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Million Audience Producers RAW novel - Chapter 166
170화
“나도 최선을 다할 거야. 이 작품 에 내 인생이 걸렸거든.”
“창투사 라임에게서 투자를 받을 거죠?”
“일단… 받아야지. 급한 불은 꺼야 하니까.”
“그건 안 됩니다.”
이규한이 딱 잘라 말하자,박태혁
이 두 눈을 치켜떴다.
“왜 투자를 받으면 안 된다는 거 야?”
“창투사 라임에게서 부분 투자를 받고 나면,투자사에 휘둘리기 시작 할 테니까요.”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 지만 나도 사정이 급해서……
박태혁이 말끝을 흐렸다.
판권료를 마련하기 위해서 집을 담 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러니 일단 창투사 라임에게서 부분 투자를 받 아서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이게 박태혁이 원래 하려 했던 말 이었을 터였다. 그렇지만 자존심 때 문에 그 말을 삼킨 것이리라.
이규한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 었지만,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만약 부분 투자를 받을 거면 판권 을 안 넘길 겁니다.”
“이 대표,대체 왜 이러는 거야?”
박태혁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더 절박해져야 할 필요가 있으니 까요.’
아까 박태혁은 이번 작품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규한이 보기에는 거짓말이었다.
‘창투사 라임에서 부분 투자를 받 아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화장실 가기 전과 갖다 온 후 사 람의 마음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절박함 이 사라진 박태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규한은 판단한 것이었다.
“박상구 작가에게 판권을 구입할 때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 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고 싶기 때 문에 이러는 겁니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이걸 보시죠.” 이규한이 미리 준비해 온 계약서를 꺼내서 박태혁에게 내밀었다.
신중한 표정으로 박태혁이 계약서 를 살폈다.
“판권료로 오천만 원을 블루문 엔 터테인먼트에 지불하고,블루문 엔 터테인먼트와 램프 엔터테인먼트가 작품을 공동 제작한다. 그리고 공동 제작의 수익 배분 비율은… 오 대 오?”
잠시 후 박태혁이 미간을 찡그렸 다.
계약서에 적시되어 있는 내용이 마 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드시는 겁 니까?”
그 반응을 살피던 이규한이 묻자, 박태혁이 대답했다.
“수익 배분 비율이 오 대 오란 것, 너무하잖아.”
“왜 너무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판권료로 오천만 원을 이미 받았 는데 수익 배분이 오 대 오라는 건 좀……
“빅박스에서는 ‘은밀하면서도 위대 하게’의 판권료로 일억을 제시했습 니다. 아마 제가 판권을 넘기려고 했다면,일억 오천까지 받아 낼 자
신이 있었습니다J
“판권료는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겁니다.”
‘박태혁 대표를 도와주자.’
이렇게 결정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규한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작품을 통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상업 영화 제작자였다.
빅박스가 아니라 램프 엔터테인먼 트에 판권을 넘기게 되면,이규한은 최소 오천에서 최대 일억의 손해를 보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규한은 그
손해를 만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은 밀하면서도 위대하게’라는 작품을 영화화하는 과정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려는 것이었다.
“정 마음에 걸리시면 수익 배분 비 율은 조정하시죠.”
“어떻게 조정할 건데?”
“5 대 5가 아니라 4 대 6으로 하 시죠. 4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6 이 램프 엔터테인먼트입니다.”
5에서 6으로.
숫자 1의 차이였다.
가 개봉해서 흥행에 성공할 경우, 숫자 1의 차이가 엄청난 금액 차이 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고 있는 박태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조금 손해를 보는 느낌이긴 하지 만,그렇게 하자.”
그런 그가 이규한의 제안을 수락했 다.
‘적당해.’
그 순간,이규한이 속으로 웃었다.
계약서에는 공동 제작 시 수익 배 분 비율을 5 대 5로 적시했다. 그렇 지만 이규한이 생각했던 적정 수익 배분 비율은 4 대 6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5 대 5로 적시했던 이유는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견했기 때문이었다.
‘계획대로 됐어.’
이렇게 판단한 이규한이 다음 수순 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기획 개발은 저희가 주도 적으로 할 겁니다.”
“블루문 엔터테인먼트가 기획 개발 을 주도적으로 할 거라고? 왜?”
“그 편이 투자사와 협상을 할 때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으니까 요.”
램프 엔터테인먼트와 블루문 엔터
테 인 먼트.
두 제작사 가운데 투자사가 더 신 뢰하는 곳은 당연히 블루문 엔터테 인먼트였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태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아마 투자 유치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겁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제가 만족할 때까지는 투자사에 넣 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이규한이 덧붙인 말을 들은 박태혁 의 낯빛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 이리라.
“그래서 제가 아까 사무실을 이전 하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임대료가 없으니 고정적으로 지출될 비용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리고 태열 선배 월급도 블루문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일정 부분 보조해 드리겠습니다.”
그 사실을 눈치챈 이규한의 제안을 듣고서야 박태혁이 어느 정도 안심 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까지 해 준다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네.”
박태혁이 꺼낸 말을 들은 이규한이 픽 하고 실소를 홀렸다.
“입은 삐뜰어져도 말을 똑바로 하 셔 야죠.”
“ <……?"
“만약 미주 씨가 곁에 있었다면 이 렇게 말했을 겁니다.”
“무슨 뜻이야?”
이규한이 대답했다.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최상의 조건이란 뜻입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베테랑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그리고 ‘은밀하면서도 위대하게’까지.
이규한이 제작에 관여하고 있는 작 품만 네 작품이었다.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그러다 보니 시간은 총알같이 빠르 게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규 한이 통화를 했다.
“오늘 약속 때문에 전화드렸습니 다. 네,하루만 미뤘으면 합니다. 제 가 중요한 일이 갑자기 생겨서요.”
이규한이 통화를 하는 것을 듣고 있던 김미주가 물었다.
“누구예요?”
“김수한 매니저.” 이규한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자, 김미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김수한이랑 약속을 미룬 거
예요?”
? ? "
"方'
“헐,우주 대스타 김수한과 약속을 미룰 정도로 중요한 일이 대체 뭔데 요?”
이규한이 대답했다.
“어머니 생신이야.”
일찌감치 로터스 호텔에 도착한 이 규한이 커피 전문점으로 향했다.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김태 훈을 발견한 이규한이 다가갔다.
“무슨 일로 만나자고 하셨어요? 그 냥 다음에 만나자니까요.”
이규한이 핀잔을 건네자,김태훈이 대답했다.
“너무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 어.”
그 이야기를 들은 이규한이 픽 웃 으며 질문했다.
“혹시 형수님한테 그런 말씀 해 본 적 있으세요?”
“그야 당연히… 없지. 그리고 이런 말 하면 의심해.”
“뭘 의심하는데요?”
“내가 큰 잘못을 한 게 아닐까 의 심부터 한다니까. 괜한 말을 해서 쓸데없는 의심을 살 필요는 없잖 아.”
당당하게 대꾸한 김태훈이 아이스 커피를 이규한의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미리 시켜 뒀다.”
“잘 마실게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 때문에 만나자고 하신 거예요?”
“이거 주려고.”
김태훈이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뭔데요?”
“제주도 항공권과 특급 호텔 이용 권.”
“이걸 왜 주시는 건데요?”
“오늘 어머님 생신이시잖아.”
김태훈의 대답을 들은 이규한이 놀 란 표정을 지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어요?”
“관심이 있으면 다 알 수 있어.”
“부담스러운데요.”
이규한이 부담스럽다고 표현하자, 김태훈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내 관심이 부담스러워?” “선배도 투자 배급사 직원이니까 요.”
‘투자 배급사와 제작사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게 이규한이 가진 생각이었다. 그래서 부담스런 표정을 지었을 때, 김태훈이 매서운 시선을 던지며 입을 뗐다.
“아까 선배도라고 했지?”
“네? 네.”
“그 말은 다른 투자 배급사에서도 선물을 보냈다는 뜻이야?”
‘예리하네.’
이규한이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대 답했다.
“맞습니다.”
“어디야?”
“여기가 어느 호텔인지는 아시죠?”
“로터스 호텔이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알겠다. 로터스 엔터테인 먼트 권지영 팀장이구나.”
“이 호텔 일식당이 예약하기 무척 어려운 곳인데, 권 팀장이 기어이 예약해 주고 인원수에 맞춰서 계산 까지 미리 다 했더라고요.”
‘성공하니까 좋긴 하네.’
김태훈이 탁자 위에 올려 둔 봉투 를 챙기며 이규한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예전과는 정반대야.’
예전에는 이규한이 투자 배급사 팀 장들의 집안 경조사를 챙겼었다. 그 런데 지금은 오히려 투자 배급사 팀 장들이 먼저 이규한의 집안 경조사 를 챙기고 있었다.
이것이 영화 제작자 이규한이 성공 했다는 증거.
“어쨌든 감사합니다. 어머니께 전 해 드릴게요.”
“너무 약소해서 미안할 지경이다.”
“네?”
냐? 네 덕분에 ‘암살자,보이지 않 는 총구’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 던 셈이잖아.”
김태훈이 신이 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바라보던 이규한이 희미한 웃 음을 머금었다.
그가 씩서비스로 선물을 보내지 않 고 굳이 직접 만나서 전하려고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자랑하고 싶은 거야.’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와 ‘해 적의 시대’,그리고 ‘붉은 안개’.
올 여름 극장 성수기 시장을 맞아 빅박스를 제외한 나머지 3대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내놓은 작품들이었 다.
이파전.
전문가들은 결국 올 여름 극장 성 수기 시장이 ‘해적의 시대’와 ‘암살 자, 보이지 않는 총구’의 대결로 압 축될 거라 예상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 갔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가 ‘해 적의 시대’와의 맞대결에서 말 그대 로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그리 고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가 전 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해적의 시 대’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캐스팅이었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후에다가 오랜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전혜수가 투 톱으로 나서자 연기력과 티켓 파워 를 갖춘 명품 조연 배우들도 ‘암살 자, 보이지 않는 총구’에 속속들이 합류했다.
그런 배우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관객들의 발걸음을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로 돌리게 만든 원동력이 었다.
“지금 관객이 몇 명이나 들었어
요?”
“이 대표,공동 제작자가 관객수도 몰라?” ‘320만 명.’
이규한도 명색이 ‘암살자 보이지 않는 총구’의 공동 제작자.
그래서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암살 자,보이지 않는 총구’의 관객수를 아침에 확인했기에 이미 알고 있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 관객수 를 질문한 이유는 김태훈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서였다.
“322만 1,894명이야.”
한 자리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는 게 김태훈이 얼마나 ‘암살자,보 이지 않는 총구’의 흥행에 관심이
많은가를 알려 주는 증거였다.
또,천만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는 증거이기도 했고.
“‘해적의 시대’는 관객수가 얼마나 들었어요?”
“어제부로 간신히 백만 넘겼다.”
1억 관객 제작자
1 기화
밥값 (1)
‘세 배 차이.’
같은 날 개봉했던 ‘해적의 시대’는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 관객수 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예매율 격차가 점점 더 벌 어지고 있는 상황.
‘해적의 시대’는 손익 분기점을 넘 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는 지금쯤 초 상집 분위기겠네요.”
“곡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지경이 야.”
김태훈이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복수는 성공했네.’
이규한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라는 작 품에 이규한이 의도치 않게 공동 제 작자로 참여한 이유.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대환 대표 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서였다. 그 런 이규한의 의도는 먹힌 셈이었다.
배급을 맡은 대작 영화 ‘해적의 시 대’가 하정후를 놓치면서 예상외의 흥행 부진에 빠졌으니까.
그렇지만 이규한의 입가에 떠올랐 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운털 단단히 박혔겠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의 김대환 대 표도 바보가 아니었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에 블루 문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김대환 대표 역 시 알고 있을 터.
또,전혜수와 하정후를 캐스팅하는 데 이규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는 사실도 알게 될 터였다.
그러니 어찌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 수 있을까.
‘이미 각오했던 일이잖아.’
잠시 후,이규한이 고개를 흔들며 걱정을 털어 버렸다.
’암살자,보이지 않는 총구‘에 공동 제작자로 합류할 당시, 이미 각오했 던 부분.
이제 와서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었다.
“오신 김에 식사하고 가실래요?”
“아니,가족들끼리 오붓하게 모여 서 하는 식사 자리에 불청객이 끼어 들면 곤란하지. 나도 눈치란 게 있
는 사람이다.”
김태훈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선물을 챙겨 준 그가 고마웠다. 그래서 이 규한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혹시 웹툰 좋아하세요?”
“웹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김태훈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 한 순간,이규한이 충고했다.
“웹툰 쪽을 눈여겨보세요.”
“왜 눈여겨보란 거야?”
“거기가 노다지거든요.”
“노다지?” 김태훈이 의아한 시선을 던질 때, 이규한이 덧붙였다.
“이미 다른 투자 배급사와 제작사 들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옴직 이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NEXT 엔터테인먼트도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실.
양복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어 둠에 물든 창밖을 응시하던 김대환 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홍보팀장 김덕원이 잠시 망설이다 가 대답했다.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예상대로군.”
“‘해적의 시대’의 흥행 부진에 대 한 책임의 여파가 어느 선까지 미칠 지에 대해 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 우고 있습니다.”
김덕원이 솔직하게 대답하며 김대 환의 등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오늘 김대환의 등은 무척 좁고 왜소해 보였다.
‘지치신 건가?’ ‘광안리’와 ‘민란’,그리고 ‘해적의 시대’까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던 제작비 100억을 초 과하는 대작들이 잇따라 홍행에 참 패한 상황이었다.
자연히 씨제스 엔테테인먼트의 수 장인 김대환에 대한 평가도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젊은 감각을 지닌 새로운 대표이사가 씨제스 엔 터테인먼트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 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김대환이 빙글 몸을 돌렸 다.
그런 그의 표정을 살피던 김덕원이
의아함을 품었다.
‘표정이… 별로 어둡지 않다?’
현재 김대환은 사퇴 압박까지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김대환의 표정은 김덕 원의 짐작보다 훨씬 밝았다.
‘왜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건가?’
김덕원이 이렇게 판단했을 때,김 대환이 입을 됐다.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잘 살 피게.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대표님!”
지.”
김대환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마 친 순간,김덕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멈지 않으십니까?”
“누가 말인가?”
“블루문 엔터테인먼트의 이규한 대 표 말입니다.”
“NEXT 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은 ‘암살자 보이지 않는 총구’가 전혜수와 하정후를 캐스팅 할 수 있었던 이유. 이규한 대표가 움직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적의 시대’가 흥행 부진을 겪게 된 결정 적인 요인이었죠.”
김대환이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을 확인한 김덕원이 다시 입을 뗐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광안리’와 ‘민란’의 흥행 참패에도 블루문 엔 터테인먼트의 이규한 대표가 연관되 어 있습니다.”
이규한이 제작에 관여했던 영화들 은 ‘광안리’와 ‘민란’이 개봉했을 때 와 엇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었다.
그리고 이규한 대표가 제작했던 경 쟁작들에 밀려서 ‘광안리’와 ‘민란’ 은 흥행 참패를 겪었었고.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김덕원이 그
사실을 일깨웠다.
그제야 김대환의 호흡도 조금 거칠 어졌다.
“이번에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았네. 솔직히 말하면 이규한 대표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거
드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환의 목소 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계 시는 게 아닐까?’
그로 인해 김덕원이 이런 우려를 품었을 때였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전혜수를 복귀시켜서 하정후를 가로첼 생각을 한 것,놀랍지 않은가?”
오히려 김대환은 기꺼운 표정으로 이규한 대표를 칭찬했다.
‘역시 너무 안이하게 상황을 보고 계신다.’
김덕원의 우려가 더 깊어졌을 때였 다.
“덕분에 내가 궁지에 몰렸군. 아마 이규한 대표는 이걸 노렸을 거야.”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않겠습니 까?” “내버려 두게J
“왜 내버려 두시란 겁니까?”
김덕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 로 물은 순간,김대환이 대답했다.
“두고 보게. 그 친구가 궁지에 몰 린 날 구해 줄 테니까.” “규한아,여기 너무 비싼 데 아 냐?”
로터스 호텔 내에 위치한 고급 일 식당 내부를 둘러보던 어머니는 음 식의 가격 걱정부터 하셨다.
저도 요새 잘 벌거든요.”
이규한이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 만,어머니의 표정에서 근심은 사라 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규한이 다시 입을 뗐다.
“실은 이미 다른 사람이 계산을 마 쳤습니다.”
“다른 사람? 누가 이렇게 비싼 음 식을 대신 계산해 줬어?”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요. 그러 니 돈 걱정 마시고 편히 드세요.”
그제야 어머니가 안도한 표정을 지 었을 때,최호인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누가 오늘 식비를 계산해 준 겁니 까?”
“권지영 팀장이 했어.”
“로터스 엔터테인먼트 투자팀의 권 지영 팀장이요?”
“맞아.”
“형님,존경합니다.”
이규한이 확인해 준 순간,최호인 이 존경이 담긴 시선을 던졌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메이저 투자 배급사 팀장들이 먼저 경조사 를 챙겨 주는 제작자는 아마 형님밖 에 없을 겁니다.” 최호인이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지 만,이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 했다.
“명심해. 이유 없이 베푸는 호의는 없는 법이야.”
“형님께서 꾸준히 흥행 작품을 제 작했기 때문에 메이저 투자 배급사 팀장들이 형님과 함께 작업하기 위 해서 호의를 베푸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난 그리 탐탁지 않아.”
“왜 탐탁지 않으신 겁니까?”
“만약 그게 목적이라면 다른 방법 을 사용하는 편이 나으니까.” 이규한이 대답했다. 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만약 메이저 투자 배급사들이 블루 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작업을 하 고 싶다면?
이렇게 경조사를 챙기는 것보다, 투자 계약을 맺을 당시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편이 맞았다.
즉,현재 수익 배분 비율이 1 대 3 이라면 6 대 4 혹은 5 대 5로 수익 배분 비율을 바꿔서 제작사의 수익 을 더 거둬 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이 필요했다.
‘너무 많아.’ 투자사가 하는 일에 비해 가져가는 수익 비율이 너무 많다는 불만을 이 규한은 항상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관행처럼 굳어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제작사 측에 더 불리하게 악화되고 있었다.
투자사 7, 제작사 3.
현재 관행처럼 사용되는 수익 배분 비율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불합리하다고 판단했 는데.
최근에는 수익 배분 비율이 제작사 에 더 불리하게 바뀌고 있었다.
투자사 8, 제작사 2로 투자 계약을 맺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었고,심지 어 9 대 1로 투자 계약을 맺는 경 우까지도 종종 발생하고 있었다.
영화 제작자인 이규한의 입장에서 는 이런 상황이 기꺼울 리 없었다.
‘차차 바꿔 나가야지.’
단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규한이 천천히 이 불합리한 상황 을 바꿔 나가겠다는 각오를 속으로 다지며, 최호인에게 물었다.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 습니다.” ‘나를 사랑한 아저씨’는 기획 개발 작업을 마치고 현재 촬영이 이루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순조롭게 촬영 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최호 인에게서 들었지만,이규한은 안심 하지 않았다.
“촬영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 으면 안 돼.”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궁금 한 게 있습니다.”
최호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뭐가 궁금해?”
“황진호 피디는 시나리오 윤색을 한 번 더 거치길 원했는데 대표님이 바로 촬영에 들어가라고 지시하셨잖 습니까?”
“그랬지.”
“혹시 촬영을 서두르신 특별한 이 유가 있습니까?”
“물론 이유가 있어.”
이규한이 ‘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생략하고 바 로 촬영에 돌입하는 선택을 내린 데 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감정을 했을 당시, 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 기 때문이었다.
황진호 피디는 ‘나를 사랑한 아저 씨’의 시나리오 윤색을 맡길 적임자 로 정서경 작가를 찜했었다.
정서경은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 는 작가.
특히 각색과 윤색에 특화된 작가였 다.
-2,351,922.
당시 정서경이 윤색을 맡는다고 기 입하고,‘나를 사랑한 아저씨’의 시 나리오 책을 집어 들었을 때의 예상 관객수였다.
2,230,765애서 2,351,922로.
정서경 작가가 ‘나를 사랑한 아저 씨’의 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할 경 우,예상 관객수는 증가했다.
그렇지만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약 12만 명.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이 규한이 과감하게 시나리오 윤색 작 업을 건너뛰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 서경 작가가 만필이었기 때문이다.
‘최소 삼 개월!’
정서경 작가는 꼼꼼하고 실력이 있 는 편이었지만 작업 속도가 느리기 로 소문이 자자하게 나 있었다.
그런 만큼,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마치는 데 최소 삼 개월이 넘게 걸 릴 것이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삼 개월은 최소 시간일 뿐이었다.
육 개월에서 일 년 가까이 걸릴 가능성도 충분했다.
‘십만 명의 예상 관객수를 늘리기 위해서 육 개월을 허비할 수는 없 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 이규한이 윤색 작업을 건너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러나 감정을 했다는 사실을 최호 인에게 밝힐 수는 없는 노릇.
해서 이규한이 첫 번째 이유를 건 너뛰고 두 번째 이유를 밝혔다.
“빨리 촬영을 마쳐야만 개봉 타이 멍을 절 수 있어.”
1억 관객 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