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아주 차갑게 (1)
[ 현재 보유 미슐랭 스타 : 23개 ] [ 환생까지 남은 시간 : 17년 301일 ……. ]‘반유현’이라는 몸으로 환생하기 직전, 토크쇼에 출연했었다.
미션에 성공하지 못하리란 것을 깨닫고 이슈를 만들기 위해 토크쇼에서 죽었다.
나를 따랐던 셰프들과, 또 그 밑의 셰프들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건 이슈를 만들어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참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기야, 다섯 번째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으니 뇌가 제대로 굴러가질 않았었다.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드는군.’
그 당시, 죽기 직전 내 눈에 떠올랐던 몇 줄의 문장들이 아직도 기억이 났다.
[ 제한 된 모든 시간이 소모되었습니다. ] [ 미슐랭 스타 : 21개 ] [ ‘미슐랭 스타 25개를 받아라!’ 실패. ] [ 20년 전, 2020년으로 돌아갑니다. ]20년을 다 소모하고 얻은 미슐랭 스타가 21개.
지금은 2년이 조금 지난 시점인데, 바로 이전 삶보다 2개의 미슐랭 스타가 더 많았다.
내가 100년을 살았음에도 이런 적이 없었으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 셰프들에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게 문제였다.
셰프들은 내가 단번에 19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은 것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해야 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으니까.
“대한민국에 있는 셰프들도 모두 소집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공정성을 훼손한 적이 없는 나와 나를 따르는 셰프들은 억울했고, 그 억울함을 풀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맨날 그랬듯이, 요리로 증명하는 거야.”
너무 비유적인 표현이었나, 이미 ‘반유현-팩토리’의 대강당에 있던 셰프들과 반유현팀, 포시즌스의 직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로또 육인방은 대충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나, 내가 생각하기엔 저들은 나의 계획을 모르고 있다.
“역사상 없던 일을 만들어냈으니까, 역사상 없던 방식으로 해결을 해야 되는 게 맞잖아.”
“그, 그렇습니다.”
우와아아아아!
그런데, 내가 한창 생각 정리를 끝냈을 쯤, 밖에서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이 건물의 앞에 차려진, 신입 셰프들을 계속 공급받기 위해 만들어진 ‘자유시장’ 쪽이었다.
“밖에는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렸는데…… 저희가 촬영허가를 하지 않은 곳들도 몰려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엉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확인하지 마. 계속해서 사람이 모여들어서…… 더 이상 사람들이 모이지 못했을 때 나가서 발표한다.”
“예, 셰프.”
***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사 텔레비지옹,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사이자 프랑스 내에서 가장 오래된 TF1를 주축으로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 KBM , BBS, YTM 등이 모여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 앞의 광경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미슐랭 가이드 100년의 역사상 전례 없는 탑 셰프의 탄생을 취재하기 위함이었고, 그에 관련된 기사를 어떻게든 얻어 보려는 방송사들이었다.
“와! PD님 오늘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그래, 다른 곳도 다들 냄새 맡고 여기로 집결한 거잖아.”
여태까지 ‘반유현’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면, 대게 큰일이 있을 때 전 직원 및 셰프들을 ‘반유현 팩토리’로 모으는 게 관행이었다.
그 관행에 따라 반유현과 그를 따르는 직원 및 셰프들이 이곳으로 모일 것을 알고, 방송사들도 무언가 건져보기 위해 이곳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오늘은 한국하고 런던에 있는 셰프들도 다 모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역사에 없던 날을 기념하려는 것인지, 멀리 떨어져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의 총괄 셰프들도 집결한다고 했다.
“내 15년 PD 인생 중에 톱스타 에마니엘 메를랑 불륜 사건보다 많은 취재진을 모은 인간은 처음이야.”
덕분에 역사상 없던 만큼의 취재진이 한 곳에 몰렸다.
그런데, 그에 대한 불만을 품은 단체가 있었으니, 바로 ‘반유현 팩토리’ 앞 ‘자유시장’에서 부스를 설치한 셰프들이었다.
‘반유현 팩토리’에 들어가고 싶어 ‘자유시장’ 부스를 신청했고, 교수들의 컨텍을 받기 위해 자신이 준비한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들.
‘자유시장’의 부스를 차지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밤새 신청한 셰프들도 있었는데, 역대급의 취재진들이 몰려 이들이 밤새 준비한 요리를 선보이기는커녕, 재료 손질조차 할 수가 없었다.
‘자유시장’ 부스 그 복도 사이사이를 취재진들이 무단으로 점거했기 때문이었다.
“꺼지라고!”
“당신이 뭔데 꺼지라 마라야! 반유현 팩토리 관계자야?”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셰프들은 정당한 권리를 말할 수도 없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일원이 아니었으며, 그곳에 들어가기 위한 예비 셰프들이었으니까.
목소리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가 여기 와서 요리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맞아! 니들이 뭔데 무단 점거하고 나서 난리야.”
급기야는 몸싸움까지 벌어져, ‘반유현 팩토리’앞은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야야! 뭐해! 다 치워버리자!”
우와아아아아!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과 촬영 장비를 들고 있던 방송국 관계자들과의 몸싸움.
그 규모는 점점 커져 프랑스 경찰들이 출동했고, 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원래 역대급으로 많은 전 세계 취재진들이 몰려있던 곳에 새로운 크고 작은 언론사들까지 모여들었고, 경찰들까지 동원되어 장사진을 이뤘다.
“뭐야?”
“왜 저래? 무슨 일 있나 봐?”
“여기 리더, 반유현 셰프가 이번에 미슐랭 19개를 얻었데.”
“여, 열아홉 개? 말이 돼? 아홉 개 아니고? 아니, 아홉 개도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사실?”
덕분에 지나가던 사람들, 관광객들까지 반유현 팩토리 주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와…… 그 나이에, 그 얼굴에, 명성은 다 얻었고 돈까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미슐랭 스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나 봐 유명 셰프들이.”
“그래서, 저기 조리복 입은 셰프들하고, 취재진들하고 싸우고 있는 거야?”
사람들은 그 이유를 몰라, 이 사태의 원인을 추측하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인 규모가 어느 정도였냐면.
두두두두두두!
경찰 헬기와 방송사의 헬기들이 떠서 그 상황을 지켜볼 정도였다.
“뭐야! 헬기까지 떴어!”
상황과 분위기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 ‘반유현 팩토리’의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 열린다!”
취재진들은 ‘자유시장’에 있던 셰프들과의 실랑이를 그만두고, 다시금 촬영 장비를 잡고 모두 그쪽을 응시했다.
“반유현 셰프다!”
“반유현 셰프님! 한 말씀 해주시죠!”
“셰프님! 역사상 최초, 최고의 셰프가 되었는데 한 말씀 해주십시오!”
“공정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런던에서 하셨던 말의 뜻은 뭔가요!”
수많은 플래시가 그에게 터졌다.
‘자유시장’에서 부스를 차지하던 흥분한 셰프들도 그의 모습을 보고 저절로 공손해졌다.
경찰들 또한 유명 인사의 등장에 잠시 멈칫했다.
혼란스러웠던 분위기가 저절로 정리되었다.
저 젊은 사내에게 풍기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반유현이 문 앞으로 걸어 나오고, 셰프들과 스텝들이 빠르게 마이크와 엠프를 설치했다.
무언가 발표할 것이 있는 모양.
마이크와 엠프가 설치되고 나서는, 반유현이 마이크를 들었다.
“공정성 논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을 마구 던지던 기자들과, 플래시를 터트리던 방송 관계자들도 숨을 죽였다.
“매번 그렇듯이, 저희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요리와 맛으로 해명하고자 합니다.”
또, 수많은 플래시가 터져 나온다.
“전 세계, 각국에 계신 모든 미슐랭 스타 셰프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셰프들께 레스토랑 ‘반유현’의 요리를 선보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장내가 술렁였고, 반유현은 그것을 다시 정리했다.
“20일, 21일, 22일 3일 동안 전세계에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을 휴업하고, ‘셰프’인 분들에게 요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3일 동안 출입할 수 있는 고객은 온전히 제 요리에 의문을 품은 셰프들입니다. 본인이 셰프라면, 신청서를 써주십시오. 저의 요리 실력과 미슐랭의 공정성에 논란을 가지신 분들은 직접 드셔보시고 판단해주십시오.”
우와아아…….
사람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는 환호가 아닌, 감탄이었다.
***
[ 레스토랑 반유현 전세계 셰프들 상대로 선전포고! ] [ 직접 맛보고 판단해라! 톱셰프의 화끈한 대응책! ] [ 전 세계 수많은 셰프들 레스토랑 반유현 시식에 신청서 제출! ] [ 현재, 최다 미슐랭 스타 보유 셰프인 안토니 베르만도 제출! 그 휘하의 셰프들과 함께 참석. ]“기존에 20일, 21일, 22일에 예약을 했던 고객들께는 뭐라고 말을 할까요?”
“그분들이 모두 식사를 하실 수 있게끔, 휴업 일 프리패스권을 드려.”
“예?”
“매주 하루 있는 휴업일 중에 날과 시간을 선택하셔서 대기 없이 레스토랑 ‘반유현’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게 제공해드려.”
이미 예약이 꽉 찬 날이었기에, 손님들의 반감을 줄이려면 그 정도 파격적인 대우는 해줘야 했다.
덕분에 셰프들은 손님들의 프리패스권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몇 달간 휴일이 없겠지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이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레스토랑 ‘반유현’에 대한 논란을 종식시킬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신청서는 마감하겠습니다.”
자신이 셰프라는 것을 증명할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신청서가 접수되는 방식이다.
물론, 미슐랭 스타를 소지한 셰프일수록 신청서가 승인될 확률이 높았다.
3일간 한국, 파리,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 ‘반유현’에서 맛을 볼 셰프들을 어느 정도 실력과 그에 따른 입지가 있는 셰프들을 뽑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 그리고 런던에 있는 미슐랭 스타를 소지한 모든 셰프들은 신청서 받지 마.”
“예? 그곳에 있던 셰프들이, 셰프님을 비웃었지 않습니까! 그놈들은 꼭 셰프님의 요리를 맛보게 해서……!”
“신청서 받지 말고, 초대권을 돌려. 꼭, 오라고.”
나와 최민성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것에 대해 대놓고 의문을 품었던 놈들.
그곳에 있던 총원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셰프들이 노골적으로 비웃었었다.
당연히 그것을 잊지 않았고, 놈들에게 확실하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
덤으로, 그저 논란에 의해 함부로 입을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도 보여줄 생각이었고.
“팩토리 올 데이…… 라고 이름 붙였던 축제가 있으니, 이번 3일간은 ‘반유현 올 데이’라고 이름 붙인다.”
반유현 올 데이.
3일 동안 전 세계 셰프들에게 내 실력을 입증하는 기간은 그렇게 명명되었다.
한국과 런던에서 셰프들이 도착했고, 나는 ‘반유현 올 데이’에서 벌어질 상황들을 미리 예측해서 그들에게 설명했다.
“어쩌면, 레스토랑 ‘반유현’이 설립되고 가장 중요한 기간일 것입니다.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야 될 시간입니다.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나를 보고 있는 셰프들의 눈에서 빛이 났다.
이들도 이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였다.
“열두 시간 뒤, 최종 점검하겠습니다.”
셰프들은 각각의 레스토랑에서 운영하는 메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듯 힘주어 말한 적이 얼마 없던지라, 레스토랑 오픈 전 최종 메뉴 테이스팅을 하던 때보다 긴장한 듯한 표정들이었다.
“다, 시작해.”
“예! 셰프!”
나의 최측근인 로또 육인방, 포시즌스의 셰프들, 그리고 한국에서 ‘반유현-펌킨’을 운영하는 어머니까지, 오늘만큼은 웃음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