해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피폐하게 만 든 소설이었다.
때문에 여주인 엘리안과 남주들의 로맨스는 달달했지만, 남주들의 입 을 통해 나오는 그들의 과거는 하
나같이 고독하고, 고통으로 점철되 어 있었다.
남주인 왕세자 세비온은 미친 왕 때문에 평생을 죽음의 위협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것도 아버지에게 살해당할 위협 에 시달려 왔던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왕비였으나 왕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그날 이후로 왕세자로서 그의 지위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아졌다.
누구도 쉬이 믿지 않는 차가운 사 람.
고독과 상실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을 죽고 싶어 했던 유년 시절.
빛나던 시절이 하나도 없던 그의 앞에 나타난 여주인공 엘리안은 그 야말로 한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브 남주였던 바르샤 브 로켈은.”
그는 엘프족을 보호하기 위해 인 간 왕과 손잡아 만들어진 하프엘프 가문의 가주였다.
하여 순수한 엘프 친인척들을 보 호하기 위해 왕의 개로 살아 왔지
만, 그의 피에 흐르는 엘프의 청결 한 기운은 왕을 끊임없이 거부했 다.
그는 자유를 갈망하는 자였고, 그 런 그에게 있어서 엘리안과 친구들 은 유일한 자유의 상징이었다.
결국 외롭게 죽어야 했지만, 그는 정말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것을 지키고 죽을 수 있었다.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한 엘프 친 척들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 소중 한 이들을.
그에게는 그 비극적 죽음 엔딩이
해피엔딩 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둘 말고도 과거가 평화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
뱀새끼라는 욕을 늘 듣고 살아온 베네딕트 크롬웰도.
전장의 사신이라는 이명을 달고 살아온 제이드도.
“그나마 여주인공이 가장 안정된 인생을 산 거였고.”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그렇게 고달프게 살아온 애들을 그 젊은 나이에 싸그리 죽이다니.”
심지어 그 인생을 기억도 없이 처 음부터 다시 살게 한다고?
이 소설에 비하면 초반이 나름 피 폐하다고 생각했던〈그 폭군의 사 생활〉은 양반이었다.
“〈탑으로부터의 편지〉는 무슨.”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더 제목 으로 어울리겠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제목은 필요 없다. 내가 엔딩을 바꿨으니까.
하!
“난 천재야.”
어떻게 이 타이밍에 그걸 딱! 기 억해서 이걸 딱! 얻어 올 수가 있 지?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라면 꽤 보 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 어떤 소설에서도 이렇 게 빨리 원작 엔딩을 바꿔 버린 여 주인공은 없었다.
그래도 빙의도 두 번쯤 하고 나니 요령이 생기나 보네.
폭군에게 차이는 건 실패했으면 서.
나는 실실 웃다가, 문득 얼어붙었
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별 느낌이 없어.”
반지가 아니라 팔찌형이었던 신물 은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를 가지 고 있었다.
저잣거리에서 쉬이 볼 수 있을 법 한 모양새.
하지만 팔찌의 안쪽을 보면, 분명 히 적혀 있었다.
‘모닥불의 여신’의 신물이라고.
휙휙.
나는 조금 식은 눈으로 팔찌를 보 면서 팔을 거세게 흔들어 보았다.
사실 좀 불안했다.
내가 진짜 그 신물을 가로챈 것이 맞는 건지, 도무지 확인을 해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원작 영상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왕이 가지고 있었다는 신물이 ‘모 닥불의 여신’의 신물이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팔찌 형태인 걸 보면 맞는 것 같 은데.”
죽어 볼 수도 없고.
“치유 능력은 또 어떻게 쓰는 건 지.”
팔에 차면 다가 아니었나.
나는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 다.
내 방 창으로 스미는 달빛이 신물 위에 은은하게 어린다.
그 모양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 었다.
“어찌어찌 내일만 잘 버텨 보자.”
버티다 보면, 그때 같이 빛에 휘
감겼던 샤를레앙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여기서 내가 버티는 가장 큰 이유였다.
나는 침대 위에 풀썩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