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요리사, 그 이상의 힘 (1)
대한민국과 일본.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 그 싸움이 이번에도 시작되었다.
“그쪽은 마음 편하시겠습니다. 반유현 셰프가 한국 사람이니.”
일본의 문부과학성, 대한민국으로 치자면 교육부, 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가 모두 합쳐진 곳이었다.
그곳의 장이라고도 불리는 ‘대신’, 야마 마사히코는 대한민국의 문체부 장관을 보고 비웃었다.
“반유현 셰프님 스타일을 모르고 오셨나 본데, 반유현 셰프님의 고향이 대한민국이라 한들 저희 정부를 그냥 선택하실 리 없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문체부 장관 옆에 있던 대한민국 관광청장이 말해주었다.
“뭐 말씀들은 그렇게 하시겠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유치를 해낸 것처럼 보여져야, 그쪽 정부든, 반유현 셰프든 깨끗해 보이니까요.”
대답을 하면 할수록 일본 정부 측의 비아냥은 거세졌다.
먹지 못할 떡에 흙이라도 뿌리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배가 많이 아프신가 봅니다. 세계에서 미슐랭 스타가 가장 많은 나라에서, 반유현 셰프님 같은 분을 탄생시키지 못하셨으니.”
대한민국 정부의 사람들도 지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를 하신 겁니까? 저희 정부와 반유현 셰프님을 까내리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니요. 저희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일본에 꼭 반유현 팩토리를 유치할 겁니다. 애초에 그 나라보다 저희 측이 실력 좋고 잠재력 있는 셰프들이 많으니까요.”
“일본 정부에서 어떤 계획을 해왔는지 궁금하네요.”
대한민국 정부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일본이 총 역량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반유현이란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대한민국 정부의 관광청 관계자와, 문체부 장관 등, 그들은 반유현이 돈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의 몸이 편한 곳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었다.
“평범한 계획들을 꺼냈다가 괜히 망신이나 당하지 마세요.”
***
나는 한 시간 뒤, 다시 연회장에 들어갔다.
어떤 분위기로 그들의 진행상황이 흘러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연회장의 문을 열었을 때는 놀라운 광경이 눈에 펼쳐졌다.
“평범한 노력은 안 통하는 것을 아는 건가.”
맨 처음에 자리배치는 기업별, 그리고 국가기관별로 배치해서 각각 앉게 만들었다.
국적에 상관없이 기관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분류했었는데, 지금은 저들 모두 각각이 속한 국가기관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의 발언에 힘을 싣기 위해서 서로 협력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에 있는 기업들은 대한민국 고위급 공무원과, 미국에 있는 기업들은 또 미국에 있는 공무원과 힘을 합쳐 회의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들어섰을 때 곧장 질문이 쏟아져 내렸다.
“도심과 가까운 곳이어야 하나요?”
“투자 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반유현 회장님! 개별면담신청 가능한가요?”
한 중년의 사내가, 나를 셰프가 아닌 회장으로 부르자 그 뒤이어지는 질문들의 호칭도 회장으로 바뀌어버렸다.
이렇듯 사람들을 불러 모은, 업계 내의 영향력은 그 어떤 기업의 회장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으니까.
사람들도 모두 그것을 인정한다는 태도였다.
“회장님! 저희 세 국가가 힘을 합쳐도 되는지요?”
동남아의 국경이 맞붙은 몇몇 국가는 서로 힘을 합치기도 했다.
관광산업에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는 저들은 또 다른 국가 성장 동력을 나의 브랜드로 삼았기에, 브랜드 ‘반유현’의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반유현 회장님, 저희는 반유현 팩토리를 금으로 세운다면, 금으로 세울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겠습니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UAE 하이든 왕세자의 아버지, 세계 공급되는 석유 대부분을 주무르는 라탄도 꽤나 공격적인 모습을 취해왔다.
이들의 질문을 모두 들어보면 문제는 단 하나였다.
내가 어떠한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고, 자신들이 투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으라고 한 것.
그때, 일본 국적 기업의 한 CEO가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그 문제에 대해 물었다.
“서로 눈치싸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이드라인 없이 어떤 투자를 할 것이냐, 그것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에 써내라고 하신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발전을 막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는 정해주시고, 그 선에서 기업들과 국가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뱉어 내는 게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내가 이곳에 들어오고부터 수많은 질문들에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 일본 국적 기업의 CEO의 질문에는 대답을 해줄 필요가 느껴졌다.
조금만 살을 붙여 해석하면, 아프리카 그놈들과의 질문과 같은 맥락이었으니까.
“질문의 방향부터 제대로 선정하십시오.”
“예?”
“눈치싸움? 눈치싸움은 일본밖에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해줄 게 더 없어서 애타는 지경인데, 일본이라는 나라는 브랜드 ‘반유현’이라는 수단을 그저 그 정도로밖에 보지 않나 봅니다.”
내가 애초에 가이드라인을 선정하지 않은 것은, 투자의 한계를 정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각 나라와 기업들이 경쟁을 하지만, 서로 어떤 수가 나올지를 몰라서 무리를 하게 되는.
그래서 나에게 가장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는 나라와 기업을 고르는…….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 방식에 대해 많은 불만을 품은 것 같았다.
아직도 가치 판단을 제대로 못 하는 건가.
“이미 예산의 규모를 정해놓고, 반유현 팩토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으니 답답하시겠죠. 이곳 어느 기업, 어느 국가도 그 규모를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일본 정부는 아시아에 설립될 반유현 팩토리를 세울 나라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그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상황.
자신들의 정부가 사소한 일로, 반유현 팩토리를 유치하지 못한 것이 알려져, 국민들의 질타를 받게 될 공무원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해졌다.
더군다나 저 나라는 국민들이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라 아닌가. 그 문화 수준을 올려줄 ‘반유현 팩토리’ 유치 실패에 대한 손가락질은 이곳에 있는 기업과 정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더 이상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모든 건, 그 종이에 적어주신 것들로만 판단하겠습니다.”
***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각 국가의 총리급, 장관급 인사들이 자리했고, 각 기업의 수장들이 직접 자리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현실에 맞게 제안서를 써서 제출했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주일도 내가 살아온 방식에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었지만, 이번 사업은 그 규모가 크고 따질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는 나의 보좌관들인 반유현팀의 모든 인원과 ‘반유현 팩토리’의 행정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을 불러냈다.
그렇게 약 60여 명의 인원들이 모였다.
아닌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를 실제로 보는 것이 신기하다는 눈빛들도 많았다.
하기야, 이제는 브랜드 ‘반유현’의 규모가 웬만한 중견 기업 못지않았으니, 그 총수인 나를 보는 경험도 쉽지 않은 것이다.
또, 이곳에 내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온 인사들은 어떠한가, 새삼 나의 영향력을 느낀 직원들은 존경의 눈빛까지 함께 보내왔다.
“제가 일일이 이것들을 검토할 수 없으니, 불렀습니다.”
이전에 ‘반유현’을 유치하기 위해 고위직 공무원, 또는 기업인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는 이제 나의 직원들이 앉아있었다.
“제가 말하는 조건의 아래 단계에 있는 제안들은 모두 한쪽으로 몰아주시고, 그 이상의 제안을 한 종이만 제 앞으로 가져다주시면 됩니다.”
1차적인 분류 작업을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일일이 다 읽어보기엔 내 시간의 가치가 그보다 훨씬 높다.
일단 커트라인을 정해주고, 그에 따라 합격된 제안서만이 내 손 안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첫째, 5만 평 이상의 토지를 제공할 수 있나, 둘째, 시설 건축비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나, 셋째 반유현 팩토리가 세워질 장소의 인구 밀집도와 접근성은 고려하고 있나. 넷째, 투자 이후에 경영에 모든 관심을 끌 수 있나.”
일단 그렇게 1차 적인 분류 작업의 커트라인을 마련해주었고.
그에 따라 직원들은 봉투를 열어 각 기관들의 제안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다는 것과 각 국가의 주요 도심에, 노른자위 땅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을 제안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 제안들은, 각 국가의 명문대학들과의 연계를 통해 학위까지 줄 수 있게 만든다는 것도 있었다.
또, 어떤 국가는 셰프들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불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모두가 모여있던 자리에서 일본 기업을 대표해 질문한 사내를 일갈했더니,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 모두 각각 자신들이 생각해온 것보다 더 무리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제안들 중에서 상황을 가장 잘 고려한 제안이 눈에 들어왔다.
서남아시아,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한 나라 이스라엘의 제안이었다.
“이스라엘? 흥미로운 제안이군. 아프리카 대륙까지 집어삼킬 수 있게 한다라…….”
이전, 아프리카 대륙의 기업과 공무원들이 나의 태도에 반발하며 이 자리를 뛰쳐나갔던 것들을 자신들의 기회로 삼아 제안을 한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살려, 자신들의 나라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하면 아프리카 대륙이 가지고 있는 신선한 문화와 인프라를 가지고 올 것이다라는 제안.
또 중동 국가들과의 밀접한 지리적 특성까지 살려, 그들의 문화와 인프라를 그나마 치안이 좋은 자신들이 흡수하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프랑스에 있는 반유현 팩토리보다 더 많은 문화들이 섞이고 대단한 시너지가 될 수도 있긴 한데.”
짧게 요약하자면 이스라엘 국가의 제안은 이스라엘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인프라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GDP 세계 32위? 31위? 그 정도면 경제적인 지원에도 신뢰가 가고……. 아프리카 대륙을 노골적으로 노릴 수 있다는 게.”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지역의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열려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입학서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라도 이민을 허가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은 상황.
“어느 정도의 인프라만 갖추고 있는지만 알면 되겠네.”
아시아에 또 다른 반유현 팩토리 설립 장소를 선정하더라도, 이스라엘이 가진 지리적 장점을 활용해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문화와 인프라를 ‘반유현 팩토리’에 담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긍정적인 검토가 내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유명 셰프들이 몇 명 있지만 그걸로는 안 되잖아?”
첫 번째로는 이스라엘 자체에,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들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었다.
외부적으로 다른 국가들의 셰프들도 교수진으로 참여할 테지만, 결국 중심이 되는 것은 그 나라의 셰프들이어야 그 중심이 확실히 잡히기 때문이었다.
“오셨다고 합니다.”
오스틴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한 중년의 사내가 숨을 몰아쉬면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허…… 헉. 관광부 장관 단온이라고 합니다.”
나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저희로서는 도박수를 던진 것인데, 관심을 가져…… 후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제안서에 적은 내용은 각 부서의 장관들과 모두 협의가 된 내용입니다. 총리님께서 반유현 팩토리의 유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적어주신 제안서의 내용은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 땅을 지원하는 것들보다 획기적이었습니다. 제 야망을 잘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갔습니다.”
“하하하!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셰프…… 아니, 회장님! 회장님께서 전 지구의 모든 셰프와 요리를 품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신 것으로 생각하고 제안서를 작성해봤습니다. 아무리 큰돈이라도 목적이 맞지 않으면 움직이시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어서요.”
“준비를 많이 하셨군요.”
“그리고…… 문화. 문화의 흐름을 반유현 팩토리로 돌려 아프리카 부패 정권 밑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더 풍족하게 만들고 이곳에서 반유현 회장님께 소리 질렀던 부패 정권의 하수인들에게도 쓴맛을 보여주시려고 하시는 것 아닙니까?”
뭐, 생각을 안 했다라고 할 순 없지만.
완벽한 목적은 부패 정권을 혼내주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치레 몇 마디를 나누고 나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 나라에 가진 셰프, 그리고 요리에 대한 인프라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 반유현 팩토리를 구성할 셰프들을 한 번 모아보시죠. 그 수준을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알았는지, 관광부 장관이 대답했다.
“아…… 예, 예! 알겠습니다!”
서른이 안 된 나이, 세계 GDP 순위 32위에 빛나는 나라의 장관을 주무르는 느낌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