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최고 속도 (3)
“흠. 어머니, 일단 제가 지적해드린 부분 잘 기억해 두시고요. 저 상인 연합회는 제가 잘 처리할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남에게 피해 주고는 못사는 성격의 소유자인 어머니라, 속이 많이 상하셨을 것이다.
상인 연합회에 가입하게 하고, 회비를 내게 하며 내 레스토랑을 저들의 의도에 맞게 운영하려는 속셈, 논리적으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인데 단체, 다수의 힘을 이용해 이 주변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흔들어대는 놈들이었다.
물론, 똥파리는 꼬이는 게 당연하다.
저들이 꼬이지 않을 만큼 최고 속도를 내지 못한 내 잘못이다.
속도를 높이는 일의 일환으로 하루빨리 ‘반유현 팩토리’의 거대한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를 개설하시게요?”
방송과 그 외의 대중매체들에 의해 내 소식이 전달되었고, 내가 원치 않던 기사들까지 가끔씩 등장했다.
그리고, 대중들의 수많은 관심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에 SNS 계정을 만들었다.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말들이 많지만, 나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저 상인 연합회, 너무 귀찮으니까 다 죽이게.”
조금 표현이 과격했나.
반유현팀의 직원들과 경호원들이 기겁했다.
SNS의 아이디를 만들자마자 개설한 것은 내 셀카 한 장과 몇 줄의 문장이었다.
셀카는 이 아이디가 사칭이 아니며, 나라는 것을 인증하기 위함이었다.
[ 안녕하십니까 반유현입니다. 저는 서울, 이태원 거리에 관행, 역사를 따지며 상인들에게 갑질을 해온 상인 연합회를 고발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이유로 … 중략… 물론, 그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차장 건설비와 상인회 가입비, 월 회비 등 부당한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에 오시는 분들은 쓰레기를 항상 챙겨주시고, 조용히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하찮은 논리를 가진 놈들을 상대해 줄 시간이 없기에 진정 나와 내 요리가 좋은 손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글은 올라온 지 10분도 채 안 돼서 인기 게시글에 등록되었다.
-ㅋㅋㅋ상인회? 뭐 하는 놈들임?
-무시하세요 그냥. 어차피 손님들은 반유현 편임.
-돈 냄새 맡고 달려드는 듯, 가입비랑 회비 내봤자 도움도 안 주면서.
당연히 아니꼬운 시선으로 그들을 보는 사람이 많았고, 이 글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퍼져나갔다.
-뭐임? 저런 단체도 있나.
-한국에서 장사하는거 아니랬음. lol
-반셰프! 제발 도쿄로 와주세요!
-뉴욕으로 와주세요! 우리 모든 단체와 시민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냐면, 용산구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물론, 나에게 직접적인 연락 말고 내 의전을 맡은 ‘반유현팀’에 말이다.
몇 줄의 문장이 이렇듯 강한 힘을 가졌다니,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
“셰프님, 그쪽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구청장이라는 직책이…… 식품접객업소 단속 처분 권한도 있고, 상인회에서 추진 중인 주차장사업도 전면 재검토에…… 상인회장이 소유한 건물에 대해 재건축, 재개발 인허가 또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구청에서 직접, 이태원상인회장과 상인회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이태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종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었다.
나의 SNS에 적힌 문장과 외국인들의 반응에 의하면 그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무슨 갱단 또는 마피아처럼 업주들의 돈을 뺏는 집단이 버젓이 있다는 게, 그 도시와 동네에 좋은 이미지를 줄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구청의 대처는 언론을 타고 전해졌고, 이것은 사람들의 행동 양상도 바꾸었다.
‘반유현-펌킨’에 줄을 서고 있는 손님들이 ‘조용히 줄 서 있기’ 운동을 시작한 것.
또, 이 운동은 SNS를 탔고, 파리와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에도 이런 운동이 시작되었다.
“대단하십니다 힘이.”
“상인회장 아저씨는 뭐라냐? 반응 없어?”
“이번 달 말에 세무조사까지 시작된다니, 숨도 못 쉬고 바짝 엎드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잘나가는 맛집 정도의 수준으로 레스토랑 ‘반유현’을 봤었나보다.
SNS와 각종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는 자신의 행실이 부끄러웠을 테고, 나의 파급력에 지레 겁을 먹고 엎드려 있을 상인회장이 떠올랐다.
‘멍청한 놈.’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나도 주변의 다른 가게들이 잘되는 것이 좋고 이 동네에서 함께 장사하는 상인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레스토랑 ‘반유현’의 존재가 이 상권을 살리는데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상인회장은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보다 더 많은 이득을 챙기려 했던 것이다.
“사과는 받아야지, 이런 건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되니까.”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확실하게 꺾어 버려야 한다. 그게 내 방식이었다.
“마침 셰프님을 뵙고, 직접 사과하겠다고 상인회장과 간부들이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나한테 뭘 사과해, 우리 어머니한테 사과해야지.”
“어떡할까요?”
“일단 불러봐.”
그렇게 상인회장과 그 간부들이 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 몸보다 스무 살, 많게는 서른 살이 많은 어른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내가 다 부끄러웠다.
“덕분에 전 세계에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에 질서 있게 줄서기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주차장 사업을 추진했고 그에 따라 도움을 조금 받으려 했던…….”
“지랄.”
눈동자가 흔들리는 최원태였다.
며칠간 구청과 세무서의 수많은 조사를 받았던 모양에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상인회의 예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증거들도 많았고, 사소한 욕심 때문에 인생을 완전히 던져 버린 1인의 역사에 남게 되어버렸으니까.
“공공의 이익? 반성을 안 하시네.”
“죄, 죄송합니다! 평생을 장사만 해왔습니다. 귀금속 장사부터, 술장사…… 물장사…….”
얼굴에 철판 깔고 들이밀 땐 언제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최원태였다.
“저희 어머니한테 전화랑, 우편으로 간간이 계속 협박을 하셨더만요. 제가 한국에 들어온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작당을 시작하신 거고…….”
“그…… 그, 글만 내려주시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내가 이전에 올렸던 SNS의 글이 사람들의 입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고, 최원태의 신상 및 모든 정보가 네티즌들에 의해 밝혀져 그의 업장은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인회의 목적이 뭡니까?”
“혼자만의 목소리는 힘을 가질 수 없다 생각하여, 처음엔 상인들끼리 힘을 합쳐 어려운 문제나…….”
“지금은 그 순수한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상인회에 가입하지 않은 가게들 삥이나 뜯으려고 하고, 조금만 장사 잘되는 가게가 있으면…… 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이런 것들을 상대할 시간도 없는데, 나 스스로 정의감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그냥 귀찮으니까 다들 가주세요. 우리 어머니를 만나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건 아닐 것 같고…… 제가 SNS에 올린 글은, 상인회 여러분들이 진정 반성을 했다 싶을 때 내리겠습니다.”
“회, 회장님……! 반유현 회장님 죄송합니다.”
셰프, 대표…… 이번 생에 회장이란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소유한 레스토랑이 20개 이상은 되었을 때 듣는 소리였는데.
“아무튼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태원 상인 연합회를 그렇게 조져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이 제일 텃세가 심한 동네에유. 특히나 이 골목은 오래된 식당들이 많아서. 최경복 셰프도 자리 잡기 처음에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내 브랜드가치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들이 깔끔하게 사라진 것이다.
오픈 전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그 어떤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 없었다.
물론, 손님들이 조심했던 것들도 있었다.
레스토랑 ‘반유현’이 어떤 문제에 휘말려 장소를 옮길까 줄에 있는 시간 동안은 최대한 조용히, 질서를 지키며 서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라’에서 만두 요리를 선보였기 때문에, ‘반유현-그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에 비해 질서는 더 좋아진 것 같았다.
텃세와 질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어쨌든, 앞으로도 그렇고 깔끔하게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짜 대단해. 요리 문화가 아니라, 그냥 문화를 바꿔 부러. 하하하.”
그리고 오픈 당일, ‘반유현-그린’에 와서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을 봤다.
“튀김하고 구운 만두는, 곁들이는 가니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 잘했고, 일단 오픈 첫 주 메인 요리는 전골로 가는 것도 정해졌고……. 전골이 물에 끓이는 거라 육향이 조금 약해지긴 했는데, 양념장에 돼지기름을 녹여내서 단점을 보완하길 잘했네. 합격이다. 오늘 오픈 잘하자.”
레스토랑 ‘반유현’의 전통, 오픈 직전 메뉴 테이스팅을 끝내고 줄을 기다리던 손님들이 레스토랑 안을 채웠다.
“와…… 드디어!”
과장 조금 보태어 감격에, 감동에 찬 표정을 한 손님들이었다.
가장 먼저 내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며칠을 밤샌 손님들이다.
“바, 반유현 셰프!”
“네, 안녕하십니까.”
흔쾌히 그들의 부탁에 사진을 찍어줬고, 내가 직접 서빙을 도와주며 요리에 대한 설명을 했다.
“전채 요리로 떡갈비를 절인 배추에 감쌌습니다. 만두의 형상이죠. 새콤하게 식욕을 돋우는데 좋은 음식이 될 겁니다.”
나의 설명을 듣는 경험이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성을 담았다.
또, 이 사람들은 나와 내 요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니까.
한국에 자주 들어올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최선의 서비스로 보답할 뿐이었다.
“와……!”
“이게 반유, 현!”
더불어,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니 내 기분도 좋아졌다.
미슐랭 스타라는 맹목적인 목표가 있지만, 어쨌든 나도 요리사다.
사람들이 내 요리를 먹고 즐거워할 때, 조금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육즙과 고기의 맛을 낼 수 있나요? 반유현 셰프님!”
“영업비밀이라 죄송합니다.”
“하하하하! 반유현 팩토리에 들어가면 가르쳐 주시나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는지, 맛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가 나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는 근본적인 슬픔을 해결하려는 의도였다.
“만두피는 감자전분과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셨구요. 덕분에 만두소 안에 수분을 많이 지켜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정확하십니다.”
“에, 에에? 진짜요? 진짜 정확해요?”
놀란 감격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손님.
그렇게 팬서비스를 잊지 않고 해주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마감 시간이 되니, 셰프들이 주방에서 나와 박수를 치며 케이크의 촛불을 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픈 첫날인 오늘, 성공적인 런칭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렇게 ‘반유현-그린’까지 성공적인 오픈을 했다.
이 또한 레스토랑 창업, 또는 경영 서적에 나올만한 파워풀한 사례였다.
‘여기까지 안정화 되면 올해 받을 미슐랭 스타가…….’
그리고 내가 빠르고 강력하게 세웠던 레스토랑들이 미슐랭 스타까지 챙기게 된다면 각종 책에 나올 사례가 될 뿐만 아니라, 신화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조금 쉬시지…….”
“바쁘다.”
올해와 내년을 동시에 준비하기 위해 나는 곧장 파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