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아주 차갑게 (2)
야심한 밤.
‘반유현 팩토리’의 불은 밝게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 모든 셰프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호박 라떼는……. 여기 들어가는 크림은 셰프님이 만든 것 맞습니까?”
“아닙니다. 저희 핫(hot) 파트장이 만들었습니다.”
많은 셰프들이 모여 있었고, 무척이나 공적인 자리에 어머니도 나에게 존칭을 사용했다.
그림이 이상했지만, 어머니도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듯했다.
“반유현 펌킨, 핫 파트장 나오세요.”
“예! 셰프.”
“미슐랭 투 스타…… 어떻게 받았습니까? 받아놓고 긴장이 풀렸습니까?”
호박이 주된 테마로 이루어진 ‘반유현 펌킨’의 디저트 호박 라떼에 들어간 생크림의 맛을 지적했다.
분명, 몇 주 전 한국에 있었을 때와는 다른 맛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즐겁게 요리 먹어놓고, 디저트가 그걸 망치면 손님들, 아니 손님들도 그렇고 앞서 선보인 요리들이 개밥 되는 거…… 안 가르쳐줬었나?”
“시정하겠습니다.”
원래 이 전생에도 독설로 이름을 떨쳤던 나였다.
포장하지 않고 100퍼센트 진심을 내뱉다 보니, 다소 과격한 말이 나가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시간은 없고 난 내 모든 의사를 짧은 시간 안에 전파해야 했으니.
“반유현 펌킨은, 앞으로 한 시간 뒤에, 모든 요리. 다시 평가하겠습니다.”
내가 진정 미슐랭 스타 19개의 별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냐, 없냐, 그것의 공정성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 만든 행사가 ‘반유현 올 데이’이다. 3일간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대거 나의 레스토랑을 방문할 것이었으니, 나는 평소보다 높은 맛의 잣대를 들이밀 수밖에 없었다.
“반유현 브라운, 최민성 셰프. 캐비어 산도 다시 조절해.”
“예, 셰프.”
“코스 나오는 속도 조정해. 주방의 모든 동선도 1초 단위로 짜놔.”
레스토랑 ‘반유현’의 검정 스카프를 맨 셰프들.
밖에서도 높은 지위를 인정받는 그들이었지만, 내 앞에서는 벌벌 떨었다.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함을 보였으니까.
쨍그랑!
한국, 강남에 최근에 런칭한 ‘반유현-그린’ 의 총괄을 맡은 권화윤 셰프는, 나의 말에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이 무거운 긴장감을 버텨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
“권화윤.”
“에, 예! 셰프! 죄, 죄송합니다.”
“내가 사람 잘못 본 거야? 내가 너한테 검정 스카프를 준 이유가 뭐야. 긴장하지 마. 하던 대로 해.”
“예! 셰프!”
나 때문만이 아니라, 원체 담이 작은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에서 정신을 못 차린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대거 자신의 손님으로 오면 이런 정신 상태는 실수를 유발하게 되어 있는 법. 나는 그녀의 정신을 무장시켜줬다.
“다시 곧 자신이 맡은 레스토랑으로 돌아가야 할 것 아닙니까? 특히 한국, 런던에 있는 셰프들은요.”
“예! 셰프!”
“시간이 없습니다. ‘반유현 올 데이’가 열리는 3일 동안 제가 당신들 곁에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을 때 최선을 다하라고.”
그렇게 그날의 테스트는 계속되었다.
마지막 스퍼트, 전 세계를 놀라게 할 쇼는 그렇게 준비되고 있었다.
최고의 긴장감, 한층 끌어올린 맛의 기준…… 그만큼 나와 나를 따르는 셰프들에게 중요한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엔 지치지도 않더니, 미슐랭 스타 좀 받았다고 눈들이 풀리네.”
최소 미슐랭 원 스타, 많게는 미슐랭 쓰리 스타를 보유한 셰프들이, 찬물을 끼얹어 맞은 것처럼 눈동자가 커졌다.
“지적받은 곳, ‘반유현-펌킨’뿐만 아니라, 전부다! 2차 메뉴 테스팅, 40분 뒤 시작.”
“예! 셰프!”
우렁차게 외친 셰프들이 발 빠르게 요리를 시작했다.
***
‘반유현 올 데이’의 행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날이었다.
신청서를 넣은 셰프들 중에서, ‘반유현 올 데이’의 행사의 초대권이 주어질 셰프들의 명단이 정리되었고, 그 초대권에는 그들이 며칠, 몇 시에 어떤 레스토랑에 방문하는지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
그들이 방문하고 싶은 레스토랑을 신청서에 적어내면, 3일 중에 그 날짜와 시간을 내가 정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초대권 자체가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었다.
“그 셰프들 때문에, 이슈화가 확실히 되긴 됐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셰프들은 저마다 SNS에 자랑질을 해댔다. 이를 테면.
[ 반유현 올 데이! 나도 참석! #반유현 셰프에게 인정받은 셰프임. ] [ 기대됩니다 반유현 올데이! 저는 프랑스 포시즌스 레드의 맛을 보게 되는군요! #반유현 ] [ #반유현에게 인정받은 셰프. #반정셰. ] [ #반정셰. 저도 갑니다! 올해 미슐랭 스타를 처음 받은 신입인데, 감사합니다! ] [ 저도 #반정셰 즐거운 하루 입니다! ^^ ]나에게 초대권을 받은 셰프들은 사진의 주제나 분류를 정하는 ‘#’ 해시태그에, ‘반정셰’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반유현에게…… 인정받은…… 셰프?”
“……네 그렇습니다.”
내가 한 번에 너무 많은 미슐랭 스타를 받아 공정성 논란이 있었고, 그에 따라 내 요리 실력에 논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실력에 의심을 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반유현 올 데이’에 초대권을 받은 셰프들 대부분은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었기에, 그 인지도가 미미하지 않았다.
쿡방, 먹방 열풍에 따라 그들이 SNS를 한다면 꽤나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곤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빠르게 이슈화될 수 있었다.
반유현에게 인정받은 셰프. 반정셰.
셰프들은 이 신조어와 초대권이 찍힌 사진을 함께 올리며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반응들을 이끌어 냈다.
-와! 셰프님도 초대권을 받으신 분이네요! 축하드려요!
-ㄷㄷ ‘반유현 올 데이’ 아무나 초대권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는데.
-와우! 킴레이든 셰프님도 가시는군요! 스타 셰프가 되신 건가요?
내가 신청서를 받고 셰프들에게 준 초대권은, 셰프들이 본인 스스로가 셰프로서 꽤나 높은 영향력과 입지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부럽습니다! 반유현 셰프의 요리를 예약도 기다리지 않고…….
-축하드립니다! 반정셰!
그런데, 그 이슈화에 따라 문제가 생겼다.
역시나, 내 통제에서 벗어난 일에는 항상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각 도시에서 공문이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내가 ‘반유현 올 데이’에 대해서 말할 때는, 헬기도 떴었다.
그만큼 이미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는데, 셰프들까지 나서서 SNS질(?)을 해주니 한 번 더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각 레스토랑의 근처에 취재진들이 너무 많이 몰려, 주거하는 사람들과 주변에 있는 업소들에 많은 피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레스토랑 ‘반유현’ 그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던가,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아닐 수 없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삶의 터전에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생각만 해봐도 그들이 입는 피해를 무시 할 수 없었다.
도의적인 책임뿐 아니라,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고, 이 문제를 손 놓고 가만히 봤다가는 더 큰 문제로 나에게 돌아올 것이니까.
“그러면, 중계권을 판매해야겠네.”
해결책은 간단했다.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질서를 얻기 갖추기 위한 중계권 판매.
“방송사 애들이나 기자들한테 돈을 받고 촬영할 권리를 팔아 그러면, 중계권을 소유하게 된 애들이 알아서, 중계권이 없는 놈들을 배척할 테고, 중계권이 있는 방송사들끼리 협력해서 질서를 만들 테고…….”
“와…….”
“방송을 위해선 모든 하는 놈들이 방송국 놈들이니까. 중계권을 주면 최적화된 상황을 만들겠지.”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내 레스토랑을 촬영할 수 있는 권리를 팔 생각이다.
더 나아가, 내부에서 셰프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까지 촬영할 권리를 말이다.
“초대권을 받은 셰프들이 문제 삼지 않을까요?”“초대권을 받고, ‘반유현 올 데이’에 참석할 수 있어서 자랑을 하는 셰프들인데, 자신들이 그곳에 참석했다는 게 방송에 나가면 더 좋아하지 않겠어?”
“아……. 그래도 방송 출연을 원치 않는 셰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오스틴의 말도 맞지만, 그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 질서를 위해, 중계권 판매가 불가피하니, 어쩔 수 없다고 연락 돌려. 방송 출연을 원치 않으면 초대권을 줄 수 없다고.”
내가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고, 그것을 증명해 내야 되는 중요한 시점이지만.
항상 고개를 숙이란 법은 없지 않은가.
***
미국 최대 방송사 중 하나라고 불리는 ABC.
그 방송사 내에서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탑셰프’.
그 연출진들은 레스토랑 ‘반유현 – 브라운’ 앞에서 기쁨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감독님.”
“그러게, 중계료가 더 올라갈 때는 본부장님까지 설득해야 됐어.”
방송사 역사상, 단 3일, 한 명의 인간이 여는 축제에 이렇게 많은 중계료를 지불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들이 많은 공을 들여 중계권을 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현재 자신들의 방송사 프로그램, ‘탑셰프’에 출연하고 있는 안토니 베르만 때문이었다.
“세계 최초, 최연소라는 단어를 끌고 다니는 반유현 셰프와, 그 요리의 맛을 평가하는 세계 최고의 셰프를 동시에 담으려면 이 정도 중계료는 어쩌면 남는 장사일지도 몰라.”
‘탑셰프’는 셰프 다큐의 시초인 프로그램이었다.
한 명의 셰프를 특정해 그와 함께, 짧게는 2주, 길게는 2개월 정도의 시간을 촬영해 그의 인생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었는데, 하필 이번 출연자가 세계 최다 미슐랭 스타를 가진 안토니 베르만이었다.
더군다나 마침, 안토니 베르만이 ‘반유현 올 데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최다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만큼, 그것의 공정성이 안토니 베르만에게도 중요했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대중들과 수많은 방송사와 언론이 이 행사에 가지는 관심에 비례해, 베르만이 반유현의 요리를 먹고 어떤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그에 따라 중계권을 입찰하는 것이 이들에게 대단한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이미 정해졌었다.
더군다나, 안토니 베르만이 참여하는 레스토랑은 런던에 있는 ‘반유현-브라운’.
반유현은 런던에 있던 셰프들에게는 신청서를 받지 않고 초대권을 돌렸던 사실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그 내막은 자세히 모르지만, 분명, 반유현과 런던 소재의 셰프들 사이에 어떤 이슈가 있을 것이 연출진들의 눈에 훤히 보였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들은 중계료를 지불하고 ‘반유현 올 데이’에 대한 중계료를 얻어 촬영을 정식적으로 허가 받았다.
그리고 행사 당일, 베르만과 함께 ‘반유현 – 브라운’으로 입성했다.
당연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반유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반유현입니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베르만입니다. 영광입니다.”
세계 최연소, 최초, 역사 없던 신화를 만들어가는 셰프와,
미슐랭 스타를 가장 많이 보유했으며, 현시대 요리에 있어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라고 평가받는 셰프 중 한 명인 그가 만나 악수를 나눴다.
“앉으시죠. 곧 시작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