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반유현의 도시 (3)
특급호텔들이 역사에 유례없던 간판을 외부에 걸어주니, 저절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이렇듯 판이 잘 깔려 있을 때는 최고의 맛과 퍼포먼스로 그들의 기대를 만족감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오늘은 ‘반유현 팩토리’의 성적 우수자로 뽑혀, ‘반유현 화이트’ 다섯 개의 레스토랑을 맡게 될 셰프들의 메뉴 테이스팅이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전 메뉴 테이스팅과 달리 카메라와 그 카메라를 다루는 스텝들을 동원했다.
“다들 라스베이거스에 오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셨습니다.”
카메라가 있었으니, 메뉴 테이스팅을 시작한다는 멘트를 날려주었다.
축제, 방송, 여러 행사 경험을 셀 수 없이 하다 보니 대본을 읽은 것 같은 멘트들도 입에 착착 감겼다.
50명과 그들을 각각 10명씩 나눈 팀의 교수진 다섯 명.
그들은 공식적인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내 브랜드 ‘반유현’의 옷을 완전히 입게 되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메뉴 테이스팅의 수준을 올릴 겁니다.”
라스베이거스, 이 도시의 특성을 살려서 이곳에 런칭 할 ‘반유현 화이트’의 메뉴를 선정했다.
그 어떤 도시보다 밤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 도시에서는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요리들이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요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 경험에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요리.
코스로 구성된 요리가 아니라,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요리였기에 그 맛이 더 중요해졌다.
브랜드 ‘반유현’이라는 색을 최대한 살리려면, 그 간편함 안에 최상의 맛을 담아야 했으니까.
“꽃등심 초밥, 코코넛 새우튀김…… 찹쌀 탕수육, 칠리미트 핫도그, 전복 버터구이, 치즈 랍스타……. 각각이 준비해온 메인 메뉴 그 자체는 일단 괜찮네요.”
내 앞에 가지런히 도열해 있던 셰프들은 브랜드 ‘반유현’의 전통인 내가 직접 메뉴 테이스팅을 한다는 것에 꽤나 감격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이 전통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자신들이 그 현장에 있는 것에서 오는 감동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카메라가 동원되어 이 순간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번 메뉴 테이스팅에는 내가 의도하고 카메라를 동원했지만, 이들은 원래 메뉴 테이스팅을 할 때, 카메라가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나는 가장 맨 첫 번째로, 코코넛 새우튀김을 맛봤다.
내가 하나의 새우를 입에 넣자, 이들의 집중력이 나의 입을 향해 쏟아졌다.
“새우껍질을 갈아 넣었나요?”
“그렇습니다!”
유타. 말레이시아 국적을 가진 셰프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다년간 일한 경험이 있고, 멕시코 칸쿤의 특급 리조트의 레스토랑 총괄을 맡았던 자였다.
나보다 열 살 정도는 많은 사내였으나, 군인처럼 차렷 자세로 대답을 했다.
“튀김 가루에 새우껍질을 갈아 넣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으로 채용되어 팀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성적 우수자 팀의 반열에 올린 그는 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곤두세웠다.
그의 밑에 있던 셰프들도 당연히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적을 분명히 해야 될 것 같네요. 어중간합니다.”
새우의 풍미를 위한 것인지, 튀김옷에 한층 더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인지, 재료를 쓴 이유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
“어…… 그, 그게.”
다년간 대규모의 특급 리조트 안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을 총괄한 그도 벙찐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애초에 새우껍질을 갈아 넣은 것에 대해 어떻게 알아냈냐는 식으로 말이다.
“새우의 살의 풍미 말고, 더 진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새우 내장을 이용한 것만큼 강한 풍미는 아니었고, 튀김옷에서 그 맛이 느껴져서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어떤 이유로 넣으신 겁니까?”
“새우살에는 풍미가 가득한데, 튀김옷에도 새우의 풍미를 더하고 싶어서 그랬습니…….”
“껍질을 갈아 넣을 때 그 분자를 더 갈아야 할 것 같습니다. 크기가 애매해서요.”
“예! 셰프!”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메뉴 테이스팅은 이어졌다.
“꽃등심 불초밥이라고 했는데, 숯불에 한 번 구워낸 꽃등심에 토치로 불 맛을 가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숯불의 향과 간장을 태워서 내는 불 맛이 합쳐져서 너무 무거운 느낌입니다. 밸런스가 하나도 맞질 않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밥알도. 밥알에 대한 건, ‘반유현 레인보우’로 가서 메이 셰프를 찾아 배우세요. 바쁘지만 알려줄 겁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자 셰프들의 분위기는 점점 죽상이 되어갔다.
“전복 버터구이, 전복장 덮밥…… 전복의 선도도 좋고 굽기도 알맞은데 전복이 썰려 있는 결이 잘못되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셰프!”
“그리고, 전복 껍질 분리를 누가 했습니까? 전복 껍질을 분리하는 방향부터가 틀린 것 같습니다.”
나의 불호령에 또다시 셰프들의 몸과 표정이 경직된다.
“입이 있는 부분부터 파고 들어가야죠. 내장이 있는 곳으로 파고 들어가 껍질을 분리하다 보니, 내장이 터져서 그 냄새가 향에 묻어나네요. 자칫하면 비릿한 향을 낼 수도 있습니다. 내장을 손질할 때, 식도는 왜 빼지 않았습니까? 식감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카메라가 메뉴 테이스팅 현장을 찍고 있자니 나의 피드백도 자세하게 변했다.
물론 의도적인 것이었다.
“이만하겠습니다. 제가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제 선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반유현 화이트’의 오픈되지 않을 겁니다.”
***
여태까지 메뉴 테이스팅 현장에 단 한 번도 없던 카메라가 있던 이유라 함은, 홍보였다.
내 브랜드 산하에 있는 레스토랑이라면, 메뉴 테이스팅을 필수적으로 거쳤는데 그 과정을 공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셰프들의 소문에 의해 나의 메뉴 테이스팅에 대한 이야기들이 널리 퍼졌는데, 이는 그를 이용한 것이었다.
수많은 베일에 싸여있던 메뉴 테이스팅의 현장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 생각은 실현되었다.
-제 선에서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오픈되지 않을 겁니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단호한 내 목소리.
이 말은 온라인에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 레스토랑 반유현의 메뉴 테이스팅 그 현장 공개! ] [ 최초 단독 공개!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는 반유현의 말! 말! 말! ] [ 반유현의 레스토랑이 맛있는 이유. ] [ 맛을 보고 조리법까지 파악하는 그는……. ]셰프들의 요리를 먹고, 자세하게 평가를 했던 것이 부각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다.
-저 정도 수준의 평가로 메뉴 테이스팅을 하니 맛이 없을 수가.
-저 정도면 거의 반유현이 직접 요리하는 급이겠네!
-대박인 게, 반유현 화이트는 예약 없이 먹을 수 있음. 그렇다고 퀄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네.
내 이름을 걸고 나오는 메뉴들이 어느 정도 선을 넘어서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경력이 꽤나 높은 교수진들도 내 명령을 완벽히 따르는 모습 또한 내가 브랜드의 모든 메뉴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홍보는 완성됐네.”
특급호텔들이 간판을 세워준 덕에, 대외적인 홍보가 무르익을 시점에 내부적인 것들을 노출 시키며 라스베이거스 반유현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그에 따라 또, 여러 기업들이 냄새를 맡고 수많은 제안들을 보내왔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제안을 보내느냐는,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엔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언코크드’를 완전히 꺾은 모습과, 특급호텔들이 내 이름을 대우하는 모습, 거기에 내가 메뉴 테이스팅을 하는 장면들이 이들의 행동을 부추겼을 터이다.
“포장지와 포크를 협찬하겠다는 업체와 관광객들이 줄 서 있을 때, 간이의자를 협찬하겠다는 업체…… 튀김기 등 각종 주방기구를 무상으로 설치하겠다는 업체…… 반유현 화이트의 음식을 먹은 손님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는 업체…… 뭐, 끝도 없습니다. 셰프님 이름에 빌붙어서 뭐라도 얻어 보려는 이들이요.”
“당연한 거지 뭐. 다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게 보기 좋네.”
나에게 온 제안들을 둘러보다가 한 가지 제안을 한 업체가 눈에 띄었다.
***
“이런 혁신적인 기업에 이름을 얹어주는 것도 가치를 높일 수 있지.”
‘바이오팬시’라는 이름을 가진 기업이었다.
옥수수, 코코넛 껍질, 아보카도 씨앗을 이용해 친환경 일회용품을 생산하는 기업.
자연에 방치해도 지구를 어지럽히지 않는 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신할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반유현 화이트’의 주제를 단번에 파악하고 나에게 제안을 걸어왔다.
초밥, 새우튀김, 전복 버터구이 등 간단한 단품 메뉴로 구성된 것들을 보고, ‘반유현 화이트’에서 수많은 일회용품들이 배출될 것을 알고 발 빠르게 제안을 한 것이었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계속해서 끼치고 있다는 것도 내 이름값을 계속해서 드높이는 일이니까.”
나는 이 기업의 제품을 다섯 개의 반유현 화이트에서 사용하려 했다.
이제 나의 명성은 셰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기에, 그에 따른 행동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런 행동들은 나에 대한 끝없는 기대로 뭉쳐져 있는 대중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소각하거나 매립해도 환경문제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 더군다나 분리수거 문화가 없는 미국에서는 이 친환경 그릇과 포크, 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야.”
스스로의 영향력을 알고, 그렇듯 행동한다는 게 다시금 인기를 끌어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유현 화이트에서 사용할 물품들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까요 저쪽에서?”
“현찰 좀 투자해주고, 생산량 늘려줘. 그리고 그 내용까지 모두 언론 통해서 뿌리고.”
더불어, 한번 정한 행동은 아주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것까지 보여주면 무결하다.
이쯤 되면 어떻게든 나를 깎아 먹으며 자신들의 입지를 올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길 터인데, 그들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 행위이기도 했다.
“분명 일회용품 어쩌고 떠들고 나와서 까부는 놈이 있을 거야.”
100년의 경험을 통해서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럼, 오픈 준비는 완벽하게 된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에 따라 다음 계획을 추진할 때가 된 거네.”
“다, 다음 계획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제리 셰프가 메뉴 구성과 주방 조직을 모두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들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오스틴은 나의 다음 계획이 라스베이거스에 제리가 총괄인 파인 다이닝을 런칭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애초에 라스베이거스의 계획은 뷔페 레스토랑, 반유현 화이트, 파인 다이닝…… 이렇게 해서 세 가지였으니까.
“말고, 반유현 화이트가 뭐랑 직접적인 관련이 있나.”
“반유현 팩토리의 성적 우수자들이…….”
“그래, 라스베이거스에 반유현 화이트가 성공하리란 게 거의 확실시 되었으니까. 전 세계 다섯 개 대륙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하는 것부터 추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