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78
87화-
단 한 번의 등장으로 사람들을 순 간 압도한 모습에, 샤를레앙이 작 게 웃었다.
그 눈들을 모조리 치우고 싶은 충 동이 일었다.
그는 셋이서 책 속에 갇혀 있던 어느 날에 바르샤가 한 말을 떠올 렸다.
“폐하. 당신은 함께 있는 사람들 에게 폭풍이 되는 운명을 가졌습니 다.”
예언과 신관이 꿰뚫어보는 운명은 다르다고 한다.
운명은 영혼의 본질을 표현한 것 이므로.
같은 운명을 보고 표현하는 사람 에 따라 그것은 가지각색으로 표현 된다고.
“그래서?”
“폭풍은 홀로 다 쓸어 버리고 사 라지죠.”
당신은 그렇게 살다 갈 운명이라 고 마지막 남은 진짜 신관이 말했 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뭐 지.”
“스칼렛.”
그 애는 당신이랑 반대거든요.
그래도 친분이 생겼으니, 한마디 얹어 보는 겁니다.
“스칼렛.”
“네, 폐하.”
“……원하는 것, 정했나?”
건방진 놈.
하지만 그의 말을 이토록 자주 떠 올린다는 것은.
그것을 샤를레앙 자신도 내심 인 정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음, 아뇨. 더 생각해 볼게요.”
새침하게 하는 말에 장난기가 배 어 있었다.
장미꽃처럼 우아한 호선을 그리며 휘어지는 눈이 너무나 예뻐서, 샤 를레앙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그는 그렇게 그저 미소 지었다.
당신이, 사람을 죽여야 했다.
그런 생각이 늘 불쑥불쑥 튀어 오 르는데도.
그는 그것이 결국 자신의 책임이 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스칼렛이 들었다면,
‘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있어 요! 내가 내 세상에 적응을 하겠다 고 한 건데! 오버하지 마요!’
대충 그런 말을 했을 테지만.
……그의 세계에서 살인을 두려워 하는 이는 없었다.
이 세상은 그런 곳이었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래, 속이 아팠다.
기분이 너무 나빠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늘 이랬다.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도, 그는 자신을 지키는 것 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를 지키고자 한 사람들은 다 죽 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도.
그래서 지킬 필요가 없는 이들을 골라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 했 었다.
그 밖으로는 마음 하나 주지 말자 고.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그게 무너져 있었다.
“폐하, 오셨습니까?”
그들에게로 그의 사람들과 그녀의 사람들이 천천히 모여들었다.
재상이 졸린 눈으로 반기는 말에 샤를레앙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생각을 털어내며 스칼렛에 게 말했다.
“첫 춤은 나와 추기로 했었지.”
“그랬죠!”
스칼렛이 손을 척 내밀었다.
남녀 간의 긴장감 따위는 없는 시
원스러운 태도에 옆에서 보던 재상 이 탄식했다.
“음, 원한다면.”
그리고 내민 손을 가만히 쥔 채 로,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이자르 경과 먼저 추어도 좋아.”
세상에.
재상이 한 번 더 탄식했다.
우리 폐하가 저런 호구라니.
믿을 수 없었다.
옆에 있던 기사단장 벤저 경은 그 럴 거면 손이나 놔주시지 하는 생
각을 입으로 꺼내려다 루만 백작에 게 정강이를 채였다.
“폐하, 무슨 일 있으세요?”
“싫으면 말고.”
싱긋 웃으며 말을 취소할 기미를 보이자 스칼렛이 뭐에요, 하면서 안심했다.
“근데 할 말이 그게 다이신가요.”
“……음?”
“저 어때요?”
스칼렛이 허리에 한 손을 얹고 고 고한 포즈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워.”
“ 그죠.”
스칼렛이 눈을 반짝이면 말했다.
“저 예쁜 건 당연하긴 하지만 오 늘은 확실히 아름답죠? 거울 보고 여신인 줄.”
눈치를 보다 마침내 가까이에 온 이자르가 그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턴해 멀리 가버렸다.
샤를레앙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 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여신
은 의미가 없지. 그저 완벽하게 아 름다워, 스칼렛.”
긴 침묵이 흘렀다.
스칼렛조차 말을 잇지 못하고 어 버버거리다가, 당황한 눈으로 측근 들 쪽을 바라보았다.
“하이고.”
재상이 세 번째 탄식을 하며 중얼 거렸다.
“몰랐는데, 아주 넋이 빠져 계셨 군.”
미쳤나 봐!
나는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애쓰며 생각했다.
‘뭐야. 저런 간지러운 말을 하는데 얼굴이 저러니까 그냥 설레네!’
사기다.
어차피 남의 떡인데.
슬며시 든 생각에 짜증이 났다.
‘체를라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것 도, 이게 내가 사심이 생겨서 색안
경을 끼는 건지 진짜 수상한 건지 좀 헷갈린다고.’
호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냉정하게 나를 타일렀다.
그렇지.
저런 얼굴로 저런 말을 하는데, 심지어 내가 약혼자야!
그냥 넘어가고 싶어지지 않겠냐 고!
엉엉.
“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결국 춤을 추기도 전에 후다닥 테
라스로 달려 나가 얼굴을 식혀야 했다.
솔직히 샤를레앙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 에휴.”
“뭐 해‘?”
익숙한 맹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 으
“바바. 언제 왔어?”
“안녕.”
“그래. 안녕.”
킬킬 웃으며 맹한 인사에 대꾸해
주자 그가 슬며시 들어와 테라스 문을 닫았다.
“나 투명인간 되어서 왔거든. 아 무도 못 봤을걸.”
기척을 완전히 죽이고 왔다는 말 이었다.
그의 본명은 바르샤 브로켈로, 브 로켈이라는 옛 대신관의 핏줄이었 다.
분홍색 머리에 분홍색 눈동자가 되게 신기할 텐데, 투명화로 왔으 면 주목을 안 받았겠다 싶었다.
되게 귀찮은 게 많은 놈인데, 저
래 봬도 뭐에 꽂히면 행동력이 남 다르다.
“어지간히 시선 끄는 걸 싫어하는 구나.”
웃으며 답하자, 그가 말했다.
“응, 뭐. 근데 폐하가 너 찾는데?”
“ 아.”
가볼게, 하고 테라스를 빠져나오 자 잠시 뒤 그가 느릿하게 내 뒤를 따라 나왔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서서 이쪽을 물끄러미 보기 시작했다.
샤를레앙을 찾아서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음. 답답하다.”
“어어?”
분명히 한쪽에 서 있던 바르샤가 어느새 내 앞에 와 있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홀 중앙으로 가더니, 저쪽에서 나와 마침 눈이 마주쳤던 폐하가 보는 앞에서 나와 자세를 잡았다.
“ 뭐야?”
뭐 하자는 거?
“첫 춤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 고, 어? 답답해.”
그러더니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 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발을 움직이 다 말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폐하가 뭔가 내가 쓰러진 날부터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거야 나랑 폐하 문제지.
춤도 더럽게 못 춰!
나보다 못해!
“내가! 놓으랬지!”
“아! 아파! 그냥 빨리 추고 이어 서 추라고! 시작을 끊어 준 건,”
“그러니까 내가! 싫다고 했잖아!”
“악, 아! 알았어!”
클로버 재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난장판이네요.”
주변에서 멍하니 눈을 비비며 스 칼렛과 바바를 보고 있었다.
이상한 게 하나 더 늘었어……오
재상은 참 신기하고 즐거웠다.
특히 샤를레앙의 표정 변화가 정 말 꿀처럼 달고 재밌었다.
“폐하, 큼, 영애가 병으로 앓았다 는 이야기는 성공적으로 수습될 것 같습니다.”
“그럴 것 같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답하는 샤를레앙에 재상이 웃음을 꾹 참았 다.
아까 바바가 둘을 번갈아 가며 보
다가 혀를 차며 스칼렛에게 가는 것을 보았을 때는 살기가 줄줄 흘 렀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봄날이었 다.
“내가 방심했어.”
“오…… 예?”
“적의 말을 귀담아 듣다니.”
참으로 영문 모를 소리였지만, 이 제야 그가 아는 폐하로 돌아온 것 같아서 반갑기도 했다.
고민거리가 해결된 얼굴은 아니었 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린 게 어디야.
하며, 재상은 저 두 분 머리 식히 시게 밖으로 모시라고 손짓을 했 다.
함께 나가는 둘을 보는 샤를레앙 의 눈빛이 아주 시원했다.
낄낄.
재상이 흐뭇하게 웃는 것을 보며 루만 백작과 벤저 경이 고개를 저 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