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94
105화-
떠나기 전, 나는 요정들에게로 향 했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기 때문이 다.
“영애, 물을 주러 가십니까?”
“네에!”
이 길에서 늘 인사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나는 걸음 을 서둘렀다.
“우리 애기들. 이번엔 멀리 다녀 온다고 말해 주고 가야지!”
저번에 본의 아니게 말없이 사라 지는 바람에 요정들이 울었으니까 말이다.
흥얼거리며 춤추듯 달려 가다가, 나는 달갑지 않은 얼굴을 마주쳤 다.
“음. 골드그린……
“플레타! 플레타!”
초록 머리의 그 영애였다.
그 뭐였더라?
아!
“파리 플레타!”
“페…… 페리도트라고요!”
“아, 네.”
물끄러미 보자, 플레타 영애가 얼 굴을 점점 붉혔다.
영애는 이상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밤에 보면 흠칫 놀랄 정도는 되는 눈빛 이었다.
나는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수상했기 때문이다.
“ 뭐죠?”
멀어지는 나를 보며 플레타 영애 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왜 또…… 내 땅 주변에서 마주친 거지?
“뭐, 뭐가요.”
“……오늘은 소리를 안 치니 다행 이긴 한데.”
짐이라고는 손에 들린 작은 백이
전부고.
주변에 마차도 없고.
꼭, 이 부근에서 어슬렁거리고 있 었던 것 같은 행색 아닌가!
“ 설마.”
가는 눈으로 바라보자, 영애가 대 체 뭘 어떻게 이해했는지 얼굴이 또 붉어졌다.
그녀가 외쳤다.
“아니에요!”
“뭐가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니라고요!”
와악 하며 점점 커지는 소리에 나 는 그냥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가기 로 했다.
“잘난 척하지 마요! 그 시뻘건 드 레스 하나도 아름답지 않았다고요! 내가 훨씬……!”
지나가는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목소리가 도무지 멀어지질 않았 다.
“다, 당신의 그 유명세는 다 가문 으로 만들어진 허상이에요! 허상 덩어리!”
따, 따라오나 봐. 또!
“망할!”
응……?
나는 귀를 의심하며 돌아보았다.
와, 귀족 영애가 망할이래!
나야 속에 든 게 다르니까 자연스 럽지만 저 영애는 본투비 이 세상 귀족인데!
하지만 돌아보자, 플레타 영애는 갑자기 입에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꾹 입을 다물고 있었다.
빨간 얼굴에 가까스로 울음을 참 고 있는 표정까지.
“뭐, 영애, 울어요?”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묻자, 멈 춰 있던 영애가 파드득거리며 외쳤 다.
“무슨! 아니에요!”
히끅히끅 하는 소리가 섞여 있었 다.
나는 그녀를 동그란 눈으로 보다 가, 으음, 하고 고민하다 물었다.
“영애, 몇 살?”
“읏, 뭐……
“몇 살이에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흠칫하던 플레 타 영애가 눈을 깜박였다.
고집스러운 눈에 당황이 어려 있 었다.
“……여, 열여덟, 이요.”
한풀 꺾인 목소리가 조금 웃겼다.
“아하. 애구나……『
“뭣!”
“이리 좀 와보죠.”
내 땅 가기 전에 넌 해결을 하고 가야겠어.
거리의 사람들은 영애와 나를 힐
끔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몇은 멈춰 서서 몰래 구경 중이긴 한데, 귀족들인 걸 아는지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사실 나도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저 영애도 신경 안 쓰는 성격인 것 같고 말이지.
내가 살랑살랑 손짓을 하자 영애 가 주춤주춤 다가왔다.
“자, 봅시다, 영애. 나는 스무 살 이에요.”
“ 2”
아무래도 말도 안 되는 열등감을
가진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생일이 언제죠?”
“5월 2일이요.”
“나랑 대충 1년 반은 차이가 나네 요?”
“그렇죠……?”
플레타 영애가 이상한 표정을 했 다.
“자, 그렇다면 나는 영애보다 547 일 정도를 더 살았어요. 대충, 550 일이라고 하죠?”
“ 네?”
숫자가 나오니 주춤거리네.
뭐야, 이게 더 효과적이네……?
나는 속으로 씨익 웃으며, 조곤조 곤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550일이면 내가 영애보다 1650 끼니를 더 먹은 거예요.”
“아?”
“난 하루 세 번 식사를 하거든 요.”
영애의 눈에 경악이 어렸다.
내 몸을 한번 훑는 것이, 그렇게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냐는 의 미 같았다.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더라고요.”
살짝 당혹감보다 분노가 들어차기 시작하는 기색이다.
“중요한 건 살이 아니에요.”
그걸 탁 끊어 버리면서 내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성장기고, 성장기에는 잠 을 자고 식사를 하는 모든 행위가 성장을 향하고 있죠. 성장할수록 미모도 꽃피우는 시기이기도 하고
요.”
말이 이어질수록 영애의 얼굴이 아리송해졌다.
“보통은 이십 대 중반. 거기까지 는 늙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고, 성장만을 한단 말이에요. 이해해 요?”
“네, 네……『
“그러니까 내가 영애보다 예쁜 건 당연하다는 말이에요.”
“네……?”
“내가 더 많이 성장을 했잖아요?”
“아?”
“영애가 내 나이가 되면, 그러니 까 무려 550일, 1650끼니를 지나고 나면, 나처럼 예뻐질 거라는 말이 죠.”
플레타 영애의 머리 위로 느낌표 가 파바박 떴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환해지는 얼굴에, 나는 코를 찡긋했다.
그리고 웃음을 헛기침으로 감추며 진지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날이 오면, 영애.”
“ 네.”
“서점에 가서, 사전을 하나 사요. 그리고 단어 하나를 찾아야 해요.”
“왜, 왜죠?”
“그 단어가…… 당신이 그때 품게 될 작은 의문을 해결해 줄 거거든 요.”
그 어느 때보다도 양순하고 열정 적인 맑은 표정으로, 플레타 영애 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아는 순간, 영애는 진정한 자신을 볼 수 있게 될 거랍니다. 이건 비밀인데 알려 주는 거예요.”
“아! 그, 그 단어가 뭐죠?”
하얀 거짓말.
물론 지금 알려 주지는 말아야지.
“영애가 550일 중 365일을 꼬박 꼬박 튼튼 건강하게 사는 것에 성 공하고 나면, 알려 주겠어요.”
“왜!”
“여기까지도 영애가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말해 주는 거랍니다.”
인상적이라는 말에 다시 독기가 오르려던 플레타 영애가 눈을 깜박
였다.
그리고 볼을 수줍게 붉히며 툴툴 대기 시작했다.
“거, 거짓말 말아요. 내 이름 도……
“페……리도트 플레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장난을 친 것처럼 눈을 찡긋하며 그녀를 부르자, 영애의 얼굴이 조금 밝아 졌다.
“그럼, 1년 뒤에 보죠. 그 전엔 날 찾지 말고 성실하게 먹고 자고 싸는 겁니다.”
“네! ……네?”
영애가 뭔가 이게 아닌데 싶은 표 정을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건투를 빌어요.”
“아!”
아주 위대한 일을 끝내고 돌아서 는 장군 같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응원을 건넨 뒤.
나는 탄성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 다.
‘눈빛이 조금 다른 의미로 뜨겁긴
하지만.’
오래가진 않겠지.
자기 인생 열심히 살다 보면 그런 열등감은 어느새 잊힐 가능성이 높 으니까 말이다.
영애의 기척이 멀어지자, 그제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예쓰! 하고 기쁨을 표할 수 있었다.
550, 1650.
두 숫자를 외우며, 플레타 영애가 씩씩하게 자기 집으로 향했다.
“허.”
그 뒷모습을 보며, 체를라 디엘이 입을 작게 벌렸다.
‘저 영애가 길거리에서도 서슴없 이 스칼렛 아르만에게 시비를 거는 영애라고 했는데.’
상당히 오랫동안 앙심을 품어 왔 다고……으
그래서 손찌검이라도 하기를 바라 며 약간의 수를 써두었다.
‘귀싸대기 한 번에 죽을 수도 있 도록 말이지……
붉은 기운이 플레타 영애의 오른 손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은 칼리오르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세했지만, 휘두르는 손짓 한 번으로 사람의 목을 부러뜨릴 수도 있을 만한 괴력을 지녔다.
전쟁터에 가기 전에 가볍게 건드 려 보자는 수작이었다.
그런데.
“550끼, 1650일……, 음? 아, 550 일, 1650끼……
붉은 기운이 어린 손은 주먹을 쥐 고서 앞뒤로 흔들기만 하면서, 플 레타 영애는 쓸데없는 것만 열심히 되뇌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체를라의 눈가가 황당함으로 일그 러 졌다.
“기운을 낭비했군.”
미세하지만 강력한 진기.
저 기운은 체를라가 다시 수거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딱 한 방은 무조건 날리고
사라질 것이긴 한데, 알 게 뭔가.
목표와 멀어진 것을.
“세이프 존은 염탐을 할 필요도 없겠고.”
꽃이나 가꾸고 있다는데, 거기에 수시로 샤를레앙 칼리오르가 오기 도 해서 다가가지 않는 것이 나았 다.
‘운도 좋은 계집.’
짜증스러운 눈으로 스칼렛과 플레 타 영애 쪽을 차례로 보던 체를라 가 이를 갈았다.
‘전쟁터에서는 다를 것이다.’
전쟁터에서 스칼렛 아르만을 죽이 고.
그 후 조금 달라진 얼굴로 칼리오 르의 앞에 나타나야겠지.
‘설사 내가 실패한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지.’
무뚝뚝한 흑마법사가 마왕의 계대 자로서 충분히 힘을 흡수하고 난다 면.
마신에 가까워지기만 하면.
실패한 일들 전부 만회가 가능하 다.
‘어디서 요정왕이라도 나타나지 않는 이상에야.’
그러나 얼마 남지 않은 요정들은 그들의 계략으로 진정한 계약자를 만나지 못한 지 꽤 되었을 터.
‘하물며 요정왕이라니.’
라샤헬과 요정이 만났을 때 주로 탄생한다는 요정왕.
남은 라샤헬마저 진정한 요정과의 계약 방법을 모르는 지금, 요정왕 이 나타나는 것은 요원한 일일 터 였다.
승리는 그들의 것이었다.
시간문제일 뿐이지.
그녀의 입술 끝이 살며시 올라갔 다.
氷 氷 氷
[스카레!]
파랑 머리의 길이 동동 날아와 품 에 폭 안겼다.
“헤헤, 어디 보자, 조금 컸나!”
[웅…….1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내 품 에 볼을 부비는 모양이 몹시 귀여 웠다.
[나! 나 커써!]
붉은 머리의 벨이 자그마한 사과 를 들고 활기차게 날아다니며 외쳤 다.
노란 머리의 넬은 귤을 들고 인상 을 쓰고 있었다.
“귤이네? 이번에 처음 심은 건 데.”
[우웅.]
“왜 그래, 넬?”
넬의 심각한 아기 얼굴이 반짝 하 고 나를 향했다.
[앙 까져……』
서러운 목소리에 심장을 부여잡으 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까줄게.”
그리고 삭삭 귤을 까기 시작했다.
껍데기가 벗겨지고, 주홍빛 속살 이 모습을 드러낼수록 넬의 표정이 흐물흐물해졌다.
내 품에 있던 졸려 보이던 길도,
둥실둥실 돌아다니던 활기찬 벨도.
다들 숨을 죽이고 드러나는 속살 을 바라보았다.
때 아닌 경건한 시선 사이에서 내 손도 점점 느려졌다.
“잇차!”
그리고 아주 힘겨운 일을 끝낸 것 처럼, 식은땀을 훔치는 시늉까지 하며 다 깐 귤을 내보인 순간!
[스카레에!]
[까!]
흐아아.]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박수가 내 주변을 가득 메웠다.
“넬, 받아. 널 위해 깐 귤이야.”
[흐어!]
침만 줄줄 흘리고 있던 넬이 눈을 둥글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보석 같은 금안에 방울방울 감격 의 눈물이 아롱져 있었다.
[머쪄……, 나, 스카레가 조아!]
넬이 포르르 날아와 폭 하고 길의 옆에 몸을 묻었다.
“나, 나도 넬이 좋아!”
햐.
그야말로 찬사!
이 맛에 요정과 친구를 하는 거 군!
그렇게 깐 귤 하나로 서로 좋다고 꺄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푸홉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 것은.
응?
하고 돌아보자, 내게 이 땅의 프 리패스 권리를 받은 샤를레앙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중요한 일이라면 샤를 레앙과 함께 찾아와도 된다고 허락 해 주었던 재상과 루만 백작, 그리 고 기사단장이 입가를 부들부들 떨 고 있었고.
내가 조용해지자, 요정들도 고개 를 들고 내가 보는 방향을 바라보 았다.
“어, 오셨어요?”
“참……
“ 네?”
내가 방긋 웃으며 반기자, 어쩐지 아련한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던 샤를레앙이 중얼거렸다.
“복 받은 녀석들……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 만.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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