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66
75 화-
“각하는 상냥하신 분이에요. 행복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말만은 정말 조심스럽게, 진심 을 다해 말했다.
“특정한 감정을 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절대 아니니까 안심하시고 요. 그저, 진심으로, 인간적으로요.”
좋아한다는 말은 혹시 몰라 생략 했다.
하지만 바르샤가 꽂힌 말은 따로 있었다.
“……인간적으로?”
“ 네.”
이윽고, 평소의 차분한 무표정이 된 바르샤가 천천히, 숙였던 허리 를 펴고 섰다.
그는 그러는 내내 내 얼굴에서 시 선을 떼지 않았다.
첫 인상은 붕 떠 있는 느낌이었는 데, 지금은 상당히 느낌이 풍부해 졌다.
이건 친해졌다고 봐도 되겠지?
조금 허하던 가슴에 온기가 슬쩍 깃들어서, 싱긋 웃었다.
“오, 이거 보세요. 각혈은 한 번이 다였어요. 지금은 기침도 안하죠?”
아직 팔은 느낌이 이상하지만, 여 름인데도 긴 팔을 고수하는 몸의 전 주인의 특성 덕에 그것은 감출 수 있었다.
씩씩하게 그리 말하자, 바르샤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했다.
그래도 기분은 확실히 풀린 것 같 아서, 나는 계속 싱글싱글 웃었다.
“일단 이리 와.”
나는 바르샤의 손에 이끌려 달빛 궁을 나섰다.
나서는 길마다 마주치는 궁인들이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혔다.
이건 아마 바르샤에게 하는 것이 리라.
“저들은 지금 이게 나인 걸 몰 라.”
“네? 아까 제가 각하를 불렀는데 요?”
“그것도 못 들었을 거야.”
“ 아하.”
정령이란 거, 편리한 구석이 있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그에게 가볍게 안겨 들린 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은밀하게 넘어 또 다른 궁 앞에 도착했다.
그가 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 주며, 입을 열었다.
“샤를레앙 전하의 궁이야. 영애.”
그는 바람에 소리를 싣듯 작고 고 요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샤를레앙 전하와 생각이 달
라. 영애가 능력을 남발하지 않기 를 바라는 건 같지만, 그래도 영애 가 종종 사람을 치료하는 것은 필 요하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눈에 띄게.”
느릿하게 말해서 그런가, 부드러 운 내용은 아니었는데도 귓가가 간 질거리는 느낌이었다.
“영애가 스스로를 지키려면 차라 리 시선을 끌어 버리는 게 안전하 거든.”
“……아.”
“그런 걸 생각하지는 못했겠지만
말이지. 궁에서 살려면 이제는 생 각해야 할 거야. 세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니면 영향력에 대해서.”
“ 네.”
정작 본인은 그런 데에 관심이 한 톨도 없으면서, 말은 잘했다.
“명심해. 왕은 계대자만큼은 함부 로 죽일 수 없어. 그래서 그 망나 니 제이드도 죽이지 못하고 멀리 보내 버린 거지. 계대자를 죽이면 그가 사용하던 신성력의 저주를 받 는다는 소문을, 왕은 믿거든.”
아, 그래서 제이드를 그냥 멀리
보냈던 거구나.
나른한 목소리가 느릿하게 이어졌 다.
“모닥불의 여신이라는 게 조금 무시를 당하더라도 당당하도 록 하고.”
진실로 수심이 깃든 표정에 나는 묘한 기분이 되었다.
무려 부활 패시브까지 있는 여신 인데. 되게 무시를 당하네……오
“그리고 왕세자 전하께 허락은 받 았으니까, 음……오 왕이 뭐라고 하 든 그냥 여기서 지내.”
“ 어째서요?”
나는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데!
진지하게 묻자, 바르샤가 느긋하 게 답했다.
“잠은 편히 자야 할 거 아냐.”
설핏 맺혀 있는 미소는 꽤나 개구 진 데가 있었다.
나는 식은땀을 슬쩍 닦아내며 덩 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서, 바르샤가 내심 중얼거렸다.
‘뭐, 내가 말 안 해도 되겠지.’
위험한 능력 같으니까 몸을 사리 라는 말은, 그보다는 샤를레앙이 더 잘할 것 같았다.
무조건 막을 것 같지는 않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말도, 안에서 들 었을 테고.’
궁 내의 소식이 얼마나 빠르게 왕 세자에게 닿던지.
달려온 건 바르샤가 빨랐지만, 스
칼렛의 이상을 먼저 알아챈 건 그 였다.
왕세자는 상당히 귀가 밝았다.
“벼르고 있던데.”
드물게 유쾌한 기분이 들어, 바르 샤가 공기를 밟듯 가볍게 자리를 떴다.
판타지 세상에 온지 한 달이 된 내가 보기에도, 왕세자의 궁은 그
직위에 비해 수수했다.
다만 이것은 왕의 학대 때문이라 기보다는 그의 취향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원작에서 엘리안이 물어보니까 취향이 그렇다고 했었지.’
전반적으로 따스한 조명이 드리워 져 있었고, 장식이 있어야 하는 자 리 말고는 사치품이 보이지 않았 다.
대신, 주로 쓰일 법한 곳은 가구 나 문의 문양 같은 것이 고풍스럽 고 실용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딱 봐도 고급품들이고.’
그렇게 궁의 주인을 찾아가면서 궁을 구경하던 내가 멈춰 선 것은 샹들리에 아래에서였다.
샹들리에의 화려함은 주인의 부를 나타낸다더니.
크기는 크지 않았다.
달빛 궁과 크기가 비슷한 것을 보 면 궁 자체가 크지 않은 편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다만 모양새는 매우 아름다웠다.
눈을 현미경으로 보았을 때 같은 유려한 화려함.
작은 촛불들마저 별빛처럼 보이는 샹들리에.
전생에도 이런 것은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뭐가 있나?”
의아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 였다.
“ 전하.”
나는 그를 돌아보며 입가에 미소 를 달았다…… 가 지웠다.
그의 얼굴에 딱 봐도 기분이 안 좋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샹들리에 따위는 단숨에 잊 고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디 다치 신 거예요?”
“……뭐, 무슨 말인가, 영애.”
그렇잖아도 이제 본격적으로 원작 에 진입할 시기라서 은근히 긴장하 고 있는데!
곧 독에 당할 인간인 데다 늘 위 태롭게 지내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나도 모르게 흐리게 중얼거렸다.
“표정이 안 좋으신데. ……팔을 그렇게 다치셨을 때도 티 하나 안 내시던 분이……
빠르게 그를 가운데에 두고 한 바 퀴 빙 돌았다.
설마 또 감추고 있나?
하지만 피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엄하게
굳히고 다시 그를 마주 보았을 때, 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여전히 굳어 있지만, 묘하게 풀려 있는 것이……오
“영애. 지금 내가 다쳤는지를 확 인한 건가?”
“……제가 있는데, 굳이 치료를 하지 않으실 이유가 없으니까요. 참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하.”
그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듯 짧게 웃었다.
그게 헛웃음인지 그냥 웃음인지는
헷갈렸지만.
어쩐지 불퉁해져서 그를 빤히 보 고 있으려니, 그가 다시 얼굴을 굳 히고 스윽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 다.
“그대가 있으면, 나는 당연히 치 료를 받아야 하나?”
“꼭 그러셔야 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안 받으실 이유가 있으실 까요?”
“그대는 내가 그런……?
그는 말을 조금 골랐다.
“몰지각한 인간으로 보이나?”
몰지각이래, 몰지각.
고른 단어가 저거라니 나는 조금 어지러워졌다.
“전하. 왜 그게 몰지각한 게 되나 요?”
“그대에게 상처가 옮겨 가는 거라 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빠르게 낫고요. 정 걸리 시면 다급한 상황에서만 불러 주세 요.”
나는 더 논쟁을 이어가지 않고, 이 고지식한 남주님을 존중해 주기 로 했다.
내 힘에 대해 말한 다음부터 말은 안 해도 눈빛으로 닳도록 이어졌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좀 자제해.’
‘ 괜찮다고요.’
눈빛과 표정이면 저런 대화를 한 수십 번은 할 수 있었다!
“……하아.”
내 말에 그는 복잡한 얼굴로 한숨 을 쉬었다.
“그러지. 다만.”
“ 다만?”
“……궁에 들어오자마자 다친 사 람부터 찾은 것에 대해서는.”
나는 방긋 웃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가 말을 잇다 말고 조금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눈을 조금 크게 뜨자, 그가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나를 향해 정중하게 손을 내밀며.
“일단 그대가 조금 쉰 뒤에 이야
기하지.”
몸에 배인 우아함과 풍기는 다정 함에 순간 설렐 뻔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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