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요리사, 그 이상의 힘 (7)
우와아아아아!!!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장에 흙먼지가 일었다.
“الشيف بان يو هيون(반유현 셰프님!)”
“Please taste! (맛 좀 봐주세요!)”“Prova questo piatto!(이 요리 좀 먹어봐!)”
아랍어를 주로 쓰는 나라지만, 영어와 이탈리아어도 종종 들려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순식간에 내 쪽으로 모여드는 인파에, 경호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사람들을 막아섰다.
각종 화기로 무장하고 있는 경호원들 덕에 사람들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멈췄지만 소리는 계속되었다.
“반유현 셰프님! 제발 이쪽 좀 봐주세요!”
“제발요!”
“셰프님! 저희 요리 좀 맛봐주세요!”
자신의 요리를 평가해 달라는 사람들이었다.
저마다 접시에 자신들이 판매하는 요리, 또는 갓 만들어 낸 요리를 담고 내가 맛을 봐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계획대로,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
오스틴이 내 옆에 와서 속삭였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됐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긴 한데.”
이번엔 오스틴보다 오히려 내가 놀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까지 나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니.
이 대륙에 있는 나라들, 이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이곳 사람들이 SNS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며 이곳의 대중매체를 본 적도 없었으니까.
“이렇듯 파급력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그런데 계획대로 된 것 아닙니까?”
계획이라면, 이스라엘에 반유현 팩토리를 유치하는 것과, 이스라엘 정부가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규제를 적절하게 완화한 것과, 반유현 팩토리의 모든 것은 무상 지원된다는 것을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모두 번역해, 아프리카 주요 도시에 그 정보들을 뿌린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날 알아봐? 이건…….”
그렇다고 하기엔 이 정도의 반응은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이 사람들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반유현 팩토리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것을 알고 있다 쳐도, 셰프인 것은 어떻게 알아?”
“그, 그러네요.”
사업가와 셰프는 당연히 다른 경계에 있는 것인데, 이들은 나를 아주 유명한 요리사로 보고 있는 듯했다.
“나를 알아?”
나는 나를 둘러싼 경호원들 사이에서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작은 소녀에게 물었다.
이탈리아어로 물으니, 그 소녀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반유현 셰프님…….”
그로서 이들의 이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이해가 됐다.
“나를, 셰프라고 하네. 이 사람들은 내가 반유현 팩토리의 수장이자, 유명한 요리사인 줄 알고, 나에게 맛을 인정받으면 곧장 반유현 팩토리에 입학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네.”
이 사람들이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을 보면, 이 사람들에게 반유현 팩토리는 천국, 또는 낙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애원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말이다.
“일단, 셰프님. 경호 문제도 있고 다시 차에 오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 오스틴은 경호 문제를 말하며 다시 차에 오르길 권유했다.
“우리 경호가 그것밖에 안 돼?”
“예?”
“이 사람들이 위험해 보일 정도냐고.”
“아, 그, 그건 아닙니다. 혹시나, 만에 하나의 상황을…….”
“판이 깔렸잖아. 기회를 놓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
경호 인력들은 한 시간 내에 추가로 투입되었다.
기업들에 돈을 받아 인도양을 건너는 배를 호위하는 업무를 맡고 있던, 대한민국 특수부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용병들을 급하게 구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이곳 리비아 시장에 있는 사람들의 질서를 만들었다.
“한 명씩 가져오라 그래.”
급하게 책상과 의자를 구한 나는 그곳에 앉아 있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요리를 하나씩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정말…….”
“뭐가 그리 걱정돼. 내가 공짜로 봉사를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다 되돌아올 거야.”
“네…… 당연히 깊은 생각이 있으시겠지만……. 아, 아니. 당연히 제가 헤아리지 못하는 거겠죠?”
아직, 아프리카 대륙 내의 한 나라만을 들렀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조차 나에 대한 인지도가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다.
그나마 GDP가 높은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집트 정도에서는 나를 알아볼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나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100년을 넘게 살며,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이렇다 할 관심은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었다.
나는 이런 관심이 엄청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아프리카 연합의 사과를 듣고, 그들이 이스라엘에 설립될 반유현 팩토리에 어떤 것들을 해줄지 듣기 위함이었는데, 나의 인지도를 더욱더 높이는 것은 그들과 있을 회의에서 내가 조금 더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또, 이런 관심을 외면한다면 이들의 마음을 돌릴 가능성이 올라간다.
“걱정하지 마. 치안이 안 좋다 한들, 저렇게나 총을 메고 있는 경호원들이 날 보고 있는데 누가 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겠어.”
그렇게 보좌관들의 걱정 어린 분위기 속에서 요리 평가가 시작되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한 명씩 내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요리를 올려두었다.
“에구시 수프(EGUSI SOUP)?”
“네”
나이지리아의 대중 음식으로, 이 요리를 잘 알고 있었다.
냄비에 오일과 토마토소스, 각종 해산물과 육수를 넣고 끓인 뒤 호박씨를 곱게 갈아 만든 가루와 달걀을 섞고, 녹말로 걸쭉하게 농도를 맞추는 요리.
이것을 보고 냄새를 맡자마자 그 레시피가 정확히 떠올랐다.
“네가 했니?”
아까 경호원들 사이로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던 체구가 작은 소년.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내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농도가 너무 걸쭉해.”
내 말에 순간 몸이 경직되는 소년.
“해산물이 없는데도. 맛있네.”
오일과 토마토소스,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곡물들의 풍미가 고소했다.
“달걀이 아닌 것 같은데.”
“어, 어떻게…….”
맛만 보고도 요리에 들어간 재료를 알아내는 내가 놀라웠나 보다.
풍미가 고소하다는 말에 미소를 짓던 소년이, 다시금 몸이 경직되었다.
그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놀라 나를 쳐다봤다.
“메추리알이야?”
“헙…….”
“녹말을 많이 넣어서 농도가 걸쭉한 게 아니라, 메추리의 알로, 달걀을 넣은 것 같은 색감을 주려고 많이 넣다 보니까 걸쭉해진 거구나.”
소년이 놀란 눈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리자,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시, 신…… 맞네요. 요리의 신?”
“뭐?”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런 줄 알고 있어요. 냄새와 맛으로만 재료를 알아맞히고, 이 힘든 생활에서 저희를 구원해…….”
“그건 아니야.”
인류애, 평화, 죄다 나하고는 관심 없는 키워드였다.
내 브랜드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나 스스로의 이미지를 챙길 때가 많지만, 과도한 설정은 사절이다.
“실력 있는 사람만 데려가.”
“그럼 저…… 는…….”
“너는 주소랑 이름 적고 가. 가능성이 있어.”
내 말에 이곳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아프리카, 1호 반유현 팩토리 입학생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내가 갈라디너나, 그랜드 오프닝을 할 때는 볼 수 없었던 진정 폭발적인 반응들이었다.
이들은 진짜 반유현 팩토리를 낙원으로 알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확실하게 해야겠네. 아프리카 연합하고 회의 시간 좀 뒤로 미뤄봐.”
“예?”
이곳 사람들의 반응이 이 정도라면, 나도 더 많은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카메라도 준비해. 회의장까지 가는 길에 마을이 보이면 무조건 하차한다.”
***
아프리카 연합.
55개의 국가 중 약 25개 국가의 수장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들은 모두 반유현과의 회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예수가 나타났다고들 합니다.”
“예수요?”
“예, 이 사진을 보시죠.”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몸을 만지기 위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손을 내미는 그림들, 성경 속에서 많이들 봐왔던 그 그림처럼 지금 이들이 보고 있는 사진도 그랬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반유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
아니, 어쩌면 성경 속에서 수없이 봐왔던 그 그림들보다 사진 속의 반유현의 기세가 더 대단했다.
“사람들이 모두 접시에 요리를 담고 줄지어 있는 걸 보면, 저 사람이 그토록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러게요 무슨…… 왕한테 자신들의 음식을 대접하는 것처럼요.”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리비아 국민들이 저 사람에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다 준 모양입니다.”
“종교 이상이군요.”
이 회의에는 장시간 집권한 독재자들도 꽤나 있었는데, 당연히 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자를 보는 시선이 불편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들과 스킨쉽을 하며 저런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인물은 이 대륙 내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습니다.”
“반유현? 어쨌든 저 사람 때문에 이탈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치인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그가 국민들을 유혹하며 나라의 근간을 흔들리게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어쩌겠습니까. 유럽연합, 미국 정부까지 나서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협력적 관계가 되어야 할 겁니다.”
“이것들 보십시오. 벌써 언론들이 그를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 반유현, 아프리카 빈민들을 위한 요리. ] [ 세계 최고 셰프의 사랑이 담긴 행동들! ]요리를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 회의장으로 오는 길 내내 마을이 보이면 그 마을의 식재료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요리를 선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 정신적 지주가 되어가고 있는 반유현! ] [ 이스라엘 반유혁 팩토리에 대한 열망 가득! ] [ 믿을 수 없는 반유현의 행보! UN도 주목하다! ]그가 언론사, 기자들을 데리고 움직이는지, 그의 행보들은 매번 사진과 함께 기사로 나가며 많은 세계 기구들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미 주도권은 넘어갔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반유현에게 소리를 질렀던, 각 국가의 관계자들도 있는 자리 자신들이 했던 행동에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에 대한 공부를 했던 바, 그는 자신에게 나무란 사람을 용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 계신 대부분의 분들이 장기간 지도자를 해왔던 터라, 고개 숙이는 법을 모르셨을 텐데, 오늘에서야 알게 되셨군요. 한 명의 요리사…… 군대나 무기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한 명의 사람에게도 고개를 숙여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요. 이미 이것만으로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