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그때 그 사람 (4)
“마침 반유현 팩토리에 새바람을 넣을 컨텐츠도 필요했었잖아.”
“컨텐츠요?”
“그래. 컨텐츠.”
반유현 팩토리에 수많은 셰프들이 몰렸던 것의 이유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나의 존재였고, 두 번째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브랜드 ‘반유현’의 주방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프랑스 반유현 골목에 있는, ‘반유현-화이트’ 다섯 개의 매장으로는 이제 부족하지.”
그리고 그들의 동기부여, 실력향상을 위해서 나는 반유현 팩토리 내의 상위 다섯 개의 팀을 직접 런칭하게 해주었다.
실험적 레스토랑이긴 하지만, 브랜드 ‘반유현’의 이름을 얹어 레스토랑을 차릴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그 매장의 이름은 ‘반유현-화이트’였는데, 이제는 그 다섯 개의 매장으로는 그들의 동기를 부여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반유현 팩토리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점점 많아지고…… P반 3팀까지 생겼다며.”
A, B, C, …, P. 알파벳으로 이어지는 각 반에는 각각 다섯 개의 팀이 있었다.
A반 1팀부터 5팀 안에 들어, 반유현 화이트까지 가기란 이제는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만큼의 난이도였다.
그래서, 애초에 셰프들의 의지가 좌절되기도 했을 것이고.
나는 그래서, ‘반유현-화이트’의 개수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것도, 반유현 골목 내에 런칭하면 좋을 테지만…… 미식의 도시라는 라스베이거스에 화이트를 런칭해주면 어떨까 싶어서.”
“네? 그 실험적 레스토랑을 이곳에 런칭하시겠다구요?”
“어. 실험적 레스토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나의 검증을 받은 셰프들과 교수진, 그리고 레스토랑들이잖아.”
개수를 늘릴 뿐만 아니라, 그곳을 런칭하는 장소가 라스베이거스라면 반유현 팩토리에 또 다른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관광청 놈들이 나한테 함부로 못 하게 할 수도 있고.”
반유현 화이트를 라스베이거스에 추가적으로 런칭한다는 계획이 떠올랐을 때,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사람들을 짓밟을 계획들까지 한 번에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관광청 놈들을 짓밟기 위해 이런 계획이 떠올랐을 수도.
무튼, 순서는 중요치 않다 내가 하는 이 행동들이 모두 나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여기 올 때에, 나에게 제안했던 호텔들한테 싹 다 답장 보내.”
“뭐, 뭐라고 보내면 되겠습니까?”
“레스토랑 브랜드 ‘반유현’을 런칭하고 싶은 호텔이 있냐고.”
“그 호텔들이 이전에 제안했던 조건들이 있으니 그 조건 그대로, 반유현 화이트를 런칭하시겠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그들이 내 레스토랑을 런칭하고 싶어서 나에게 제안했던 조건에 한 가지를 더해서.”
라스베이거스 내에 존재하는 모든 호텔들은 그 자금력과 규모에 맞게, 나의 레스토랑을 런칭하기 위해 셰프라는 직업으로 상상하기 힘든 돈과 대우를 제시했었다.
나는 그 조건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제시해, ‘반유현-화이트’를 런칭할 생각이었다.
“레스토랑 ‘반유현-화이트’가 런칭되는 호텔, 그리고 그 호텔의 모든 셰프들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
그리고 정면 대결이었다.
***
“반유현 셰프가 다섯 개의 ‘반유현-화이트’,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의 두 개의 레스토랑…… 총 합해서 일곱 개의 레스토랑을 라스베이거스에 런칭하기로 했습니다.”
소문은 빠르게 돌아, 관광청까지 퍼졌다.
아니, 이들은 반유현이 무려 일곱 개의 레스토랑을 런칭한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온갖 정보력을 동원했어야 했다.
“딱 들어맞네. 숫자가…….”
행사 기획 총괄 디텍터 케인은 저도 모르게 아찔해졌다.
이 모든 것이 반유현의 소행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반유현-화이트’ 각각 다섯 개에다 포시즌스까지 더하면 여섯 개의 호텔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대형 호텔 여섯 개, 그리고 그곳에 소속된 셰프들이 라스베이거스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불참의사를 전달해왔다.
그 정확한 이유는 제시하지 않은 채, 호텔들은 행사 후원은 물론이고 행사 장소를 제공하는 것까지 모두 취소를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위약금은 우습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관광청에 돈을 지불했다.
“팔라스 호텔, 지배인 연결해봐.”
모든 정황상 반유현의 레스토랑을 런칭하게 될 호텔들이 관광청이 주관하는 행사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인 것 같았다.
“그게 말이 되나…….”
그의 파급력이, 특급호텔이 관광청을 등지게 할 만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 때문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큰 축제인 ‘라이프 이즈 뷰티풀 음악 & 미술 축제(Life is Beautiful Music & Arts Festival)’, ‘라스베가스 언코크드'(Vegas Uncork’d)에 엄청난 지장이 생겼다.
마음으로는 이 모든 것이 반유현의 소행임을 얼추 알았지만, 이성적으로는 정확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일개 셰프 한 명이 벌인 일이라기엔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 안 받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행사 기획 총괄 디텍터, 케인은 이 도시 내에서 꽤나 많은 권력을 누려왔었다.
세계적인 관광지의, 대부분의 축제를 총괄하는 그는 당연히 그에 따른 대우를 받아왔었다.
그런데, 반유현이라는 셰프 한 명에 의해 어쩌면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 자리는 고사하고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축제를 망가트려 놓았다는 역사적 대역죄인이 될지도 모른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행사 참여 및 후원을 갑작스럽게 거부한 호텔 중 가장 큰, 팔라스 호텔의 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디렉터님. 지배인입니다.
“대체 뭐요? 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어?!”
그가 지배인으로 승진하는 것에는, 케인이 관광청의 본부장으로 있을 때에 많은 도움을 줬었다.
호텔 그룹의 간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케인은 호텔의 인사에도 미약하게나마 아주 간접적으로 개입하곤 했는데, 그 도움을 받은 것이 현 팔라스 호텔의 지배인이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니…….”
-원수로 갚다니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디렉터님.
“그럼 뭔데? 이유도 말하지 않고 모든 후원과 장소제공, 거기다가 팔라스 호텔에 속한 셰프들까지 모두 불참 의사를 보낸 건 뭡니까?”
케인의 고성이 수화기로 전달되었고, 팔라스 호텔 지배인의 말이 얼마 있다가 들려왔다.
-저희도 살기 위해서입니다.
“뭐?”
-레스토랑 반유현을 런칭하는 것에서, 다른 호텔에게 밀린다면…… 저희 호텔의 입지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뭐라고요?”
어이가 없었다.
라스베이거스 내에서 가장 거대한 호텔이라고도 불리는 팔라스 호텔이, 일개 셰프 한 명 때문에 관광청을 등진다니.
더군다나 그 이유가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5성급 특급호텔이 한다는 소리가…… 그렇게나 이유가 없소?”
-디렉터님께서 잘 모르시나 본데요. 반유현이라는 셰프의 이름이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게 이유가 되겠습니까? 저희뿐만아니라, 저희와 동급의 특급 호텔 다섯 개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주최의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보고도, 그 이유에 납득이 되지 않습니까? 물론, 관광청의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 것에는 저희도 불이익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호텔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것을 잃음에도 반유현이라는 가치를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케인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지배인의 마지막 말이 핸드폰 스피커를 울렸다.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여러 가지 축제를 만들어 성공시킨 이력이 있습니다.
“추, 축제? 그게 무슨 소립니까 지금!”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주최, 세계 최대의 미식축제인 ‘언코크드’를 뛰어넘을 축제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무려 여섯 개의 특급 호텔들이 관광청의 협조에 응하지 않는 이유가, 레스토랑 ‘반유현’을 런칭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가 대단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라…….
케인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특급호텔 다섯 개, 아니 포시즌스까지 포함해 여섯 개의 호텔과 함께 추, 축제를 기획한다고? 제기랄. 우리도 대응을 해야 돼. 이대로 파묻힐 순 없어.”
“마, 맞습니다!”
“반유현에 대적할만한 셰프가, 그래도…… 이 라스베이거스 안에는 있잖아.”
***
“이 사실들이 알려지면 ‘라이프 이즈 뷰티풀’ 축제 기간에 엄청난 사람들이 몰리겠습니다.”
포시즌스에는 브랜드 ‘반유현’의 레스토랑을 뷔페 형식과, 파인 다이닝 형식으로 각각 따로 두 개 런칭하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이었다.
그에 더해 새롭게, 팔라스 호텔, 더 메종 호텔, 윈스 호텔 등 총 다섯 개의 호텔이 ‘반유현-화이트’를 유치하기 위해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호텔들은 각각 호텔 내부에 레스토랑을 적게는 다섯 개, 많게는 열네 개까지도 소유한 호텔들이었는데 그에 따라 그들이 보유한 셰프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큰 특급호텔들이 내 쪽으로 붙었으니 관광청에는 타격이 클 거야.”
행사 진행비를 후원하는 것부터, 장소 제공, 그리고 인력들까지 모조리 빼앗았다.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잘못했다,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식의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저들끼리 살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반격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고든 레지 셰프 사단의 레스토랑과 그에 속한 셰프들을 통해서요.”
“고든 레지 셰프라…….”
현재 미슐랭 22스타를 소지한 고든 레지, 십여 년간 탑셰프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그는 라스베이거스에만 네 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는 셰프였다.
매번 나의 삶에 등장하는 인물인 만큼, 변치 않는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이기도 했다.
관광청은 고든레지를 전면에 세워 이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인프라가 대거 빠졌으니, 강력한 한 명을 중심으로 세워서 힘을 한 번 실어보려는 것 같습니다.”
“고든 레지 셰프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으니 수락했겠지.”
고든레지는 라스베이거스 내에 자신만의 장이 열린다는 것에 흔쾌히 관광청의 제의를 수락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요 거점인 라스베이거스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진출 자체가 그에겐 위기였을 테니까.
“어쨌든, 고든 레지 셰프가 나의 반대편에 섰다는 거잖아?”
“그,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셰프님께서 준비하신 축제란 무엇인가요.”
“레스토랑 ‘반유현’이 라스베이거스에 상륙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주최하는 모든 축제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축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더 빠르게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겠습니다.”
저들이 고든 레지 셰프를 사용한다니, 물리쳐야 될 적이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내 이번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재물은 고든 레지 셰프로 정해졌잖아. ‘반유현-화이트’ 셰프들하고 지금 반유현 팩토리의 A,B 반에 있는 성적 우수자들 라스베이거스로 소집해.”
구체적으로 변하니 내가 세워야 할 전략들도 명쾌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