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요리사, 그 이상의 힘 (3)
4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맛을 봤다.
그들이 어떤 요리를 하든, 그가 가진 실력을 볼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셰프님들이 이스라엘의 대표 요리라 할 수 있는 토마토 샥슈카(Shakshuka)를 보여주셨는데, 다들 특징이 두드러지네요.”
샥슈카라 불리는 요리.
토마토소스에 채소와 달걀을 넣고 담백하고 상큼한 맛을 내는 요리이다.
한때 세계에서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로 뽑혔던 이스라엘, 이 요리는 그런 이스라엘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요리일 만큼, 그들에겐 매우 익숙한 요리였다.
이렇게 긴장된 현장에서 손에 익은 요리만큼이나, 제맛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의 맛의 잣대가 높다는 것을 안 셰프들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전적인 요리를 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셰프들이 샥슈카를 꺼내든 이유였다.
“커민(Cumin)?”
쯔란이라고도 불리는 이 향신료가 전통적으로 이 요리에 쓰이긴 했는데, 나는 곧장 표정을 찡그렸다.
“향이 너무 강해 호불호가 있는 향신료입니다. 이 요리가 본인의 입에 맛있는 음식입니까? 심사를 하는 제 입에 맛있는 음식입니까?”
대부분의 셰프들이 샥슈카를 꺼내든 것에 대한, 창의성 문제는 고사하고 맛이 불만족스러웠다.
자신의 입맛에 익숙한 맛만을 그려 놓았다는 점이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다들 오랜 시간 먹고 자란, 음식이었으니까 요리에 창의적인 요소를 섞어 변주를 한다고 한들 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됐습니다. 다들 들어가세요.”
정확히 11명.
그 이후로 심사는 보지 않았다.
결과가 같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장관님.”
“예, 예!”
“이스라엘 셰프들의 수준이 이정도인데. 반유현 팩토리에 어떤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이게 다들 시차 적응도 있고……. 이 현장의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반유현 팩토리, 교수진 수준을 너무 낮게 보신 것 아닙니까? 이대로라면 이스라엘에 반유현 팩토리를 설립한다 한들, 다른 국가에서 교수진을 충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죠.”
심사 결과를 곧장 내뱉자, 장내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버렸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조국에 반유현 팩토리가 유치될 줄 알았던 셰프들의 상기된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버렸다.
“샥슈카 말고, 대중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 볼 셰프 있으면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그 와중에 손을 드는 몇몇의 셰프가 있었다.
나는 그 셰프들을 지목해 무대 위로 불렀다.
“안녕하십니까. 요시 하이카라고 합니다. 반유현 셰프님과 런던에서 미슐랭 스타를 부여받았습니다. 저는 원스타를 받았습니다.”
요시 하이카.
그가 자신을 소개하자, 옆에 있던 오스틴이 나에게 귀띔해줬다.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신성 셰프고, 대한민국과 관련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 대회에서 금, 은, 동을 싹쓸이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손짓으로 조리대를 배정해 주었고 계속해서 셰프들이 올라왔다.
“세게르 모세, 총리님 공관에서 요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방문할 때에도 직접 요리를 준비한 그는, 현지에서 가장 인정받는 셰프였다.
“공관에 머물며 치열한 경쟁에서 멀어진 제가, 반유현 셰프님의 평을 받을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우와아…….
이스라엘 셰프들의 존경의 대명사인 세게르 모세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하자 긴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다섯 명의 셰프들을 더 무대 위로 불러냈을 때, 이스라엘 관광부 장관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이정도 셰프들이라면, 셰프님의 기대감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하하. 우리나라의 국보급 셰프들이니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아……. 예.”
본전도 못 건진 장관은 다시 자리로 들어갔고, 나는 셰프들에게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날고뛰는 셰프들을 다 모아온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이곳이요. 그중에서도 가장 자신감이 넘치는 분들이 여기 계신 열 분인데, 기대가 됩니다. 가장, 가장 자신 있는 시그니처 요리를 만들어 주세요.”
***
메이는 ‘반유현 레인보우’의 장사를 마치고, 메뉴 개발에 대한 건을 반유현에게 보고하기 위해 반유현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반유현이 라스베이거스에 머무는 동안은 매출과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매일 보고하라는 명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를 찾아가려는데, 이게 웬걸, 이 도시 내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포시즌스를 나오자마자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기자들이 그랬다.
“메이 셰프님!”
“이쪽 좀 봐주세요! 대체 반유현 셰프가 무슨 일을 꾸미는 겁니까?”
“이스라엘에 반유현 팩토리가 설립되는 건가요?”
“이스라엘에서 이름이 꽤나 알려진 셰프들부터, 경력이 있는 셰프들까지 모두 집결했는데요!”
“이스라엘 정부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그때,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메이에게로 달려드는 기자들을 처치해줬다.
“안녕하십니까. 반유현 셰프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이렇듯 메이에게 수많은 기자들이 몰릴 줄 알고, 반유현이 미리 보내 놓은 경호원들이었다.
라스베이거스 내에 메이만큼 반유현과 가까운 사이인 사람은 없었으니까.
“아…… 예……. 셰프님은 어디 계시죠?”
“그쪽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고 확실히 반유현의 경호원인 것을 깨달은 메이는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메이 셰프!”
차 안에는 톰슨이 타고 있었다.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그도, 기자들의 공세를 혼자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반유현이 불러낸 것이었다.
“아…….”
동료들까지 챙기는 치밀함이, 이렇게나 바쁜 상황에 나올 수 있는 것인가.
그 차가운 성격 뒤에 숨은 섬세함을 매번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AI 로봇처럼 느껴졌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주차장에 다다랐고, 경호원들은 톰슨과 메이를 안내했다.
그랜드 볼룸이라 불리는 대형 연회장의 문을 열자, 수백 명의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스라엘 국적의……?”
“그렇다네. 나도 막 뉴스를 봤는데, 이거, 이거 반유현 셰프가 또 큰일을 벌이고 있어.”
“예?”
“아니, 그 나라에 교수진으로 활용할 셰프들이 충분한가를 판단하기 위해서 이런 행사를 기획한 것 아니야.”
“모든 셰프들을 불러 모으라고요?”
가뜩이나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반유현 레인보우’의 총괄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를 프랑스에 있는 유럽을 포함해 총 6개 대륙, 다시 말하면 새로운 다섯 개 대륙에 설립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검증 단계가 이렇듯 ‘반유현’스러울 줄 몰랐다.
“그, 그럼 여기에 있는 셰프들이 다…….”
“그렇다네. 이스라엘 국적의 모든 셰프들이 소집되었어.”
“헉!”
더군다나 무대 위에 올라있는 셰프들의 얼굴을 보니 낯이 익었다.
“저분은…… 대한민국 챌린지 컵에서 3관왕 하신 분 아니에요?”
미슐랭 원스타를 가졌지만, 그 나이가 너무 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셰프였다.
“저분은 이스라엘 공관에서 요리하시는 분?”
“세게르 모세 셰프를 아나?”
“지중해식 요리의 대가 아니에요? 베스트셀러도 있고…….”
무대 위에 긴장된 표정으로 심사를 받는 이들 모두, 요리 업계에 이름이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반유현의 옆에 매번 붙어 있던 메이가 고작 그 정도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우와아아아…….
지금 터져 나온 탄식이었다.
세게르 모세 셰프가 고개를 숙일 때 나온 탄식.
“이제는 완전히…….”
“반유현 셰프가 ‘탑’ 셰프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지.”
이스라엘 현지 최고 셰프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미슐랭 스타를 가진 셰프들도, 반유현의 명성에는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렇게 요리 테스팅이 시작되었고, 반유현의 지목을 받은 셰프들이 각각 마련된 조리대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그때, 반유현이 저 멀리에서 메이를 불렀고, 메이와 톰슨은 무대 위로 올라갔다.
“기자들 많지?”
“네…….”
“경호원들 안 보냈으면, 꽤 힘들었겠네.”
“감사합니다.”
“오늘 특이사항 있어?”
“없습니다! 26 메뉴 중 새로운 메뉴 추가를 언제쯤 해야 될지만…….”
반유현과 메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고, 요리가 끝난 셰프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을 울렸다.
요리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자 반유현은 곧장 그들의 조리대로 다가갔다.
그 첫 번째 순서는 세게르 모세였다.
“지중해식 가자미 오븐 구이입니다. 후.”
반유현이 앞에 서자 긴장을 한 터인지, 짧게 숨을 내뱉은 세게르 모세였다.
“지방 함량이 적은 가자미 구이를 소금간하지 않고, 올리브 오일과 레몬, 월계수 잎을 이용해 풍미를 높였습니다. 구운 감자는 가니쉬로 활용해 봤습니다.”
반유현은 무표정으로 그 요리를 먹고는 아무런 평을 하지 않고 다음 요리로 넘어갔다.
‘……?’
매우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셰프들과 메이였다.
그렇게 총 열 명의 셰프들의 요리를 맛본 반유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 계신 셰프님들 중에, 국가의 부름에 억지로 끌려오신 분 있나요? 아니면, 반유현 팩토리가 진정 이스라엘에 설립되길 바라셔서 이 자리에 오신 건가요?”
***
우와아아아!
이스라엘의 셰프들과 장관에게 약속을 받아내고 장을 나왔을 때는 기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장소가 서울 다음으로 반유현 팩토리가 선정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자들이 몰려온 것이었다.
대중들의 관심과 기자들의 움직임이 비례하는 것이라면, 이렇듯 많은 기자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쏠렸는지 보여주었다.
“셰프님! 한 말씀 해주시죠! 이스라엘이 선정되었습니까?”
“나라를 통째로 주무르시는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반유현 셰프님 한 마디에 국격이 달라지는 것 또한 그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자들이 질서 없이 마이크를 내밀 때에,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기자들의 질문의 수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마이크 하나만 주시죠.”
그렇게 비공식적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나는 한 기자가 건네준, 여러 개의 방송사 마이크가 묶여있는 뭉치를 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파리,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반유현 팩토리가 설립될 겁니다. 계획대로만 된 다면요.”
우와아아아!
기자들의 긴 탄식이 쏟아져 나왔고, 플래시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그 계획이 뭡니까?”
“잠정적으로 결정이 난 건가요?”
이곳에 모였던 이스라엘 셰프 대부분들이 자신의 나라에 반유현 팩토리가 설립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품는 요리의 성지로 자신의 나라가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인데, 셰프로서의 삶을 사는 이들에겐 그런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했다.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뉴욕, 아시아의 일본처럼 미식 문화에 특화된 나라 출신의 셰프들이 그 후광을 얻는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면 나라에서 탄생한 셰프들의 숫자가 많아지리란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풍족한 인력시장이 열린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모두가 원하기에 이런 전제를 걸 수 있었습니다.”
그 전제에 동의한, 셰프들의 서명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어 보여주니, 플래시가 또 한 번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기자들에겐 기삿거리가 풍년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