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열광하라 (3)
윤종혁, 그는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으로 합류하고 ‘자유시장’에서 12명의 셰프를 얻었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반유현 팩토리 L반의 4팀으로 합류했다.
반유현이 요리를 처음 시작한 당시, 그와 함께 팀을 이뤄 ACK에서 꽤나 많은 활약을 했었다.
윤종혁은 멀리서 반유현의 활약을 지켜봤었다.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서는 절대 아니었고, 솔직히 말하면 배가 아팠던 것이 컸었다.
‘반유현…….’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배가 아플 정도의 선을 넘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반유현을 따르는 모든 셰프들 중에서, 자신이 반유현의 팀원으로 가장 먼저 커넥션을 맺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이 저도 모르게 피어났었다.
인사라도 해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새롭게 합류한 교수진과 다르게 반유현과 접점이 있다는 것을 무기로 셰프들을 조금 섭외해 보려 했지만, 반유현의 얼굴은커녕 그의 그림자도 보기 힘들었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엔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아무튼, 윤종혁은 셰프로서의 커리어를 모두 마치고 ‘반유현’이라는 이름을 얻어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자신의 실력이 나이에 비하면 절대로 다른 교수진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였고, 워낙에 자존심이 센 인물이었지만.
셰프로서 가장 빠른 출세의 길이 반유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속 알맹이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반유현, 그가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한다면 그에 반항할 배짱도 있다.
“기회야.”
그리고, 윤종혁은 ‘팩토리 올 데이’라는 축제에서 그 기회를 포착했다.
반유현 팩토리 내에서 한껏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
‘팩토리 올 데이’라는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윤종혁은 축제 중간에 열린 영국 출신 락 스타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야! 반유현이 요리를 해준대!”
“반유현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빨리 가자! 지금 아니면 언제 먹어봐!”
한창 락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쯤, 사람들이 대거 공연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인즉슨, 반유현이 요리를 만들어 준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일정에 없는 건데.’
반유현이 실제로 요리를 한다는 일정은 없었기에 윤종혁은 호기심을 품고 사람들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반유현이 무대 위에서 초밥을 만들고 있었고, 그 초밥 한 점을 먹기 위해 수백 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펜스로 둘러쳐져 마혼의 공연에서 방금 막 이쪽으로 온 사람들은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
안에서 반유현에게 초밥을 건네받아 먹은 사람들은 그대로 반유현을 바라보며 펜스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윤종혁의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반유현은 이 일정이 끝나고 어디로 갈 것이며, 이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
반유현의 성격과 전략상 반유현은 ‘팩토리 올 데이’ 행사가 시작된 그 장소로 이 수많은 사람들을 끌고 갈 것이 예상되었다.
“행사 현장으로 가실 것 같습니다. 인력 배치해주세요.”
“더, 더 많은 경호 인력이 필요합니다.”
마침 펜스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의 무전 내용도 들어버렸다.
‘확실하게 반유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윤종혁은 곧장 자신을 따르는 셰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미 반유현 화폐를 싹쓸이해서 가산점을 받을 생각은 머릿속에 있었으니까.
***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각각 기획한 부스들이 쫙 깔려있는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았다.
어느 곳에서도 정체하지 않고, 한마디 말도 하지 않으니 나를 따라오던 수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이 관심이 있는 곳으로 흩어졌다.
이곳에 입장하기 전 받았던 반유현 화폐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을 눈여겨봤는데, ‘푸드 파이트’라는 컨텐츠를 살린 부스였다.
대부분의 셰프들이 한 번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을 대비하지 못한 반면에, ‘푸드 파이트’ 라는 간판이 적힌 부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대비해 놓은 듯했다.
주 메뉴는 핫도그. 참가비를 내고 참여해, 정해진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먹은 사람이 우승 상금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상금도 이 부스를 이끄는 교수의 개인 사비를 들였는지 두둑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많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나는 이 부스의 의도를 알아버렸다.
“가산점을 따려고 수작 부리는 거잖아.”
“예?”
“이 사람들이 여기서 배부르면, 다른 요리들을 먹겠냐고.”
반유현 화폐를 가장 많이 벌어들인 팀이 ‘반유현 팩토리’의 가산점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행사에서 가장 많은 부스는 단연 먹거리였는데, 이 부스를 지난 관광객들이 배가 불러, 다른 부스의 먹거리를 또 먹을 확률을 줄이는 것이었다.
요리의 맛 자체가 아니라, 푸드 파이트라는 컨셉으로 다른 부스들을 앞질러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저 내기는…… 똑똑하긴 하네.”
또, 사람들끼리 내기를 부추겨 반유현 화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누가 푸드 파이트에서 승리할지, 토토를 하듯이 사람들끼리 내기를 하게 한 뒤에 그에 따른 수수료로 반유현 화폐를 벌어들였다.
이 부스의 리더가 누군지 내가 고개를 들어가며 그 내부를 보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윤종혁.’
자신의 요리에 고고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던 그였는데, 이제는 나의 조직으로 들어와 이런 부스를 차리고 아주 아득바득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 그때, 그와 눈이 마주쳤다.
“팀장님? 오랜만이네요.”
우와아아아아!
윤종혁이 나에게 인사를 걸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윤종혁이 나와 아는 사이라는 것에, 사람들이 윤종혁을 뭔가 대단하게 본다.
더군다나 이 부스에는 한국인 출신의 셰프들이 많았는데, 모두 ‘자유시장’에서 윤종혁이 섭외한 셰프들이라 했다.
한국에서의 입지를 이용해, 한국인 셰프들을 주로 섭외한 것이다.
“오랜만이네요. 어쩌다 이렇게…….”
“이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주방들을 전전긍긍하느니, ‘반유현’ 안에서 승부를 보고 싶어졌어요.”
우와아아!
나와 윤종혁의 대화를 듣던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이게 대단한 아이디어고, 반유현 화폐도 많이 벌어들일 만한데, 다른 부스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서.”
내가 다소 회의적인 말을 하자, 윤종혁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아니, 정확히 그 미묘함을 묘사하자면 그랬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지만, 많은 사람이 보고 있고, 자신을 따르는 셰프들의 앞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미묘한 표정.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 대개 그렇다. 실수를 인정해야 됨을 알면서도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애초에 자유 기획이었으니까요.”
“음, 네. 자유 기획은 맞는데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여기서 내기하다가 반유현 화폐를 모두 잃은 사람들도 생각해야겠네요. 맛 또는 컨셉으로 화폐를 번 게 아니라 사행성 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그럼 다 돌려드릴까요?”
말 자체는 시정을 하겠다는 말이었으나, 표정을 보니 윤종혁은 나한테 슬쩍 개기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오랜만에 봐서 기분이 좋아지려다가 주제파악을 못하는 그에게 꽂혀버렸다.
오랜만에 정신머리를 고쳐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는, 남이 아니라 나의 이름 아래에서 활동할 셰프였으니까.
“반유현 화폐 돌려주지 마시고, 저도 돈을 걸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사람들이 나의 말에 환호를 질렀다.
내가 오스틴에게 턱짓을 하자, 오스틴이 어딘가로 달려갔고.
곧장 수많은 반유현 화폐를 가져왔다.
“이 화폐를 발행하는 사람이 저라서요. 이 화폐를 다 걸겠습니다.”
윤종혁이 나와의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면 단연 이번 축제에서 1등을 차지할 것이다.
그만큼 많은 화폐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내기를 제안했다.
“이 두 분 중 어떤 분에게 돈을 더 많이 걸었나요?”
덩치가 큰 두 명의 사내, 둘은 푸드 파이트를 하기 직전이었고, 사람들은 이미 내기를 한 상태였다.
“이분이 체격이 더 좋으셔서 이분에게 많은 돈이 걸려있긴 한데. 얼마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체격이 조금 더 작은 이분에게 모든 화폐를 다 걸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그 대신, 이분이 먹을 핫도그를 제가 만들겠습니다. 같은 재료로요.”
윤종혁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와의 대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만에 하나 이기게 된다면 가산점을 얻을 것이고 자신을 따르는 셰프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으니까.
잃을 게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반유현 셰프님.”
***
두 덩치 큰 사내는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그중 한 명은 나의 핫도그를 먹게 되었으니, 이게 웬 횡재냐 싶은 표정이다.
주변의 사람들도 그를 부러워했다.
“나도 하고 싶네. 반유현 셰프의 핫도그라…….”
“무슨 맛일지 궁금해.”
“와…… 무슨 횡재야!”
윤종혁의 핫도그를 먹으며 푸드 파이트 할 사내가 싸울 의지를 잃을 것 같기도 해서, 당신이 이기면 레스토랑 ‘반유현’의 프리패스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핫도그를 계속해서 사내에게 건네줬다.
“오우 맛있네요!”
사내는 내가 만든 핫도그를 먹는 줄 알고 꽤나 맛있게 푸드 파이팅을 시작했다.
보기에도 참 복스러운 것이, 어떤 셰프라도 이 사내에게 요리를 선보인다면 쉽게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너무 맛있는데요?”
윤종혁이 그저, 반유현 화폐를 빨리 벌어들이기 위해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만든 핫도그.
그 핫도그를 맛있다고 퍼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점 사내들의 속도가 느려졌을 때, 나는 나만의 핫도그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핫도그는 소스가 핵심이다.
“끄헉……. 배가 너무 부른데요. 셰프님.”
“조금만 힘 좀 내주세요.”
두 사내 모두 손에 들고 있는 핫도그를 겨우 입에 넣고 있었다.
마침 핫도그가 모두 떨어졌고, 윤종혁과 내가 동시에 핫도그를 만드는 것이 시작되었다.
“소 채끝살, 돼지 뒷다리 살 좀 얻어와.”
오스틴이 나의 지시에 따라 어디선가 고기를 가져왔다.
나는 받아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다졌고, 양파와 함께 볶았다.
화이트 와인을 부어 불을 만드는 퍼포먼스도 잊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그에 따라 사람들은 이곳으로 더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춧가루와 설탕 등 각종 향신료를 넣고, 큐민가루를 넣었다.
큐민(Cumin)가루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의 씨를 곱게 갈아 만든 향신료로, 중국어로는 쯔란이라고 불리며 양고기를 먹을 때 자주 사용되는 향신료였다.
나는 모든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다져서 넣은 소고기의 지방이 녹아 소스의 농도가 조절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향신료와 고기의 비율이 다른 종류의 소스를 몇 개 더 만들었다.
곧장 준비된 소시지와 빵에 칠리 소스들을 얹어 사내에게 건네줬다.
“으윽. 못 먹겠는데요 셰프님…… 제가 팬인데, 죄송합니다. 끄윽!”
“드셔보세요. 다른 핫도그입니다.”
“예?”
“여태까지 드신 건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그게 제가 만든 핫도그입니다.”
사내가 놀란 듯이 한입을 크게 베어 물고, 소리를 내뱉었다.
“와우!”
“그래요. 다른 맛이 다섯 개나 더 준비되어있는데, 더 드실래요? 마실래요?”
덩치 큰 사내가 신나서 핫도그를 입에 구겨 넣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이게 핫도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