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새로운 바람 (3)
이전 축제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조리대가 다시 재정비되어 세팅되었다.
이는, 내가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았음에도 사람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모으게 했다.
“뭐야? 또 뭔가 하나 봐!”
“여기 반유현 셰프가 요리했던 자리잖아.”
“뭐지? 또 다른 축제가 있나?”
그렇게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모아질 때, 나는 거대한 플래카드를 그 자리에 걸어놓았다.
[ 반유현 26 메뉴 시식회 ]“26 메뉴?”
“어쨌든 반유현이라잖아!”
그렇게 사람들의 호기심이 폭발했을 때는 SNS를 다시 한번 활용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런칭할 뷔페 형식의 레스토랑 ‘반유현’의 26가지 메뉴를, 26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공개할 예정입니다. 오셔서 맛보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첫날인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현장에 몰려들었다.
우와아아아!
검은색 깃이 장식된 조리복을 입고 있는 셰프들이 등장하자, 엄청난 환호성이 나올 만큼.
“오늘 메뉴는 미국의 호핑존(Hoppong John)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새해의 부를 기원하며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 호핑존.
행운을 상징하는 요리들을 모아둘, 내 레스토랑에 제격인 음식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있는 이곳 라스베이거스가 미국 땅이었으니, 첫날의 요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으기에도 제격이었다.
25명의 셰프들, 그리고 내가 이전처럼 그 중간의 조리대에 서서 대형 팬을 돌리기 시작했다.
돼지 앞다리살을 넣고 볶다가, 그 기름에 갖은 야채를 볶아주고, 식감을 더하기 위해 파리에서 직접 만든 베이컨을 얹어 주었다.
또, 동부 콩이라 불리는 검은 씨눈이 있는 콩을 그 마지막에 넣어 살짝 볶아주었다.
‘콩을 불리는 시간과 말리는 시간까지.’
그 맛에 정교함을 최대한 살렸다.
또, 파리에 있는 나의 모든 레스토랑이 사용하고 있는 닭 육수를 부어주었다.
브랜드 ‘반유현’ 산하의 식자재 마트가 아닌, 셰프들이 직접 갖은 재료를 넣고 만든 닭 육수는 그 풍미를 배가시켜주었다.
이렇게 닭 육수를 넣고 끓인 재료들을 밥 위에 얹어 먹거나, 밥과 함께 다시 볶아 먹는데, 나는 풍미의 층을 쌓기 위해 볶은 밥을 이용했다.
닭 육수를 넣고 끓인 재료가 완성될 때쯤, 미리 연습을 해두었던 셰프들이 중식 팬을 거대한 화구 위에서 돌리며 시각적인 재미 또한 더해갔다.
우와아아아아!
냄새와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져 관객들의 기대감은 더욱더 올라갔다.
그리고 모든 요리가 완성되었을 때, 경호원들이 펜스의 입구를 오픈했고 사람들이 조리대 앞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국그릇 같이 생긴 접시에 셰프들이 야채와 계란을 넣고 볶은 밥을 올려주면, 사람들은 내가 있는 방향의 조리대로 넘어와 ‘호핑존’을 완성했다.
“우와!”
내가 직접 국자로 관광객들의 밥 위에 돼지고기와 닭 육수, 그리고 콩을 함께 끓인 소스를 얹어 주자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요리를 먹는 관광객들이었다.
“국물에 밥을 얹었는데, 밥알이 이렇게 살아있을 수가 있습니까?”
“캬……!”
그리고 곧장 맛을 표현하는 관광객들.
기름에 튀겨지듯이 조리된 계란 볶음밥은 짧은 시간 정도는 국물에 배어들지 않게 조리되어 쉽게 으스러지는 동부 콩과의 대비되는 식감을 더했고, 동부 콩의 고소한 맛을 가미해 주어 맛의 수준을 끌어올려 주었다.
그리고 육수의 풍미가 입안에서 오래 머물도록 해주어 깊은 맛이 느껴지게끔 만들어 주었다.
“정말, 너무 너무 맛있습니다! 이전에 저희 어머니가 했던 것보다 더요!”
“감사합니다.”
내가 관광객들과 이야기하며, 육수를 밥 위에 얹어주고 있을 때 부끄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가 슬며시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아, 안녕하십니까.”
관광청의 축제 총괄 디렉터 케인이었다.
괜스레 처량해 보이는 그가, 계란 볶음밥이 담긴 접시를 든 상태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예, 안녕하세요.”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에게 국물을 얹어 주었고, 그가 곧장 맛을 보더니 소리쳤다.
“오 마이…… 갓…….”
그의 표정을 보니, 이 도시 전체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브라이언 산니발.
라스베이거스가 속한 네바다주(State of Nevada)의 주지사였다.
그도 라스베이거스의 현재 실태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에, 지금 막 보좌관이 보고한 내용들은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
[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기획 행사들 줄줄이 취소. ] [ 예산 편성 다시 해야 하나! 후원호텔, 기업들 반유현에게로 쏠려! ] [ 반유현 한 명에 휘청이는 관광산업! ] [ 라스베이거스의 다음 투자처는 반유현인가! ]그 한 명의 셰프, 아니, 브라이언의 입장에선 웬 미꾸라지 같은 놈이 건재했던 라스베이거스의 관광산업에 흙탕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관광청장은 뭐래.”
“관광청장은 예산 집행이나, 정책에 관련된 컨펌을 하고 대부분의 실무는 케인이라는 관광, 축제 총괄 디렉터가 맡아 하고 있…….”
“그니까, 그 상사가 관광청장 아니냐고.”
“맞, 맞습니다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
라스베이거스의 관광청장은 반유현 사태에 대해 책임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축제 총괄 디렉터 케인의 책임이다, 이 말이야?”
“관광청 내부에서도, 반유현의 장악력을 키워준 것이 애초에 케인의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반유현 셰프에게 갑질을 해댔고, 대결구도를 만들어서 처참하게 깨진 것이 지금 사태의 원인이라고들 하는 실정입니다.”
쾅!
브라이언은 책상을 내려쳤다.
네바다주의 인구 3분의 2가 살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그곳의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이 단 한 명의 셰프의 영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또한 관광청에서 자처한 일이라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관광청의 인사권은 나한테 있잖아.”
브라이언도 관광청 출신으로, 라스베이거스의 토박이임을 인정받아 주지사로 당선되었었다.
그 누구보다 그 내부의 실태를 잘 알고 있던 브라이언이었다.
“그렇습니다. 주지사님께, 관광청장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 윗물부터 싹 다 경질시켜.”
대형 호텔과 관광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썩을 대로 썩은 관광청이었다.
자신이 관광청에만 있을 때에도 라스베이거스 내에 열리는 축제에 후원하는 기업들, 그리고 그 제도가 안정화되지 못했던 터라, 이렇다 할 힘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 힘을 마구 휘두르다 문제가 생겼다.
매번 매출을 갱신하던 탓에 그들이 어떤 기획을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기어코 문제가 되고야 말했다.
“후. 제기랄. 내 잘못이지.”
네바다 주의 기둥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축제들이 단 한 명의 셰프에 의해 흔들린다는 것은 라스베이거스 도시의 입지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터였다.
한 명에 의해 흔들리는 기반에, 어느 기업, 어떤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겠는가.
“차 준비시켜,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어.”
반유현을 더 이상 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앞서 관광청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유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고, 손을 잡아 더 이상 라스베이거스의 추락을 막을 생각이었다.
우와아아아아!
그렇게, 반유현이 속해있는 포시즌스를 가는 길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있는 것을 목격했다.
“여기가 그거야? 반유현의 26메뉴 시식회?”
브라이언은 곧장 차에서 내렸다.
“뭔데 이거…….”
술도 없고, 음악도 없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곤 열광할 수 있는 것이었나.
주지사인 브라이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펜스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대기하셔야 됩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그를 막아섰다.
브라이언도 경호원들이 있었기에,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대치했다.
“주지사님입니다. 반유현 셰프를 만나러 왔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반유현 셰프님을 만나 뵈러 왔습니다.”
브라이언의 경호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벙찐 표정을 지었다.
“돼, 됐어. 기다리지 뭐.”
아무래도 관광청이 반유현 셰프에게 큰 잘못을 했나 싶었다.
주지사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음에도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어디에 줄을 서면 되는 겁니까?”
“저쪽 끝입니다.”
펜스를 막고 있는 사내 한 명이 아주 멀리, 이 줄의 끝을 가리켰다.
“주, 주지사님!”
“우리라고 특별한 게 있나, 줄을 서야지.”
***
수행원에게 주지사가 왔다는 보고를 듣고는, 그를 대우해줬다.
분명, 이 도시에 새롭게 형성된 권력인 나의 이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의 이름, 그리고 나의 비협조적인 행동에 의해 이 도시의 모든 축제가 망하게 생겼으니까.
“네, 반갑습니다.”
나는 내 앞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이에게 함부로 대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이 중년의 사내는 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하고 있다.
“존경스럽습니다. 반유현 셰프님.”
“감사합니다.”
확실하게 나에 대한 태도를 정립한 브라이언에게 호핑존을 건네주자 그 태도는 더 정갈해졌다.
“아…… 이래서…….”
내가 유럽으로 건너갔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보가 모두 이해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또한 미국 태생이었으니, 얼마나 많은 호핑존을 먹어봤겠는가.
“이게, 호핑존이 맞습니까? 차원이 다른 요리가…….”
또,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에 수십 년간 살았던 그였다.
맛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가 느끼는 감동은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 실력에 브랜드 파워까지 더해지니…… 일리가 있습니다.”
그나마 품위를 지키며, 접시를 모두 비워낸 브라이언은 접시를 내려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반유현 셰프님과의 관계가 잘못되었는지 저는 모르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잘못되었죠.”
“그, 그렇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고개를 숙이는 그였다.
그만큼 주지사에겐 이 도시의 사업들이 중요한 탓이었다.
“주의 역량을 동원해서 반유현 셰프님이 기획하신 축제나, 사업들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여러 명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 후원사를 선정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것 보다 나의 브랜드인 ‘반유현’에 기대어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들의 태도가 확실하니 나도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의 역사와 전통은 매우 오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이제 그 역사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예……?”
다만, 내 생각이 너무 파워풀해 이들에겐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 손에 칼을 먼저 쥐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칼을 잘 휘둘러 보신 다음에, 제 생각을 들어보시죠. 아직 제 계획들이 주지사님에게는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에……예?”
“그 칼이 뭔지는 지금 이 수많은 사람들을 보셔서 아실 텐데요.”
저 멀리까지 끊어지지 않은 줄,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 말의 구체적인 뜻은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