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59
66화-
나는 조금 놀랐다.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했으니, 당 연히 오찬 때 날 죽일 거라고는 생 각했지만.’
사냥이라니.
생각 이상으로 잔혹하고, 상식 밖 의 생각이었다.
‘왕이 계대자인 것만 빼면 아주 무식해서 만만한 인물이라고 생각
했는데.’
적어도 남을 말려 죽이는 데에 있 어서는 꽤 머리를 쓰는 편인가 보 다.
하긴 원작에서도 그랬던 것 같았 다.
“여름이라 밖은 볕이 따가우니, 실내에서 사냥을 하도록 하지.”
“……무, 무엇을 사냥한단 말씀이 신지……
어머니가 질린 얼굴로 물어보셨 다.
왕은 꿀꿀 대는 소리로 웃은 뒤,
인자한 척을 하며 답했다.
“자네 딸을 사냥할 거라네.”
끔찍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대리석처럼 굳어진 채 눈을 찢어질 것처럼 뜨고 있는 부모님을 걱정스럽게 보다가, 그들이 무언가 를 하기 전에 시선을 모으려 몸을 일으켰다.
‘혹시라도 날 비호하다가 다치면 어떡해.’
그리고 너무 조급하지 않은 걸음 으로 왕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왕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사냥감을 보는 눈빛.’
나는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도록 유의하며, 혹시나 해서 준비해 온 종이를 그의 앞에서 들어 보였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목소리를 내어도 될까요?」
순간 바르샤와 샤를레앙의 얼굴이 묘하게 구겨졌다.
스치듯 보인 얼굴들이었지만, 분 명 웃음을 참는 기색이었다.
왕은 그들을 보지 못했지만.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을 느 끼며, 가장 중요한 왕의 반응을 주 시했다.
떨떠름하게 그 종이의 문장을 읽 던 왕은, 설렁설렁 손을 흔들며 고 개를 부웅부웅 저었다.
고갯짓에 따라 살집이 물결쳤다.
……아니, 그래서 소리를 내도 된 다는 거야, 말라는 거야?
내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자, 뒤늦
게 선심을 쓰듯 왕이 말했다.
“내라.”
아주 질색하는 반응이라 조금 어 이가 없었다.
아니, 내 목소리가 안 좋다고 해 도 아무렴, 왕의 돼지 같은 목소리 만 할까?
“……감사합니다, 전하.”
하지만 내색할 수는 없다.
나는 일단 인사를 한 뒤, 내 반응 을 예리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왕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송구합니다만, 전하. 저를 사냥하 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 인지 여쭈어도 될는지요.”
“말 그대로이지.”
말하는 걸 귀찮아한다더니, 지금 만큼은 머뭇거리는 기색도 없이 줄 줄 말이 나온다.
“간단하다. 나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테니, 영애는 식당 안에서 활 을 피하는 거다.”
그가 바르샤에게 힐끔 눈짓을 했 다.
그러자 바르샤가 무표정한 얼굴로
일어서서, 언제 들고 있었는지 모 를 작은 활을 맨손으로 당기는 시 늉을 했다.
보이지 않는 화살의 끝이 나를 향 해 있었다.
나는 그런 그와 눈을 잠시 맞추었 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이 었지만, 이상하게 그가 매우 안타 까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여 부드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군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필요 없
다, 영애.”
왕은 아주 즐거워 보였다.
오찬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일정을 앞당길 수밖에 없었던 모종의 일 때문에 초조한 기색이었으면서.
사냥이라는 말을 꺼낸 후로는 얼 굴이 꽤 펴 있었다.
“누군가를 장애물로 삼고 숨는다 면 활이 영애를 피해 가기는 하겠 지만.”
의미심장하게, 왕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방패가 된 사람이 영애 대신 죽겠지?”
그는 기대하고 있었다.
이 비상식적이고 역겨운 짓거리 앞에서 내가 처절하게 무너지기를.
“만약 영애가 도망에 성공하거
나.”
정확히는, 공포에 질리기를 말이 다.
“또는 반격에 성공하여, 감히, 내 옷에 흠집 하나라도 낸다면.”
영애는 살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이 경우. 영애의 부모가 죽겠지. 딸에게 왕을 향한 공경을
가르치지 않은 죄를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르샤가 말한 대로라면, 나는 이 때쯤부터 몸을 떨고 슬슬 패닉 상 태에 빠진 연기를 해야 했다.
‘아니, 사실 지금 여기 있는 게 진짜 스칼렛이었다면 연기가 아니 어도 그렇게 됐겠지만.’
사실은 두려웠다.
아무리 죽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 고 해도, 나도 사람이다.
죽음 자체는 미지의 것이고, 나는 죽어서 여기에 온 것도 아니었다.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이렇게 끔찍한 방법이라 면.’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한 번 질 끈 감았다 떴다.
딱 그 정도로 동요를 수습하고 다 시 왕을 보자, 불쾌해하는 표정으 로 나를 보고 있었다.
“두렵나?”
식당 안은 사람이 없는가 싶을 정 도로 고요했다.
오로지 왕의 말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두꺼비, 아니 프레데릭 왕은 날 번뜩이는 눈으로 노려보다가, 고요 하게 말했다.
“내 활을 가져오라.”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나는 보았다.
시종이 왕의 눈짓에 따라 활촉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을.
이지가 없는 것 같은 왕궁 시종 은, 맨손으로 활촉에 검은 무언가 를 바른 뒤 그것을 왕에게 넘겼다.
왕의 손에 그것이 들어가는 동안 시종은 삽시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 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깐 사이 그의 목에 덩굴 모양의 검은 문양이 빠른 속 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저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대로 문양이 퍼지다가, 명치 부 근에 문양이 닿으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게 된다.
저 시종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3일일 것이다.
‘마력을 다룰 줄 모른다면 말이 지.’
그 촉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얼 어붙어 있었다.
‘원작에 나왔던 거잖아?’
나는,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 다.
氷 氷 米
원작은 주요 인물들이 수도로 향 하면서 시작된다.
그중 이미 수도에 머무르고 있던 사람이 둘, 샤를레앙과 바르샤였고.
수도에 여주인공 엘리안이 도착하 기 전, 샤를레앙 왕세자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늘 있던 일이라서 늘 하던 대로 대처했는데 당해 버렸지.’
늘 오던 암살자들에 비해 실력이 좋은 이들이었다.
하여 샤를레앙은 결국 팔에 검상 을 허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검상을 통해, 누구도 해독할 수 없는 독이 스민다.
‘치료할 수 없는 독에 중독되는 에피소드.’
샤를레앙이 소드 마스터라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이였기 때문에 즉사 하지 않았을 뿐.
‘범인은 당연히 왕이었고.’
그렇잖아도 왕세자의 몸으로 왕궁 경비대 소속 기사가 되는 모욕을 겪고 있던 중이라, 샤를레앙은 많 이 피폐해진다.
마력으로 독의 핵을 한곳에 고정 시켜 막고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자가 되 고 말았다.
독성은 희미하게 전신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엘리안이 등장한다.
그녀는 입양되었던 곳에서 동생들 을 치료했던 경험을 따라서, 경비 대 소속 선배인 샤를레앙을 돕는 다.
다행히 그 방법은 통했고, 잔존하 는 독성을 제거할 수는 없었지만 독의 핵은 제거하여 샤를레앙은 생 존하게 된다.
그래, 그것은 엘리안이 환부를 도 려내 왕세자를 살리는 장면만을 위 해 만들어진, 절망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왕은 지금 그 독을, 내게 투여하 려 하고 있었다.
‘저 독은 해약이 없어.’
원작에서도 결국 완전히 해독되지 않는다.
계속 독성이 남아서 남주를 줄곧 괴롭히다가, 끝내 그를 죽이는 독.
마지막에 샤를레앙은 죽은 이들
모두의 무덤을 만들고 나서 쓰러진 다.
독이 전신에 지독하게 스며 있어 서 해약이 있더라도 치료할 수 없 을 지경이 되니까.
그는 결국 저 독으로 죽는다.
‘마신의 권능이라서 해약이 없었 던 것이니, 지금은 저게 무슨 독인 지 아는 사람도 없을 거고.’
나는 저 독도 무섭지 않았다.
내 힘도 신의 힘이니까.
짐작하건대, 모닥불의 여신이 마 신보다 약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여기서의 일이 끝나고 수도로 가 면.’
그는 다시 저 독에 당하겠지.
불안한 시선이 샤를레앙에게로 향 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막으면서, 나는 한숨을 삼켰다.
‘그나저나 저 독을 꺼내다니, 날 엄청 죽이고 싶기는 한가 보네.’
시종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풀 썩 고꾸라졌다.
왕이 그를 가리키며 껄껄 웃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아름답지 않느냐, 영애?”
모든 것을 다 떠나, 그 작태는 참 으로 역겨웠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