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이런 건 본 적 없을걸 (2)
[ 반유현 아프리카 진입 후 위성사진 ]반유현 아프리카 페스티벌이 시작되고, 며칠 동안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사진이 있었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본,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한 번쯤은 봤을 사진.
“참…….”
메이는 혀를 내둘렀다.
셰프, 요리, 충격적인 맛, 요식업계 영향력…… 반유현을 둘러싼 수많은 키워드들 중에서도 이번만큼은 그녀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뭐, 새삼스럽게 놀랄 것도 아니지.”
화제가 된 사진은 하늘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밤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중에서도 반유현의 이름을 건 축제가 시작된 날짜, 그 전후를 비교한 사진이었다.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매우 높은 공신력을 갖고 있는 NASA가 공개한 사진이었다.
“미구엘 라이언?”
NASA, 우주비행센터의 선임 연구원으로 지구의 야간모습 자료를 인터넷 서비스와 연결시켜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집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인물이었다.
그 사람이 직접 반유현의 이름을 거론하니, 그 화제성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 미구엘 라이언 “달에 반사되는 빛, 오로라, 모든 것을 제외하고 인간이 만들어 낸 불빛만을 감지하는 게 나의 목표. 밤의 불빛은 도시화, 경제적 변화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분이, 정확히 반유현 셰프님을 언급한 기사는 없는데?”
“없긴요. 이걸 보세요.”
[ 미구엘 라이언 “아프리카 주요 도시의 불빛이 더 밝아진 것은 분명 반유현 셰프의 영향이 있을 것.” ] [ “개인 한 명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VIIRS 센서 개발 이후 처음.” ]“…….”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경영학 전공하는 학생들한테는 반유현 경영학, 반유현 이론까지 생겼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기사를 모두 읽었을 땐, ‘반유현팀’에서 메이를 안내하러 나온 사내가 말했다.
“반유현 셰프님께서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를 기획한다고 하셨었는데, 이제는 정말 그렇게 되었네요.”
“하. 꺼지지 않는 아프리카?”
이전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창 일을 하던 메이는 이곳에서 반유현이 어떤 말을 했고, 계획을 했는지 메이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메이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 앞에 있는 사내처럼, 또는, 반유현팀의 구성원들이 반유현의 모든 속내를 헤아리지 못한 것처럼, 자신도 그랬을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또 몰랐겠지.”
깊게 생각을 해봤지만, 자신도 반유현의 모든 속내를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론이 섰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또…… 반유현이 자신을 신입 셰프나, 어린 애로 보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반유현 셰프님의 스케일에 비하면…… 나는…….’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반유현에게 들었던 승부욕이 부끄러워져 다시금 고개를 처박은 메이였다.
***
이집트 카이로.
아프리카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지금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야간 위성사진으로 따지면 밤에 가장 밝은 빛을 내는 도시일 것이다.
나일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 불빛들.
나를 평가하는 대중들에 널리 퍼진 말을 하나 인용해서 말하자면.
-나일강을 따라 발전된 이집트 문명을 놀리기라도 하듯이, 반유현은 나일강의 불빛을 넓게 분산시켰다.
당연히, 엄청난 과장이 섞인 말이었지만,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지금 이 대륙 내에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나, ‘반유현’이고.
또 한 번 역사적인 축제를 만들었다고.
“셰프님 일정도 다 공개했습니다.”
나는 대중들의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 15개 도시에 차려진 약 70여 개의 팝업 레스토랑을 누비고 다녔다.
몇 날 며칠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공개적으로 알려 아프리카 대륙 내의 모든 팝업 레스토랑들이 한 번쯤은 큰 주목을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카이로에 반유현 아프리카 팝업 레스토랑-24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왔나! 반 셰프! 기다리고 있었네.”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24번째 레스토랑을 총괄하고 있는 루시앙이 나를 반겼다.
“인정하긴 싫지만, 자네가 이곳에 온다는 일정이 밝혀지고 나서 사람이 더 많아졌네.”
이집트 카이로는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인구밀집도도 높고 워낙 관광객들이 많은 주요도시라 이미 사람이 많았었는데, 내가 이곳에 올 것이란 게 알려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했다.
“나일강 불빛의 흐름을 바꾼 남자 아닌가! 하하하하!”
익살맞은 웃음을 하면서 나를 놀리는 루시앙이었다.
우와아아아아!
그 와중에도 카메라 플래시와 나를 향한 함성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뭐하나! 자네 팬들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자네가 직접 요리를 해보여야……. 크흠!”
불과 3년 전, 그때와 같았으면, 그렇게 일갈해도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다시금 나의 영향력을 깨달았다는 듯이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내 눈치를 보는 루시앙이었다.
물론 저 말의 90퍼센트 이상이 장난이었겠지만, 자신에게 머무르는 대중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탓일 테다.
그런데 그때, 루시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그래그래! 루시앙 셰프님 말이 맞네요!”
“하하하! 루시앙! 루시앙!”
“루시앙! 루시앙!”
그의 이름을 외쳐대는 사람들.
루시앙의 말을 지지하는 듯해 보이지만, 그 속내는 나의 요리를 먹고 싶은 것 아니겠나.
루시앙의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반 셰프! 저렇게 사람들이 기대하는데, 모른 척해서는 안 되겠지! 어?”
우와아아아아!
결국 내가 요리를 선보여야만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축제라는 이름 아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다.
루시앙의 체면도 지켜줄 겸 분위기도 또 한 번 살릴 겸 나는 소매를 걷었다.
꺄아악!
우와아아아!
반유현! 반유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조리복의 소매를 걷으니 더 큰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내가 조리복의 소매를 걷는 행동이 내가 요리를 하리란 걸 알려주는 행동이 되었다.
옷의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대단한 기대감과 설렘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건, 나조차도 즐거웠다.
우오오오와아!!
개수대에서 손까지 씻자, 분위기는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맘입니까?”
마흐시 하맘(mahshi hamam).
한국에 삼계탕이 있다면 이집트에는 이 요리가 있다.
닭 대신 비둘기를 이용한 요리로 비둘기 속 안에 찹쌀과 각종 양념과 향신료를 넣고 찌거나 굽는 요리로, 이집트 국민들에게는 대표적인 보양식이었다.
비둘기는 시내에서 각종 병균을 묻히고 돌아다녀, 사람들에게 더러움의 대명사지만.
이집트 사람들에겐 값싸고 영양가가 높은 고단백 식품이었다.
“가, 같은 요리를 하려고?”
“그럼요.”
그제 서야 자신이 뱉었던 말의 후회를 하는 루시앙.
“왜, 왜 같은 요리를 하려고 해……?”
그가 한 하맘과, 내가 만들 하맘이 정확히 비교될 것이 불편해진 루시앙이었다.
나를 알게 된 직후부터 나와 같은 요리를 해서, 직접적인 비교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나를 프랑스 파리로 데뷔시킨 장본인이고, 반유현의 ‘스승’이라는 타이틀에 혹시나 먹물이 튀길까 걱정하는 그를 이해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셰프님, 같지만 완전히 다른 요리를 해볼까 합니다.”
프랑스 파리를 주름잡는 무게감이 있는 셰프였지만, 그가 이렇게 작아진 건 내 탓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할 때, 저 멀리에 잘 아는 얼굴이 보였다.
“왔냐.”
메이였다.
어쩐지 루시앙보다 영향력도, 미슐랭 스타도 없는 그녀가 루시앙보다 커 보였다.
***
‘비둘기 요리를 언제 먹어봤더라.’
100년의 인생 동안 먹어본 기억이 있기는 한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요리해야 할지,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는 레시피가 없었다.
“한 점만 먹어보겠습니다.”
비둘기 요리는 닭보다, 메추라기와 비교해야 될 만큼 생각보다 작다.
뼈에서 살을 발라내면 더더욱 그 양이 적어진다.
그래서 하맘이라는 요리는 비둘기의 고기만큼이나 그 속에 채워지는 내용물의 맛이 중요했다.
“시나몬 가루를 찹쌀에 뿌리셨네요?”
“그렇다네, 비둘기 고기의 살과 찹쌀을 부드럽게 연결시켜 줄 향이 뭔지 고민해서 넣었다네.”
비둘기 살 특유의 잡내, 내장 냄새 때문에 시나몬 향을 고려한 루시앙이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비둘기 고기를 그나마 대중적으로 만들기 위한 그의 의도가 잘 구현된 것 같았다.
‘시나몬도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
비둘기 고기에 찹쌀을 넣고 한 번 쪄낸 뒤 그것을 굽는 것은 비둘기 특유의 향을 없애는 것에 오직 시나몬 가루만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굽는 과정에서는 다른 향을 입히는 것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루시앙이 굽는 조리법을 택한 이유는 납득이 됐다.
“반유현 팩토리의 셰프들이 현지인들에게 배워온 것을 그대로 익히신 것이니까요.”
발전시킨다고 시나몬 가루를 추가했지만, 완전히 요리를 발전시키는 못 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요리가 주제였기에, 그 주제를 지키고자 생각을 넓게 하지 않은 터였다.
“그렇게까지 조리법을 지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딱, 이 요리가 누가 봐도 하맘이라는 게 지켜진다면요.”
루시앙이 한 하맘, 비둘기 요리를 한 점 더 찢어먹은 나에게 이 요리를 훨씬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레시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비둘기 특유의 냄새도 냄새지만, 살결도 더 부드럽게 만들어야 돼.’
뼈에 붙은 살의 양이 적었기에, 이 고기의 퍽퍽함을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최상의 맛을 내는 건,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증명해온 바.
나는 조리법과 레시피를 모두 정했다.
“굽는 것 말고 기름에 튀겨야겠네.”
튀기는 과정에 비둘기 잡내를 없앨 향을 입힐 수 있고, 재료를 불에 굽는 것보다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속은 찹쌀하고 단호박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다, 단호박?”
생각지도 못한 재료에 루시앙이 고개를 흔들었다.
“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에 모여든 카이로 시민들과 관광객들도 어떤 요리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만 갔다.
나는 보조 셰프들이 가져온 단호박을 곧장 찜기에 넣고, 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리 손질된 비둘기를 가져와 그 속에 있는 찹쌀을 빼내기 시작했다.
루시앙이 바로바로 조리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 둔 것이었다.
“그래, 다들 멀뚱멀뚱 서 있고 너만 한 셰프가 없다.”
메이가 내 옆으로 다가와 비둘기의 속을 비워내는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여기가 첫 팝업 스토어야?”
“네, 빨리 빨리 돌아다녀야 되는데, 셰프님한테 인사는 해야 되니까요.”
“빨리 빨리 돌아다닐 수 있을까? 내 요리를 가장 처음으로 먹었는데.”
“네에?”
“내가 만든 아프리카 요리를 먹고도 다른 셰프들의 아프리카 요리를 먹을 수 있겠냐고.”
“…….”
“보조 셰프로 따라다니던가, 어차피 아프리카에 오픈한 전 팝업 스토어를 다 돌아다닐 참이니까.”
나는 말하면서 겉면에 수분을 제거한 비둘기 고기를 갖은 재료를 넣은 기름에 투하했다.
치이익!
그리고 그때, 메이가 입을 열었다.
“싫어요.”
그녀의 대답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