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7
9 화-
다음 날 아침.
폭군 샤를레앙 칼리오르는 재조사 를 명하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자 들을 호출했다.
“그렇잖아도 보고할 것이 있었습 니다만……『
녹발에 암녹색 눈을 가진 클로버 재상이 집무실 안으로 비틀비틀 걸 어 들어왔다.
그의 마른 두 손에는 곱게 쌓아 올린 서류가 두 뼘만큼 쌓여 있었 다.
“아침부터 과한데.”
“폐하는 이거 오래 걸리지도 않으 시잖습니까. 조식도 드셨으니 일을 하셔야지 요.”
다크서클이 트레이드마크인 재상 이 썩은 미소를 지으며 응수했다.
샤르레앙은 무심한 눈으로 그것을 힐끔 본 뒤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 다.
더 말을 이었다가는 자신은 어제
도 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살 기 어린 원망을 들을 것이 분명했 기 때문이다.
재상이 그의 책상에 서류들을 놓 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때 책상 위 통신구에 푸른빛의 불이 들어왔다.
“루만 백작입니까?”
“그래.”
그의 측근인 클로버 재상과 정보 부장 루만 백작.
그는 스칼렛 아르만 개인에 대한 조사를 두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었
다.
이윽고 샤를레앙이 입을 열었다.
“다시 조사해.”
그 특유의 아주 냉랭한 어조로.
-……설마, 제 보고가 엉망인 겁 니까.
수정구 속 정보부장이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다.
그에 샤를레앙이 조금 인상을 썼 다.
‘울리면 어쩝니까! 왜 말을 또 그
렇게 짧게 해서는!’
지켜보고 있던 클로버 재상이 눈 짓과 손짓과 입모양으로 외쳤다.
샤를레앙이 한숨을 가볍게 쉬었 다.
“다시, 해.”
훌쩍.
사실 저렇게 울음이 터지는 이유 가 있었다.
아르만 가문이 어떤 가문이던가.
실력도, 돈도, 뭐 달리 특별한 무 언가도 없지만 위대한 선조 덕분에
든든하게 유지되고 있는 가문이 아 니었나.
그들의 선조는 칼리오르, 라샤헬 가문의 시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 는 자였다.
영웅이라 불렸던 자란 말이다.
그 영웅 시조가 자신의 가문을 위 해 남긴 것은, 아무리 폭군의 측근 들이라 해도 뚫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샤를레앙에게 바친 보고서 는!
그나마 현 아르만 공작의 식솔들 이 영주성이 아닌 수도 내 저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그리고 스칼렛이 그중에서도 유난 히 바깥걸음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알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약혼을 마음대로 강행한 덕분에 일도 많은데.
심지어 그 조사까지 조심스럽게 하느라 루만 백작은 머리가 세 움 큼은 빠졌건만.
“필요가 없어. 제대로 조사한 것 맞나?”
정말 너무하신 주군.
훌쩍 훌쩍.
유난히 눈물이 많은 정보부장이 급기야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 자, 클로버 백작이 고개를 저었다.
‘또 저러다 일이 나한테 넘어오겠 군.’
그래.
사실 그는 루만 백작이 우는 건 상관없었다.
저렇게 울음이 터지면, 폭군께서 는 그냥 일을 클로버에게 맡겨 버 리기 버리는 게 문제지.
아니나 다를까.
뚝
뚝 그치라고 달래는 소리가 아니 라, 정말로 뚝 통신구를 끊어 버린 폭군이 어김없이 재상을 보았다.
“너부터 정해.”
“어, 예?”
그런데 오늘은 뭔가 다르다.
무려 선택지가 있는 것이다.
재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비틀거리 자, 샤를레앙이 무심하게 말을 이 었다.
“아르만 가문 조사. 또는 스칼렛
아르만 조사.”
골라라.
“당…… 연히 아르만 영애를 조사 하는 거지요!”
아니, 그러니까 지금.
새삼스럽게 약혼자로 정해진 지 몇 주는 지난 공작 영애를 제대로 조사하라고 하시는 건가?
‘왜? 굳이?’
저 영애한테 뭐가 있나?
어제 연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기 절하듯 잠을 잤던 재상으로서는 도
통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입 술은 충실히, 선택지를 고르고 있 었다.
“영애의 뭘 조사하면 되겠습니 까?”
“평판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그 외의 것들을 조사해야지.”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것보다는 낫지.
아마도 대뜸 울어 버린 죄로 불가 능한 선택지-아르만 가문 자체 조 사-를 떠안게 될 루만 백작을 떠
올리며.
재상은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 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옅은 미소와 함께 그런 재상을 물 끄러미 보던 샤를레앙이 말했다.
“그래, 클로버. 내가 알고 싶어 할 것 같은 것부터 조사하도록. 관심 없는 것부터 알아 오면 불쾌할 것 같으니 그 부분 유념하고.”
“옙!”
분명히 과로하는 그에게 일을 하 나 더 얹어 준 셈인데.
클로버 재상은 보다 나은 선택지 를 골랐다는 기쁨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서른이 넘은 놈이 그러는 것이 가 히 보기 좋지는 않았으나, 샤를레 앙은 드물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 며 보고만 있었다.
“ 폐하.”
진지하게 어떻게 조사할지를 고민 하던 재상이 그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공식 일정표를 공유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공식 일정이라.”
“뭐, 늘 그랬듯이 달에 두 번은 무조건 만나셔야 하잖습니까.”
“그렇지.”
아예 그의 집무실 한쪽 책상에 자 리를 잡고 앉아 서류를 처리하며 클로버 재상이 말을 이었다.
“일정을 진행하실 때 저도 가까이 에 있으면 정보를 모으는 데에 도 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겠군.”
재상이 멈칫했다.
그리고 힐끔 샤를레앙을 보았다.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상하다.
저 원수 같은 폭군이 저렇게 즐거 움을 표하는 건 참…… 드문 일이 란 말이지.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 재상이 알아서 서신을 보내. 달에 한 번 정도는 재상에게 기록을 맡 기도록 하지.”
저 봐. 기분 좋다니까? 귀찮다고 칼로 면박을 주고도 남을 일인데.
‘진짜 그 영애, 뭔가 있는 건가. 아니면 뭘 했나?’
클로버 재상은 찝찝한 얼굴로 고 개를 갸웃거렸다.
氷 氷 氷
나는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손에 쥔 서 신을 바라보았다.
“일정…… 표.”
그것도 무려 한 달 일정표 되시겠
다.
“하, 한 달이나 날 더 만나려고?”
왜지? 그 꼴을 보고도?
나처럼 평범한 인간의 사고로는 폭군의 비위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한 번 이상한 짓을 했다고 차버리 는 가벼운 인간은 아니라는 건가?
‘하나도 고맙지 않은데.’
하지만 뭐, 충격이 아주 큰 것은 아니었다.
“뭐, 솔직히 예상했고.”
기껏해야 일주일 일정표를 주고 그중에 하루 고르라고 할 줄 알았 던 것이다.
‘재빨리 만나고 끝내려고 하는 거 말이지. 다른 약혼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시큰둥하게 일정표를 보다 가, 맨 아래에 적힌 문장을 발견하 고 픽 웃었다.
“그럼 그렇지.”
맨 아래에는 무려 한 달이나 되는 기간의 일정표를 보낸 것이 무색하 게도,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바로 내일.”
장소는 황궁으로 오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 일정표에서 그가 말 한 시간대를 찾아보았다.
황제의 일정이니 전부 다 나와 있 는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주 잘 알려진 공식 일 정들만 적힌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게 지정해 준 시간 대는 비어 있었다.
이게 정말 시간을 비운 건지, 다 른 일을 하는데 거기에 끼워서 대
충 나와 만나는 건지는 알 수 없었 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문구의 아래 에 적힌 마지막 문장이었다.
“걸어올 것. ……이게 무슨 똥개 훈련이야?”
역시. 일반인이 아니라 이해가 어 렵군.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이으며 떨 리는 심장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각오는 했지만, 그 폭군을 진짜 일대일로 마주할 날이 다가온 것이 다.
생각보다 이르게 다가온 기회였 다.
“가만 있자. 그럼.”
뭘 하는 게 좋을까?
첫 인상을 그렇게 붉은 드레스로 강하게 박아 놨으니, 그보다 약하 면 또 서운한데.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씨익 미소 지었 다.
“그래도 남의 집에 가는데 선물 하나 없이 갈 순 없지 않겠어?”
정성을 다해 준비했는데, 하나같 이 폭군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만 준비해 간다면 어떨까?
절대로 이 사람과는 결혼하면 안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 겠지!
“그래, 이걸로 하자.”
그러니까,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신경 쓰고 있었던,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본격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한 것은.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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