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거대한 움직임 (3)
“반유현 셰프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라스베이거스, 포시즌스 호텔의 한 레스토랑.
아직 오픈하지 않은 이 레스토랑의 주방엔 스물다섯 명의 셰프들이 모여있었다.
이 레스토랑의 바로 앞, ‘반유현 레인보우’에 손님이 바글거리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예? 반유현 셰프님의 지시 말씀이십니까?”
“아프리카에 힘쓰시느라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어?”
“말씀해주십시오!”
이곳의 총괄 셰프인 제리의 말에, 셰프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곳의 레스토랑 런칭을 준비시켜놓고는, 모든 팀원들을 이끌고 아프리카대륙으로 날아간 탓에 라스베이거스의 또 하나의 레스토랑인 이곳의 런칭이 지지부진해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들려온 반유현이라는 그 이름의 소식은 셰프들을 들뜨게 할 만했다.
“레스토랑 런칭 날짜가 잡혔어.”
우와아아아아!
제리의 말에, 셰프들은 다시금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환호를 지르다가도 다시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셰프들의 결연한 표정을 보고 있던 제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제리의 얼굴을 본 셰프들도, 괜스레 불안함을 느꼈다.
“우리가 준비하던 메뉴들은 전면취소야.”
술렁이는 장내.
“무슨 소리입니까 셰프님!”
“밤새! 준비했던 메뉴들이 취소라니요!”
“셰프님께서도 인정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정도면 반유현 셰프님께서도 인정하실만한 요리라고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셰프님, 레스토랑은 런칭 준비를 하는데 우리의 메뉴가 전면 취소라는 게…….”
셰프들의 원성을 한 시간 동안 들어주던 제리는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 다 짐 싸. 우리도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예에?”
“우리 말고도 많은 팀들이 아프리카에 모일 거야.”
***
라스베이거스를 지키고 있던 톰슨도 그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펠리지오 호텔의 간부들을 만났다.
“심상치 않습니다. 이거.”
“반유현 셰프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던 톰슨 셰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희도 무언가를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반유현 팩토리 성적우수자부터, 최근 라스베이거스에 레스토랑 런칭을 준비하던 셰프들까지 모두 아프리카로 떠났다.
또, 유럽연합이며 미국정부며, UN이며 할 것 없이 그 축제를 돕는다고 했다.
이미 대중들에게 배부된 초대권 일부는 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아프리카의 경호를 맡을 인력들의 몸값도 오르고 있었다.
“이 현상 자체만도 그렇지만. 반유현입니다 반유현.”
톰슨은 반유현이라는 존재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이렇게 발생하고 있는 모든 현상을 주무르고 있을 것이며, 이 차후의 계획까지 그 머릿속에 있을 것이라고.
“역사상 없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 정도입니까?”
간부들도 반유현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과연 그 정도일까.
과연 일개 셰프 한 명이 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경영, 경제 석박사, 또는 수차례 기업을 경영해봤던 중진들에겐 그랬다.
“혼자서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하고 꾸린다는 게 가당키나 합니까? 물론, 이 현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걱정하는 건 톰슨 셰프님께서 이 상황에 심취해 이성적 판단을 내리지 못할까…….”
“아닙니다. 저는 제일 날카로운 이성적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반유현’ 산하의 모든 셰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아프리카로요. 아무래도, 이 축제…… 반유현 셰프가 무언가 제대로 승부를 낼 것만 같습니다. 프랑스, 런던, 라스베이거스…… 그 어떤 도시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규모의 움직임? 그 근거가 뭡니까. 반유현 셰프는 항상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퍼부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톰슨이 입에 닳도록 반유현이란 인간의 영향력에 대해 말해왔던 터라, 톰슨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개인적 감정이 깊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도 당연했다.
“미국 정부는 반유현 셰프에게 경호 인력을 동원해줬습니다.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자들은 고개를 숙였고, UN관계자들은 적극 협조 공문을 시달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브랜드 ‘반유현’과 더 끈끈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톰슨은 세계 주요기관들이 움직인 것까지, 모두 반유현의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들은 반유현의 생각에 의해 움직인 것이다.
“하하하! 톰슨 셰프님 말씀대로라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란…….”
“음…… 저는 톰슨 셰프님께 공감합니다. 여태까지의 행보를 본다면 그 모든 걸 계획했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
“톰슨 셰프님, 그래서 저희는 무얼 해야 하는 겁니까?”
몇몇 간부들이 톰슨의 말에 동조했고, 톰슨은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번 반유현 셰프님이 처음 라스베이거스에 왔을 때, 우리 호텔은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확실한 커리어 하나 없는 반유현 셰프를 라스베이거스로 초대한 셰프가 되어 많은 호사를 누렸습니다.”
말수가 없던 톰슨이 유창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열하니, 호텔 내 간부들도 그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국 그뿐이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은 이후로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저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쌓아온 실력으로 이번 아프리카 음식 대 축제에 저희 펠리지오 호텔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루시앙 셰프님! 반 셰프한테, 메일 온 것 보셨습니까?”
“아니. 그 바쁜 사람한테 메일이 다 왔어?”
“하하하하. 반 셰프한테 그간 삐치셨나 봅니다. 연락이 자주 오질 않아서?”
올리버와 루시앙, 반유현 초창기에 반유현이 파리에 정착하는 것을 도와준 은인이자, 어쩌면 반유현의 최대 수혜자라 할 수 있었다.
“크흠! 삐치긴 무슨! 무슨 연락이 왔는데!?”
“아프리카로…… 오랍니다.”
“뭐?”
“말 그대로입니다. 아프리카로 셰프들을 이끌고 와달랍니다…….”
메일의 내용은 비단, 이들에게만 보낸 것 같지 않았다.
반유현은 다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메일을 보냈다.
“내, 내가 반셰프가 부탁하는 건 다 도와주려고 했지만. 알잖나! 자네도. 내가 얼마나 반셰프를 아끼고…….”
“어떡할까요.”
“알잖아! 내가 반 셰프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 이런 부탁은…….”
“저는 가야 될 것만 같습니다. 아무래도, 또 하나의 역사를 새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
“저랑 예전에 이 주방에 있을 때, 반 셰프가 말했었습니다. 전에 없는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갈 것이라고.”
“아프리카라…… 머리 아프구만.”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게 뭐래유?”
“예, 대표님. 반유현 셰프가 보낸 메일입니다.”
“차암나! 전화도 아니고, 이제는 이렇게 장문의 메일로 사람을 아프리카까지 불러?”
“하하하. 아무래도 저희뿐만 아니라, 여러 그룹에 단체로 보낸 것 같습니다.”
“아니 세계 주요 기관들까지 주무르는 양반이 내 도움이 뭐가 필요하대유?”
백원종 대표에게도 반유현의 메일이 도착했다.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양반이라니까.”
그러면서도, 백원종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매번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며 해내는 반유현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그려. 준비해. 아프리카 구경도 해보고 좋구먼.”
***
[ 반유현 사단의 움직임. ]브랜드 반유현이 아닌 반유현 ‘사단’이라 함은 나의 최측근 인사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미슐랭 스타 스무 개를 넘기 전, 방송에 쉴 새 없이 출연한 덕에 나의 주변 인사들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다.
대표적으로, 나를 파리에 처음 입성시킨 루시앙, 그리고 함께 일한 올리버, 또, 대한민국에서는 어쩌면 나보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을 백원종…….
라스베이거스의 톰슨 등 실제로 나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아프리카인데, 이렇게 흔쾌히 부탁을 받아주실지는 몰랐는데?”
“저, 저희도 몰랐습니다. 숙박하고 경호 인력 충원하느라 머리 아픕니다.”
“아, 그러고 보니, 톰슨 셰프님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펠리지오 호텔 간부 양반들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기 어려웠을 텐데.”
톰슨은 오너 셰프가 아닌, 호텔에 소속된 셰프였기에 그 산하의 셰프들을 통째로 움직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간부들을 설득해 내야 했을 텐데, 그가 이곳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은 나도 꽤나 놀랐다.
“어떻게든 설득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톰슨 셰프님은 워낙 반유현 셰프님을 좋아하시니까요.”
[ 루시앙, 올리버, 백원종 …… 반유현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이 아프리카에! ] [ 반유현의 최대 수혜자, 루시앙 반유현의 명령을 따라! ]나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적절하게 있는 그들의 팬덤까지 흡수하고, 이 축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심산이었다.
이름이 꽤나 있고, 나를 따르는 셰프들이 나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액션은 이번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셰프님이 생각하신 대로 반응이 장난 아닙니다.”
#반유현아프리카 #아프리카#반프리카초대권
#반유현#초대권#나도#반유현챌린지
이미 SNS상에는 나에 대한 태그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중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이제 이 축제의 현장에 끼고 싶어 안달 난 셰프들과 레스토랑 업주들, 호텔들은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마카오 MJM 총괄 셰프 리키박입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면 저희 측에서…….
-미슐랭 11스타 엘러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살았던 경험이 있어 저희 셰프들이…….
“이런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 저분들을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불러 모은 게 아니야.”
저들을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부른 본격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흩어져 각 나라의 요리를 배우고 온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돌아오게 된다면 알게 될 터였다.
“미슐랭 스타 셰프, 루시앙이 만든 아프리카 음식, 대한민국 프렌차이즈 거장 백원종이 만든 아프리카 음식, 펠리지오 총괄 셰프 톰슨이 만든 아프리카 음식…….”
애초에 축제의 목적이 그랬다.
아프리카 음식의 잠재력을 널리 알리는 것.
꽤나 이름값이 있는 스타 셰프들이 아프리카 조리법을 이용해 맛있는 요리를 내어놓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가 대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면, F1 탑 레이서인 슈마흔이 이제 갓 태어난 자동차 브랜드 회사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그때였다.
밖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오고, 버스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한 팀이 온 건가.”
“저 버스 번호는, 케냐로 출발했던 팀입니다.”
버스가 정차했고, 셰프들이 내렸다.
직접 마중을 나갔고 셰프들은 차에서 내리며 인사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어떤 경험들을 하고 왔는지 궁금하네요.”
“셰프님 덕분에! 정말 신선한 경험들 많이 하고 왔습니다!”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셰프들, 하기야 나도 이 대륙에 대한 경험이 적은데 저들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저들의 기쁜 마음에 동요되어 즐기고 싶지만, 할 일이 산더미다.
“케냐…… 그 요리가 어떤 건지 좀 보자. 이제 셰프들이 들어올 시간이라, 빨리 좀 봐둬야 될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