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그때 그 사람 (6)
“아뮤즈 부쉬(Amuse-Bouche) 형태로, 뷔페처럼 여러 가지 요리를 준비했고 샴페인, 와인, 맥주 등 각종 주류와 음료들도 뷔페처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열린 고든 레지의 디너쇼를 보고 온 오스틴이 내게 보고했다.
아뮤즈 부쉬는 정찬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음식 중 하나이며, 한입 또는 두 입으로 식전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였다.
고든 레지는 축제의 형식에 맞게 간단히 술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다양하게 뷔페 형식으로 꾸린 듯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인원의 1/3 정도의 인원이며, 대부분이 그의 지인인 셰프들인 것 같았습니다.”
“결국 진정한 관광객들은 모두 여기에 있다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물론, 그 요리들의 주인이 될 사람들이 대부분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고든 레지 셰프의 네임드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만만치 않지. 그런데, 축제의 색에 맞지 않아.”
이곳,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객이다.
미식의 도시에 걸맞게, 먹거리도 이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요소이지만.
관광객들은 더 많은 신선한 경험을 원한다.
뷔페 형식으로 요리와 음료를 갖다 놓는 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곳 아닌가.
물론, 고든 레지의 요리라는 프리미엄이 붙겠지만.
우와아아아아!
나의 프리미엄이 더 강한 듯했다.
더군다나 나는 후각, 시각을 자극할만한 무대를 꾸며놓았다.
150명의 셰프들이 ‘ㄷ’자의 형식으로 펼쳐진 조리대 앞에 정렬해 있었고, 오븐에서 요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ㄷ’자로 배치되어 있는 조리대 센터에는 내가 있었고, 그 뒤로는 나를 비추고 있는 전광판이 양옆으로 붙어 있었다.
또, 배치된 조리대는 펜스가 둘러치고 있었는데, 역시나 사람들이 그 울타리를 붙잡고 있었다.
오븐에서 풍겨오는 냄새와, 전광판에 비친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소고기 안심이 시어링 됐을 때는, 고기가 식기 전 홀스래디쉬(Horseradish) 소스를 발랐다.
홀스래디쉬는 서양 고추냉이라고도 불리며, 강렬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에 버터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넣고 부드러운 맛으로 중화시킨 소스를 만들었다.
고기가 식기 전 이 소스를 바르면 소스의 풍미가 더 강하게 배어든다.
위이이이이잉!
양송이와 마늘, 버터, 허브 등을 넣고 믹서기에 갈아 넣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볶아 수분을 날려 만든 뒥셀(duxelles)이라고 불리는 이 요리는.
비프 웰링턴에 더해져 식감과 풍미를 더했다.
“저는 새우살도 갈아 넣습니다. 고든 레지 셰프님의 비프 웰링턴과는 다른 재료입니다.”
갈아 넣은 새우의 향은 미미하지만,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비프 웰링턴의 맛을 보여줄 터이다.
요리가 점점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함성과 환호가 줄었는데, 이는 저들의 표정을 보니 내 요리에 진지하게 빠져든 것만 같았다.
미슐랭 23스타의 요리는 무엇이 다를까. 왜 사람들이 나의 요리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풀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결 같은 얼굴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짭짤한 햄으로 이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베이컨을 사용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직접 만든 베이컨을 랩 위에 올리고 뒥셀을 골고루 펼쳤다.
그리고 그 위에 시어링한 쇠고기 안심을 올려 김밥을 말 듯이 고기를 말았다.
“소 안심, 양송이버섯, 새우, 베이컨, 페이스트리…… 이렇게 재료를 감쌌는데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내가 모든 조리를 끝내고 그것을 오븐에 넣었을 때, 정확히 시간이 들어맞았다.
띵!
내 옆에 있던 하나의 오븐이 ‘띵’하고 울리기 시작하자.
150명의 셰프들의 옆에 있던 오븐들이 동시에 울렸다.
띵!띠띠띠띵! 띵!띵!
150개의 오븐이 요란하게 울리며, 나와 나를 따르는 셰프들의 디너쇼 시작을 알렸다.
우와아아아아!
***
사람들이 펜스 안으로 입장하고, 비어있는 조리대에 가서 비프 웰링턴을 받았다.
큼지막한 비프 웰링턴은 육즙이 새어나가지 않게, 셰프들이 그 자리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포장해주었다.
바스락!
비프 웰링턴의 가장 바깥쪽, 고기를 감싸고 있는 페이스트리가 바삭하게 씹혔고 그 뒤로 새우의 풍미를 담은 버섯, 홀스래디쉬 소스가 발려진 안심, 그리고 육즙의 순서로 맛이 뿜어져 나왔다.
화우우우!
우와아아아!
하하하하하!
요리를 집어든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를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나, 나, 이런 비프 웰링턴은 처음이야!”
브랜드 반유현 산하의 150명의 셰프들, 그 셰프들은 고든 레지의 시그니처 메뉴를 똑같이.
아니, 더 높은 수준의 맛으로 만들어냈다.
내가 이야기했던, 그의 대표메뉴를 보급형으로 더 맛있게 만들겠다는 계획이 실천된 것이었다.
“에에? 고든 레지 셰프 밑에 있다가 반유현 셰프 밑으로 간 거예요?”
“와! 이 정도면 메인 셰프해도 되겠는데! 하하하.”
사람들은 나의 브랜드 산하에 있는 셰프들, 즉, 자신에게 비프 웰링턴을 선사해준 셰프에게 이와 같은 질문들을 뱉어냈다.
셰프들은 멋쩍게 웃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반유현 셰프님께서 모든 레시피와 조리법을 조절해주셨습니다. 메뉴 테스트만 다섯 번 넘게 했습니다.”
“와……. 그…… 반유현 셰프 소문으로 들리는 맛에 대한 그 집념이 다 진짜예요?”
“네.”
나는 또, 샌드위치, 또는 케밥처럼 종이에 포장된 비프 웰링턴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샴페인, 와인, 맥주 중 선택한 사람들을 가두기 위해 음악과 조명을 틀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클럽처럼 바뀌어 버렸다.
그때,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바퀴가 달린 조리대를 펜스 안으로 끌고 왔고, 그곳엔 각종 과일과 빵, 그리고 과자들이 즐비하게 깔렸다.
그 조리대에는 팻말로 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 made in 반유현 ]그 팻말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조리대로 달려가 과자를 맛봤다.
“야!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MOF 제빵분야 장인이잖아!”
“뭐? 미슐랭 스타 23 셰프가, 제빵분야 장인이라고?”
또, 다과와 비프 웰링턴이 소진되기 시작했을 때는 각종 해산물이 준비되었다.
“편백나무찜입니다.”
향이 강한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박스에 각종 해산물을 넣고 수증기로 쪄내는 요리.
편백나무 찜통 안에 수분이 안에 그대로 갇혀 있어 해산물 그 자체의 풍미와 편백나무의 향이 어우려져 극강의 맛을 내는 요리였다.
편백나무를 찜통을 열자, 수증기와 그 대단한 향이 축제장 내에 완연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와우!
사람들은 마음이 안정되는 그 향을 느끼며, 비프 웰링턴의 맛을 느꼈다.
“황홀하다.”
“와…….”
“마약이야!”
술과 곁들여진 분위기는 또 어떠한가.
관광객들이 이 도시를 잊지 못할 만큼의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그때,
띵!
현란한 EDM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에서 오븐의 시간이 다 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띵!
“뭐, 뭐야?”
띵!
그 소리가 나자, 내 조리대 뒤에 있던 전광판이 다시 밝아졌다.
그 전광판에 내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오븐에서 내가 조리한 비프 웰링턴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접시에 옮겨 놓았다.
접시에는 소형 카메라가 붙어 있었는데, 그 각도는 접시를 들고 있는 사람과 접시에 올려진 비프 웰링턴이 비추어지는 각도였다.
전광판에는 그 소형 카메라의 시점이 잡혔고, 정장을 입은 사내가 그 접시를 들었다.
“뭐야?”
이건 또 무슨 퍼포먼스이겠거니, 사람들은 모두 춤추는 것을 멈추고 전광판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요리한 비프 웰링턴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저것을 먹을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품은 사람들도 많았다.
전광판에 비치는 비프웰링턴과 그 접시를 든 젊은 사내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뭐야? 어디가는거야?”
그리고 사내가 발걸음을 멈췄을 때,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카메라에 비치고 있는 사람이 고든 레지였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아!
하하하하!
“이야! 반유현 셰프의 도발이야?”
“와우!”
그리고, 전광판에 비친, 접시를 들고 있는 사내는 고든 레지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반유현 셰프님께서 보내주셔서 왔습니다. 현재 이 카메라로 저희 축제의 장의 전광판에 이 모습이 모두 비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뭐요?
고든 레지의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몰리지 않아 불편함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나의 직원이 저런 말을 내뱉었으니,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은 당연했다.
-훠이. 훠이. 저리 가.
그 옆에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의 행사 디렉터 케인이 직원을 멀리 보냈다.
-셰프님께서 이 요리를 이쪽에 대접하라고 하셨는데 그냥 돌아갈까요?
-가. 빨리. 장난칠 기분 아니니까.
그때,
우우우우!
-우우우우우!
사람들의 야유소리가 이곳에서 한번, 그리고 다시 스피커에서 한번 울려 펴졌다.
그 말은 즉, 고든 레지가 있는 저쪽에서도 사람들의 야유소리가 들렸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심리는 단순했다.
이렇게 맛있는 요리, 반유현이 직접 만든 요리.
그것도 고든 레지의 시그니처 메뉴인 비프 웰링턴을 그가 직접 먹고 어떤 반응을 할지 굉장히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크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야유소리에 관광청의 총괄 디렉터인 케인과 고든 레지가 당황했다는 듯이 연신 헛기침을 뱉어댔다.
-그, 독설 잘하시지 않습니까 고든 셰프님, 드시고 아무 말이라도 내뱉어보세요!
케인이 카메라에 달린 마이크의 성능을 무시한 듯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그 모든 말까지 전광판에 보여졌다.
-크흠! 하나 줘보쇼.
고든 레지가 비프 웰링턴을 들고 있는 사내에게 말하자, 사내는 나이프를 꺼내어 비프 웰링턴을 썰어주었다.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접시에 옮긴 비프 웰링턴, 사내가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베이스팅이 적절하게 되어있었다.
육즙에 의한 윤기가 좔좔 흐르는 단면, 사내는 그것을 잘 들어 고든 레지에게 넘겼다.
바스락!
겉면에 붙어 있던 페이스트리 반죽이 바삭하게 씹혔다.
그리고 몇 초 뒤, 순간 눈동자가 이리 저리로 흔들리는 고든 레지였다.
그가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유명 방송, ‘헬리쉬 키친(Hellish kitchen)’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중들은 현재 고든 레지가 느낀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있었으리라.
-크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차마 입술을 떨어트리지 못하는 고든 레지의 모습이 전광판에 보여졌다.
“하하하하!”
“뭐야!? 왜 말을 못 하지?”
“맛이 없어도 감히 평가를 못 하는 거겠지!”
옆에 있던 케인은 고든 레지의 그러한 반응에 뿔이 났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저도 하나 주세요.
사내가 케인에게 비프 웰링턴을 썰어주었고, 케인은 그것을 입에 넣자마자 말을 꺼내려 했다.
-이게……! 으…… 어?
독설을 준비해놓고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하는 표정.
그 두 남자의 벙찐 표정은 내 요리를 먹는 관광객, 손님들의 유희거리가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