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92
104화-
“ 흐음.”
돌아가는 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시선이 하나 있었다.
로브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이 엿 보였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저 스칼렛 아 르만. 운이 좋단 말이지.”
찡그린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일그러진 입매는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녀, 체를라 디엘은 디엘의 징표 를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 겼다.
가볍게 한번 건드려 보았다가 팔 하나를 잃었던 그녀로서는 전보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분노에 차서 한 행동이라고는 해 도, 공작과 원로들을 동원하려고 했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공작이 워낙 무능했으니 까.’
생각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와 연이 닿았다는 것 을 들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게다가.
“내 장난감을 손에 넣었을 줄은, 몰랐단 말이지.”
확실하게 죽었을 줄 알았던 라샤 헬의 마지막 핏줄.
글렌 마시아르.
그는 그녀의 현혹을 오로지 운만 으로 풀어내고 도망쳤던 그녀의 장 난감이 었다.
‘아르만의 경계에 들어갔다기에 죽었을 줄 알았는데.’
애초에 가만히 두어도 죽을 정도 의 상처를 입기도 했었고.
아르만의 원로들은 자비로운 이들 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라샤헬의 힘도 우리 쪽으로 모으지 못하는 게 되는데.’
가문의 피를 이은 이들이 다 죽어 야 그 피를 타고 유지되던 힘들이 수거 된다.
가까이 있는 신을 향하여.
라샤헬이 멸망한 이유였다.
칼리오르와 아르만이 공격받는 이 유였고.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들의 오랜 계획 중 단 하나도 온전하게 이루 지 못했다는 것이 된다.
“확실히 불쾌한 상황인데.”
그런데 어째서일까.
체를라의 일그러져 있던 입매가 돌연 사악 말려 올라갔다.
“점점 더 마음에 든단 말이지.”
호감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 니었다.
“죽일 맛이 있겠어.”
그게 누구든 말이다.
체를라는 저택으로 들어가는 마차 를 바라보았다.
소름 돋게 강하고 아름다운 샤를 레앙 황제가 먼저 내린다.
그녀는 그 남자가 철저하게 망가 지는 것을 보고 싶었었다.
그 남자는 품에 아주 사랑스럽게 생긴 영애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있었다.
그래, 저 예쁜 붉은빛을 가진 영 애, 스칼렛 아르만.
‘처음엔 빨리 죽일 생각만 했었는 데.’
이제는 저 여자도 죽어 가며 망가 지는 것을 보고 싶어졌다.
그것은 만만치 않은 기운을 가진 이들을 볼 때 체를라가 느끼는 감 정이었다.
아주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영애를 향해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글렌 마시아르.”
속삭이자, 말에서 내리던 천사 같 은 소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역시 라샤헬이라고 해야 할까.’
방계이면서 직계보다도 많은 힘을 물려받았던 돌연변이.
이쪽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무언 가 느끼기는 한 모양이었다.
‘칼리오르도 저 정도로 예리할 수 는 없는데.’
그야, 저것은 느낌보다는 직감에 가까운 것이니까.
오로지 자기 보호에 특화된 라샤 헬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었다.
만족스러운 능력.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것이다.
그들 흑마법사들에게 아주 필요한 능력이니.
“틈을 보아, 최대한 빠르게 고통 없이 죽여 주마.”
그리하여 꼭, 그 힘을 받아 낼 것 이다.
“그러니 너는 지금을 즐기렴.”
귀여운 내 장난감아.
체를라가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순간,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 아.”
글렌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를 돌아보았다.
칼리오르의 황제.
“……느낌이 좀, 이상해서 말입니 다.”
폭군이라 알려진 자.
그러나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광기에 절어 있는 이미지였는데 말이지.’
실제로는 광기는 무슨, 그저 인간 이 아닌 것만 같았다.
“느낌?”
“예, 폐하. 아주 불길한 느낌입니 다.”
어리숙한 표정을 꾸며내며 답을
하면서도, 글렌의 눈은 은밀하게 폭군과 그에게 안겨 쿨쿨 자고 있 는 스칼렛을 살피고 있었다.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라샤헬.”
서늘한 목소리에 글렌이 멈칫했 다.
방금 저를 부른 것인가.
글렌 마시아르가 아니라 라샤헬이 라고……오
“……예?”
“눈을 굴리지 마라.”
“그게 무슨.”
눈을 동그랗게 뜨자, 샤를레앙 황 제의 유려한 얼굴에 서늘한 기색이 더 짙어졌다.
“이용하려 들지도 마라.”
글렌이 당황한 기색은 신경도 쓰 지 않았다.
새어 나오는 묵직한 분위기에, 글 렌은 그제야 깨달았다.
스칼렛과 있을 때의 그도 충분히 두려운 자였지만, 지금의 그는.
“제, 제가 감히 누님께 그럴 리가
요.”
“비록 제대로 뵌 것은 오늘 처음 이지만, 결코 그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반쯤은 사실이었다.
“이래 봬도 라샤헬이지요. 폐하께 서 부르신 것처럼 말입니다. 라샤 헬은.”
스칼렛이 그를 죽이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글렌은 얌전할 것이다.
그야.
“은혜를 잊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돌았던 시기도 있었 지.”
글렌이 태어나기도 전에 라샤헬의 본가가 망해 버려서 지금은 기록으 로만 남은 풍문이지만 말이다.
“알아주시니 다행입니다.”
글렌이 고개를 정중하게 숙였다.
어린 소년의 외양이었지만, 식은 땀을 홀리면서도 흔들림 없는 표정 이 본 나이를 짐작케 했다.
물론 샤를레앙은 과거 배경의 책
속에서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곳의 칼리오르와 아르만, 라샤 헬을.
아직 약소한 가문이었던 그때의 해당 가문 사람들을.
방계인 척하면서 자잘한 도움들을 꽤 받았었지.
그리 생각하며, 샤를레앙은 눈앞 의 마지막 라샤헬을 응시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말로 하는 것은 여기까지임을 기 억해라.”
“ 예.”
어떤 인생을 살면, 기세에 피 냄 새가 섞여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황제에 숨 을 죽이며 글렌은 그렇게 생각했 다.
그리고 낄낄거리는 원로 둘을 보 고 얼굴을 구겼다.
“속이 시원하군.”
“그렇군.”
원래 공대만 할 뿐 공손함 같은 것은 키워 본 적이 없는 글렌이었
다.
그들의 뒤를 따르며 그는 끊임없 이 재수 없는 늙은이들이라고 욕을 했다.
그러다 몸을 살짝 떨었다.
‘아까 느낀 그것.’
시선, 같았는데.
그는 자신의 느낌을 신뢰했다.
라샤헬의 능력을 아는 입장이라 더더욱.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어쩌면 흑마법사의 수장 중 하나
가 주변에 있을지도.
이를 갈며, 글렌은 더 빠르게 스 칼렛 가까이로 붙었다.
칼리오르의 황제는 거부감이 들었 지만, 아르만의 누님은.
“그렇게 북받칠 때는 그냥 울어야 해. 그러니 죄송할 거 없어.”
“아, 치료. 유용한 능력이지.”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안정감이었 다.
지나치게 많은 힘을 물려받아서 사람들 사이에서 늘 겉돌았던 그로 서는.
황제의 시선은 칼날 같았지만, 그 건 흑마법사들의 절망의 기운보다 는 견딜 만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글렌은 뚱한 얼 굴로 더 바짝, 커플 옆에 붙었다.
“눈치도 없군.”
“유일하게 바람직한 일면이 아닌 가.”
구시렁대는 소리들은 가볍게 무시 해 주었다.
이 사람 곁은 안전해.
그는 그런 그의 감을 믿었다.
단 하루 만에 깨진 감이었지만.
“고, 공식 일정이요?”
“응. 약혼자로서의 공식 일정들.
우리 동생은 모르나?”
“그…… 알기는 아는데요.”
글렌이 말을 이었다.
“그 공식 일정을 왜 전쟁터에 서……/
“에이, 휴전 중인 곳인걸?”
“……누님, 울지 말고 말해 보세 요.”
글렌은 순수한 어린아이인 척하던 것도 잊고 혀를 찼다.
“아무리 휴전 중이라지만, 무슨 약혼자를 전쟁터로 데려갑니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공자.”
그 소식을 들고 온 이자르도 이를 갈며 가세했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글렌과 미묘 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던 이자르 아르만.
“누님의 동생이니 편히 부르시라 니까요.”
“마시아르 공자. 그러기엔 조금 먼 사이가 아닐까 하는데요.”
“말씀도 편히 하시고요.”
“싫습니다. 그보다, 스칼렛. 안 간 다고 하면 안 되냐?”
“맞아요, 누님. 안전하게 저택에만 계셔도 모자랄 판에!”
누님의 형제로서 매우 거슬리는 작자지만 지금만큼은 같은 심정이 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 글렌도 심문 해야 하는데……;
네?
“글렌을 직접 심문하고 원로들이 랑도 이야기하고. 할 거 많았거든. 그래서 이번 일정 미뤄진 거 잘됐 다고, 괜찮다고 말했을 뿐인데! 대 체 뭐가 문제지?”
아무리 그래도 전쟁터에서 미친
짓을 할 수는……으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응. 오빠, 나 전쟁터에 가서 사고 안 칠 수 있을까? 휴전 중이라지만 전쟁터가 장난도 아니고!”
“……그냥 다녀와.”
“응……?”
“제 손으로 무덤을 팠네……
“약 올리니?”
남매가 투닥대기 시작했다.
글렌은 차마 거기에 끼지 못하고 눈만 굴렸다.
……분명히 느낌은 여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음. 그래. 좋아! 글렌 너도 데려 가면 되겠다!”
사고도 안 치고 미친 짓도 할 수 있고.
“딱 좋겠어!”
“누, 누님……? 갑자기 울다가 웃 고 그러시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환해 지는 스칼렛에 글렌은 불현듯 생각 했다.
‘나, 속은 거 아닐까?’
그러니까 이 누님이 그보다 더 강 한 힘을 타고났다거나……?
그래서 그의 감각에 혼선이 왔다 거나!
“준비해! 바로 가자.”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느낌을 의 심하게 되었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