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새로운 바람 (1)
“자존심도 없습니까?”
케인과 관광청의 사람들은 나를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 그리고 추천 레스토랑, 올해의 셰프 등 모든 것에서 저를 제외한 이유를 설명해주실 분이 계십니까?”
나의 차가운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는, 자신들이 나에게 개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기획한 행사에 참석 거부를 했다고 하는 꼬라지들이…….”
말하다 보니까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놈의 성질을 100년이 지나도 죽이지 못한 건 내 탓이었다.
“오늘부로 레스토랑 ‘반유현’이 런칭되는 포시즌스를 비롯해서, ‘반유현-화이트’가 추가적으로 런칭되는 특급호텔 다섯 개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주관하고 기획하는 행사에 절, 대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몇 개월 뒤에 열릴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 싸이코 라스베이거스, 빅 베가스 맥주 축제…… 등 굵직한 축제들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리고 이번에 보여줬고, 지난 프랑스에서도 보여줬던 것처럼 나의 이름을 딴 축제를 만들어 세계인이 나의 품 안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들 것이었다.
“죄, 죄송…….”
“죄송은 무슨, 이제 저와 직접적으로 말씀 나눌 일이 없으니 나가주세요.”
“셰프님!”
내가 이 정도의 태도로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초점을 잃은 눈의 케인이었다.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라는 대형 축제를 그대로 말아먹었으니, 라스베이거스 시장에게도 한 소리를 들을 예정이었다.
아니, 이미 듣고 왔을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도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셰프인 내가 비협조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것에도 책임을 물어야 할 터.
무릎을 꿇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그렇게 완강히 보류하시는 것 말고도 판단을 잠시 보류하시는 것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내 대답은 하나였다.
“싫어요.”
***
내 라스베이거스 상륙 작전의 메인은 단연 포시즌스였다.
라스베이거스 포시즌스에 두 개의 레스토랑을 런칭하는데, 하나는 뷔페, 하나는 미슐랭을 노골적으로 노리는 파인 다이닝이었다.
“나눠 먹을 필요는 없잖아.”
단연 매번 레스토랑 런칭 때마다 폭발력을 중시한 나는, 두 레스토랑을 동시에 오픈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나의 레스토랑을 완벽하게 만들어놓고, 연이어 다른 하나의 레스토랑을 런칭할 생각이었다.
물론, 라스베이거스 내에 준비되고 있는 ‘반유현-화이트’는 반유현 팩토리 직원들의 총괄 하에 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뷔페가 먼저여야 될 것 같아.”
순서를 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뷔페 형식의 레스토랑을 생각한 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성공시키기 위한 초석이었으니까.
라스베이거스에 매출이 가장 높고 관광객이 많은 레스토랑의 대부분이 뷔페 형식이라는 것에서 따온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그 메뉴는…….”
뷔페라 한들, 맛 좋은 메뉴만을 놓는다면 시장바닥과 다를 게 없었다.
명색이 미슐랭 23스타인데, 테마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
“제가 자신 있는 것은 해산물을 주된 테마로…….”
이곳의 총괄을 맡을 메이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리고 반유현 골목에서 메이와 함께 ‘반유현-화이트’를 운영해오던 셰프들도 이 뷔페에 합류하게 되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우수 성적자들은 레스토랑 ‘반유현’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화된 것이다.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셰프들도 메이가 말을 꺼내자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저, 저는…… 메이 셰프님의 말씀이…….”
“저희가 계란 초밥을 만들어 왔으니까. 저희 팀의 색을 살리는 것도…….”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에 감격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이것을 꿈꾸고 반유현 팩토리에 입학했던 것이었으니까.
“생각이 그렇게밖에 안 되다니.”
물론, 이들도 나의 독설을 피하지 못했다.
나의 한마디에 벌벌 떠는 이들을 보곤 메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해산물…… 초밥…… 그런 아이디어라면 그냥 한식 뷔페, 일식 뷔페, 인도식 뷔페 단순하게 하지 그래?”
내가 그들의 말을 듣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자 메이의 표정도 이내 굳어졌다.
“그, 그럼 라스베이거스에 특성에만 맞는……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오는 관광객들이 먹거리로 무엇을 찾을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됐어. 이미 다 생각해놨으니까.”
나는 이미 뷔페의 메뉴 구성을 어떻게 할지 이미 다 생각해놨었다.
“라스베이거스하면 떠오르는 거 있잖아. 정열, 열정, 젊음, 화려한 밤…… 등등.”
확실히 라스베이거스에 오는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느낄 만한 요리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뷔페를 채울 요리들을 말이다.
“그 외에도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들, 카지노, 도박…….”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사업의 규모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는 아니었다.
볼거리와 먹거리 또는 각종 행사와 축제들이 많아지면서 그것들을 찾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에 방문하고 카지노를 방문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의 아이디어는 그곳부터 시작했다.
“각 나라의 행운을 상징하는 요리들, 있잖아.”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그에 따른 먹거리도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행운을 빌며 먹는 음식들 또는, 그것을 먹게 되면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 음식들.
나는 그 요리들을 뷔페 전체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와…… 진짜 그것만큼 맞는 주제가 없네요!”
“커허…….”
한 해가 바뀔 때에 그 새로운 해의 행운을 빌며, 각 나라별 사람들이 먹는 음식들만 모아놓아도 수백 가지가 될 것이다.
또, 이는 관광객이 많은 라스베이거스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설정이었다.
“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 올리 볼렌(Olie bollen), 쟈오쯔(餃子), 바실로피타(Vasilopita) 등등 뭐 많잖아.”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이들은 또 나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있는 스물다섯 명은 대부분 국적이 다르네, 각각 자신의 나라의 행운을 상징하는 요리로 여섯 시간 뒤에 메뉴 테이스팅.”
내가 방금 한 말이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르는 셰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메이가 옆에서 소리쳤다.
“다들 뭐해! 여섯 시간 뒤에 메뉴 테이스팅이라고 하셨잖아! 안 움직여?”
메이도 ‘반유현 화이트’를 운영하며 내가 주방을 움직이는 방식을 몸소 배웠나 보다.
“파리로 돌아가고 싶냐?”
그녀의 말에 셰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라스베이거스에 소집된 총 150명의 셰프들, 기존에 반유현 골목에서 ‘반유현 화이트’ 다섯 개의 매장을 각각 운영하던 50명의 셰프들을 둘로 나눴다.
그렇게 스물다섯 명은 메이가 총괄하는 뷔페를 맡을 것이고 나머지 스물다섯 명은 제리가 총괄하는 파인다이닝을 맡을 것이었다.
또, 나머지 100명의 셰프들 중 50명은 이곳에 ‘반유현-화이트’를 런칭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50명은 프랑스 반유현 골목의 ‘반유현 화이트’를 새롭게 맡게 될 것이었다.
그에 따라 또 ‘반유현 팩토리’의 A반과 B반에는 공석이 생겼고, 그 반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심화되었다.
그리고 이번 반 배치 테스트에서 A반과 B반을 차지하게 될 유력 후보로 떠오른 팀의 교수진들은 모두 반유현과 접점이 있는 이들이었다.
UAE 하이든 왕세자의 개인 셰프들 그중에서도, 미슐랭 7스타를 가진 가타무라 마츠오 셰프.
또, 한국인 셰프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는 윤종혁 셰프, 싱가포르 국제 대회의 심사위원장인 알베르 셰프, 포시즌스 라스베이거스의 총괄 셰프들…….
저마다 각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반유현 팩토리 내에서 입지를 올리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역시나 반유현 셰프님과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교수진들이 A반과 B반으로 승급할 유력 후보라니요.”
반유현 팩토리 내의 직원들이 그 점수를 가지고 반배치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이 셰프들은 모든 평가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여태까지 점수를 쌓아오던 사람들을 제쳤습니다.”
“저희 역사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이례적이네요…….”
“몇 개의 팀을 추월한 건지……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팀은 반유현에게 라스베이거스, 포시즌스의 자리를 내어준 이들이었다.
원래 주방에서 합을 맞춰온 셰프들이 같은 반과 팀에 배정되어 대단한 시너지를 일으켰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합을 맞춰왔으니, 그 실력들이 낮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미슐랭 7스타의 가타무라 마츠노 셰프도 대단합니다. J반이었나요? 그 당시 가장 열등했던 반을 이 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니요.”
“박수를 칠 만한 성과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반유현 팩토리 내의 교수진의 활약 또한, 반유현의 행보만큼이나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셰프들에게 반유현이라는 의미가…… 이 조직의 리더, 그 이상인 것 같습니다. 그의 존재는…….”
경영, 회계 또는 그 밖의 운영에 관련한 것들을 맡은 그들은 셰프들의 열정과 의지가 어디서 생겨나는지 매번 생각하곤 했었다.
대부분 경영, 경제 전공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반유현의 성공메카니즘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허허…… 저런 걸 보면, 제가 셰프라도 이 악물고 청춘을 걸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TV에 반유현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라스베이거스에 가장 큰 축제, ‘라이프 이즈 뷰티풀’이 펼쳐진 날.
그와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반유현과 그의 셰프들이 요리를 제공하며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는 장면들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리포터가 그 장면들에 내레이션을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의 최대 축제, 그 현장에는 역사상 가장 적은 수의 관광객들이 몰렸고, 반유현 셰프가 마련한 공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입니다.
“저러니…… 누구나 셰프라면 그의 이름을 얻고 싶겠지.”
-반유현 셰프는 앞으로도 계속 있을, 라스베이거스의 축제에 불참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의 비서팀이 발표를 했는데요, 덕분에 여러 행사를 주관하는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축제 현장을 비추던 화면이 두 리포터가 대화를 나누는 화면으로 변경되었다.
-그 외식업계에서는 반유현 셰프를 무슨……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보듯이 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매번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내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각종 종교의 ‘신’을 보듯이 하고 있다. 그 말은 마치 대본처럼 느껴졌었다.
두 리포터가 뒤에 말할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밑밥을 까는 것처럼 말이다.
-반유현 셰프는 이번에 라스베이거스에 총 일곱 개의 레스토랑을 런칭하기로 했는데 제일 먼저 오픈되는 것은 뷔페 형식의 레스토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반유현 셰프가 이제껏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그랜드 오프닝이 준비되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반유현 셰프가 바로 방금 전 보여드렸던 화면, 그 축제의 장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매일, 자신의 뷔페에 런칭할 메뉴를 하나씩 공개한다고 합니다!
화면을 보고 있던 반유현 팩토리의 직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건 또 뭐냐는 식의 표정.
“라스베이거스를 아예 뒤집어 놓으려고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