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최고 속도 (4)
올해 미슐랭 스타를 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의 개수를 정리했다.
“후. 가장 최근에 런칭한 ‘반유현-그린’이 올해는 마지막이야.”
미슐랭 스타 평가 기간이 시작된 이상, 더 이상 새롭게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처음 미슐랭 스타를 얻었을 때처럼, 미슐랭 평가 리스트가 이미 작성되었을 시점에서, 현지의 맛집으로 만들어 리스트에 끼워 넣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전략은 아니었다.
맨 처음 그런 전략을 사용했던 것은 새로운 몸으로 환생하고 나서, 가장 빨리 미슐랭 스타를 얻어 내는 것이 인생 전체에 엄청난 효율을 가져오리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와 달리 지금은 별 두 개 세 개가 없더라도, 이미 나의 속도와 방향은 파워풀했다.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다.
환생 시점까지 1년, 2년이 남은 시점이었다면, 무리해서라도 새로운 레스토랑을 런칭하겠지만. 나에겐 17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으니까.
이제 불과 3년도 안 된 시점에 이미 미슐랭 스타가 4개나 있고, 올해 얻을 것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기쁜 마음이 마음속에 들어온다. 드디어 은퇴를 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내 생각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항상 강조했지만, 부족한 건 인력이야.”
“예, 그렇습니다. 셰프님께서 ‘반유현-팩토리’에 수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년을 준비한다는 말은 올해 미슐랭 평가 기간이 끝난 뒤, 내년에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을 준비한다는 말과 같다.
물론, 그에 대한 구상과 메뉴들까지 내 머릿속에 있지만, 관건은 사람이다.
그게 애초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한 이유였으니까.
그런데, 내가 나아가는 속도보다 반유현 팩토리가 성장하는 속도가 월등히 빨라 그 인력수급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성장 속도는 인류역사상 없던 것이었다.
아무튼 실력이 있으며, 그 레스토랑의 색깔과 맞는 셰프를 배치하려면 더 많은 인력풀이 필요해진 상황.
나는 반유현 팩토리 또한 나의 속도에 맞추기로 결심했다.
“현재 상황은 어때, 내가 한국 갈 때, 교수들 뽑고 있었잖아.”
“교수진들은 모두 채용했으며, 최하위권인 J1팀부터 J4팀은 하이든 왕세자의 개인 셰프들이었던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 팀의 지휘에, 가파른 성적 상승을 보였습니다.”
“잘들 하고 있나 보네.”
미슐랭 스타 평가 기간 동안 현재 운영되고 있는 레스토랑의 셰프들을 관리하고, 맛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반유현 팩토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남은 올해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효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년을 준비한다는 마음에서는 그랬다.
“셰프들 더 뽑아야겠어.”
“예?”
“아예, 종합대학처럼 몇천 명, 또는 만 명 정도의 인원이 최고의 커리큘럼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예?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실…….”
“반유현 팩토리가 내 계획을 따라올 수 있게 만들겠다고.”
***
반유현 팩토리 정기 교수 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주재자는 반유현이었고, 정기 교수 회의인 만큼 모든 교수들이 다 모여있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포시즌스 레스토랑 ‘반유현’의 시찰 때문에 조금 늦으실 예정입니다. 이미 주어진 안건에 대해서 회의를 먼저 시작하라고 하셨습니다.”
사회자는 오스틴, 반유현팀의 막내였지만 이제는 실세로 자리매김한 그였다.
“첫 번째로, 반유현 팩토리 내의 즐기는 문화를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분위기가 순간 어수선해졌다.
‘반유현-팩토리’의 현재 구조는 최하위권인 J반, 그 반에 분할된 1팀, 2팀, 3팀의 교수와 셰프들은 제명을 당하는 시스템이었다.
어떻게 보면, 교육을 받는 셰프와 교수진 모두 ‘반유현’이라는 브랜드의 셰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부분적으로 제명이라는 불명예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뭐, 그 목적이야 어찌 됐든 무한 경쟁 구조인 이 시스템에 즐기는 문화를 만들라는 게 쉽게 와닿지 않았다.
“즐기는 문화가 대체 뭡니까? 있다고 한들 누가 즐길 수 있겠습니까? 모든 셰프, 그리고 교수님들이 파리에 조성된 ‘반유현 골목’의 ‘반유현-화이트’ 매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매장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켜, 정식적인 레스토랑을 런칭하길 원하고 있고요. 또! 그 소망 말고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아래 팀이 치고 올라와 제명을 당할 수도 있는데요!”
한 교수가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교수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 몸이 가녀린 여성 교수가 일어났다. 그 눈빛과 목소리만큼은 이곳에 있는 그 어떤 교수, 셰프들보다 강력했다.
“불만을 표하라고 이런 회의가 열린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위해 저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이지요.”
그녀는 A-1팀을 맡아 현재, 반유현 골목에서 ‘반유현-화이트1’을 운영하고 있는 메이였다.
이미 반유현의 최측근 셰프로 유명한 그녀의 말이 회의실 내 교수들의 뇌리에 강하게 꽂혔다.
그리고, 최근에 교수로 합류한 미슐랭 7스타의 중년 여성이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혁신……. 불가능을 불가능이라 생각 말고, 천천히 생각해 보시죠. 반유현 셰프님이 왜 그런 안건을 내렸는지.”
가타무라 마츠로, 미슐랭 7스타의 입지가 있는 인물이라,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교수진들도 그녀를 알고 있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그녀임과 동시에 그 실력을 기반으로 대단한 자신감이 있는 그녀였다.
대나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항상 꼿꼿했고, 누군가에게 고개를 쉽게 숙이지 않았다.
매번 자신이 맞아왔고, 자신이 가장 강력한 셰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보다 경력과 나이가 한참 어린 셰프의 말에 동조하는 것 자체가 신기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메이의 검정 스카프,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면 가타무라 마츠로가 완벽히 ‘반유현-팩토리’에 적응했다는 것인데, 그것도 교수진들의 머릿속에서는 납득이 되질 않았다.
‘하이든 왕세자의 돈맛을 보더니, 이제 반유현 셰프님의 브랜드 맛을 본 건가.’
대충 눈에 보이는 이유를 추측할 뿐이었다.
그녀와 함께 들어온 셰프들도 하이든 왕세자의 개인 셰프였는데, ‘반유현-팩토리’의 교수가 되곤 무서운 속도로 그 휘하 셰프들의 성적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그 동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반유현은 이들을 이런 식으로 바꿔 놓았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허리가 꼿꼿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저렇게 조직에 충성할 수 있게 길들여 놓았다고?’
더군다나 이곳에서 유일하게 검정 스카프를 매고 있는 메이의 말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자, 안건들 먼저 빠르게 읊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에 이어 반유현 셰프님께서 말씀하신 두 번째 안건은, 반유현 팩토리 내의 셰프들끼리 교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 하셨습니다.”
회의 안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장내는 술렁였다.
“세 번째 안건은, 셰프들을 상시로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정리하자면 그랬다.
-경쟁을 순화할 수 있는 즐기는 문화 조성.
-반유현 팩토리 내에 셰프들 끼리 교류문화 조성.
-주기적이 아니라, 상시 신입 셰프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만들기.
“그, 그 안건을 오늘 회의에서 모두 끝내자고 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이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 이 모든 해결책을 만드는 게 반유현 셰프님의 목표십니다. 아, 아니! 해결책이 나지 않으면 이 회의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 하셨는데 바쁘신 분들은 먼저 일어나시지요.”
항상 봐왔지만, 반유현이 잠깐 한국에 들렀을 때의 행보까지 알아버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셰프이며, 그룹의 회장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만큼의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이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교수진들이 여러 가지 계획들을 꺼내며 회의를 하고 있을 때, 반유현이 들어왔다.
“다 준비됐어요? 거기, 거기 셰프님부터 말해보세요.”
곧장 상석에 앉은 반유현은 한 교수를 지목했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셰프들이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바르게 고쳐 앉았다.
“어……. 그…….”
“다음, 그 옆에 셰프님 말씀해 보세요.”
“그……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출석부 번호를 불러 발표를 시키는 것과 흡사 비슷한 광경이었다.
신입, 또는 인턴 셰프도 아닌, 연륜이 있고, 더 나아가 미슐랭 스타까지 있는 셰프들이 반유현의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베테랑 셰프들이 중얼거리거나, 눈동자를 굴리고, 천장을 바라보는 모습은 회의의 사회자인 오스틴이 보기에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대체 저 젊고 어린 사람의 카리스마는 어디서 뿜어나오는 것인가.
***
“축제를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들에게 내려주었던 세 가지 안건을 동시에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셰프들이 즐기고, 서로 교류하는 것은 누구나 이 조직에 들어오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요소였으며, 정해진 주기가 아닌 상시적으로 셰프들을 선발하는 것은, 말 그대로 ‘반유현-팩토리’의 규모를 키우려는 전략이었다.
“대학 축제처럼, 모든 셰프들과 교수진들이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만들 생각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짠 프로그램은 교육 면에서도 장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축제를 열어 즐기는 문화를 조성하고, 셰프들끼리 교류할 수 있게 하고, 이런 즐거운 분위기들로 사람들이 반유현 팩토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 계획입니다.”
너무나 쉽게 이런 해결책을 꺼내서 그런지, 교수진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당연히, 축제라는 게 즐기는 문화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에는 제격인데, 왜 그것을 어떤 대단하고 혁신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냐는 반응도 있었다.
“축제는 당연히 셰프님께서 내려주신 안건 중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겉핥기식, 탁상공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메이였다.
“왜?”
“이곳에 지원한 셰프들, 그리고 교수진들은 즐기러 온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 ‘반유현’의 이름을 얻어 레스토랑을 런칭하고 싶은 소망이 있는 셰프들이지요. 그래서, 이 무한경쟁을 이겨내는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축제는 강제성을 띤, 억지의 장이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즐기는 척하면서 모두가 경쟁을 하고 있겠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내 계획을 말하는 데에 한 가지를 빼먹었다.
물론, 메이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분명, 나에게 다른 놀랄만한 계획이 있을 것이라는 걸.
“그래서, 셰프님! 진짜 계획이 뭐예요?!”
“네가 말한 같은 축제긴 한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축제를 만들 거야.”
세계 최대의 미식 축제인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를 기억하는가?
내 머릿속엔 그 이상의 축제가 그려졌다.
“세계 최대의 미식, 요리 축제를 꾸려나가는 셰프이자 주인공이 된다고 해도, 강제성을 띤 억지의 장이 될까?”
내년이 되기 전, 이미 ‘반유현-팩토리’ 자체를 완성시켜 놓을 첫 번째 계획이었다.
“셰프를 상시적으로 모집할 계획은 이 건물 앞에 있어.”
또 다른 계획은 오늘 저녁부터 당장 시작할 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