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새로운 바람 (4)
사람이 많아지면, 현금의 흐름을 만들고, 그렇게 생긴 현금의 흐름은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모으게 되어있는 법이다.
100년을 살면서 경험한 이 흐름은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이 흐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칼이란 게…….”
돈이 흘러가는 그 줄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그 통제를 완벽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나는 주지사인 브라이언을 흔들기로 마음먹었다.
-첫날 메뉴부터 대박 났다고?
-호텔에 투숙중인 모든 관광객들이 들렀다고 함.
-ㅋㅋ 한번 먹고, 또 줄 서서 또 먹기! #반유현 #반유현셰프요리 #웨이팅시간
일단은 SNS가 그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전부터 그래왔듯이, 나의 요리를 먹은 것을 자랑처럼 올리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반유현’의 모든 업소가 3개월 예약이 밀려있고, 내가 축제나 행사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공짜에 예약이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맛보기가 쉽지 않았으니, 이렇듯 운 좋게 나의 요리를 먹은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 사람들은 사진을 올려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걸맞게 각종 언론과 대중매체들이 움직였다.
[ 레스토랑 매출 급감! ] [ 각종 편의, 관광시설 사람들 빠져! 모두 반유현에게로! ] [ 라스베이거스 반유현 신드롬! ] [ 반유현의 첫 메뉴! 호핑존! 미식의 끝판왕 반유현 셰프의 요리 ] [ 반유현의 26시식회 그 다음 메뉴는? ]그 SNS에 올라온 글들과 기사들을 브라이언에게 모두 보여준 뒤에, 브라이언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무엇이겠습니까?”
“이대로라면…….”
“그렇습니다. 내일의 메뉴는 뭐고, 내일모레의 메뉴는 무엇인지 궁금하겠지요.”
이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 전 세계에서 몰린 관광객들이었다.
관광객의 특성이란, 추억을 쌓고 평범한 삶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중시하는 사람들 아닌가.
물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들은 어차피 타겟팅 대상이 아니었다.
나의 목표는 식사를 해도 아주 특별한 요리를 먹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었다.
“이 도시에는 맛집들이 즐비하지만, 지금 제가 이렇게 선보이는 요리만큼 특별한 게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브라이언도 요리사로서 내가 가진 명성과 입지를 알 터였으니까.
“더군다나 제가 26일간 선보일 요리는 행운을 상징하는 요리들입니다. 카지노에 단 한 번이라도 들렸고, 돈을 잃은 사람들은 괜스레 미신을 믿기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선보일 요리들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솔깃하게 할 요리들이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맥시코…… 각 나라의 행운을 상징하는 요리였으니까.
“앞으로 남은 25일간의 메뉴를 주지사님께 드리면 이 도시 내의 관광청의 입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후원기업들도 다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낼 것만 같습니다.”
어떤 날에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는 비공개였다.
나와 셰프들밖에 그것을 아는 이가 없었는데, 이것을 주지사와 그 휘하의 관광청에게 알려준다면 관광청은 지난번 행사 때 잃어버린 입지를 다시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비공개인 나의 메뉴와 일정을 관광청이 공개한다는 것은, ‘반유현’에 대한 통제를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기업들은 관광청과 나의 커넥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등을 돌린 여러 요식업, 관광 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은 다시 후원의 손길을 건넬 것이다.
“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그 정보를 주겠다고 제안하니 브라이언의 표정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물론, 저들에게 이런 혜택을 거저 줄 리는 없었다.
“곧 열릴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의 규모를 더 크게 해주십시오.”
“예?”
나는 언코크드의 행사를 기반으로, 나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행사를 내 발판 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인 뒤에 장악력을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발판이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빛이 나는 것 아니겠나.
“언코크드의 예산을 추가집행하시고, 라스베이거스의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 각국의 특급 셰프들을 다 모셔서 역대급 축제를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언코크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면서, 그 축제의 규모를 키우라는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브라이언이었다.
“몸집을 더 빠르게 키우려고요.”
“아,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바다주와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이 축제와 관련된 예산을 늘려, 언코크드를 역대급 규모로 키워놓으면 나는 그것을 제물로 삼아, 몸집을 더 불릴 것이다.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니, 그 말을 알아들은 브라이언은 이전과 달리 언성이 높아졌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체! 그럼 저희가 이 제안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외적으로 반유현 셰프님과 커넥션이 있다는 것은 아주 좋지만, 결국엔 역사 깊은 언코크드를 희생양 삼아 개인적 이득을 취하시겠다는 건데…….”
“아마도 선택권이 없으실 줄 알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주지사인 브라이언은 선택권이 없었다.
“가만히 계시다가 그 역사와 전통이 깊은 언코크드가 무너지는 걸 가만히 지켜보시는 것과…….”
“…….”
“그나마 제가 제공한 정보를 이용해 후원 기업들이 완전히 등 돌리는 것을 막고 역대급 규모의 언코크드를 연 주지사로 남는 것…… 어떤 선택을 하시던 저는 좋습니다.”
***
“이제는 손을 잡은 겁니까?”
[ 반유현의 26 시식회 3일차. ‘스칸디나비아산 청어 절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유일하게 반유현이 선보일 시식회의 메뉴를 알고 있는 기관이 되었고, 그에 따라 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였다.
덕분에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고, 관광청은 약속대로 언코크드의 규모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든 레지는 자연스럽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 세계 최대의 미식축제!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 탑 셰프들의 부스 늘이기 시작!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셰프들을 주축으로 행사가 진행되던 과거와는 달리, 관광청은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셰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번 연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축제의 장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많은 준비를 하던 고든 레지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관광청과 반유현이 완전한 대결구도로 가는 줄 알았고 자신이 관광청 측의 대표 주자라 생각했던 고든 레지.
전 세계에 있는 레스토랑 ‘고든 레지’의 총괄 셰프까지 동원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와 지난번 축제 때 파리 날렸던 것에 대한 설욕을 하고 싶었는데, 이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제 부스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니요?”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셰프님…….”
관광청의 직원이 한 얘기는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저도 미슐랭 스타 20개가 넘는 셰프인걸…….”
“셰프님의 명성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너그럽게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관광청 축제 총괄도 아닌, 얼굴도 보지 못했던 직원이 나와서 자신에게 설명을 한다.
반유현과 불과 미슐랭 스타는 1개 차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어 인지도 또한 그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쿡방, 먹방 열풍에 이어 고급 요리를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한몫한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하기도 했으니까.
“그냥 사장 당하느니…….”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열등감이랄까.
또는 자격지심이랄까. 괜스레 반유현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나도 해보지 뭐.”
“예?”
고든 레지의 나지막한 읊조림에 관광청 직원은 당황했다.
“저도 언코크드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나도 독자 노선을 타서 싸워보지 뭐.”
“아, 아니……! 셰프님!”
관광청의 입장에서는 부스 하나를 채울 파워풀한 셰프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셰프님, 그렇게 날을 세우실 필요는 없고 매번 하셨던 것처럼 저희 관광청하고 함께 하시죠!”
“이미 준비를 너무 많이 해서…… 관광청에서 나를 독보적으로 밀 주는 게 아니라면 작은 부스에 굳이 왜 들어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던데, 나는 새우가 아니잖아. 나도 내 이름 걸고 한번 해보지.”
***
“고든 레지?”
라스베이거스 언코크드, 그 행사를 둘러싼 소용돌이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원했던 대로.
판이 커지고, 나는 그 판을 마음껏 주무르며 나의 입지와 장악력을 높일 것이다.
“우리도 총괄 셰프들 다 부를 거야.”
판이 커지는 만큼, 나도 레스토랑 ‘반유현’의 검정 스카프를 맨 셰프들을 집결할 생각이다.
더군다나 고든 레지 셰프도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 했으니, 어떤 방식일지 예상은 가지만 방심하지 않기로 했다.
“언코크드 역대 최대 규모, 레스토랑 ‘고든 레지’의 탑셰프들, 그리고 내 휘하의 셰프들.”
총 세 개의 거대한 세력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 날.
고든 레지는 벌써 총괄 셰프들을 라스베이거스로 불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나도 그에 따라 화력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력이야 내가 당연히, 한 수, 두 수, 백 수는 위겠지만… 그의 인지도와 명성을 무시할 바는 아니었으니까.
“내일이 오세치(御節料理)잖아.”
오세치는 일본 전통의 음식으로, 일본인들이 새해 시작 행운을 기원하며 먹는 음식이었다.
1단, 2단, 3단으로 혹은 5단으로 구성된 도시락으로 각각의 층에는 야채와 고기, 삶은 새우, 청어알, 검은콩, 작은 멸치 등이 들어가 있는 음식.
행운을 얻기 위해 불의 신에게 휴식을 취하게 해준다고 하여, 불에 조리한 음식을 담지 않는 것이 전통인 이 요리는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등 모든 맛이 들어가며 풍족함을 상징하는 여러 재료들이 구성된다.
“오세치는 계획대로 나가고, 추첨으로 사람들을 더 모아야겠어.”
“어떤 방식으로 말입니까?”
“최고급 재료, 하이든 왕세자 딜러에게 연락 넣어.”
런던에 있는 ‘반유현-브라운’은 세계 최고의 식재료만을 선별해 공급하는 여러 명의 딜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전 중동 왕자에게서 얻은 인력이었는데, 그것을 활용해 행사 전 불을 지펴볼 생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선도 높고, 귀한 재료를 담은 오세치를 반유현 26 시식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추첨해서 선물로 증정한다고.”
“와…… 반유현 셰프님이 세계 최고의 재료로 만든, 도시락을 얻는다라…….”
아니, 불을 지피는 것에 더해 기름을 부어버릴 생각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레스토랑 반유현 식사권도 넣어라.”
축제 전부터 기세를 끌어모으는 것도 중요하니까.
모든 것들을 압살해버리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