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열광하라 (5)
-지랄하네.
아티예프의 평론에 대한 내 코멘트였다.
동파육의 맛을 봤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없어. 그대로 진행해.”
내 한마디에 차가웠던 주방의 분위기는 다시 원래로 돌아갔다.
총괄 주방장인 아론의 표정도 금세 풀려버렸다.
“그, 그럼 왜 저 평론가는 저희 요리를 비난했을까요?”
이유는 단순했다. 나의 반응을 이끌어내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개수작.
레스토랑 ‘반유현’의 수장인 내가 저 사람의 말을 듣고 요리를 수정하고 레시피를 수정하는 행동을 보인다면. 아니, 그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내가 아주 짧은 코멘트만 던져주어도 저 평론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업계의 내 입지는 그 정도였으니까.
가뜩이나 미슐랭 평가 기간인 만큼, 셰프들이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라 아티예프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대중매체에서 우리 레스토랑의 맛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길 바란 거야. 그래야 내가 어떤 코멘트라도 남길 테니까.”
아티예프의 의도대로, 대중매체에서 레스토랑 ‘반유현’의 맛에 대한 논란이 일고, 이 논란은 점점 커져 위생, 또는 식재료의 문제까지 퍼질 것이다.
어떻게든 날 깎아내고 싶은 사람들이 소문을 계속해서 가공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 모든 것들의 싹을 뽑기 위해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티예프에게 도움이 될 만한 코멘트는 절대 아니다.
-혓바닥도 같이 늙으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은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입맛에는 아주 좋습니다. 제 레스토랑 요리의 맛에 의심이 가는 분들은 직접 와서 드셔보세요.
일부로 매운맛으로 코멘트를 남겼다.
자신을 위해 나를 깎아내리는 그 의도가 역겨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주방에 있던 내 셰프들이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창피를 주겠다는 마음이었다.
-반유현 셰프님 열받은 듯ㄷㄷ
-아티예프! 사라져라.
-노망난 노인! 아직도 관심 받고 싶어서 깎아 내리는 꼴은ㅉㅉ.
-반유현 최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매운맛 코멘트 덕분에 아티예프는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리 좋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런데, 그런 반응들조차 얻고 싶었던 주목 받고 싶은 평론가, 또는 기자, 미식가들도 나의 코멘트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 반유현 브라운 최고급 식재자 공급 딜러, 마약까지 밀수? ] [ 반유현의 주방 갑질! 셰프들 밤을 새우게 해! ] [ 반유현 인성 논란! 과연 그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도 될는지! ] [ 똥 맛 햄버거? 반유현 네이비에 방문하다! ]“얘네는 뭐.”
당연히, 너무나 당연히 있을 법한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응하지 말까요?”
“어, 그냥 저 논란들의 출처만 알아놔.”
“추, 출처요?”
“그래, 어떤 놈들인지는 알아야 될 것 아니야. 언젠간 만날 수도 있는데.”
나는 의미 없는 소문에 시간을 쏟는 것보다, 얼마 남지 않은 미슐랭 결과 발표 날을 위해 계속해서 시간을 쓰는 게 현명한 것이라 판단했다.
“조금 쉬시죠 셰프님, 건강도 챙기셔야.”
“쉬긴 뭘 쉬어.”
하루에 열다섯 시간씩, 레스토랑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새롭게 레스토랑을 런칭하지 않고, 조미료·식자재 매장을 차리는 사업도 잠시 중단했으며,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으며 레스토랑들의 맛을 끌어 올리는 것에만 집중한 지 수개월이 흘렀다.
[ 2021 파리, 미슐랭 스타 시상식 ]그리고 작년과 정확히 같은 곳에 있었다.
올해는 이곳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초대권이 날아왔다.
[ 2021 서울, 미슐랭 스타 시상식 ] [ 2021 런던, 미슐랭 스타 시상식 ]각각의 도시에 내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모두 초대장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초대장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대충 그 결과가 예상이 됐다.
“서울에서도 별이 몇 개 나올 것 같은데.”
서울과 파리는 그 시상식 날이 겹쳐, 나는 일단 파리에 있었다.
서울에서는 백원종 대표님과 어머니가 직접 참여하시겠지.
올해도 루시앙과 올리버가 나와 함께 했다.
그리고, 작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이 있었다.
오른쪽에 ‘반유현’이라는 글씨가 붙은 셰프들이 시상식 내에 꽤나 있다는 것이었다.
로또 육인방과 포시즌스의 총괄 셰프들이었는데, 나와 함께 자리했다.
이들도 이제는 셰프들에게 인사를 받는 셰프로 성장해 있었다.
이들에게 먼저 악수를 건네고, 말을 붙이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다.
작년만 해도 무대 저 멀리에서 날 응원하던 셰프들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사람들이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져 있던 것이었다.
그때, 올리버가 그러한 광경들에 감동했는지 나의 어깨를 감싸며 말을 걸었다.
“밖에 그 인파들도…… 대단하던데. 내가 눈물이 다 나려 하네.”
이 시상식 밖의 현장에도 브랜드 ‘반유현’에서 일하는 모든 셰프들이 조리복을 입고 서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에 소속된 셰프들만 해도 천 명에 가까운 숫자였는데, 그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 것이었다.
내가 이번 시상식에서 많은 미슐랭 스타를 받길 응원하는 것으로, 오늘 레스토랑 반유현과 반유현 팩토리는 모두 휴업이었다.
그리고,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작년에도 봤듯이, 미슐랭 가이드의 인터네셔널 디렉터, 마이클 엘라인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크아…… 이게 무슨……. 아니, 반유현 셰프님!”
이 시상식에 있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나였다.
공공연하게 나의 최대 목적이 미슐랭 스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기대감이 올라갔다.
더군다나 이 행사장의 앞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반유현’이라는 조리복이 적힌 셰프들은 행사의 분위기 또한 달아오르게 했다.
“1년 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지난번에는 그의 그런 관심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나에게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항상 전교 1등을 하던 친구가 이번에도 전교 1등인지 궁금해 했던 기억이 이 몸에 남아 있었다.
내 성적이 아님에도 괜스레 궁금한 그 느낌. 맨날 100점 받던 놈이 이번에도 100점을 맞았나 하는 그 느낌.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셰프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이때까지 내 요리와 나의 행보에는 결점이 없었으니까.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미슐랭 스타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한 명씩, 이름과 레스토랑의 상호가 호명되면 무대 위로 올라가 미슐랭 스타의 징표인 트로피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짝짝짝짝.
박수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나도 무대 위로 올라가는 셰프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미슐랭 원스타의 시상식이 다 끝나갈 때쯤. 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반유현, 네이비의 반유현 셰프!”
샹젤리제 거리의 햄버거 가게가 미슐랭 원 스타를 수여받은 순간이었다.
총괄 셰프와 함께 무대 위로 올라가 상패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시상식이 이제 시작되는…… 건가요?”
마이클은 축하보단 떨리는 마음을 나에게 전했다.
내가 오늘, 역사상 유례없던 기록을 세울 셰프라는 것을 얼추 알고 있는 듯했다.
***
“미슐랭, 쓰리 스타……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매번 그랬지만, 쓰리 스타의 수상은 축제의 열기보단 긴장감이 맴돈다.
쓰리 스타의 무게감이란 그런 것이었다.
지구상에 몇 개 없는 최고의 맛으로 인정받는 것.
전 세계 사람들이 나의 맛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징표.
더군다나, 이번엔 역사에 없던 셰프가 탄생 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아져 그 긴장감이 더했다.
나와 로또 육인방, 그리고 포시즌스의 총괄 셰프들, 또 루시앙과 올리버까지.
우리는 일렬로 손을 잡고 있었다.
‘투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없었다.’
미슐랭 투스타가 호명될 때에 나의 이름이 한 번도 불리지 않았던 것 때문에, 내 양손을 각각 잡은 셰프들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스스로 쓰리스타를 받을 줄 알고 있음에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후.”
심호흡을 가쁘게 하는, 로또 육인방.
그리고 포시즌스의 셰프들.
이윽고, 무대 위에서 마이클 엘라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레드 테이블, 더 파스타! 올리버 셰프와! 반유현 셰프입니다!”
우와아아아!
그제서야 일렬로 맞잡고 있던 손을 넣고 박수를 쳤다.
루시앙과 올리버는 눈물을 흘렸고, 로또 육인방과 포시즌스의 셰프들도 진심으로 그를 축하했다.
브랜드 ‘반유현’의 직계 가족은 아니지만, 사촌 정도는 되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사회자의 설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레드 테이블 더 파스타는 신화를 만들고 있는 반유현 셰프가 파리에 처음 요리를 시작한 레스토랑으로 2년 만에 미슐랭 쓰리스타를 거머쥐었습니다. 파스타를 주로 한 메뉴로…….”
루시앙이 눈물을 훔치며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도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진짜…….”
“울지 마십쇼 셰프님, 안 끝났는데 왜 벌써 우십니까.”
“크흑. 나이 먹어서 그런지 눈물이 많네. 내가…….”
ACK에서 처음 나를 발견하고 파리에 데려왔을 때부터가 생각이 난 듯했다.
나의 말도 안 되는 행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결국 나를 믿었고 전적으로 지원해준 결과 오늘이 있던 것이라는, 그런 말을 하는 루시앙이었다.
그리고 또, 내 이름은 연이어서 호명되었다.
“레드 테이블! 반, 유, 현 입니다!”
우와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역대급 함성이었다.
시상식 자체가 가벼운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이 정도의 함성은 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로또 육인방도 울음을 터트렸고, 서로 얼싸안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우리가 또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는 동안 사회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반유현의 이름이, 처음 들어간 레스토랑으로서! 검정 스카프를 맨 주요 셰프들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들도, 불과 1년 반 만에! 미슐랭 쓰리스타를 거머쥔! 셰프들이 되었습니다! 이는 그들의 스승인 반유현 셰프를 따라, 파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만들어 냈으며…….”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상패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로또 육인방의 장을 만들어 주느라 나는 뒤로 잠시 빠져있었는데, 행사진행요원이 나를 툭툭 쳤다.
“셰프님……!”
그리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대에서 멀리 가지 마시고, 저 무대 계단 아래에 간이 의자가 있으니까요. 거기 계시죠.”
나는 그의 말을 단번에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이름이 앞으로도 계속 호명될 터이니, 멀리 가지 말고 무대 가까이에 있으란 소리 아니겠나.
시상이 되지도 않았는데, 그의 말을 들으니 엔돌핀이 솟구쳤다.
벌써, 미슐랭 쓰리스타에 이름을 두 번이나 올렸고, 포시즌스에 속한 세 개의 레스토랑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레스토랑들이 모두 이름이 불릴 터이니, 무대에서 떨어지지 말라는 진행요원의 말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100년을 살았음에도, 해본 적 없는 경험에…… 즐거웠다.
내 인생 이렇게 즐거웠던 순간이 있었나.
로또 육인방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무대 아래로 내려왔고, 무대 위의 마이클 엘라인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역사상 유례없던, 탑 셰프가 탄생하는 날입니다.”
우와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