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반유현의 도시 (4)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에서 쓰레기통을 추가적으로 배치할 만큼.
라스베이거스 내에 ‘반유현 화이트’ 매장 다섯 개는 성공적이었다.
쓰레기통을 추가로 배치했다는 게 왜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냐고?
바이오팬시에서 협찬받은, ‘반유현 화이트’라고 적혀 있는 친환경 일회용품 접시가 거리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길가에 놓여 있는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내에 위치한 다섯 개의 ‘반유현 화이트’는 거리를 꽤나 두고 있어 서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행렬은 서로 보였다.
레스토랑 그 점포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각각의 레스토랑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였던 것이다.
내 계획과 기대에 맞게 첫 오픈 첫날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
“이쯤되면 실패하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뭐?”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맞아. 나도 보고 싶어.”
이제는 실패라는 단어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반유현이라는 몸으로 환생한 뒤에 성공의 성공을 거듭해왔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감정의 기억은 이 몸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꺄아아악!
반유현이다아아!
우와아아아아!
이제 내가 의전용으로 타고 다니는 차량,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경호원과 수행원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까지 소문이나, 내 차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물량은 다들 소화하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이렇듯 성공을 예감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셰프들의 숙련도였다.
‘반유현 화이트’의 셰프들이 맛을 내는 숙련도는 애초에 이렇듯 많은 사람을 예상해 주문했었다.
“천 번째의 요리를 맛보신 것도, 완전 소문이 나서요.”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을 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강도를 올려서 했다.
자신이 맡은 메뉴를 천 개 요리하고, 나는 그 마지막 천 번째의 요리를 맛봄으로써 그 요리의 맛이 떨어졌나 떨이지지 않았나 까지를 판단했다.
“오십 명 중에 단 한 명이 나가떨어졌습니다.”
의지력을 실험할 수 있는 테이스팅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제 성공했으니까 더 공격적으로 추진해도 되는 것 아니야.”
“그렇습니다.”
“당장 내일 모아봐.”
“예? 내, 내일이요?”
“시간 없어, 반유현 팩토리 계획 구상하고 바로 라스베이거스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런칭 준비해야 되니까.”
이렇듯 반유현 화이트가 성공적으로 런칭했으니, 또 담담하게 다음의 계획을 실행할 차례였다.
“규모가 커지면서, 반유현팀의 직원들도 계속 뽑아줬잖아. 내일까지 못 모아?”
“모아보겠습니다!”
“그래.”
***
“투자 설명회 정도는 하시기 위해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반유현팀’에 지시한 것은 하나였다.
반유현 팩토리 5대륙 프로젝트에 투자할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 놓으라.
“아니야.”
“그럼…….”
“투자 설명회는 이미 끝났어. 반유현 화이트의 성공적인 런칭, 그리고 나에게 협찬, 투자했던 기업들의 완전한 부흥. 이미 다 보여줬는데, 뭐가 더 필요해.”
이전 행사 때, 나에게 대형 수비드 머신을 급하게 협찬해준 ‘Duo’라는 기업은 연일 상한가를 치며 장을 마감했고, 매일 매일 최고의 매출을 갱신하며 성장하고 있었다.
또, 나에게 친환경 접시를 협찬해준 ‘바이오 팬시’라는 기업은 대기업의 투자를 공격적으로 받아 완벽한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어 놨다고 한다.
이전에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조리복을 협찬해준 업체가 중견기업 못지 않은 구색을 갖추게 된 것도 그에 대한 사례였다.
이제 기업들은 나의 이름에 돈을 얹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엔 반유현 화이트를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확장 투자를 받으려는 것이니 수많은 기업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나는 그 기업들의 관심에 서로간의 경쟁을 부추겨 이익을 얻어내려 했다.
턱.
거대한 문을 열자, 넓은 연회장이 보였다.
내가 들어가자,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기업인, 공무원, 투자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나는 의미 없는 모션을 하지 않고 곧장 무대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어떤 축제나 행사가 아닌, 어떻게든 나를 잡고야 말겠다는 목적으로 모인 이들이었으니까. 나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싶어 안달 났을 그들의 애를 태우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내가 입장했을 때, 박수를 치던 이들이 모두 박수를 멈추었다.
똘망똘망한 눈빛들, 대부분 많은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많은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나와 눈이 한 번이라도 마주치기를 바라면서 눈빛을 쏘아 보냈다.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현재 유럽의 파리에는 이미 반유현 팩토리가 있습니다. 남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이렇게 총 다섯 개의 대륙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다시금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이들 모두 나의 계획을 지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거대한 대륙들을 커버하는 것 또한 쉽지 않겠지만. 그것들을 기점으로 반유현 팩토리를 계속 확장 시킬 겁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에 유례없던 셰프 양성 기관을 만드는 겁니다. 그것도 가장 큰 규모이자,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으로요.”
그리고,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반유현 팀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이 무대 뒤로 펼쳐졌다.
“합리적인 시스템이라 하면 주기적인 경연, 그리고 그 경연의 방식, 팀별로 세분화된 교수진, 그리고 성적 우수자의 완벽한 기회 보장 등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반유현 팩토리가 확장되려면 그만큼의 ‘반유현 화이트’가 필요합니다. 각 대륙별 반유현 화이트를 확장시킬 생각은 당연한 것이며, 레스토랑의 기본적 이해가 반유현 화이트의 기반이었기에 단품 메뉴를 주로 판매했지만, 이제는 그 규모까지 키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계획들을 주저리주저리 모두 이야기했다.
기업은 나의 브랜드를 이용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며, 국가는 일자리 창출 효과와 세수를 거두어들이는 것에 많은 효과를 볼 것이다.
이런 얘기들을 꺼낼 때마다, 장 내 사람들의 반응은 거세졌다.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단 하나 거짓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겠습니다. 우리들의 시간은 금, 아니 그보다 더 비싼 것이니까요.”
나는 준비한 A4용지 하나를 들고 말했다.
“이 종이에 각자 기업, 또는 국가에서 반유현 팩토리 유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주실 수 있는지를 적고, 종이와 함께 준비된 봉투에 넣어 저희 행사 진행요원이 들고 있는 통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저마다의 팀들과 의견을 나누며 종이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세 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반유현 팩토리의 유치, 그를 위한 베팅은 기업이나 국가나 그에 속한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저들끼리 회의를 위한 시간을 줬다.
그런데 그때, 한 사내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해왔다.
“질문할 시간은 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꽤나 당당한 태도.
할 말만을 하고 유유히 걸어 나가는 나에게 불만을 가졌다는 듯한 목소리와 말투였다.
“결국에 반유현 셰프님은, 투자를 받으시려는 것 아닙니까? 받는 건 그쪽이고요.”
그의 언성이 높아지자 경호팀이 다급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장내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화려한 복장과 외모를 보아하니, 아프리카 어떤 나라의 고위급 공무원처럼 보였다.
독재가 만연하고, 고위급 인물들이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는 그 대륙 특성상 나의 발언과 태도가 어쩌면 자신을 홀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내버려 둬.”
내가 손짓하자 경호원들이 다시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질문하시죠.”
다시 손짓하며 말하자 행사 요원이 그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질문 하시기 전에 소속과 이름을 밝히시죠.”
져주는 듯하다가, 강하게 나가니까 맥을 짚지 못하고 당황한 사내였다.
“저, 저는 케냐 대통령 비서실 사무장입니다.”
“이름은요.”
장내는 조용했다.
내 무뚝뚝한 말투와 표정 그 자체에 의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그때, 나의 태도가 불편했던 이들이 일어나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무시하는 겁니까!”
“우리 아프리카를 무시하는 거야!”
“당장 사과해!”
“이곳엔 왕족분들도 계시다고!”
아까 말했다시피, 장기간 독재를 해왔던 이들이라 그런가.
그럴 때 아닐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싫다면요?”
언성을 높이는 그들의 앞에서, 나는 마이크로 잔잔하게 그들의 요구에 대답했다.
“내가 받는 입장이긴 한데. 해주기 싫으면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자,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막 뱉어대며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이 하나둘 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보며 계속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들이 원래 자신들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는 듯이 말이다.
결국에 그 진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고, 몇몇의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
그렇게 나에게 제안할 것들을 작성하라고 한 뒤에 나는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100년을 살았어도 생각을 안 해봤다.’
아프리카 대륙의 왕족, 독재 정권의 수하인들을 본 뒤 1시간이 지났나.
나도 모르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0년의 삶을 살면서, 내 휘하에 아프리카 국적의 셰프가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 대륙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미슐랭 가이드가 그쪽에 진출하지 않았고, 그들의 미식문화가 맛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미션 성공을 멀지 않은 거리에 두고 있자니 별의별 생각이 떠오른다.
이번 생에 한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을 런칭했던 것처럼 그들의 요리에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지금 든 생각은 그들의 요리 자체가 실제 ‘요리’를 문화의 하나로 향유하는 사람들에겐 생소하고 신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반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반유현 팩토리를 아프리카 대륙에 세우는 것은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미 각 나라의 수장, 또는 그들의 하수인, 또는 왕족인 저들이 내 이름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고 떠나갔으니 세금 문제며, 치안 문제며 문제가 많을 것이다.
“저들의 문화를 밖으로 빼볼까.”
결국 문화를 만든 것은 사람이었으니 아프리카의 요리 문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빼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을 흡수하는 것은 반유현 팩토리의 다양성을 넘어서, 나 자신에게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요리라는 문화 안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저 대륙의 부패를 바꿀 수 있지도 않을까.
“몸집이 커지니 내가 별 생각을 다 한다. 내 목표는 미슐랭이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이전의 삶에서는 미슐랭 스타라는 단 한 가지 목적에 매몰되어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지금은 떠오르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이제야 온전히 삶을 누리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