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거대한 움직임 (6)
‘악어고기로 이런 맛을 내다니…….’
충격 그 자체였다.
벤니스는 혀를 내둘렀다.
‘카레에 가미된 향신료들은 뭐지.’
다시 한번 반유현의 요리를 먹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벤니스는 수저를 들고, 반유현이 만든 카레를 퍼먹는 것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그 맛의 근원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맛의 카레가 있다고?’
아니, 정확히는 아는 맛이었다.
향신료로 쓰인 각각의 맛을 알고 있지만, 오묘하게 그 요리의 총체적 밸런스가 맞춰져 벤니스를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건…… 진짜 신인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수장, 반유현의 요리를 처음 먹어보곤, 유치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진 명성에 의해 그의 요리가 원래보다 더 맛있고, 더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밑에 있는 셰프들보다 더 객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이 요리를 먹었는데,
“놀랍죠?”
“하하하하. 벤니스 셰프는, 처음 경험해 봤나 봅니다.”
“우리는 이 충격에서 익숙해져 이제 즐기잖아요?”
루시앙, 백원종, 올리버, 톰슨 등 자신과 겨뤘던 배테랑 셰프들이 다가와 말했다.
자신들은 반유현이 이 요리를 하기 전부터, 충격적인 맛의 카레가 탄생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알면서 대체 왜…….”
당연히 반유현이 대단한 맛을 내리란 걸 알 수 있던 셰프들.
자신들이 이 대결에 승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저렇게 열심히 임했단 말인가?
“왜긴요. 반유현의 이름값에 누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그만한 힘을 쏟아야죠.”
“하하하하! 벤니스 셰프님은 그래도 이겨 보려고 하셨나 보네요.”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렸고, 셰프로서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한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진 벤니스가 고개를 숙였을 때,
“카레! 카레!”
“카레!”
반유현의 요리를 먹은 현지인들은 연신 ‘카레’를 외쳤다.
당연하다는 듯이 박수를 치는 셰프들.
그때, 이 축제를 지원한다고 했었던 각 기관의 유력 인물들이 다가왔다.
“이런 카레는 처음 맛봅니다. 제가 일본 지부에 있었을 때도…….”
UN 아프리카 경제회 회장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파급력을 이렇게 들으니, 또 새롭네요.”
현지인들이 반유현과 카레를 외치는 것을 보고 고개를 좌우로 젓는 아프리카 연합회 총무.
“아프리카 대륙을 환하게 밝혀주시니…… 다른 신이 또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옆에서 겸손하게 손을 좌우로 저으며 반유현이 말했다.
“아직 제대로 밝히지도 않았는데요.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 대륙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를 만들겠다는 그의 말에, 루시앙, 백원종을 비롯한 베테랑 셰프들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비유적인 표현일 것만 같은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가 그들에겐 반유현의 또 다른 계획으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반유현 셰프님이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대체 뭘까요?”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그릴 파티라도 하시려나?”
“대륙 전체 그릴 파티? 제가 보기엔 그에 버금가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으신 것 같습니다.”
“흠.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 뭘까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올나잇으로 놀아보자는 건가? 나도 가늠이 안되네 저 양반 워낙 유별난 사람이라서.”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벤니스는 이 현장에 있는 반유현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괜스레 두려워졌다.
***
[ 다시 시작된 반유현 신드롬 ] [ 스타 셰프들과 함께 시작된 아프리카의 흐름 ] [ 라스베이거스 톰슨 셰프 “역사에 함께 하고파 라스베이거스로 건너왔다.” ] [ 파리 루시앙 셰프 “이제는 우리 전체를 책임지는 반유현, 스승 타이틀 부담스럽다.” ]행사가 1주일 남은 시점에 축제의 준비과정을 촬영하던 방영분이 나갔다.
이번 축제 준비과정의 독점 촬영권을 넘겨주니, 이렇듯 파워풀하게 촬영과 편집, 그리고 방영까지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있었다.
[ 계속해서 치솟는 ‘반유현 페스티벌-아프리카’의 표값 ]“축제 이름도 정했고, 셰프들도 모두 준비가 끝난 것 같은데 이제 그 기획도 말해봐. 우리도 그에 따라 축제 당일 촬영 팀을 구성해야 되니까. 에티오피아, 여기서 축제를 벌일 거지?”
[ 스타 셰프들 아프리카로 줄지어 도착! 반유현 산하의 셰프들과 합작해서 아프리카 요리들 습득! ] [ 미슐랭 스타 셰프들 대거 아프리카 입국! 반유현의 부름 ] [ 셰프들을 줄줄이 아프리카로 불러내는 반유현의 영향력! ]각 나라로 파견 갔던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연이어 도착할 때쯤, 나는 방영된 방송을 이용해 전 세계의 셰프들을 소집했다.
각 국가 셰프들의 수준을 확인하려고 라스베이거스에 수많은 셰프들을 모았던 것처럼, 나는 네임드가 꽤나 강력한 셰프들에게 직접 연락을 했었다.
[ 요리업계 새로운 역사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반유현 셰프의 부름에 응해. ] [ 미슐랭 4스타 셰프, 오린나 “반유현 셰프님이 말한 새로운 역사…… 그 단어가 몸을 움직이게 했다.”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이 아프리카 각국으로 퍼져 배워온 요리들을 내가 소집한 네임드 셰프들이 터득하고, 그 셰프들이 이 축제에 참여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축제는 기획됐다.
“첫 방영이 또 그런 반응을 얻으니까, 셰프들을 움직이는 게 수월했습니다.”
“과연……그랬을까. 지금 네 이름값은 방송이 없었어도 셰프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해.”
계획대로 네임드 셰프들은 반유현 팩토리 셰프들이 가져온 아프리카 요리들을 배우고 있었다.
“요리를 가르쳐 주고 배우는 셰프들끼리도 점점 축제 분위기가 형성되어서, 이번에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 가늠이 안 돼. 참 대단해. 너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겠지만. 반유현.”
이성찬이 카메라에 담은 장면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네임드라고 직접 나의 부름을 받은 셰프들이, 어떻게 보면 초급 셰프라 할 수 있는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에게 아프리카 요리를 직접 배우는 장면.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은 유명 셰프들과의 접점을 갖고 그들에게 요리를 가르쳐 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험이 될 터임에 즐거웠고.
네임드 셰프들은 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그렇게 선순환의 구조 안에서 축제는 준비되어 갔다.
“이쯤에서 긴장감을 주는 겁니다.”
내가 계획을 하나씩 풀어내는 이유였다.
반유혁 팩토리의 셰프들을 이곳에 불러 모은 것도, 그들을 버스에 태워 각 나라에 파견 보낸 것도, 그리고 네임드 셰프들을 불러 아프리카 각국에서 배워온 요리를 그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하루도 마음 편히 있지 못하고, 항상 긴장된 상태로 셰프들은 대기를 하죠.”
그 누구도 내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예측하지 못한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을 통솔하려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긴장감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무, 무슨 계획인데?”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 대륙을 한번 만들어 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데 대체…….”
“지난번 빌렸던 버스들을 다시 다 불러야 될 것 같습니다. 경호 인력들도 충원하고, 렌트카 회사들도 이쪽으로 불러야겠습니다.”
내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이성찬 옆에, 오스틴과 보좌관들은 나의 이야기를 그대로 적기 시작했다.
“오스틴, 알아들었어? 무슨 계획인지?”
“대충 알겠습니다. 일단 셰프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은 모두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 다음에 셰프님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듣도록 하죠.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래. 일은 그렇게 하는 거야.”
나와 오스틴을 쳐다보던 이성찬은 우리의 대화까지 촬영하고 있던 카메라를 한번 본 뒤에 우리의 대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야 무슨 각본 짠 것처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다큐가 아닌 것 같잖아. 드라마 찍어?”
***
천 명이 가까이 되는 셰프들이 모여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 라스베이거스에서 온 톰슨과 런칭을 준비하려는 제리, 파리에서 온 루시앙과 올리버 밑에 있는 셰프들, 그리고 나의 부름에 한걸음에 아프리카로 건너온 유명 셰프들.
“당연히 제가 지금 말할 계획에 거부 의사를 표현하셔도 됩니다. 그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겠습니다. 제 브랜드 산하에 있는 셰프들도 거부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 셰프들 옆에는 수많은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맨 처음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타고 각국으로 흩어졌던 버스들.
셰프들이 저마다 속삭였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계획들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리카 전체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생각이 바뀐 이유는 하나였다.
세계인들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으로 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을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비빔밥, 불고기 파티를 대한민국에서 하는데, 대한민국인들을 주요 고객이 아닌 축제를 벌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서, 초대권과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티켓을 모두 환불해주었습니다.”
암표야 저들끼리 불법으로 거래하는 행위였으니, 그 값에 대한 보상은 해주지 않아도 될 터.
나는 모든 티켓을 환불해주었고, 레스토랑 반유현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보답으로 줬던 초대권은 숙박권으로 바꾸어 준다거나, 경호 인력 또는 렌트카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것으로 바꾸어 줬다.
초대권을 회수하고, 티켓을 환불했다니 셰프들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아프리카에 도착하고 며칠 동안,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에게 각 나라의 요리들을 배우셨을 겁니다.”
내가 마이크에 입을 대자 다시 소란스러움은 사라졌다.
“문득, 우리끼리만의 축제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이렇게 버스들을 다시 모은 것의 이유입니다. 그래서, 다시 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퍼져 현지의 사람들까지 녹여 낼 수 있는 축제를 구상해봤습니다.”
셰프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의 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셰프님! 대체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이 어떻게 아프리카 각 지역으로 갈까요? 저희가 각 지역에 팝업형식으로 레스토랑을 차린다고 한들, 사람들이 거기까지 오겠습니까?”
나는 종이를 하나 꺼내들었다.
아프리카의 지도였다.
“이곳에 여러분들이 각 나라로 퍼져, 오픈할 팝업 레스토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치안 문제가 심각한 국가는 제외되었고, 만에 하나 벌어질 상황에 대비해 각국의 군 당국과 협조했으며 경호 인력을 더 충원했습니다. 그 사실또한 대외적으로 홍보 중에 있습니다.”
“그러니까요 셰프님! 저희의 말은……!”
“알고 있습니다. 치안 문제가 해결된다 한들, 사람들이 그곳에 방문을 할 것이냐? 그것을 묻는 것 아닙니까.”
나는 주머니에서 도장 하나를 꺼냈다.
“여러분들이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에서 방문한 손님들에게 도장을 찍어주세요. 그리고 그 도장을 가장 많이 받는 손님에게는 말도 안 되는 보상을 수여할 겁니다.”
순례길, 에베레스트, 올레길처럼 코스가 정해진 대다수의 여행지에서 사용하곤 하는 방법.
관광객들이 가지고 있는 지도에, 이곳에 방문했다는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오픈한 팝업 레스토랑에 방문 도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관광객에게는 레스토랑 반유현 평생 이용권 같은, 기가 막힌 보상을 하려 합니다. 그러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 대륙에서 바쁘게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반유현 표’ 아프리카 음식을 먹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