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51
58화-
이 스칼렛 가든의 죽음은 아주 짧 게 언급되고 지나간다.
“전하께서 지난달 여름 궁전에 다 녀오는 길에 가든 영애를 죽였대 요.”
“그 음침하던 스칼렛 가든 영애 말이죠?”
“네. 글쎄, 말발굽에 채여서 시름
시름 앓다 죽었다지 뭐예요.”
“그 부모가 산 게 어디에요.”
내가 그나마 꼼꼼하게 읽은 앞부 분에 나온 대화.
이 짧게 스쳐 지나가는 문장에서 언급된 것이 다였다.
“그 후에 바로 왕세자의 위기가 터져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으 니 망정이지.”
그 연결되는 사건이 없었다면 오 늘이 내 죽을 날인 줄도 모를 뻔했 던 것이다.
나는 팔찌를 살살 문지른 뒤, 침 을 꿀꺽 삼키고 스칼렛의 어머니에 게 달려갔다.
‘원래의 스칼렛이라면 오늘 죽었 겠지만, 나는 달라.’
여기서 죽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전에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돌아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죽어서 빙의한 것이 아니니까.
‘가능성은 흑마법사들이 뭔가를 했단 건데.’
살아남아서, 알아내자.
그리고 탈출하는 거야.
굳은 다짐을 하면서, 나는 외쳤다.
“어머니! 저 오늘 너무 아프네 요!”
“어디가! 우리 딸, 아주 심신이 건강해 보이는데.”
“콜록콜록.”
되도 않는 가짜 기침을 진지하게 토해내며,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 감기 때문에, 큼, 오늘 전하께 서 오시는 걸 맞이하지 못할 것 같
아요.”
어머니가 눈을 깜박이시며 나를 물끄러미 보셨다.
나는 이전의 스칼렛이 음침하게 코끝까지 길렀던 앞머리를 쓸어 올 리며 다시 한번 연기를 했다.
“아, 죽을 거 같……?
“그래, 그러렴.”
……네?
대뜸 나온 답에 나는 로봇 연기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나를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픽 웃 으며 말했다.
“전하께서 왜 이 외진 곳으로 오 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으신 건 아닐 거란다. ……그렇다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제일이지.”
“오, 음. 네. 그럼.”
“그래. 네 방에 올라가 있어.”
나는 이유 모를 찝찝함을 느끼며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목적 달성이다.
“아픈 척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 겠지?”
혹시라도 진짜인지 확인하러 누가 올지도 모른다.
미친 왕은 변덕이 심한 자였으니 까.
나는 하녀를 불렀다.
“너 그날에 먹는 진통제 있지?”
“네, 아가씨.”
월경통에 먹는 약이 이 세상에도 있었다.
다만 귀족들이 먹는 고급 진통제
와 달리, 싼 진통제는 몇 가지 부 작용이 있다고 들었다.
“그거 이거랑 바꾸자.”
“네에?”
내가 내민 고급 진통제 한 통을 받고서 하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 다.
나는 자꾸만 눈앞을 가리는 은색 앞머리를 훅 불며 다시 말했다.
“좀 궁금해서. 내가 고급으로 한 통 줄 테니, 너도 네 걸 한 통 줘 야 해.”
“네, 네!”
싼 진통제의 부작용은 한국에서 진통제를 많이 먹었을 때의 부작용 과 비슷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도 나 고, 심하면 오한도 생기고.
머리는 어지럽고, 창백해진다.
그래도 죽을 위험은 없으니, 지금 상황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하녀 안나에게서 진통제를 받아든 뒤, 혼자가 되자 곧바로 열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제 한 30분만 있으면 되겠지.”
후우, 떨리는 숨을 뱉으며, 나는 부디 오늘 하루가 평화롭게 지나가 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였다.
뚜우!
“가든의 일족들은, 모두 일어나 전하를 맞이하시오!”
나팔을 부는 소리와 함께 왕의 행 차를 알리는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 려 왔고.
나는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몰 래 창가로 다가갔다.
커튼의 틈으로, 왕의 행렬이 보였 다.
‘두꺼비 같다.’
완벽하게 두꺼비가 사람으로 화한 것 같은 인간이 왕관을 쓰고 거만 하게 말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오
“ 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저건.”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주 작게 속삭이듯이.
“어떻게.”
남주 세비온 왕세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데 그랬다.
그야.
“……폐하?”
머리 색만 달랐지, 얼굴은 샤를레 앙이었으니까.
“세비온 왕세자인데, 왜.”
외모는 달랐지만, 알 수 있었다.
머리 색 바뀐다고 그 얼굴이 어디 로 가는 건 아니니까.
창문 틈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흑발도, 잘 어울리네요.”
한참 만에 나온 목소리는 형편없 게 잠겨 있었다.
내가 정이 많이 들었나.
요 한 달 동안 얼마나 저 사람이 그리웠는지 저 사람은 알까?
여름의 낮은 고맙게도 햇빛이 강
렬했다.
그 빛이 그의 새카만 머리 위에 닿으니 마치 왕관처럼 보였다.
찰랑, 부드럽게 흔들리는 머리카 락 올올이 다 눈에 박히는 것 같았 다.
그는 분위기 있는 미남이었다.
새카만 머리에 눈은 익히 아는 보 랏빛이었다.
그것은 그의 칼로 베일 듯한 표정 에도 불구하고 그를 싸늘하다기보 다 신비로워 보이게 만들었다.
뚜렷하게 기분을 짐작하기는 어려
웠다.
하지만 확실히 건드리면 죽일 것 같은 분위기가 여기까지 풍기고 있 었다.
‘내가 알던 그대로네.’
나는 멍하니 그와 약간 떨어진 곳 에 있는 또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간 놀랐다.
“분홍 머리는 또 처음 보네.”
그것은 왕세자와 달리 햇빛과 융 합하듯 반짝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에 금가루를 뿌렸나…?’
바르샤 브로켈 공작은 하프 엘프 다.
대체로 외양과 성격 전부 몽롱하 게 묘사되는 미남.
그는 왕세자보다 더 부드럽고 얇 은 선을 가지고 있었다.
바르샤는 초점이 또렷하지 않은 연분홍색 눈동자로 어딘가를 멍하 니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섬세한 이목구비 탓인지 그가 있는 곳만 다른 차원의 어딘가인 것처럼 보였 다.
입술은 유난히 예뻤다.
그리고 보다 보니, 그의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랐다.
‘우리와 같아.’
그 책을 만든 사람.
‘동시에 그 책을 도둑맞아 우리보 다 먼저 갇힌 사람.’
그리고.
이 책에 걸린 저주는……오
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이 책.
이 책은 잠든 신들의 유물을 보관 하던 창고.
그리고 이 창고에 허락 없이 손을 대는 자는 갇힌다.
‘기억을 잃은 채!’
“윽!”
모든 것이 순간, 재정립되기 시작 했다.
기억을 잃었어야 했음에도 어째서 인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내게 반발하듯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 다.
기억이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났 다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다.
잊어선 안 되는데.
기억이.
조금씩.
세비온은, 샤를레앙이고. 샤를레앙 은…… 나는……
……어느 날 스칼렛 가든이 되었 어.
저 책을 읽었었지.
그리고 모닥불의 여신의 신물을, 취했고.
죽고 싶지는 않아.
창가로 미남들이 보여서 기분이 좋았고.
또.
‘죽을 위기이기는 한데……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것이 통탄 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눈을 번쩍 떴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