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미국 문화의 중심지 (3)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평가를 바로 하지.”
반유현 팩토리의 교수진인 윤종혁, 마츠노, 닉.
그 세 명 중 누가 새롭게 런칭할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를 맡을 것인지에 대한 테스트를 하려다 찰스 레버라는 사람까지 끼어들어 사건이 커지게 되었다.
애초에 이번 일의 시작은 헤드 셰프를 뽑는 것이었으니 나는 그 본질을 놓치지 않고 이들을 지켜봤었다.
“인지도를 가장 높게 쌓은 사람이 헤드 셰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었잖아.”
요리 실력에 있어서는 모두 뒤처지지 않았다.
미슐랭 7스타를 가진 마츠노가 그 섬세함과 정밀함으로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에서는 조금 앞서나갈지 모르겠지만, 미슐랭 3스타의 닉과 어딜 가나 젊고 유망한 셰프로 불리는 윤종혁도 그에 버금가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요리 실력은 비슷해, 당장 마츠노가 앞서 있더라도 내 옆에 있으면 다들 비슷한 수준을 갖게 될 거야.”
“예?”
“셋 다 실력이 있다는 소리야.”
“아니…… 셰프님, 그것 말고……. 그 셰프들의 요리를 단 하나만 보셨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정 지어 말씀하시는 게, 대단하십니다.”
칼질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요리를 알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그 행동만 봐도 이 셰프가 나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하기야, 레스토랑을 런칭하는 것 하나하나가 여태까지 얻었던 명성을 빛내주거나 망가트릴 수 있는 사업이기에, 요리 하나만을 보고 헤드 셰프를 선정하는 나의 모습에 나를 따르는 직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왜, 못 믿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셰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진짜인 줄 알고 대단하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희는 셰프님을 비꼬거나…….”
“나도 알아.”
내가 찡긋 웃으며 말해 보이자, 그제서야 직원들이 인상을 폈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동안의 댓글들 모두 집계해서, 각 셰프들 언급된 댓글들 싹 다 모아와.”
나의 말에는 다시 표정이 굳어진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셰프를 헤드 셰프의 자리에 앉힌다고 했다니까?”
약 백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나의 우튜브 채널인 반유현 TV를 찾았었다.
윤종혁, 마츠노, 닉 세 명의 셰프는 동일한 시간을 화면에 나오게 했었다.
각각의 시간에는 그들이 요리를 하는 장면과, 홀로 나와 자신이 만든 요리를 설명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시간을 모두 같게 구성한 것이었다.
이는, 반유현 TV의 연출 총괄책임인 스티븐 리에게 말해놨던 것이었다.
“인지도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 없지만. 요리 실력이 모두 비슷하고, 나에 대한 충성심이 같다는 전제가 깔려있으니까.”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댓글로, 헤드 셰프를 뽑을 생각이었다.
레스토랑의 맛이야, 당연히 내가 메뉴 개입에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할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었으니까.
맛은 당연히 최고라 생각되는 ‘반유현’이라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신선하려면 겉으로 포장되는 느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반유현을 따라 최고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 그런데 인기도 뒤처지지 않는 셰프. 그 사람이 새롭게 런칭 될 레스토랑을 맡는다.”
모두 동일한 시간을 방송에 모습을 비췄으니, 가장 많이 댓글에 언급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 아니겠나.
주방에서 혼자 칼춤을 추는 어그로 같은 것도 없었고, 온전히 요리하고 그 요리를 설명하는 모습들만 보였으니, 그렇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이다.
“그래서 1등은 누군지, 퍼센트(%) 정보로 가져와 봐. 사람 이름이 언급된 댓글들 싹 다 집계해서.”
약 두 시간 뒤, 오스틴이 가져온 집계 결과에는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반유현 (93.2%)
-가타무라 마츠노(2.3312……)
-윤종혁(2.3223……)
-닉 아델린(2.1……)
“이게…….”
내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들의 우위를 소수점으로 따져야 될 만큼.
“소수점으로 헤드 셰프를 정해야……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라스베이거스 일식 정통 레스토랑 헤드 셰프, 마츠노 셰프.”
***
헤드 셰프가 정해지자마자, 라스베이거스 펠리지오 호텔의 최상부에는 나의 이름이 걸려 있다.
[ 반유현 – 퍼플 ]이는 헤드셰프가 된 마츠노의 제안에 의해 이름이 지어졌다.
화려함, 풍부함, 우아함 등…… 여러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색은, 아주 오래전부터 왕실에서 쓰이는 색이라고 말을 덧붙여줬다.
또, 자신이 요리를 시작하기 전 주점의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주점 이름이 ‘퍼플 레인’이었다고.
그녀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보라색, 퍼플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나 또한 새롭게 런칭할 가게의 이름을 마땅히 생각해 둔 것이 없어 그녀의 말을 따랐다.
“윤종혁하고 닉의 상태는 괜찮지?”
“예상외로 그렇습니다.
소수점 둘째 자리, 미미한 수로 헤드 셰프의 자리를 놓친 이들은 마츠노를 헤드 셰프로 맞이해 적응했다.
내가 어떤 근거를 들어 판단을 했던 간에, 나의 말을 따르겠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일식 정통 코스요리, 계절마다 메뉴가 다르겠지만 종류가 많지 않아서 대부분 생각하는 게 비슷할 거야. 그래서 숙제를 내려줬으니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생선을 조리한 요리가 대부분이다.
일식 레스토랑들간의 차별점은 정교함에 담긴다.
생선의 별미인 부위와 그것을 다루는 법, 또는 조리법은 오랜 시간을 지나 완성되어 왔기에 더 뛰어난 신선함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기대는 다시 나에게 모아졌다.
[ 맛의 끝, 일식 정통 레스토랑 반유현은 어떤 요리를 보여줄 것인가! ] [ 미슐랭 7스타 마츠노, 미슐랭 23스타 반유현의 합작! 역대 최고의 일식 요리 선보이나!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나는 헤드 셰프인 마츠노에게 숙제를 내려줬다.
레스토랑을 구성할 메뉴는 내가 정해주고, 그 메뉴에서 최고의 맛을 찾아내라고.
나보다 약 스무 살이 더 많고, 요리 경력도 십몇 년이 앞서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그리고 펠리지오 간부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나와 회의가 끝나고 그 레스토랑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또한 레스토랑 ‘반유현’의 상징이 되었다.
[ 일식 정통 레스토랑 반유현! 불 꺼지지 않는 런칭 준비. ] [ 레스토랑 반유현-퍼플, 성공의 징크스! 꺼지지 않는 레스토랑! ]“오픈 날까지 메뉴 테이스팅 최고 강도로 볼 테니까 셰프들 긴장 풀지 말라 그래.”
언론에 노출 빈도가 셰프들의 긴장을 낮추는 데에 기여한다.
셰프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이미 무엇인가 된 줄 아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연예인 병이라고도 하지. 특히나 내 밑의 셰프들은 그랬다.
이는 100년의 경험이 말해 주는 것이며, 강력하게 엄포를 놓고 나는 다음의 계획을 진행했다.
“뉴욕행 비행기는 몇 시야.”
“앞으로 네 시간 뒤입니다. 공항으로 출발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미국 최대 도시라 불리는 뉴욕.
문화예술, 경제의 중심지, 세계인들이 몰리는 그곳.
사람들의 열정이 숨 쉬는 도시라고 불리는 그 도시에는 셰프들의 열정 또한 그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도쿄, 교토, 오사카, 파리의 뒤를 이은 도시가 뉴욕이었다.
‘일본이 가장 많은 미슐랭 스타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이번 삶은 뉴욕이다.’
파리, 런던, 라스베이거스 그 다음으로 미슐랭 스타가 가장 많은 일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 몸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나라, 사소한 외교적인 문제로 시류를 탈 수 있는,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배제했다.
나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너무나 커졌기 때문에, 두 국가 간 외교 정치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참나.’
그런 생각을 해보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지만, 나는 어떠한 요소라도 내 요리에 개입되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으니까.
요리는 오로지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 내 이름에 따르는 브랜드 벨류 또한 맛에 개입해서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이는 모두 미슐랭 스타를 얻겠다는 인생 최대의 목표 때문이었을 것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지겨운 100년의 삶을 살아보라, 당연히 나처럼 될 수밖에 없다.
뭐 어쨌든, 뉴욕행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라스베이거스에 미슐랭 3스타를 보유할 레스토랑, 하나는 제리가 운영 중이고, 하나는 마츠노가 런칭 준비를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음의 도시로 뉴욕을 고른 것이다.
“왈왈거리는 셰프님들도 이용하면 쉽게 안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더군다나, 뉴욕의 웬만한 입지를 가진 셰프들이 모두 모인, 뉴욕 셰프 모임에서 나를 건드렸다.
일명 뉴욕 셰프 연합회.
파리만큼이나 자신들이 뉴욕의 셰프라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조직.
그들이 나를 건드린 이유야 눈에 훤했다.
“찰스 레버의 레스토랑이 그토록 대단한 손님들을 모으니까, 한번 건드려 본 거지.”
나를 모함하고 깎아내리려던 의도를 가진 찰스 레버가, 내가 한 행동에 의해 ‘셰프’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그의 레스토랑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좋은 일일 테지만, 셰프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찰스 레버의 몰락을 보면서도 나를 건드린 건, 그만한 ‘수’가 있다는 것인데 어차피 나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것일 테니까.
“뉴욕거리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있다던데, 그쪽 건물주들 연락 돌려. 바로 런칭 준비하자.”
***
“반유현 셰프ㄴ…… 아니, 반유현 셰프가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부동산들과 컨택을 했다고합니다.”
뉴욕 부동산 협회의 연락을 받은, 뉴욕 셰프 연합회.
찰스 레버를 보곤, 반유현을 건드렸다.
그런데 그가 곧장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니 저도 모르게 움츠러든 연합회였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뉴욕으로 날아온다?”
연합회의 회장이자 미슐랭 17스타를 보유한 시몬 레인.
그 또한 반유현이 이 도시로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계획인 거야.”
뉴욕 셰프 연합은 반유현의 실체가 모두 퍼포먼스였다는, 찰스 레버보다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이유들을 들어 그를 깎아내렸다.
반유현이라는 한 인간에 의해 요리업계가 좌지우지되고 그가 레스토랑을 여러 개 런칭한 곳이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그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가 뉴욕으로 날아오고 있단다.
그는 정말 뉴욕 셰프 연합회라는 이 조직을 무시하고 있는 것일까.
뿔난 호랑이들이 가득 차 있는,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오려는 꿍꿍이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배짱 좋게 호랑이 굴로 들어오는 그 셰프를, 꺾어야 합니다.”
사심이 아니었다.
연합회 회장인 시몬 레인은 반유현을 꺾는 것을 사명처럼 느꼈다.
요리사를 꿈꾸는 모든 이들이 브랜드 ‘반유현’의 아래에서 배우고자 하는 이 현실, 한 명에 의해 요리 생태계가 더럽혀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시몬 레인은 이번엔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마음이었다.
“저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가실 분.”
수십 명의 셰프들이 있는 이곳 회의장.
시몬 레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이전처럼, 건강하고 숭고한 예술의 가치를 좇는 생태계를 만들 셰프! 반유현을 내쫓읍시다, 우리!”
그런데, 셰프들은 그에게 감히 도전하기 싫다는 듯이 정적이 흘렀다.