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그때 그 사람 (5)
[ 라이프 이즈 뷰티풀! 라스베이거스 최대 행사! 디너쇼, 고든 레지 셰프 단독 메인! ] [ 원래 참석기로 했던 셰프들 대거 이탈! ] [ 소용돌이의 핵심은 이번에도 반유현? ] [ 라스베이거스 상륙하자마자 뒤흔드는 반유현의 영향력 ]총 150명의 셰프들이 포시즌스 그랜드볼룸에 모여 있었다.
하나 같이 검은색 깃이 강조된 조리복을 입고 있는 셰프들이었다.
“다 모였지?”
내가 무대 위로 올라서자 다 같이 허리를 곧추세웠다.
이들의 표정을 둘러보니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품은 얼굴들이었다.
150명이 하나 같이 이런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에, 이 조직의 기운을 알 수 있었다.
몽토르게이 거리, 반유현 골목에 위치한 ‘반유현-화이트 1, 2, 3, 4, 5’의 50명과 반유현 팩토리 A반 50명, B반 50명의 셰프들이 모여 있었다.
당연히 반유현 팩토리 내에서 최상위의 성적을 자랑하는 이들답게 그 열정 또한 대단했을 것이다.
내가 무대 위에 들어서고, 첫 마디를 내뱉자마자 곧장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고든 레지 셰프 아시죠?”
이미 이들도 라스베이거스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여러 소문을 통해 듣고 왔던 터였다.
같은 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두 개의 축제가 진행되며, 한 축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 장 큰 축제라 불리는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고, 그 축제 내에 디너쇼라는 프로그램을 고든 레지 셰프가 이끈다는 것과…….
그와 동일한 시간대에 진행되는 다른 한 축제는 반유현이 새롭게 라스베이거스에서 구상하고 있는 축제임을 알고 이 자리에 온 셰프들이었다.
그 둘의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그 전쟁에서 싸울 병력들이 자신들이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던 것이었다.
[ 고든 레지 vs 반유현의 싸움. ] [ 정통 셰프 vs 초신성 셰프! 과연 누가 라스베이거스의 왕이 될 것인가! ]더군다나 고든 레지가 소유한 미슐랭 스타는 22개, 내가 소유한 미슐랭스타는 23개로 각종 매체들이 이 대결 구도를 그리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에 따라 대중들의 관심도 라스베이거스로 쏠리고 있었다.
“제가 이 도시를 주물러 볼 생각인데,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내가 그 말을 뱉었을 때는, 이들의 설레는 표정에 엔돌핀마저 감도는 것 같았다.
“우리의 브랜드 ‘반유현’이 완벽하게 자리 잡고, 여러분들도 미식의 도시라는 이곳에서 꿈을 펼쳐보세요.”
그리곤 긴장감이 서서히 올라갔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축제를 구상했는지 궁금증이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고든 레지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 아시죠?”
비프 웰링턴.
쇠고기를 햄과 파이로 싸서 오븐에 구운 영국 전통 요리 중 하나였다.
고든 레지의 많은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메인 요리로, 그의 시그니처 요리로 자리 잡은 메뉴.
그가 행사에 어떤 요리를 내놓든지, 완벽히 손님들을 이끌어 올 수 있는 메뉴로, 나는 비프 웰링턴을 선정했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를 우리는 보급형 메뉴로 선보일 겁니다.”
이들도 고든 레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
***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5성급 호텔, 펠리지오.
그곳의 한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는 셰프.
-펠리지오 호텔 총주방장. A.톰슨
반유현이 입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괜스레 가슴이 뛰었다.
반가운 마음과 그가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자마자 벌이는 일들에 대한 기대감, 두려움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아니야…….”
불과 몇 년 전, 반유현이 미슐랭 스타를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언코크드 축제에 자신의 부스를 반유현에게 전적으로 맡겨 그를 돋보이게 해준 그였다.
그리고 톰슨은 며칠간 반유현과 함께하면서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었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그릇이 작았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3년 만에 미슐랭 23스타…… 그리고 귀환……. 이 호텔 전체의 모든 것을 걸고 그를 잡았어야 했는데. 이제는 붙잡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으니까. 흠. 그나저나 나를 기억하시겠지?”
그의 말을 듣는 것은 ‘고든 레지’ 셰프였다.
“그야 모르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반유현이가, 자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겸손했겠어?”
“참…… 섭섭한 말이네. 그럼 나를 왜 찾아온 거야? 자네는 내가 반유현 셰프님과의 커넥션이 있다는 이유로 찾아온 것 아닌가.”
고든 레지는 톰슨이 약 3년 전, 반유현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년간 셰프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온 그라면, 반유현의 조리법에 대한 특성과 그의 주방에서 습관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산하에 있는 셰프들과 반유현 사단의 셰프들과의 맞대결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축제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단서, 또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 걸로 섭섭해. 나이가 몇인데.”
더군다나 톰슨과 고든 레지는 펠리지오라는 호텔 그룹 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톰슨 또한 고든 레지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빨리 말이나 해보게. 반유현 셰프 요리의 특성이 있나? 비슷한 라인이 있을 텐데 분명.”
실력있는 셰프에게는 감출 수 없는 색깔이 있다.
실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소리고, 그 색깔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었으니까.
매번 한식만을 요리하던 사람의 손에서, 중식이나 일식이 만들어졌을 때 은밀하게, 아주 묘하게 비슷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셰프의 색깔이라 할 수 있었다.
고든 레지는 그것을 셰프의 라인이라고 칭했다.
어떤 요리를 하든 셰프는 자신이 가진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는 요리를 할 수 없다는 것.
더군다나 미슐랭 23스타를 얻은 셰프라면, 분명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의 요리가 있을 터였다.
“없어…….”
“뭐? 농담하지 말게나. 자네가 그걸 모르면 대체 누가 알겠어.”
“말로 그 범주를 규정할 수 없는 셰프라네.”
“참나…… 여기나 저기나 다들 반유현 셰프 편이라니, 외롭구만.”
톰슨은 그 당시에 반유현이 했던 요리를 떠올려봤다.
“갈비찜, 규카츠, 파스타……. 자네 말대로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졌더라도, 셰프의 색깔이 묻어 나오기 마련인데…….”
완전히 다른 최상의 맛이었다.
각각의 요리 모두가 각 요리 최고의 셰프가 커스텀해 만든 것처럼.
멍하니 그때를 회상하는 톰슨을 본 고든 레지가 혀를 찼다.
“과거 회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가 돋보일 전략을 짜야 되네. 톰슨. 정신 차려.”
“아니야…… 생각을 달리하는 게 어때? 반유현 셰프님과 차라리 힘을 합치는 게…….”
“셰프님, 셰프님, 거리는 것도 참 거슬리는구만. 어? 이게 얼마나 기회인지 몰라? 리스크를 충분히 안고 갈만한 기회야. 라스베이거스의 주인이 진정 누구인지 가르고. 내가 이번에 그를 누르고 확실한 주목을 받아봐.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확실한 지원을 받을 거야.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알겠네. 당연히 그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반유현 셰프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 굳이 서로 손님들을 찢어 먹으려는 경쟁을 하기보단, 협력하는 게 어떻겠어?”
“자네도 나를 무시하는 건가?”
대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고든 레지가 열등감에 빠져있는 것만 같았다.
하기야 평생을 요리에 쏟아부어 22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었건만, 반유현은 3년 만에 23개의 미슐랭 스타를 얻었으며, 이번엔 자신의 주요 거점인 라스베이거스를 그대로 털어먹으려고 하는 빌런이 반유현이었다.
모든 역량을 짜내서 도와줘도 모자를 톰슨이 이런 미온적 태도를 보이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자네가 질 거란 말은 안 했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누구의 축제에 사람이 더 많을지 잘 알아보라고.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축제가 열리기로 했으니까.”
“허허…… 반유현 셰프님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라니까. 물론, 그때, 3년 전에도 자네가 이렇게 방심할 만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야.”
***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세계적인 락스타와 DJ들이 튼 음악, 그리고 사람들은 술에 취해 흥겹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나는 저쪽에서 들려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나만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라는 라스베이거스 최대의 축제, 그 현장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팔라스 호텔의 셰프들도 준비가 잘 되어 가고 있습니다.”
나의 브랜드를 유치하기에 성공한 다섯 개의 호텔, 그곳의 직원들과 셰프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의 축제를 도왔다.
우와아아아아!
나를 비롯한 내 산하의 셰프들이 바쁘게 움직이자, 이미 우리의 요리를 먹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펜스 뒤로 줄을 서 있었다.
준비를 하고 있는 중에도 환호를 질러댔다.
“오늘 뭐예요!”
“반유현! 와아아아!”
“여기 줄 서면 음식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같이 사진 좀 찍어주세요!”
이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라스베이거스 내에 퍼지고 있는 향 때문이었다.
“150명이 한 번에 메뉴 테스트를 하니까 냄새가 대단합니다.”
“그렇지.”
“음? 설마…….”
“탄수화물 굽는 냄새가 사람을 안정시킨다는 것 몰라?”
고기를 굽는 냄새보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향.
셰프 150명이 다 함께 오븐에 파이를 굽는 냄새가 도시 전체에 퍼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부터 시작된 거야. 경쟁은.”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고든 레지, 내가 관광청을 짓밟는 것에 제물이 될 그.
그도 이곳과 멀지 않은 거리에서, 나처럼 그의 셰프들과 함께 디너쇼를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와! 냄새 죽인다!”
사람들이 그렇게 모여들고 있었을 때, 준비해놓았던 대형 전광판이 켜졌다.
그 전광판에는 나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나는 도마에 쇠고기 안심을 올려놓고 소금과 후추를 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고든 레지 셰프의 시그니처요리, 비프 웰링턴.
쇠고기를 감싼 페이스트리 반죽이 구워지는 냄새에, 내가 요리를 하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더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내질렀다.
나는 조금 더 과장된 몸짓으로 조리를 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고기를 뜨겁게 달궈진 팬에 씨어링하는 소리, 그 소리에 스탭이 마이크를 가져다 댔다.
냄새, 시각, 소리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기대감은 올라간다.
우와아아아!
저쪽에서 들려오던 음악 소리도 줄어들고 있었다.
고든 레지와 관광청의 합작품, 디너쇼가 시작되었다는 뜻이었는데, 내 앞으로 사람들이 이렇게 모이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저들은 식은 요리를 손님들에게 내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