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이런 건 본 적 없을 걸 (4)
[ 아프리카 출신 기업인, 스포츠 스타들도 모두 동참! ] [ 역대급 라인업으로 분위기 고조되는 반유현 아프리카 페스티벌! ] [ 그에 따라 고조되는 유럽 연합, 미국 정부의 알력싸움. ] [ 한 명의 셰프가 만들어 낸 소용돌이, 그 끝은 어디인가. ]파급력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이 축제 자체가 역사적인 한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까지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니, 이런 그림을 얼추 상상해 봤던 게 예상한 것이라면 예상은 해봤다.
[ 아프리카 곳곳에 내전 멈추게 한 반유현의 축제. ] [ 노벨 평화상 후보 유력! ]“하하하.”
그 기사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 역대 최초 20대 노벨상 수상자 탄생하나. ]“노벨상? 그거 대단한 사람들만 받는 거 아니냐?”
옆에서 메이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몸으로만 치자면, 자신과 불과 두세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나.
그녀는 내 옆에서 내가 세상을 주무르는 과정을 모두 봐왔지만 믿기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해 둬.”
“네?”
“원래 이해하기 어려워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그냥 운이라고 생각해 두는 게 좋잖아.”
잠시 사색에 빠져있던 메이가 내 말을 듣더니 씩 웃고는 대답했다.
“운 아니잖아요.”
“뭐?”
“다 계획하셨잖아요. 모든 걸, 분식집 아들로 있던 시절부터…….”
내가 이렇듯 성장한 게 운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몇 안 되는 최측근.
그런데, 그 방향이 조금 이상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한답시고 이 모든 걸 계획하신 거잖아요! 저를 주방으로 데려오는 것도 계획을 짠 걸지도 몰라……! 아니, 루시앙 셰프님을 만나고 백원종 대표님을 만나는 것까지……! 이 아프리카 축제는 언제쯤 계획해 두신 거예요?”
그녀에겐 이미 내가, 종교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아…… 종교라면 운이고 실력이고 없겠지.
***
“저희가 이곳에서 열심히 구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언뜻 봐도 알 수 있는, 브랜드 ‘반유현’의 셰프들에게 주어지는 조리복을 입은 셰프가 제리에게 말했다.
“아직도 의심하냐.”
라스베이거스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런칭을 준비하던 제리와 24명의 셰프들.
그들은 반유현의 부름에 의해 곧장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왔었다.
방금 한 셰프가 제리에게 물은 것은 반유현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냐는 것이었다.
“축제의 규모나,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뭐, 같은 말인가요? 아무튼, 전 세계에 이런 규모의 축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저희를 위한다는 게 믿기지가 않고…….”
머나먼 아프리카 대륙까지 자신들을 부른 장본인이 자신들의 존재를 잊을 수도 있냐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질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저희를 위한 것이라고 하시니 더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 축제의 기획은 아프리카 대륙의 요리와 맛의 신선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곳이 가진 잠재력을 증폭시켜 반유현 팩토리를 포함한 브랜드 ‘반유현’에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반유현은 라스베이거스의 런칭할 레스토랑까지 머릿속에 품고 있다는 것.
“저희가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왔으니, 모른 척하기도 어려우실 테고…… 그래서 그냥 의미 없이 말한 것 아닐까요? 반유현 셰프님께서는 사실은 저희가 실제로 이곳에 올 줄 모르셨던 거 아닙니까? 반유현 셰프님께서 이 축제를 신경 쓰느라 바쁘실 것 같은데 저희가 방해가 되는 것 아닙니까?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서 저희만의 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축제의 파급력을 이용해 라스베이거스의 레스토랑까지 연착륙시킨다는 그 계획이, 아니, 도대체 축제와 런칭을 준비하고 있는 레스토랑과의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며칠간 대기 상태로 있던 제리 사단의 셰프들에겐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었고.
로또 육인방이자 반유현의 최측근인 제리가, 반유현을 의심한다는 것 자체로 기분이 나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중 누군가 총대를 메고 제리에게 물었다.
제리의 답은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반유현 셰프님을 의심하는 거냐?”
반유현의 최측근으로 이름을 날렸고, 모델 같은 맵시에 외모까지 가져 유명세를 가진 제리.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내 주방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귀신같이 반유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 셰프님. 제리입니다.”
빛나는 눈빛으로 전화를 받은 제리는 이내 전화를 끊더니 말했다.
“반유현 셰프님의 특별지시가 떨어졌다. 짐 싸.”
***
아프리카 내의 팝업 스토어를 방문하는 일정이 변경되어, 여러 곳의 팝업 스토어를 들른 다음 백원종이 총괄하고 있는 팝업 스토어로 향하는 길이었다.
“별명이 너무 많이 생기셨는데요. 이번 축제로,”
매일 차에서 현 상황을 평가해줄 기삿거리를 보고하는 오스틴이었다.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그런데 미움받지 않는 사랑꾼. ] [ 돈과 미슐랭 때문에 움직인다. ] [ 솔직해서 강한 맛, 반유현 셰프의 말말말. ]“어제 하셨던 말씀이 또 이렇게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뉴욕 가장 공신력 있는 잡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인물 1위 후보에 들었다는 말도 들리고.
100년의 인생 동안 해본 적 없는 경험들로만 꽉꽉 채워진 이번 생은 보람과 성취에 무뎌진 나에게도 즐거웠다.
“피도 눈물도 없던 셰프님이…… 요즘엔 계속 즐거운 표정을 하셔서 그래도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있구나 생각했는데, 이 기사들을 보면 확실히 셰프님은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습니다.”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반유현! 그의 선택은 매우 명확하고 단순하다. ]계속 자본주의, 돈, 솔직함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이유는 단순했다.
“기사들이 저한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그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 연설문이나 대본을 작성하는 전담팀이 있냐고요.”
“그래서 뭐라 했어.”
“반유현 셰프님 프리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행복감이 극에 달하자, 아프리카 난민들과 가난 탈출을 위해 후원하던 기업, 유명인들이 ‘반유현 재단’을 설립해 조금 더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자고 모였었다.
그리고 그 재단의 수장이자 이사장으로 나를 섭외하려 했었는데…….
내가 거절했다.
“아니, 셰프님!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러프하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연예인 짓은 못하겠어서.”
위대하고 좋은 일일 테지만, 아직 미슐랭 스타를 다 모으지 못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 다른 업무를 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 목표는 미슐랭 스타이고, 사람들에게 맛있는 요리와 그에 따른 행복한 경험을 보다 더 많이 시켜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사업 방식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불우이웃을 돕거나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 것은 재미없어서 안 한다…… 가. 잘못된 멘트는 없는 것 같은데.”
[ 반유현, 아프리카에 호박과실파리 퇴치 약품 15억 원어치 기부! ]“재미가 없으면서도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 반유현…… 이라고 또 난리입니다. 츤데레니…… 뭐니…… 제가 봤을 땐 타고난 연예인이신 것 같은데요. 구설수 없이 이렇듯 미담만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계시니까요.”
내가 아무말 없이 오스틴을 바라봤다.
나를 치켜세우는 기사는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나의 눈짓에 오스틴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제리 셰프와 그 휘하의 셰프들이 움직이는 것도 많은 이슈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브랜드 반유현 산하의 지휘급 셰프를 뜻하는 검은 스카프를 맨 제리.
그가 아프리카 전역의 팝업 레스토랑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포착된 모양이었다.
“이 셰프가 독단적으로 움직일 리는 없고…… 어떤 지시를 하신 겁니까?”
“아프리카에 있는 70여 개의 팝업스토어에 있는 모든 요리를 흡수하라고 했어.”
“예?”
매일 밤을 새우면서 아프리카를 돌아다녀야 해낼 수 있는 지시사항이었다.
“그래, 힘들겠지. 그런데 해야만 돼.”
어떻게든 이번 축제의 파급력을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과 연결 짓겠다는 생각을 한 바.
제리가 해야 될 것이 명확해졌다.
“이곳에 열린 70개의 팝업 스토어를 축소판으로 라스베이거스에도 똑같이 열거야.”
이 축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자 축제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이 축제에서 사용되는 요리를 그대로 재연해 미국에 선보이는 계획을 떠올렸다.
“축소판이요?”
“항공편, 숙소, 경호원, 렌트카 모든 게 한정되어있는 이곳의 축제는 세계인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이 축제에 참여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의 욕망을 해소시켜 줌과 동시에, 새롭게 레스토랑 반유현을 맡을 ‘제리’의 요리 실력을 만천하에 알릴 프로젝트.
이 축제의 연장선이자, 이 축제와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의 접점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반응 좋으면……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의 테마를 아프리카 요리로 해보지 뭐.”
“예에?”
“아프리카 요리로 미슐랭을 받은 레스토랑은 없잖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메이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정식적인 셰프로 주방을 맡기 전, 밤을 지새우며 함께한 로또 육인방 중 한 명인, 제리가 심히 걱정된 까닭이었다.
“제리가 남은 10여 일의 축제 기간 동안 70개의 요리를 섭렵할 수 있겠냐.”
내 질문에 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 수 있겠죠. 어떻게 온 기회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시킨 거고.”
갑작스럽게 기획된 라스베이거스의 뜨거운 밤을 그의 어깨에 걸어봤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
이집트의 카이로만큼이나 발전된 도시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우와아아아아!
“왔시유?”
백원종의 팝업 레스토랑 앞에 내리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람들이 소리쳤다.
“아프리카 판 골목가게라며? 허허허. 이거…….”
백원종이 허허 웃더니, 또 한 번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나한테 평가받던 사장님들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만……. 반유현이 내 요리를 먹어보고 수정한다니 떨리는구먼?”
“저도 손님으로 왔습니다. 줄이 이렇게나 긴데 제가 새치기를 할 순 없죠.”
백원종과 인사치레 몇 마디를 한 뒤에 나는 길게 이어진 행렬의 맨 뒤로 갔다.
몇 명인지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길게 이어진 행렬이었다.
“우와…… 바, 반유현 셰프 맞아요?”
내 바로 앞에 서 있던 젊은 여성이 물었다.
“사진 한 장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우와아아아-!
그 외에도 나에게 쏠린 시선들, 그때 그 여성의 앞에 있던 중년의 남성이 말했다.
“반유현 셰프님! 줄 서지 말고 얼른 앞에서지 그래요?”
그러자, 그의 말이 앞쪽으로 계속 전해졌다.
“그래요! 빨리 먹어요!”
“맞아 맞아! 반유현 셰프님 먼저 드시게 해!”
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의 자리를 하나씩 양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야 단순했다.
내가 빨리 백원종의 요리를 먹어보고, 레시피를 수정해 내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담긴 것이었다.
한 사람도 토를 달지 않고 모두 내가 줄의 가장 앞으로 향하길 바랐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백원종이 소리쳤다.
“그래유! 빨리 와봐유! 나도 평가 좀 들어보게!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자네 오고 나서 요리가 마음대로 안 되네! 허허허허!”
그의 말을 듣고 행렬의 앞으로 나아갈 때는 사람들이 양옆으로 길을 텄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또 충격적인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백원종이 기존에 어떤 요리를 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 요리를 ‘수정’해서 가장 신선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길 바라고 있었으니까.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