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99
111 화-
스칼렛이 사방의 심장 소리에 넋 을 잃을 무렵.
아르만 저택에서 업무를 보고 있 던 이자르는 한숨을 쉬며 마지막 서류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아까부터 기 다리고 있던 공작 부인을 바라보았 다.
“그래서, 공작을 보고 와야 한다
는 말입니까?”
스칼렛과 있을 때를 생각하면 상 상할 수도 없을 만큼 싸늘한 어조 였다.
공작 부인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 였다.
“가주의 징표 때문에?”
“이해가 빠르구나.”
“하.”
스칼렛이 아는 것보다 더, 모자간 은 찬기가 돌았다.
그저 스칼렛이 있을 때는 둘 다 신경을 쓰는 것뿐.
‘걱정할 테니까.’
스칼렛이 과한 걱정은 하지도 않 을 성격인 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신경을 쓸 것이다.
이자르의 마음 상태에 대해서.
한평생 이자르를 외면하다가 이자 르가 공작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 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공작 부인 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니까.’
함께할 가족은 그 애뿐이다.
이자르는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 었다.
‘동생이 걱정하게 할 수는 없지.’
그런 이유로 이어진 모자 관계였 다.
때문에 지금, 이자르는 평소보다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가문의 징표라니.’
갑자기 찾아와서는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라고 한 것이다.
공작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
었다.
영주성으로 이동하다가 흑마법사 들이 납치하려 할 경우를 고려해 일단 저택의 지하에 가둬 두고 심 문 중이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에게 미끼로 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왜 제가 찾습니까.”
이자르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집니까?”
스칼렛은 공작 부인에 대한 호오 와는 별개로, 그녀가 있는 것만으 로도 자신이 배울 것이 있다고 했 었다.
애가 좀 이상해도 착해서는.
최소한의 포장이나마 해주며 공작 부인을 저택에 남게 해준 것이리 라.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이자르는 더 더욱 공작 부인을 경계했다.
그가 봐온 어머니는 늘 스스로의 아픔과 욕망만을 우선시하는 사람 이었으니까.
‘어쩌면.’
스칼렛이 없는 틈에 이자르에게 가주 직을 향한 욕심을 가지도록 할 생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행여나 내게 헛소리를 할 생각이 라면.”
“너야말로 헛소리 말고. 공작이 죽기 전에 대화를 나누고 와.”
하지만 공작 부인은 시종 당당했 다.
“네가 짐작하는 것이 뭔지 안다. 아니니 괜한 걱정을 내려놓아라.”
저리 당당한 것을 보니, 그가 걱 정하는 뻔한 이유는 아닌 것 같았 다.
하여 잠시 고민한 끝에, 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들어 보죠.”
“너도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공작 부인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 아이, 스칼렛은 공작의 자식 이 아니야.”
“그렇습니까.”
돌아가는 정황을 보아, 이자르도 짐작은 하고 있었던 바였다.
담담하게 답하는 이자르를 힐끔 보고서, 공작 부인이 말을 이었다.
“그래. 전 공작 부인. 그리고 죽은 전 공작의 자식이지. ……나는 이 오래된 가문의 비밀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하나는 기억하고 있단 다.”
그것은 밀리아 공작 부인이 어릴 때 스치듯 들은 것이었다.
“징표가 공작을 지키고 있다고.”
그 어떤 호위보다 강력한 수문장
이 아르만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고 말이다.
“본디 이런 가문에 대해서는 별별 말들이 다 나오는 법이기는 하지 만. 공작이 저리 징표를 원하는 것 을 보니, 영 헛소문은 아니었던 모 양이야.”
“가주의 징표가 지키는 힘의 형태 로 존재할 거라는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듣자 하니, 스칼렛 을 일주일간 잠들게 했던 자들.”
이자르가 무심코 주먹을 꾹 쥐었 다.
지금 공작 부인이 언급한 자들은 그를 제물로 바치려 했던 자들이기 도 했으니까.
“그들은 스칼렛을 영원히 그 잠에 서 깨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지?”
“ 예.”
“그럴 거면 죽이는 것이 더 쉬웠 을 텐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더구 나.”
그 책에 갇히지 않고 빠져나온 것 은 스칼렛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들었다.
‘그 두 사람과 함께 갇히는 행운 이 아니었다면 스칼렛은 꼼짝없이 죽은 것과 다름없게 되었겠지.’
그가 샤를레앙 황제와 바바를 경 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하는 것은 고맙기 때문이었다.
스칼렛과 그 안에서 함께 힘을 모 아 주었던 것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듣도 보 도 못한 강력한 마법이 소름이 돋 아서, 저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 던 것이다.
왜 그들은 스칼렛을 죽이지 않고
잠들게 했을까.
이자르가 조금 멍하니 말했다.
“……제물로 삼기 위해서?”
그가 그때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 문에.
떨리는 목소리에 공작 부인이 고 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가 아닐 것 같아 서 말이다. 사실 그 애를 제물로 쓸 것이었다면 더 철저하게 해야 하지 않았을까? 잠이 드는 장소, 시간, 방식 모두.”
이자르가 멈칫했다.
“나라면 그랬을 거라는 말이란
다.”
“이자르.”
공작 부인이 말을 이었다.
“상대가 한 가지만 볼 거라고 판 단하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상대 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니까. 하나 의 움직임에서 여럿의 의도를 읽어 야 하지.”
막말로 흑마법사 대장의 생각을
그 아래 부하들은 모를 수도 있다.
“그리고 진짜 경계해야 하는 것은 대장의 생각이고.”
무심한 어조로 이어지는 조언에 이자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냉랭한 미소를 가볍게 머금고서, 공작 부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짚어 보자 꾸나. 죽일 수 없었다고 하기엔, 스 칼렛은 그때 아무런 무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다 른 것 같다만.”
“그때는 더 죽이기 쉬웠겠죠.”
“그래. 황제 폐하와의 관계도, 지 금보다는 덜 깊었을 테고.”
“공작이 요청했을 수도 있지 않습 니까?”
가주의 징표를 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얻기 전에는 죽이지 말라고 말이 지.’
하지만 공작 부인은 고개를 저었 다.
“사이에서 그런 말을 하기는 했겠 지. 아직 징표를 찾지 못했을 테니. 그는 너무 뻔해. 하지만 저치의 말
을 그들이 그냥 들어줄 리가 없 지.”
“당신은 그러니까, 그들도.”
흑마법사라는 구체적인 명칭은 부 러 조심해서 뱉지 않도록 하면서, 이자르가 말했다.
“아르만의 징표도 원했을 거라는 겁니까?”
이으 하
공작 부인은 즉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길지 않은 침묵을 거쳐 말 했다.
“아니.”
이자르는 생각을 정리했다.
첫째, 아르만 가주의 징표는 가주 를 지킨다.
둘째, 그것은 뚜렷한 힘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것은 스칼렛에게 속해 있다.
셋째, 흑마법사들은 스칼렛을 죽 이지 않고 잠만 재웠다.
제물로서 스칼렛을 쓰려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징표를 향한 모종의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자르가 툭 말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지라 도, 그 ‘힘’이 드러나는 것은 원하 지 않는 겁니까.”
“나야 모르지.”
공작 부인이 능청스럽게 답했다.
“다만 직감한 것뿐이란다. 징표의 힘이 만약 존재한다면, 그들을 상 대하는 데에 그것이 필수적으로 필 요할 것이라고7
그녀가 믿는 것은 직감이었다.
여러 추측이 바탕이 되기는 했지
만, 그건 사실 설득에 필요했을 뿐 이다.
공작 부인은 감이 좋았다.
그것도 시기에 대한 감이.
“느긋하게 찾아선 안 된다는 생각 이 든다.”
그녀가 그런 감이 좋다는 것을 이 자르도 알고 있었다.
“공작이라면 뭔가 알고 있겠지. 욕심내는 데엔 이유가 있었을 테 니.”
하여 그도 진지하게 그녀의 말을 들었다.
“징표에 대한 것은 심문하는 이들 도 물을 생각을 못 하겠지. 그런데 공작이 고문을 받다가 미쳐 버리기 라도 하면?”
“나라면, 당장 그 징표부터 찾을 것 같구나.”
“……왜 지금 와서 말해 주는 겁 니까?”
“사실 확신에 가까운 감이 온 것 은 오늘이었으니까.”
공작 부인이 우아하게 몸을 일으 키며 답했다.
그리고 무심한 시선으로 이자르를 빤히 보며 말했다.
“왜 하필 오늘일까. 스칼렛이 자 리를 비운 오늘……?
앞서와 달리 의문에 차 중얼거리 는 어조였다.
“어쩌면 그런 생각도 드는구나. 징표가 없으면 이 저택과 아르만 영지를 보호하는 마법에도 영향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만약 그 런 거라면. 나는 스칼렛이 없는 사 이 공작이 죽거나 미쳐버려도 놀라 지 않을 거다.”
그러면 아르만에 대해 그나마 많 이 알고 있는 정보원을 하나 잃게 되겠지.
“네 말대로 너나 나는 그리되어도 상관없지만. 가주가 될 스칼렛은 아무래도 아쉽지 않을까.”
이자르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 가보죠.”
술술 잘만 말하던 공작 부인이 멈 칫했다.
그리고는 뭐라고 말하고 싶은 것 처럼 이자르를 보다가, 한숨을 쉬 었다.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그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로서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지 않지.’
스칼렛에게도 잘 다녀오라든가 하 는 말은 건네지 않았다.
그 애에게는 이자르와는 다른 의 미로 면목이 없기 때문이었지만.
‘그런 말들을 건넬 주제는 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돕는 것 정도는 받아 들여 주는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무리할 것은 없다. 단번에 캐낼 것도 아니야. 일단 가보고, 상태를 지켜봐. 질문은 적게 하되, 공작이 전 공작에게 열등감을 품고 있었다 는 점을 자극하면 좋을 거다.”
“일단은 공작이 죽거나 미치지 않 도록 보호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겁 니다.”
“그것도 좋겠지.”
스스로를 향해 냉소하며 공작 부 인이 사뿐하게 방을 나섰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은 내 심장 소리다.
이상할 정도로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
물에 동동 뜬 것처럼 묘한 부유감 이 느껴졌다.
소리와 맞물려, 우주 한가운데 홀 로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술 먹어서 이러나?’
아닌데.
저번엔 암살자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았을 때 느꼈는데.
“잠들었나?”
그때 샤를레앙의 목소리가 우주를 깨고 끼어들었다.
나는 멍하니 눈을 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촉촉한 눈으 로 샤를레앙을 마주했다.
“ 괜찮은가?”
눈을 맞추자 따스하게 빛나던 보 랏빛 눈에 금세 걱정이 어렸다.
나는 그걸 멍하니 보면서, 아무 말이나 뱉었다.
“……모 ……요.”
님 미모가 미쳤네요.
입에 물컵이 닿았다.
물을 조금 마시자 정신이 조금 돌 아오기 시작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어……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이나 다정하고 작게 속삭이는 것 같은 어조로 그가 물었다.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이기까지 해 서 그를 맹하니 보다가, 뒤늦게 그 가 한 질문을 떠올렸다.
아, 상태를 물었었지?
“심장이 막 두근거려요.”
애들이 아르만 어쩌고 하는 걸 보 니까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
데…… 음?
그런데 내 답을 들은 샤를레앙의 표정이 영 이상했다.
아니, 색도 좀.
“……폐하?”
“그대는 어떻게 그렇게.”
“제가 뭐요? 그보다 취했어요? 아 니면 더운가?”
“아니 다”
그가 슥 얼굴을 돌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무언가 꾹 참듯이.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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