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그때 그 사람 (2)
“반유현 셰프님의 비서인…… 오스틴의 말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베네시안, 벨리지오, 트럼퍼 인터내셔널, 미라지……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최소 3성급 이상의 호텔들이 반유현에게 제안을 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도 다음의 행보를 라스베이거스라고 선언하신 것도 저희에게 이런 고민을 안겨주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로만에 의해 주재된 회의에는 유럽 내 포시즌스 사장단과 ‘포시즌스 – 라스베이거스’의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며칠 전, 반유현은 다음 레스토랑을 런칭할 지역이 라스베이거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었는데, 로만은 그 의도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반유현 셰프님의 공식 발표는, 사실 발표가 아닙니다. 포시즌스에서는 어떤 지원을 해줄 것이냐가 반유현 셰프님의 물음입니다.”
반유현은 자신의 라스베이거스행을 발표하고 나서, 제안받은 호텔들의 명단을 뽑아서 로만에게 건네줬다.
물론, 그 호텔들의 명단 옆에는 그들이 제안한 사항들도 함께 적혀있었다.
-지분 50%
-미슐랭 달성시, 호텔 매출 5%
-수행원, 기사, 집…… 라스베이거스 최고 대우.
“이런 제안들은 저희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다른 호텔들에서 이런 제안을 해줬는데, 반유현 셰프님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우리는 더 마음을 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아니, 실장님! 오랜 시간 함께해 왔으니, 반유현 셰프님께서 마음을 좋게 쓰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어째서 저희 회사만이 반유현 셰프님께 매번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하는 겁니까?”
“참…… 반유현 셰프님이 아직도 예전의 반유현 셰프님 인 줄 아십니까? 그룹의 손익을 따져서 데려와야 할 사람이냐고요.”
반유현의 덕을 봤기에, 그룹 내 경영전략실장으로 승진할 수 있던 로만은 완벽하게 반유현의 편에 서 있었다.
그에 따라 그룹 내에 불만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
“실장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실장님께서는 저희 그룹의 편에서서 반유현 셰프님과의 협상을 이어나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반유현 셰프가 대단한 것을 여기 있는 모든 간부와 사장님들이 알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불만이 당연했지만 로만은 이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백전무패, 여태까지 반유현의 전적을 보고도 이런 말들을 하다니.
그의 파급력과 브랜드 가치는 지금보다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미슐랭 23스타 이상을 가진 셰프가 전 세계에 몇 명이나 됩니까? 그것도 스물 중반의 나이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하물며, MOF, 세계 최연소로 프랑스 최고 장인에 이름을 올린 것도 모자라서 동시 두 부문에서 수상을 하셨습니다. 대체 어떤 협상을 하라는 말입니까? 간, 쓸개를 다 내주어서라도 반유현 셰프님과 함께 가야 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곳에 모인 포시즌스의 사장단도 그의 말이 무엇인지 머리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사에는 없던 최강의 셰프가 있다면, 역사에 없는 제안을 해서라도 그를 데려와야 한다는 논리는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 그 셰프가 포시즌스의 매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럼…… 로만 실장님께서는 어떤 제안을 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4개의 레스토랑을 모두 치워버리고, 레스토랑 ‘반유현’으로 채워야 할 것입니다.”
물론, 말 그대로 포시즌스 역사에 없던 제안인지라, 사장단과 간부들은 동요했다.
“네 개의 레스토랑 중에는 미슐랭 쓰리 스타를 보유해 많은 손님들이 찾는…….”
“미슐랭 쓰리 스타 셰프를 내쫓는 게 말이 되십니까?”
“쓰리 스타뿐입니까? 나머지 두 곳은 미슐랭 원 스타…….”
“재계약을 해야 될 기간이 임박해 있기는 하지만……. 그 셰프들의 반발이 거셀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반유현이라 한들, 그 때문에 자신이 내쫓겨난다고 하면 그들의 기분이 어떨까.
더군다나 자신들이 일을 못 한 것도 아니다. 그 대상에는 오히려 포시즌스에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영예인, 쓰리 스타를 안겨준 셰프도 있었다.
“별 개수 셀 때가 아닙니다. 반유현 셰프님은 1년 만에 미슐랭 스타 아홉 개를 파리에 박으셨습니다. 저희가 이 정도 액션을 하지 않는다면…… 저는 면목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로만의 생각은 확고했다.
반유현을 잡으려면 그가 보여줬던 행보처럼 자신들도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된다는 것.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 있어야 오래가지 않겠냐는 말을 계속해서 했다.
“정리하자면, 그 셰프들이 반발을 갖지 않고, 부드럽게 반유현 셰프님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그것은 제가 아니라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에 간부님들과 사장님들의 역할이겠죠.”
다시 한번 정적이 흘렀고, 로만은 회의를 정리했다.
“잘 생각하십시오. 제가 경영을 맡은 파리는, 반유현 셰프님을 모셔온 이후로 매출이 270% 상승했습니다. 또 제가 그룹 경영전략실장으로 승진했다는 것을요.”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사장 및 간부들이 침을 삼켰다.
***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으로 레스토랑 ‘반유현’을 오픈할 장소는 너무나 편안하게 포시즌스로 정해졌다.
그 이유는 단순하게도 포시즌스의 대우였다.
그들이 어떤 대우를 할는지 나에게 제안을 한 호텔의 명단과 그들의 제안을 로만에게 건넸는데 로만의 행동이 꽤나 파워풀했다.
“이야, 로만 사장, 아니 실장님. 승진하시더니…….”
로만이 회의장에서 했던 말들에 대해 보고를 듣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약 2년 전인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지나친 의심을 품던 사람이 이제는 내가 없으면 안 될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그의 일하는 방식이 나를 따라 파워풀해졌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레스토랑들 싹 다 치우기로 결정됐어?”
“예, 그런데 그 방식이…….”
“왜.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자신들이 열심히 일하던 레스토랑인데 다짜고짜 방 빼라고 하면……. 이건 나한테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다른 방법들을 좀 알아보라고 해. 열심히 하는 그 셰프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될 것 아니냐.”
“예…… 일단 셰프님께서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스틴이 말끝을 얼버무렸다.
불도저 형식으로 셰프들을 밀어버렸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겼을 것인데, 설마 그런 방식까지도 사용한 것인가.
미슐랭 쓰리 스타고, 원 스타고 나를 위해 밀어버렸다는 점에 저들이 나를 대우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지만 왠지 찝찝했다.
뭐 직접 확인하라는 말에 더 이상 궁금증은 표하지 않았다.
“차량 준비되어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내리자, 나의 수행원들이 내 캐리어와 짐들을 챙겼다.
그리고 내가 나가는 공항의 출구 앞에 거대한 롤스로이스와 고급 SUV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다.
약 2년 전, 펠리지오 호텔의 총주방장 톰슨에게 초대를 받아 롤스로이스를 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도 색다른 느낌이라고 좋아했었는데.’
그 당시에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셰프로서 받는 대우에 좋았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상쾌함이었다.
‘예측했을지도.’
2년은 아니지만, 몇 년 만에 이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 이곳에 다시 오리라는 생각이 마음속 어느 한 편에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내가 지금 이 위치에 있는 것이겠지.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급차 중 하나, 그 편안한 가죽시트에 몸을 기대자 앞자리에서 기자가 말을 건네 왔다.
“네, 출발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라스베이거스의 풍경을 어느 정도 눈에 담았을 때.
목적지에 도착했다.
“뭐야 이건?”
차에서 내리기 전 창밖에 보인 광경에 나는 오스틴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약 40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조리복과 조리모를 쓴 것을 보면 누가 봐도 셰프인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안녕하십니까 셰프님,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경영 총괄을 맡고 있는 조쉬 앨런입니다.”
조쉬.
포시즌스 파리에서 로만과 합을 맞췄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그와 함께 합을 맞춰야 한다.
중년의 남자인 그는 딱 젊었을 때, 잘생겼다는 소리를 귀에 달고 살았을 것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조쉬 사장님이 반유현 셰프님을 존경하기도 합니다. 매번 저한테 자리 한번 만들어 달라고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뵙게 되네요.”
그 옆에는 로만도 있었는데, 로만이 나지막이 그를 소개했다.
“예, 그런데, 로만 실장님. 저 뒤의 셰프들은 누구인가요?”
“그게…….”
조리복을 입고 있는 셰프들, 나는 포시즌스 측에 인력을 공급해달라거나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니 원래 이곳에서 일하던 셰프들은 아닐 것 같았다.
나에 의해 한순간에 자리를 잃은 셰프들이라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봐야 하는 게 정상이었으니까.
그런데, 로만의 말은 내 예상과 달랐다.
“이곳에 원래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들입니다.”
로만이 조리복을 입고 공손히 서있는 셰프들에게 손짓하자, 네 명의 셰프가 걸어 나왔다.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에서 각각 네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들이었다.
“자틴입니다. 인도 요리를 기반으로 퓨전 양식을 만들었습니다.”
인도 출신의 요리사인 그는 이번 라스베이거스 2021 미슐랭 스타 시상식에서,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았다.
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자마자 나에 의해 자리를 강제로 내어준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불만을 품어야 할 텐데 그의 얼굴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내가 로만을 쳐다보니 로만은 웃으면서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마커스입니다. 스웨덴에서 왔고, 저는 지중해식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슐랭 원 스타를 받았습니다.”
“루이 가렐입니다. 프랑스에서 왔고, 셰프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프랑스 정찬으로 저도 이번에 미슐랭 원 스타를 받았습니다.”
“신지로입니다. 일본에서 왔습니다. 정통 일식 가이세키가 전공입니다. 아직 미슐랭은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인도 출신, 스웨덴 출신, 프랑스 출신, 일본 출신의 총괄 셰프들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알다시피, 포시즌스에서 그 레스토랑을 맡을 총괄 셰프를 뽑는 것에는 그 기준이 엄격했다.
이미 미슐랭 스타를 소유한 셰프들도 있었으니, 그들의 실력은 두말할 것 없는 정도였다.
물론, 그 비교 대상은 내가 아니라, 일반적인 셰프들이었다.
“저희도 이 셰프님들의 실력과 포시즌스에 헌신해준 그 마음을 알기에, 아무리 반유현 셰프님께서 들어오신다고 하셨어도, 이분들을 강제로 내쫓는 것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네.”“그래서…… 이분들에게 제안을 했는데, 이분들이 모두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요.”
이 총괄 셰프들 모두, 그리고 그를 따르는 셰프들이 나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것이다.
강제로라도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레스토랑을 비워야 된다는 것이 이미 잠정적으로 결정 났고, 그렇다면 나, 아니 레스토랑 ‘반유현’에 완전히 흡수되어야겠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미슐랭 스타를 소유한 셰프들이 이렇게 저자세로 나올 줄이야.’
아무리 ‘반유현’이라는 이름이지만, 회사 측과 나에게 반감을 가질 법한데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려 한다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제 주방에 들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실 텐데요.”
UAE 왕세자, 그가 데리고 있던 개인 셰프들 미슐랭 7스타를 가진 이들도 열심히 반유현 팩토리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라고 해서 곧장 나의 주방에 발을 들일 순 없었다.
일이 순순히 풀릴 것이라 기대했던 로만과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간부들이 나의 말에 흠칫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