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기반은 완성됐다 (5)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 : MOF).
평가 중, 요리 부문의 평가 방식은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다.
예비 장인 후보인 셰프가 자신의 팀을 이끌고 독립적인 주방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것.
여러 개의 팀이 한 장소에서 여러 개의 조리대를 두고 경쟁하듯이 경연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희들이 있어서 항상 든든해.”
나는 유럽에 있는 로또 육인방과, 포시즌스 총괄 셰프 세 명을 불렀다.
나의 최측근이고 내가 가장 믿을 만한 셰프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요리를 할지만 논하면 되잖아 너희하고는.”
나와 함께 몇 날 며칠을 밤새워 주방 동선을 맞춘 경험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눈빛만 봐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이들에겐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 없었다.
“최고 장인을 선발하는 대회답게, 시간은 여유롭게 주어져. 주방도 우리만이 쓰는 공간이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가장 강력한 맛을 보여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 이왕이면, 파격적인 이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지?”
내 말에 셰프들이 거침없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저희 레스토랑 코스를 그대로 해서, 홍보 효과를 하는 건 어떨…….”
“반유현 브라운? 너희는 너무 비싼 재료를 사용해서, 우리가 잘 다뤄보지 않은 것들이야. 연습하면 되겠지만, 그런 도박을 하기보다는 반유현 레드의 요리를…….”
“레드 테이블의 요리가 프랑스 정찬에 가장…….”
‘파격적인 이슈를 만들자.’라는 말을 해서 그런지, 이들은 프랑스 최고 장인을 뽑는 대회도 자신들의 레스토랑을 홍보하려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나와 함께 생활하며 생각을 하는 굴레의 크기가 커진 탓이었다.
“그래, 그래도 MOF잖아. 우리 레스토랑의 요리를 했다간 저 빳빳한 영감님들이 가만히 있겠냐. 흠.”
내가 잠시 고민하는 듯 신음하자, 셰프들이 모두 입을 닫았고.
그렇게 몇 초가 지나지 않았을 때, 나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페르넨 푸안.”
“예?”
“페, 페르넨 푸안 셰프님이요?”
페르넨 푸안.
프랑스 요리의 거장이라 불리며, 프랑스 정찬 요리를 정립했고, 프랑스 요리 문화를 발전시킨,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셰프였다.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고, 셰프들에게는 마치 신과 같은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셰프.
“페르넨 푸안 셰프님이 생전에 선보인 요리를 그대로 재연하자.”
심사위원들 모두, 조리복 목깃에 MOF의 상징인 삼색선이 있었다.
그들 모두 프랑스 요리, 최고 장인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으니, 그 조리복을 입고 있는 것일 테다.
그런 프랑스 요리의 최고봉인, 그들의 정신적 지주라 불리는 페르넨 푸안 셰프의 요리를 완벽히 재연해 보인다면, 그것 자체로 그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요리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욕먹을 텐데요. 셰프님. 안정적으로 가시는 게…….”
포시즌스 총괄 셰프 중 한 명인, 게리가 말했다.
그도 프랑스에서 오랜 세월 몸담아 왔던지라, 페르넨 푸안의 요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뭐랄까. 상당히 조심스러운 요리라고 해야 되죠…… 셰프님의 판단에 항상 저희가 헤아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 심사위원들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인 그의 요리를 만진다는 것이요.”
“이미 다 적었어.”
“예에?”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 적어내는 양식에 페르넨 푸안이 생전 선보였던 요리들을 모두 적었다.
그렇게 내가 선보일 요리는 정해졌다.
***
주방 밖, 홀에는 요리 부문 심사위원 30명이 앉아 있었다.
최고 장인 위원회 위원장이자, 요리 부문의 심사위원인 베이슨은 반유현과 그 휘하의 셰프들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들과, 그 과정을 상세히 평가하고 요리가 나오기 직전까지 그것을 재검토하는 중이었다.
‘재료 손질은 두말할 것 없고…… 주방 동선도 너무나 조화로웠다. 주방 전체를 손 위에 올려놓고 지휘하는 셰프…… 미슐랭 20스타가 넘는 셰프들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것을 수도 없이 봤지만…… 반유현 셰프는 손짓과 눈빛으로 모든 것을 통제했다.’
카리스마, 물론 그것이 평가항목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베이슨은 느꼈다. 반유현이라는 셰프가 주방에서 내뿜는 기세와 내공, 아우라…….
어쩌면 이제껏 봤던 셰프들 중 그것을 뛰어넘는 셰프가 없었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장인이랍시고, 셰프들을 자신의 요리를 구현하는 보조라고 생각하는 셰프들이 허다했지.’
셰프들의 조화와 협동을 기반으로, 주방의 동선이 완벽하게 정리되었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강력한 맛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반유현일 테다.
주방의 중심에 있던 그의 모습을 봤더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대체…….’
뉴스로, 각종 메신저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의 모습을 전달받던 그였지만, 실제로 그 모습들을 보니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예비 장인 후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재료 보관법, 손질 과정, 요리를 만드는 과정 등을 평가하는데, 그에겐 감히 그런 세세한 잣대들을 들이밀기가 싫을 정도였다.
“위원장님. 대부분의 심사 위원들이 같은 평가인 것 같습니다.”
주방에서 그의 태도와 실력은 모두 만점.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일치된 의견이었다.
“제가 다 긴장이 되네요. 페르넨 푸안 셰프님의 요리를 선보인다니……. 특히나, 저희는 직접 그 셰프님에게 요리를 배운 제자들 아닙니까.”
30명의 심사위원들 중에는 원로 셰프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들은 실제로 페르넨 푸안의 제자이기도 했다.
저렇게 당돌하게, 페르넨 푸안의 요리를 재연해 보이겠다 한 셰프가 없었던 만큼, 콩쿨이 진행되고 있는 이 현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뿐만 아니라, 이 현장은 100년 역사 최초로 MOF를 두 부문에서 동시 수상하는 사람이 태어날 수도 있는 현장이기에, 긴장감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긴장할 게 뭐 있어. 우리는 그저 심사위원일 뿐이야. 하던 대로, 하던 대로 하면 돼.”
그때, 전채요리가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바닷가재 샐러드입니다. 베샤멜 소스에 토마토 퓌레를 섞었고, 송로버섯(truffle) 소스와 함께, 곁들였습니다.”
핑크빛 색을 띠는 소스는 버터를 베이스로 한 베샤멜 소스와 토마토 퓌레가 섞여 나는 것이었고, 은은히 퍼지는 송로버섯의 향은 후각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향과 빛깔에 은연히 존재를 드러낸 탱글한 바닷가재의 살은…….
“진짜…….”
“제기랄.”
욕이 나올 정도의 풍미와 식감을 함유했다.
토마토 퓌레를 곁들인 베샤멜, 그리고 송로버섯 소스, 두 가지 소스와 전혀 이질감이 없이 그 소스들이 품는 풍미를 모두 가졌고, 살이 무너지며 바닷가재 특유의 풍미를 뽐냈다.
이어서 요리는 계속되었다.
“이…… 부야베스는 정말, 정말로 스승님의 요리 같잖아!”
“아니야.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지 몰라 나는 이 요리가……”
서양식 해물잡탕이라고도 불리는 부야베스(Bouillabaisse).
꽃게, 새우, 대구, 가재, 홍합 등 갖가지 최고 등급의 요리가 담긴 냄비에 토마토, 고추, 월계수 잎, 타임 오렌지 껍질 등 향을 내는 재료들이 함께 담겨 있었다.
“훨씬 더 발 된 것 같습니다.”
“후…… 이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요리네요.”
냄비에 담긴 해산물들의 살을 베어 먹었을 때는, 서버가 바게트 빵을 가지고 나왔다.
“국물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바게트는 반유현이 직접 숙성시킨 반죽을 오븐에 구워 만든 것으로, 이 냄비 안에 담긴 해산물처럼 신선하다고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콩소메(Consommé) 육수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저는, 처음입니다. 제, 요리 역사상 처음이요.”
간 쇠고기와 머랭, 그리고 각종 채소를 끓인 뒤 걸러낸 육수로 부야베스를 만들었는데, 그 베이스가 된 국물 또한 최강의 맛이었다.
고소한 바게트의 풍미와 더해져 완전히 새로운 메인 요리를 먹는 것 같은 맛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술에 취한 것처럼 반유현의 요리에 빠져들었고 다음 요리가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실제 페르넨 푸안의 제자였다던, 원로 셰프들은 숨을 거칠게 내쉬는 모습도 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요리처럼, 마음속 한 편에 묻어두고 항상 바라왔던 요리를 먹는 그 감정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감정을 덜어내더라도 이 요리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메인 요리는, 로시니(Rossini) 스테이크와 돼지 방광을 이용해 조리한 메추리구이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온 메뉴의 이름에 모든 셰프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와……!”
그 코스와 메뉴의 이름은 페르넨 푸안이 살아생전 선보였던 것과 비슷하지만, 접시에 담긴 요리의 모습은 한층 더 발전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
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이자 장관들의 회의가 열리는, 엘리제 궁.
그곳의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우와아아아아!
내가 차에서 내리자 함성을 내지르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여, 역사상 최초로! 두 부문에서 프랑스 최고 장인이 되신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반유현 셰프님! 외국인 최초 요리부문 수상이라는 업적은…….”
“페르넨 푸안의 요리를 발전시켜 심사위원들의 향수를 자극하셨다는데! 구체적으로 말씀 좀!”
경호원들이 나에게 달려드는 기자들을 막아섰고, 나는 한마디를 한 뒤에 곧장 엘리제 궁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많은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따로 빼서 기자님들과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엘리제 궁을 지키는 군인들이 나에게 경례를 하며 나를 반겨줬다.
프랑스 최고 장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준 것이었다.
엘리제 궁 안에 펼쳐진 연회장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술렁이고 있었다.
각 분야의 장인으로 뽑힌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그 중, 최고 장인 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베이슨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반유현 셰프님. 그때의 요리를 잊지 못해 몇 날 며칠을 밤새웠습니다. 로시니 스테이크…… 그리고 돼지 방광을…….”
로시니 스테이크는 자신의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였으며, 돼지 방광을 이용해 수분기를 날리지 않고 촉촉하게 구워낸 메추리 구이는 페르넨 푸안이 고안한 조리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셰프들에게도 수많은 영감을 줄 만한 요리였다고 평가했다.
“후. 최고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때, 프랑스 대통령인 마터롱이 문을 열고 입장했다.
모든 이들이 박수를 치고 그를 환영했고, 나도 그들을 따라 박수를 쳤다.
그런데, 마터롱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행동이 이미 짜여진 동선이 아니었는지, 경호원들이 잠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유현 셰프님. 매번 역사에 없는 일을 만들어내시는 것을 보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셰프님은 저희 프랑스의 영광이십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에게 오른손으로 악수를 건네는 대통령, 내가 그의 손을 맞잡자, 그가 왼손을 올려 나에게 예의를 다했다.
나도 왼손을 올려 두 손으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