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막을 수 없음 (2)
“정말 가능하시겠습니까?”
반유현팀의 보좌진들과 반유현 팩토리의 경영진들, 그리고 검정 스카프를 매고 있는 지휘급 셰프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였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만 해도…….”
회의실 맨 앞, 그곳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여러 개의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반유현 팩토리 세계화.
-반유현 팩토리 이스라엘, 대한민국 교수진 구성.
-제리 셰프 라스베이거스 레스토랑 런칭.
-라스베이거스 레스토랑 런칭에 따른 그랜드 오프닝 준비.
…-반유현 식자재 마트 확장, 공장 부지 계약.
-오미노 피자, bibiQ치킨 메뉴 개발 및 전수.
…생략.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큰 제목만을 붙여놓은 것이라, 저 큰 제목 안의 소제목들만을 썼으면, 몇 페이지가 됐을 것이다.
“셰프님께서 쓰러지실까 걱정됩니다.”
지난 삶에도, 지지난 삶에도 이렇듯 많은 일들을 파워풀하게 진행해 본 적이 없었다.
그에 따라 내가 느끼는 피로도가 나를 따르는 직원들에게도 느껴졌는지 이들은 나를 걱정했다.
“내가 하지 못할 일을 마구잡이로 벌이는…… 그런 사람이라도 된다는 거야?”
물론, 피로한 것은 맞지만 모든 일들은 내 손아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오스틴.”
“예!”
“반유현 팩토리 세계화 작업 진행상황 보고해봐.”
오스틴이 반유현 팩토리 세계화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진행상황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방금 네가 말한 진행상황 중에, 내가 모르고 있는 게 있나? 나에게 새로 업데이트 해줘야 할 상황 말이야.”
“없습니다!”
나는 그 다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메이.”
“예! 셰프!”
“라스베이거스 최고, 뷔페, 반유현 레인보우의 현재 매출, 상황, 비전…… 싹 다 보고해.”
메이도 오스틴에게 지지 않기라도 한 듯이 모든 것을 말했다.
“방금 네가 말한 메뉴들 중 내가 테이스팅 하지 않은 메뉴가 있나?”
“없습니다 셰프!”
“내가 모르는 레시피로 조리된 메뉴가 있나?”
“없습니다 셰프!”
그리고, 나의 질문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제리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일어나 말했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레스토랑 런칭 사업건에 대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상황이 있나?”
“없습니다!”
“그럼 됐어.”
내가 모든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회의 주제가 바뀌었다.
“피곤하기야 하지. 그런데, 내가 벌일 수 있을 만큼의 역량까지만 하는 거야.”
이미 나의 참모들이라 할 수 있는 오스틴, 제리, 메이, 포시즌스의 로만…… 그 외의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완벽히 알기 때문에 나는 더 일을 벌인다.
“우튜브. 가짜들이 너무 많으니까 정리할 필요가 있잖아. 편집팀 만들어. 제대로.”
내 말에 나에게 걱정을 표하던 직원들이 모두 머리를 바닥으로 처박았다.
자신들이 경솔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이 말이다.
“편집팀 만들라고, 왜 아무도 대답이 없어?”
내가 그 말을 하자, 오스틴이 스크린에 비친 화면을 바꾸었다.
-기업
-방송국
-봉사단체
-광고
-셰프
-팬
…“각종 단체, 조직, 개인들에게 온 메일을 분류한 카테고리입니다. 방송국 분류를 보시면, 현재 셰프님께서 구상하신 아이디어를 방송국 측과 협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구상하고 있는 생각이라 함은 단순했다.
각종 온라인 매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반유현 레시피’, ‘반유현 비법’, ‘반유현 맛의 비밀’, ‘반유현 조리법’ 등…… 내가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 가짜 정보들을 모조리 청소할 수 있는 계획.
“대형 방송사를 통해 셰프님께서 직접 조리법과 레시피를 공개한다면 보다 더 파워풀하리라 생각됩니다.”
내가 직접 화면에 나와서 레시피와 조리법을 보여준다면, 그간 나의 이름을 빌려 조회수를 먹고 자라났던 가짜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 방법으로 오스틴은 우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보다 방송사를 직접 이용하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했다.
“오스틴 선배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방송사가 가진 방송장비와 스텝들을 일개 우튜브 채널이 이길 수 없으니까요.”
그들의 말이 합리적이긴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 이름으로 그 방송사가 성장하는 것은? 무슨 값을 받지.”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행하는 행동들이 항상 나의 성장에 밑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나는 내 행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아야 한다.
“내 이름 앞에 줄 선 방송사가 몇 갠데…….”
그런 관점에서 내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방송사가 얻는 이익이 내가 가짜들을 청소하는 이익보다 크다는 판단이고, 방송사가 나를 출연시킴으로써 오히려 내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그걸 지불할 방송사들이 있나? 콧대 높아서.”
“찾으면 당연히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전권을 나에게 줄 방송사가 있나 찾아봐.”
전권이라 함은, 나의 결정 안에서 스텝들이 쓰이고 모든 결정권한이 나에게 있으며 그 프로그램에 의해 발생한 수입들의 대부분이 내 것이란 말이었다.
“아니면, 우튜브 채널 개설하자고.”
“예! 셰프!”
***
“나…… 이런 참 나!”
“흠.”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표정을 찡그린 상태로 회의를 진행했다.
미국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인 FOX.
오래전 갑질 논란으로 반유현과 잘못된 관계를 맺었었고, 그에 따라 엄청난 피해를 입은 방송사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계속해서 거대해지고 있는 반유현의 영향력 탓에 그때의 꼬리표가 계속해서 붙어 따라왔다.
잊을 만하면 반유현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냈으니까.
“그래도 이건 기회 아닙니까? 아무 방송사도 반유현 셰프의 제안에 쉽사리 응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때마침, FOX사에게 기회라고도 할 수 있는 제안이 들어왔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에 대한 회사 인프라의 전권을 넘겨주고, 발생 비용을 제한 대부분의 수익까지 넘겨주는 조건으로 반유현 레시피와 그 조리법에 관한 컨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다만,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어느 누구도 쉽사리 그 사안에 대해 결정할 수 없었다.
“저희 또한 국장님, 본부장님, 부사장님…… 모두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기업이 아닌 방송사 특성상 보다 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따라야 했다.
더군다나 이전에 반유현과 좋지 않은 관계를 맺었던 방송사 특성상 노골적으로 어떤 이익을 따르는 것 같이 사람들에게 보여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역발상으로, 모든 방송사들도 그럴 테니 저희가 선수를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셰프’의 메인 PD 스티븐 리가 말했다.
이전 반유현 셰프의 다큐 영상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라스트 테이블’을 만들어 FOX사를 갑질 방송사를 만들어 몰락게 한 PD와는 다르게, 확실히 반유현을 가까이에서 봐왔고 그를 조금이나마 연구해봤던 PD.
그는 이번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그 사건 이후로 죽었던 쿡방을 다시 꽃피울 수 있을 만한…….”
“반유현 셰프에 대해선 나도 잘 알지만, 어떻게 한 명의 셰프가…….”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라면 반유현 셰프를 잘 모르시는 겁니다. 그는 할 수 있습니다. 쿡방의 부흥을요. 그가 레시피와 요리비법 같은 것을 공식적으로 저희 방송사를 통해 송출한다면…… 아마 대중들뿐만 아니라, 셰프들, 사업가들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저희 채널을 찾을 것입니다. 그 파급력은 또 어떻게 이어지겠습니까. 당장의 수익을 브랜드 ‘반유현’에 내어주더라도 장기적으로 대단한 이익이 될 것입니다.”
다 맞는 말이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경영진들이었다.
만에 하나, 반유현의 컨텐츠가 실패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면?
반유현의 실력과 영향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한 명에게 그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유현이 내건 조건처럼 PD, 작가, 각 분야의 스텝들, 그리고 장비까지 모두 내어주는 꼴이 대중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 조건들 또한 실험입니다. 반유현 셰프는 자신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어하니까요. 조금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네가 그를 가까이에서 봐서 알겠지만…… 아니, 우리도 충분히 반유현의 영향력에 대해 이해하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네. 그렇게 쉽게 결정 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야.”
“후……. 저도 각 방송부서의 부장님들과 국장님들께서 결정을 쉽게 못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게 결정될 때쯤엔 늦을 겁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결정을 내렸을 테니까요.”
스티븐은 답답했다.
반유현. 두말하면 입 아플 그 이름이다.
그가 내건 조건에 의하면, 대중들에게 비치는 방송사의 이미지도 그렇고 당장의 수익이 나진 않을 테지만 분명 결국엔 엄청난 이득이 될 것이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결정할 때쯤엔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이 반유현에게 더 큰 것들을 내밀며 제안을 할 테고, 그럼 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제 살 파먹기가 되는 건데.’
다른 방송국들이 제안하기 전에 먼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그의 마음을 움직일 찬스라 생각한 스티븐은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반유현…… 그 이름 세 글자는 쿡방의 또 다른 부흥을 불러올 컨텐츠야.’
***
[ 반유현 TV 개설! ] [ 우튜브 공식 채널 이름 나와! 반유현 실제 출연하나? ] [ 반유현측 그 어떤 코멘트도 없어! ] [ 아프리카 축제와 라스베이거스 축제에 연이어! 또 다른 바람 불어올 것인가! ] [ 동영상 업로드되지 않았음에도 구독자 5만 명 돌파! ]내 우튜브 채널이 개설되었다.
채널만 만들었음에도 이렇듯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었던 건…… 내가 전 세계 수많은 방송사들에게 제안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제안을 보낸 뒤에 이런 말을 다시금 했기 때문이다.
-저희 브랜드 ‘반유현’은 마음을 함께할 방송사를 물색하던 중, 시간이 계속 지체되어 그 어떤 방송사와도 협업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귀사가 보내주신 응원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에 따라 방송사들은 또 기사들을 찍어냈고, 대중들은 동영상을 찾지 않고도 내 채널에 구독을 눌렀다.
[ 세계 최초 동영상 없는 우튜브 채널 구독자 하루 만에 8만 명 돌파! ]내가 직접 내뱉는 레시피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주는 것이기도 했다.
“벌써 대박 났습니다. 셰프님. 이건 팬들을 위해서라도 왜 채널을 오픈했는지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
정식적이진 않지만, 당장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문제없이 해낼 직원들을 뽑아놨고 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기 들어가면 안 된다니까!”
“나 반유현 셰프님이랑 아는 사이라고!”
“어허! 어딜……! 원래 개나 소나 다 셰프님과 아는 사이라고들 해. 시나리오 잘 못 써왔어.”
분명 초대받지 않는 손님이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소리였다.
“또 뭐야…….”
급하게 전화기를 든 오스틴이 금방 답을 가져왔다.
“방송사 FOX의 ‘더셰프’ 스티븐 리 PD라는데요?”
“그분이 여길 왜 왔지? 당장 들여보내.”
오스틴이 다시 전화기를 들었고 불과 수 분 이내에, 스티븐 리가 촬영장으로 들어왔다.
“하이고…… 후. 셰프님…… 들어오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PD님 연락을 하시지 어째서…….”
“도통 연락이 되어야죠. 그렇게나 유명한 셰프님인데, 전화를 제가 몇 통이나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고개를 좌우로 젖는 스티븐.
이전에 쓰던 번호는 비니지스 용으로 직원들이 관리하기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다.
방송사 PD들에겐 수없이 전화가 왔기에, 스티븐의 전화도 직원들은 중요한 전화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무시해왔다고 귓속말을 하는 오스틴이었다.
“흠. 어쨌든 죄송합니다 PD님 그런데, 어쩐 일로…….”
경호원과의 실랑이에 숨이 차 헉헉대던 스티븐 리가 깊게 숨을 들이쉰 뒤에 말했다.
“방송 장비, 구도, 분업 등…… 모두 형편없네요. 제가 총괄해서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는 게 어떻겠어요? 제 커리어나 스펙이라면 아실 테고…… 제게 오는 이득은 필요 없습니다. 반유현 셰프님 다 가지세요. 저는 그냥 반유현 셰프님의 개인 채널에 함께했다는 것만 있으면 됩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게 머리 회전이 빠르고 본능적으로, 공격적으로, 진취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을 나는 누구보다 좋아한다.
“그간 방송국 PD의 경험을 살려 반유현 TV의 총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