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그때 그 사람 (3)
‘포시즌스-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과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의 라스베이거스 진입에 따른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곳에 있는 셰프들의 미슐랭 스타를 합치면, 은하수를 만들 정도로 많은 셰프들이 있는 곳이기에, 그 어떤 셰프가 와도 이런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테지만.
“셰프님은 조금…… 아니, 많이 특별하시니까요.”
나와 같은 이력을 가진 셰프는 어느 곳에도 없다.
모든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켜 3개월 예약이 가득 차 있고, 미슐랭 23스타에, MOF 동시 두 부문 수상…… 그리고 프랑스 최고 영예의 훈장이라는 레지옹 도뇌르를 거절한 사람.
라스베이거스의 기업들은 새로운 포식자가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얘들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미국 정부 산하의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프랑스 파리의 관광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었다.
“유럽 애들한테 못 들었나? 나를 대우하는 방법을.”
런던 관광청과 파리 관광청은 나를 떠받들 듯이 대우해주며, 나에게 최대한의 협조를 해준다.
나라는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를 몸소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합을 맞춰야 될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보낸 메일을 보니 골치가 아팠다.
[ 안녕하십니까 반유현 셰프님. 그간의 행보를 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모든 셰프들의 귀감이 될 만한 당신이 저희 라스베이거스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문제는, 이다음부터의 내용이었다.
[ 라스베이거스의 대표적인 음악&예술 축제인 ‘라이프 이즈 뷰티풀(Life is beautiful)’에 디너쇼를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제발 맡아주시면 안 되겠냐.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원할 것이며, 모든 조건을 맞춰 줄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아직 미국 땅까지는 그 소문이 돌지 않았나 보다.
[ 샹젤리제 거리의 ‘투르 드 프랑스’, ‘베이커리 페스티벌 by반유현’ 등 셰프님께서 열었던 축제의 장에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번 저희 최대 축제를 빛내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메일의 내용은 절정을 향해 달렸다.
[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주소로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인턴 브래드 하시몬.
“이, 인턴……?”
내 옆에 있던 오스틴도 질색했다.
“이거는…… 아무리 여러 기관과 업체의 협의를 셰프님께서 직접 안 하신다고 해도 인턴에게 셰프님 관련 사항을 맡기는 건…….”
애초에 나에게 제안을 하는 톤부터가 문제였는데, 이 비즈니스를 관할하는 자가 인턴이었다.
파리, 런던 모두 본부장급 이상 또는 관광청장이 직접 나와 행사들을 주관한 것을 보면 확실히 다른 대우였다.
“내 가치를 떨어트릴 필요는 없지, 주지사가 와도 모자랄 판에.”
내가 원하는 행사였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저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고리타분한 국가 기관들이 나를 대하는 직원의 직급을 낮출 것이다.
“어차피 바빠서 못해.”
뿐만 아니라,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네 개의 레스토랑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한 생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메뉴에 대한 구성은 끝났지만, 인력에 대한 문제였다.
원래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 이곳 네 개의 레스토랑을 차지하던 셰프들을 모두 실력에 따라 반유현 팩토리의 학생과 교수진으로 입학시키는 것부터…… 새로운 레스토랑을 꾸릴 셰프들을 뽑는 것까지.
인력의 부족해서가 아닌, 적재적소에 어떤 인력들을 사용할지에 대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저 제안은 받지 말고.”
“파리, 런던과 다르게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워낙 이 도시에서 파워가…….”
물론, 나의 반응에 저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도 알고 있었다.
미국 관광산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그 관광청의 힘이 미국 내 정부기관들 중에서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저들을 굴복시킬 방법도 알고 있었다.
“이참에 저런 식으로 까불지 못하게 만들어 놔야지.”
“네?”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참나. 잘나가도 너무 잘나가 그렇지? 이 도시를 처음 겪어 본 것인가.”
“이게 반유현 셰프에게만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서, 다른 셰프들에게 소문이 금방 퍼질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의 미식 축제인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Vegas Uncork’d)’ 와 더불어 ‘라이프 이즈 뷰티풀(Life is beautiful)’은 라스베이거스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축제였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관광청은 디너쇼라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반유현이 샹젤리제 거리를 흔들었던 것처럼, 라스베이거스의 핫한 셰프들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그에 술을 제공하며 음악을 신나게 틀어놓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었다.
“제기랄. 대장으로 세우려 한 사람이 발을 빼니 김이 푹 빠지네.”
‘투르 드 프랑스’, ‘베이커리 페스티벌 by반유현’ 등 두 번의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반유현에게 전권을 주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려 했는데, 전권은커녕 반유현은 관심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다른 셰프들은 꽤나 참여하려 하고 있습니다. 고든 레지, 노부…….”
어쩐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라이프 이즈 뷰티풀, 줄여서 ‘라이뷰’의 행사 기획 총괄 디렉터는 반유현이 거절하는 것이 마냥 좋게 보이진 않았다.
“배짱은 좋네. 라스베이거스의 신참이……. 아직 모르는 건가 이 도시의 갑은 우리인 걸?”
디렉터, 케인은 따르지 않는 이를 굴복시키는 것이 후에도 가장 빠른 일 처리를 도모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셰프에게서는 뭘 뺏어야지 애타게 우리에게 길들여질까?”
그때, 불현듯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이전에도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는 한 셰프를 농락시켰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 최고 셰프 선정 후보에서 지우고, 이달의 레스토랑 후보에 선정하지 말고,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 리스트에 반유현 셰프의 레스토랑은 이름 올리지 말고,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Vegas Uncork’d)’에 부스 주지 말자.”
세계적인 셰프, 반유현의 반응이 기대된 케인이었다.
감히 일개 셰프 한 명이 그가 레스토랑을 오픈하려는 도시의 억압을 받고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그 기대의 기반이었다.
“아무리 날고뛰어 봤자, 국가 기관이 움직이면 어쩔 수 없는 거야.”
***
“반유현 셰프님의 뷔페라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내가 포시즌스 네 개의 레스토랑을 어떻게 활용할지 말하자.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우……. 네 개의 레스토랑을 두 개로 통합시킨다…….”
저들의 습관상 괜스레 의문을 품고 싶었을 테지만, 내가 말한 계획이기에 따르는 느낌이랄까.
“이 도시의 규모, 그리고 주변 레스토랑의 규모를 보면, 그에 맞추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네 개의 레스토랑으로 나뉘어 있는 공간은 어떤 이점도 갖지 못합니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들만한 부분들을 거침없이 말해주자, 간부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값을 얻으면 이렇듯 일이 진행되는 것이 쉬워진다.
“이곳은 메이, 이곳은 제리를 총괄로 세운다.”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네 개의 레스토랑은 각각 두 개씩 벽을 허물어 합칠 것이다.
그중 하나는 뷔페 형식의 레스토랑을 만들 것이며, 하나는 또다시 미슐랭 쓰리스타를 겨냥하는 정찬 요리를 주로 하는 레스토랑을 만들 계획이었다.
“팰리스 호텔의 ‘더 바이넬’, 윈윈 호텔의 ‘더 뷔페’, 코스모폴리탄의 ‘고져스 스푼’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고로 많은 손님들이 몰리고, 유명한 레스토랑 중 상위 세 곳이 뷔페 형식입니다.”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곳, 라스베이거스에 방문한 관광객들의 심리를 잘 이용한 방식이었다.
정해진 일정 기간 먹고 싶은 음식을 모두 맛보고 싶은 관광객들의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뷔페였으니까.
실제로 라스베이거스 내에 존재하는 레스토랑 중 상위 매출을 차지하는 것들에는 뷔페가 많았다.
“뷔페 방식의 레스토랑은 단연 미슐랭 스타와 거리가 멀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겁니다. 브랜드 반유현의 뷔페. 화려한 요리들과 맛을 한꺼번에 선보일 수 있는 형식은, 이 라스베이거스 내에서 제 브랜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고, 그에 따라 미슐랭 스타에 관한 사업들을 이어나가겠습니다.”
기대가 된다는 눈빛들, 더 이상 나의 말에 의문을 품는 자들은 없었다.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셰프들이 밀집되어 있는 그 밀도는 프랑스 파리보다 높은 곳.
그게 라스베이거스다. 이 도시에 완벽하고 안정적인 안착을 하려면 규모가 큰 대형 사업으로 시작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많이 모을 수 있으며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빠른, 뷔페 형식과, 내 인생의 목적인 미슐랭 스타를 노리는 레스토랑을 동시에 런칭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 구성 셰프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반유현 골목에 있는 ‘반유현-화이트’. 다섯 개의 매장의 셰프들을 등용하겠습니다.”
프랑스 파리, ‘반유현 골목’에 있는 다섯 개의 매장.
‘반유현-화이트’는 반유현 팩토리 성적 우수자들의 실험적 레스토랑이었다.
가장 성적이 높은 팀인 ‘반유현-화이트 1’의 리더는 로또 육인방이기도 한 메이였다.
그 밑으로 화이트2, 화이트3의 카림, 알렌드 등 능력이 출중한 교수들이 이끄는 팀 전체를 라스베이거스를 맡을 셰프로 채용하기로 했다.
“뷔페 레스토랑에 반유현 화이트 셰프 전원을 넣고, 그 총괄로 메이를 세울 거야. 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총괄은 제리로.”
이번에도 로또 육인방 중 둘을 각각 총괄 셰프로 세웠다.
“그런데 셰프님…… 그 홍보 문제가.”
당연하게도, 레스토랑의 폭발적 오픈을 위해서 매번 했던 것처럼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홍보를 해야 할지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스틴의 말을 듣자 하니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관광청에서 주관하는, 라스베이거스 관광 팜플렛 ‘새롭게 오픈! 레스토랑’에 저희 브랜드를 올릴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관광청에서 주관하는 모든 축, 축제에…….”
“모든 축제에서 날 빼겠다?”
“이게 지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저희도 계속 관광청에 그 이유를 묻고 있으나…….”
“묻지 마.”
“예?”
“묻지 않고도 알아서 답이 나오게 해줄 테니까.”
내가 저들의 제안을 거절할 때, 어떤 행동이 나올 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만 이 카드를 쓰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는데.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똑같아. 그래서 유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